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배달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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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한 글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어제 올린 부분은 업로드 상의 실수로 끝부분이 살짝 잘렸습니다. 다시 올리긴 했는데 아마 못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이 안 이어진다면 그 때문일 겁니다. ^^;
***
그의 속옷을 보는 순간 나는 정말 코피를 뿜을 뻔했다. 그는 일반적인 삼각팬티보다 훨씬 타이트한 느낌의 스포츠 브리프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흰색이다…!
다리가 길어서 허리를 숙이고 바지를 벗는 모습이 마치 언더웨어 광고를 찍는 모델 같았다. 하얀 브리프 밖으로 드러난 엉덩이는 작고 탱탱했고 그 아래 허벅지 근육은 무척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뒤를 보니 문득 그 앞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브리프의 앞부분을 보고 싶다는 일념에 평소에는 잘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그 순간 초스피드로 돌아갔다.
“아, 잠깐만요.”
“예?”
내가 부르자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몸을 반쯤 돌리자 제법 묵직해 보이는 그의 브리프 앞부분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헉! 저 크기, 정말 실화인가?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갑자기 심장박동이 급격히 빨라지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수, 수건이 있나 제가 먼저 확인 좀 할게요. 요즘은 빨래를 좀 안 해서….”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숙이고 얼른 욕실로 들어가서 수납장을 열어 수건을 확인하는 척했다.
수건이 없을 리 없다. 어제 내가 이미 빼곡히 채워놨으니까.
“아, 다행히 있네요. 이 면티랑 바지는 지금 못 입을 것 같으니까 내가 다른 옷 드릴게요. 사이즈가 안 맞아도 젖은 옷 입는 것보단 그게 나을 거예요.”
나는 민망한 느낌에 그의 얼굴도 보지 않고 얼른 욕실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보니 자연히 묵직하게 처진 그의 브리프 앞부분이 또 눈에 들어왔다.
“후-”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뜨겁고 머리가 핑글핑글 돌아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초면에 제가 너무 실례가 많네요.”
이런 내 마음은 아예 짐작도 못 했을 그가 미안해하며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욕실 문이 닫히자 나는 두 손으로 뺨을 두드렸다.
“정신 차리자. 김지호. 괜히 변태로 몰리지 말고.”
나는 옷을 준비하면서 계속 두 손으로 뺨을 두드렸다.
내 옷은 좀 작을 듯하고 성철이와 키가 비슷하니 성철이 옷을 주면 될 듯했다. 성철이가 잘 안 입는 바지와 면티를 빼다가 보니 포장도 뜯지 않은 속옷이 보여 그것도 챙겼다.
뜻밖의 상황에 아뜩하고 경황이 없어 허둥댔지만, 옷가지를 챙겨서 거실 소파에 앉아있으니 문득 이 아까운 기회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하늘이 주신 천금 같은 기회야.
집이 멀다고 했으니 조금만 더 붙잡으면 전철이 끊어질 거고.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 집에서…!
나는 잠시 므흣한 상상에 빠졌다가 다시 눈을 빛내며 각오를 다졌다.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차는 바보는 되지 말자.
암, 그래야 하고말고.
“밖에 옷가지 준비해 뒀어요. 마침 새 속옷이 있어서 같이 뒀으니 그걸 입으세요.”
나는 욕실 문을 두드린 다음, 문에 대고 소리쳤다.
“아, 네. 감사합니다.”
의외로 그는 빼지 않고 시원시원했다.
옷가지를 욕실 앞에 둔 다음 나는 거실을 서성이며 전략을 짰다.
아까 땀을 많이 흘렸으니 목이 마르겠지? 목마를 때 시원한 걸 권하는 거야.
가만, 집에 맥주가 있던가?
초조한 마음으로 냉장고 문을 열자 며칠 전에 성철이가 마시려고 사다 놓은 6개들이 캔맥주세트가 두 개나 있다.
