어느날 너가 너를 죽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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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저번에 진짜 더러웠어."
"저번에? 그때도 우리 텔에서 하지 않았나?"
"몸 말고. 매너가 더러웠다고."
"뭐가지고 또 ㅈㄹ인데."
"ㅅㅂ 너는 내가 배달의 민족이냐? ㅅㅅ 후기를 톡으로 보내는 ㄸㄹㅇ가 세상 천지에 어딨어?"
"그럼 우리가 ㅅㅅ말고 할 얘기가 뭐있는데."
"..."
"불이나 붙혀봐."
대충 몸을 숙여 불씨를 옮긴다. 담배와 담배 사이의 불티는 공중에서 흩날리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거기에 대입하기에는 너무 처량해서 하릴없이 옆에 누운 몸뚱이에 말을 건낸다.
"아무튼... 아무튼 하지마."
"너나 이런거 하지마. 너 예술하시는 분인거 알겠으니까 히스테리좀 작작 부려라 ㅅㅂ."
"ㅅㅂ 내가 언제."
"너 요새 ㅅㅅ할때마다 성질이야. 원래 그랬는데 더해."
"됐다... 니가 뭘 알겠냐. 닥치고 돗대나 빨아 ㅅㅂ."
빨란다고 또 빤다. 저 새끼는 원래 그런새끼야. 빨라면 빨고 박으라면 박고 키스하라면 키스하고. 혀도 잘쓰고 몸도 잘써서 국대 상비군까지 홀랑 쳐먹고는 싸구려 매트리스 위에서만 최상의 피지컬을 발휘하는.
"나 먼저 일어난다. 퇴실 알아서 하고."
"여친 만나러 가냐?"
"코치가 상태 본다고 한번 와보래."
"근데 ㅅㅅ를 해? 이 ㄸㄹㅇ ㅅㄲ..."
"너랑 하는건데 그러면 안해?"
꺼진 담뱃불보다 뜨겁고 일어난 자리에 남은 온기보다 차가운 키스를 하고는 저놈은 벌떡 일어서서 대충 나간다.
"야."
"왜"
"나 오늘 여친이랑 백일이야."
"근데."
"백원 줘."
"아 ㅁㅊ놈아 꺼져 제발!"
"교수님 그래도 디벨롭의 방향을 잡아주시면..."
"그 부분은 자네가 더 고민해봐. 휴학 길게하더니 그동안 뭐했나? 발전은 기대도 안하니까 퇴보하지나 말어."
교수는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최소한의 예의고 뭐고 안차리겠다는거지. 나만 여기 정이랑 망치들고 서있었으면 그냥 내 대가리 내가 깨고 뒤졌겠지만 애석하게도 평가 ㅈ같이 박힌 내 졸업작품이 눈이 쳐 달려있으셔서 대충 손에 든거 구석에 던지고 주저앉는다.
"ㅅㅂ 어쩌냐... 그래도 죽어도 그건 싫은데."
대충 사람 형상을 해가는 대리석은 유달리 얼글부분만 선명하다. 선명하게 못생겼다. 눈도 흐리멀걸하니 코도 삐뚜름해서 돌덩이가 살덩이였어도 욕먹었을 생김새다. 근데 어쩌겠어.
"그 새끼 얼굴만 떠오르는데 시발..."
나는 비련의 예술가도 뭣도 아니다. 학고 두번 맞고 휴학 풀로 때리고 졸업해야하는 미대생에 불과하다. 나는 내 사랑을 조각할 여유따위 없다. 그래서는 안됐는데...
"그래서 운동 아예 포기한다고?"
"그럼 ㅅㅂ 어쩌냐 이사장 아들부터 국대 넣겠다는데."
"그래도 ㅅㅂ..."
"그 다음은 누구네집 아들 누구네집 딸 또 나오겠지 ㅅㅂ..."
"..."
"야."
"왜."
"나 디진다 그러면 니 나 말릴거야?"
"하는거 봐서 ㅅㅂㄴ아. 그니까 지랄하지마."
"..."
"..."
술잔이 비어서 따르려니 술병도 다 비었다. 이모 부르려고 취한 몸뚱아리에 달린 손을 대충 휘두른다. 결심을 한건 그때였다. 그냥 손이 예뻐서 그랬다고 치기로 했다. 수학여행가서 처음 술먹고 ㅅㅅ했을때도 아니고, 나랑 같은 대학 오겠다고 쳐놀던 새끼가 갑자기 육상부 들어갔을대도 아니고, 그냥 지금 때문인걸로 하고싶었다. 취기라기엔 이성적이고 구원이라기엔 감성적이였으니까.
"야."
"뭐 ㅅㅂ..."
"너 나 따라와봐"
"아 여긴 왜 와... 니 졸작 내가 처음 보는것도 아니고."
"거기 선반에 망치 있지."
"어. 뒤에 넣어줘?"
"ㅅㅂ놈아 그거 말고... 그거 들고 이리 와."
취한 걸음으로 비척 들고온다. 둘 다 적당히 술이 깨고있는것같다. 뭐 앞으로 할 ㅈㄹ이면 안마신 술도 깨겠지.
"이건 왜 들고오래... 너 술먹고 망치질하다 손가락 나간다."
"이거 내가 쓸거 아냐."
"어?"
"너 이거 부숴."
정적 사이로 돌가루만 흐른다. 환풍구 탈탈거리는 소리 사이로 취한 입술 하나가 열린다.
"니 취했냐?"
"나 안취했어. 너 이거 부숴."
"ㅁㅊㄴ아 이거 니 졸작이야."
"어. 나 처음부터 다시할거야. 너도 처음부터 다시할거니까."
"...야. 감동적이고 좋은데 현실적으로 가자. 너 감성적인건 알겠는데 그냥 나 정신 차리라는걸로 알아듣고 내가 할게 ㅅㅂ. 됐냐?"
"그래?"
놈의 억센 손에서 망치를 뺏는건 의외로 쉬웠다. 체대생 맞냐 새끼. 그 망치로 내 몇개월치 노력을 부수는건 더 쉬웠다. 돌 조각이 잔뜩 튀고 그 사이로 고함이 나를 찌른다."
"아 ㅅㅂ ㅁㅊㄴ아!"
"어차피 나 이거 다시 만들거야. 맘에 안들었어."
"...왜. 뭐가 또 맘에 안들었는데."
"너 안 닮았잖아. 나 여기 삼개월동안 들러붙어서 너 안닮게 만든다는 생각 하나로 만들었어. 나 너 좋아해. 나 ㅅㅂ 너 ㅈㄴ 좋아해. 그래서 이 돌덩어리가 너 닮아가는거 ㅈㄴ 싫었어. 근데 어차피 너도 처음부터 시작하게 할거면, 나도 처음부터 시작할거야. 대신 이번에는 다 솔직하게 만들거야. 그니까 이거 같이 박살내던가 꺼지던가 해."
역시 길게 말하는건 숨이 찼다. 헥헥거리는데 몸이 휘청이더니 그 새끼 가슴팍에 내가 안겨있다. 오해하고싶게 따뜻해서 불안해졌다. 확신을 받고싶어서 이제 사랑인걸 알았다.
"..."
"나가면 나 안보는걸로 알게."
한밤중에 캠퍼스 구석이 소란하다 조용했다. 그 구석에 몸뚱이 세개가 잇는데 하나가 시체고 둘이 나체다. 하나는 산산이 부서지고 그 위에 둘이 서로를 안고 누워있다. 내려앉은 먼지 위로 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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