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선생님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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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얼어 붙었던 정신을 차리는데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삼십육계만이 유일한 방법일뿐..
도망가자!
그 수 밖에 없어!!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기술 선생님과 대면을 피하는게 좋아..
얼른 국어선생님의 물건에서 얼굴을 떼고 교사실 입
구로 날쎄게 뛰었다.
물론, 입구엔 기술 선생님이 떡허니 버티고 서 있었
지만 나의 날렵한 동작으로 빠져 나갈수 있을꺼야..
에잇!
난 기술 선생님 옆을 휙하고 지나갔다.
허억!
그를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더이상 몸이 앞으로 나
가질 못했다.
기술선생님이 어깨부분의 내 옷자락을 굳게 쥐고 있
는 것이 아닌가?
아..난 이제 죽었다!
그를 쳐다 보았다.
손아귀에 잔뜩 힘을 주고 날 잡고 계셨지만 시선은
주 섬주섬 바지를 고쳐입는 국어 선생님에게로 가
있었다. 국어 선생님의 표정은 침울하다 못해 거의
절망적이었다.
"김선생님 얘기 좀 하실까요?"
기술 선생님의 낮고 위압적인 물음에 국어 선생님은
초라하게 고개를 들었다.
가여우신 국어 선생님..
내 잘못이었다.
이건 나의 엉큼하고 저질적인 행각일 뿐이다.
국어 선생님을 감싸주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갔았지만
내 처지도 별반 다를게 없는터라 난 입을 열지 못하
고 두려운 시선으로 기술선생님을 바라봤다.
"뻔뻔이 넌 저기 자료실로 들어가거라.."
"네에?"
한껏 불쌍한 어조로 물었더니 기술선생님이 큰 소리
를 지를려다 말고 오히려 차분한 어조로 내게 말하
셨다.
"얼른 들어가.."
기술선생님의 차분한 말투는 나를 더욱더 긴장시켰
다. 내가 좁은 자료실로 들어가자 기술선생님은 문
을 굳게 닫아버렸다.
자료실 안은 좁았고 창문 하나 없는 골방이었다.
내가 도망 못가게 가둬 놓은게 분명했다.
불안이 물 밀듯이 엄습해왔다.
아..이 일을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냐구..아..
난 문에다 귀를 바짝대고 두 선생님의 대화를 엿들
었다.
"김선생님..지금 무슨 일을 저지려셨는지
아시기나 하세요?..."
국어선생님이 아무말이 없자 기술 선생님이 계속 말
을 이었다.
"제 개인적으로는 눈 감아줄순 있는 일이지만,
생각해 보세요. 뻔뻔이 제 반 제자입니다.
아직 성인이 안 된 어린 아이라구요...저 아이
의 미래가 전 걱정되는군요.... 전..내 제자가
벌써부터 이런 일 에 빠져드는 건....
도저히..."
침묵이 흘렀다.
기술 선생님도 국어 선생님도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낼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기술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인기척과 함께 그
의 단호하고 냉정한 말이 들려왔다.
"전 이 일을 그냥 모른 채 넘어가진 않을군
같군요. 김 선생님을 이해 못한다는게 아니라
뻔뻔이를 위한 저의 입장이라 생각해주십시요.
오늘은 일은 교장선생님께 보고를 드려야할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만 준비하고 계십시요."
으잉?
이게 무슨 말이야?
국어선생님이 교사자격을 박탈당한다는 뜻?!!
난 금방 그 말의 뜻을 알수 있었다.
이건 말이 않된다.
절대...있을수 없는 일이다.
내가 벌을 받았으면 받았지..가여운 국어선생님에
게 그럴순 없다.
어디서 생겨난 용기인지는 몰라도 난 문을 박차고
교사실로 나갔다.
"선생님..제 잘못이예요. 용서해 주세요.
국어 선생님은 아무 잘못도.."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기술 선생님은 내게 소리
를 질렀다.
"들어가!!"
하지만 난 그의 고함소리에 굴복하지 않았다.
"아니요!! 들어가더라도 할말은 하고
들어가겠어요!"
기술 선생님은 한 발짝 다가오셔서 더욱더 강압적으
로 내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녀석..어디서 감히..들어가 있지 못해!!"
하지만 난 더욱 더 반발심이 생겼다.
아니, 진상을 똑바로 짚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난 더욱더 소리를 지를수 있었다.
"제가 유혹했어요!!
제가 국어 선생님을 꼬셨다구요!!
촤아악!!!
곰같은 그의 커다란 몸이 떨리고 있었다.
내게 힘껏 뺨을 후려치시고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계셨다. 분노에 일그러진 그의 눈빛이 날 주
시하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난 눈물이 뺨위로 흘
러내린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원망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한 대 맞아서가 아니었다.
지금 이 상황의 그의 행동이 원망스러웠다.
폭군, 이기주의자, 원칙주의자..
난 한없이 그를 원망헸다.
사람이 사람과 사랑하는것이 뭐가 그리 잘못됐단 말
인가? 비록 나이차가 많이 나고 같은 동성이긴 하지만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뭐가 그리 죄란 말인가?
국어 선생님이 강제로 날 욕보이것도 아닌데 왜 저러
시는 걸까?
내가 미성년자이긴해도 벌써 알 건 다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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