예스! 오늘 네 덕을 톡톡히 보는구나, 성철아. 다음번에 이 은혜는 꼭 갚으마.
에어콘을 빵빵하게 튼 다음, 시원하게 식힌 맥주를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나쁜 짓이라도 저지르는 사람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애써 태연하게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 체했다.
잠시 뒤 욕실 안에서 손이 나오더니 옷가지를 가지고 다시 쏙 들어갔다.
내심 그가 타월만 두르고 나와서 내 앞에서 옷을 입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던 나는 주책이라며 스스로 머리를 콩콩 쥐어박았다.
옷을 갈아입은 그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밖으로 나왔다. 아까보다 훨씬 밝은 표정이다.
“저 때문에 밤늦게까지 못 주무시고 정말 죄송해요.”
“아니에요. 평소에도 늦게 자지만 내일 마침 쉬는 날이라 부담도 없어요. 게다가 하우스 메이트도 오늘 없으니 원하시면 자고 가셔도 돼요.”
이런 거지! 자연스럽게 자고 가기를 유도하는 것.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을 했지만 막상 말을 꺼내고 보니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좀 불안하다.
이거 너무 뻔한 수작인가? 설마 변태로 보는 건 아니겠지?
“아, 하우스 메이트가 있으시구나. 혹시 애인?”
그가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예? 아니에요. 친구 녀석이에요. 그 옷 주인요. 목마를 텐데 시원하게 맥주 한잔하세요.”
그가 먹지 않는다고 할까 봐 일부러 캔을 따서 앞에 놓아 주었다.
이럴 때 보면 난 정말 잔머리 대마왕이다.
안 마신다고 하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는데 이번에도 사양하지 않고 성큼 맥주캔을 집어 든다.
“안 그래도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났었는데 잘 마시겠습니다.”
그리고는 꿀꺽꿀꺽 숨도 쉬지 않고 한 번에 다 마셨다. 맥주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꿈틀거리는 목울대를 보니 이번에는 맥주 광고를 찍는 모델 같다.
어쩌면 저렇게 모든 게 다 멋있을 수가 있지?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씐 모양이다.
얼른 냉장고에서 맥주 6개들이 세트를 아예 통째로 가지고 왔다. 안주로 먹을 볶은 땅콩도 함께.
“목마를 때 좀 더 드세요. 이 날씨에 배달하려면 정말 고생이겠어요.”
“예. 요즘 같은 날씨에는 하루에도 땀을 몇 차례나 흘려요. 낮에는 햇볕까지 내리쬐는데 헬멧을 벗을 수가 없어서 몸에서 아예 소금이 나올 지경이에요.”
그가 마다하지 않고 맥주캔 하나를 또 집었다.
“정말 그렇겠어요.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길이 미끄러워서 정말 고생일 것 같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조금만 늦어도 다들 항의를 하시니.”
그 말에 내가 찔려서 속이 뜨끔했다. 콜라 빠졌다고 항의한 거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저도 콜라 안 왔다고 항의했는데 듣고 보니 좀 미안하네요.”
“아니에요. 그건 저희 잘못이죠. 콜라까지 주문하신 건데 빠뜨릴 수는 없죠. 참, 우리 가게에서 이번 주에만 벌써 세 번 시키셨죠?”
헉! 내가 피자를 세 번이나 시킨 걸 어떻게 알고 있지? 너무 눈치 없이 시켰나?
진상이라고 하면 어떡하지?
소심한 나는 걱정부터 앞섰다.
“그래서 사장님이 고객님을 기억하세요. 콜라도 어서 갖다 드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어요. 세 번 다 지난번에 제가 추천해 드렸던 스페셜 피자 시키셨던데요? 어때요? 괜찮죠?”
그가 맥주를 마시며 씩 웃었다.
눈웃음을 지어서인지 물기 묻은 머리칼이 유난히 반짝였다.
아 심장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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