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씨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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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잠을 자고 아침을 먹을수 있다는 것 어느새 그 달콤한 풍경은 내것이 되어있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 얼마나 행복했으면 그랬을까?
그 한없는 과장법이 이해가 가는 그런 아침이였다.
고개를 돌리면 형이 있었으니까.
가볍게 코를 고는, 숨소리가 분명히 들려오는 형이 내 곁에 누워 잠들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정오를 향해 달리는 시계는 불안의 씨앗을 내 머리위로 떨구어 놓았다.
세상은 현실은 문밖에 그대로였으니까.
형을 깨워야 했다.

"형? 일어나야 하는거 아니예요...."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곰처럼 아주 느리게 몸을 움직이며, 눈을 감은채로 웃음을 지으며, 나를 꼭 글어안는 형.

"괜찮아. 이 애늙은이야... 우리 조금더 안고 있다가 아침밥먹으로 나가자."
"그런데...벌써 열두시가...되.."

형의 입술은 나의 말을 막아섰다. 그래 아무생각하지 말자. 정오가 되어서야 여관을 나선 형과나는 때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늦겨울의 햇빛이 유난히 따사로운 거리로 나섰다.

"너 우리 마누라 보고싶지 않아? 너 꽤 친했었쟎아."
"보고는 싶지만..."
"그래 그러면 너 우리가게에 지금 들렸다 가라..."
"그래도 돼요?"
"나 바래다 주는걸로 하면 되쟎아... 그럴수 있지?"

형의 환한 웃음위로 그날밤 방문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아줌마의 어두운 뒷모습이 떠올랐다.
도대체 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불안의 늪속에 빠진 내게 하지만 형이 보여주는 형의 미소 는 너무도 환하고 힘차있었다.
그래 형을 믿어보자. 서로를 지켜주기로 했쟎아...

그렇게 우리는 따가운 늦겨울의 햇빛사이로 걸어나갔다.
그러나 버스안에서 멍한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형의 잠깐동안의 불안을 난 놓치지 않았다.

둘이 손을 잡고 들어선 형의 가게 앞.
선반위에 가득한 가전제품들. 잘 닦여진 쇼윈도우 뒤로 아줌마의 모습이 보였다.
약간 살이 찐듯한 그러나 왠지 수척해 보이는 아줌마의 얼굴...

손님이 가게를 나서고 아줌마는 아저씨와 나를 바라보았 다. 아마 우리는 손을 잡고 있었나 보다.
아줌마의 시선은 아저씨에게서 나로 그리고 둘이 잡은 손위로 머물었다.

"진영아 오랜만이구나..."
"예 아줌마도요.."

아줌마는 웃지 않았다. 형은 애써 웃음으로 아줌마를 바라 보았지만 아줌마의 표정은 그럴수록 굳어져만 가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다.아저씨도 그것을 느낀 거였을까?

"진영아 잠깐 나가있을래?"
"...예.........."

쇼윈도우 뒤로 아줌마와 형이 보인다.
둘은 언쟁을 하는듯하다. 아니 어느새 아줌마는 울음을 참아내며 소리를 지른다. 아줌마를 진정시키려는 아저씨 하지만 아줌마는 아저씨의 팔을 내던지듯 뿌리친다.
계속 아줌마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형...
아줌마의 고함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저 집 또 부부싸움을 하는구만...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어...쯧쯧"

하지만 아무도 말리려 하지 않는다.
아줌마가 아저씨의 따귀를 올려붙여도, 발길질을 해대도 아무도 가게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바닥에 웅크려 있는 형. 난 사람들의 틈속에 뭍혀 형을 바라본다. 울수도 없다. 아니 울면 안된다.

계속되는 아줌마의 악다구니.
어느새 아줌마는 형을 가게밖으로 내동댕이 쳐낸다.
일순간 환히 열려진 가게문. 소리들도 뛰쳐나온다.

"그래 이 호모새*야! 이 더러운 변태새*! 뭐 사랑한다 고? 남자놈들끼리... 뭐 사랑?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나보 고 믿으라고? 그래 너죽고 나죽자... 아니 너부터 죽어 죽어....죽어버려!!"

놀란 사람들의 수근거림. 이제야 사람들은 아줌마의 손을 발을 붙잡는다. 하지만 아무도 형을 일으켜세우진 않는다. 아줌마의 통곡소리... 아줌마는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난 난 난..... 아무것도 하지않는다.
무엇을 해야하지? 울지도 못하쟎아 난....

가까스로 한발을 형의 곁으로 떼어놓았을때 형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힘겹게 일어나 내곁으로 걸어왔다. 내 어깨를 잡는 형의 떨리는 손

"미안하다. 집에 가.... 어서..."

형은 나를 민다. 그제서야 난 눈물을 흘린다.
형의 가슴에 묻혀 울고 싶지만 도무지 내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사람들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형에게 달려드는 아줌마의 손은 어느새 형의 짧은 머리를 움켜쥐고 있다.
형은 나를 세게 밀어버린다.
반짝 눈물이였나?

"저 **를 사랑한다구?!!!!"

아줌마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나동그라진 형을 뒤로 하고 난 달렸다. 가슴이 터지도록, 눈물이 폭탄이되어 이 거리를 모두 폭파시켜 버리기를 기도하며... 난 달리고 또 달렸다.
숨쉬고 싶지 않았다.
다시 난 악몽속으로 빠져드는 걸까?

'난 형을 지키지 못했어.............'

그날 난 죽음보다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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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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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행동들을 이해할수가없군요.
당당하지않은 상황이구만 구태여 왜 가게까지 동행하는지....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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