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배달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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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피자 정말 맛있더라구요.”

 

그쵸? 맛을 보신 분들은 꼭 그것만 찾으시더라고요.”

 

. 혹시 출출하지 않으세요? 피자 아직 손도 안 댔는데 같이 드실래요? 아니면 피자만 보면 질리시려나?”

 

역시나 이번에도 오버한 것 같아서 말을 꺼내놓고 괜히 멋쩍었다.

 

이건 뭐 내가 좋아한다고 대놓고 광고하는 거나 다름없다.

에효. 아무리 좋아도 자존심이 있어야지.

 

거절하거나 이상한 눈으로 보면 어쩌나 싶어 속이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좋죠. 이 시간만 되면 늘 출출하거든요.”

 

인제 보니 이 사람 뺄 줄을 모른다. 뭐든 시원시원하다.

 

오늘 고객님께 신세를 너무 많이 지내요. 샤워에, 옷에, 맥주에, 이제는 피자까지. 하하하.”

 

잘 생긴 녀석이 성격도 좋은데 웃기도 잘한다.

이 기회로 이름하고 번호를 따야겠다.

 

이렇게 같이 맥주까지 마시게 되었으니 우리 통성명이나 해요. 저는 김지호라고 해요.”

 

. 저는 이현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반가워요. 그런 의미에서 건배!”

 

우리는 캔맥주로 건배하고 쭉 들이켰다.

 

그런데 실례지만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저보다 형이신 듯한데.”

 

현재가 물었다.

 

몇 살로 보여요? 맞춰 보세요.”

 

나이 맞추기 게임. 이런 사소한 걸로 이 사람의 사회성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나에 대한 호감도도.

숫자가 높아질수록 사회성과 호감도가 낮은 거지.

 

솔직히 저 다른 사람 나이 잘 모르는데요, 형은 알 것 같아요. . 많아 봤자 저보다 두세 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현재 씨 나이가 몇 살인데요?”

 

저는 22살입니다.”

 

이런! 나랑 띠동갑이다.

체격이 커서 나는 스물 대여섯쯤으로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리다.

 

그런데 뭐라고? 내가 자기보다 기껏해야 두세 살 많아 보인다고?

그럼 내가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인다는 건가?

 

순간 이 사람이 나를 놀리는 건지 진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럼 내가 한 번 놀려볼까?

 

저런. 틀렸어요. 나랑 동갑인데요?”

 

? 동갑요? , 죄송합니다. 저는 형인 줄 알았어요.”

 

현재 얼굴이 붉어졌다.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표정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내가 그렇게 동안으로 보이나?

하긴, 요즘도 내가 대학생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음하하하, 내가 좀 동안이긴 하지.

그래도 10살이나 어리게 봐 준 건 현재가 처음이다.

 

동갑인데 우리 말 놓자. 어때?”

 

현재가 먼저 말을 놓으며 제안했다. 이 녀석, 정말 화끈하다.

 

그럴까?”

 

속이 오글거렸지만 현재가 언제까지 속아 넘어갈지 궁금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럼 우리 친구 된 기념으로 다시 건배!”

 

띠동갑인 녀석과 동갑인 척하려니 민망해서인지 자꾸만 웃음이 났다.

 

이 녀석, 성격은 좋아 뵈지만 좀 호구 기질이 있나?

어떻게 내 말을 금방 믿는 거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넌 그럼 학생인 거지?”

 

현재가 물었다.

 

아이고, 이거 갈수록 큰일이네.

학교 졸업한 지는 한참 되었지만 학생인 척해야 해서 10년 전 학창시절을 급히 소환했다.

 

, ? , 그렇지.”

 

무슨 과야?”

 

영어과.”

 

, 그래? 우와. 영어 잘하는 사람 보면 정말 부럽던데.”

 

어느새 현재 두 눈이 초롱초롱하다.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다.

 

난 건축학과야. 곧 입대라 입대 전까지 아르바이트 겸 사회생활 중.”

 

현재가 씩 웃었다. 녀석, 치아도 참 가지런하다.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 또 가슴이 설렜다.

 

요즘 토익 공부 중인데 점수가 안 올라. 내가 언어 쪽에는 소질이 좀 없거든. 그래서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 .”

 

, 그렇군. 학창시절에 내가 또 과외 전문이었는데.

영어 과외 해준다고 꼬시면 넘어올까?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밤 두 시가 훌쩍 넘어갔다.

 

너 피곤하겠다. 자야지.”

 

어 그래.”

 

내 룸메이트가 오늘 안 들어와서 침대가 하나 비는데 그 침대에서 잘래?”

 

현재를 성철이 침대에서 재울 요량으로 물었다.

 

아니야, 난 그냥 이 소파에서 잘래. 여기 편하고 좋은데 뭘. 너도 들어가서 자.”

 

그래. 그럼. 얇은 이불이나 하나 갖다 줄게. 너무 안 덮고 자면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 고마워.”

 

성철이가 덮는 이불을 갖다 주려고 하다가 마음을 바꿔 내 이불을 주기로 했다.

내 이불에 녀석의 체취가 조금이라도 묻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밑에 깔 것도 하나 챙겨서 다시 거실로 나왔다.

현재는 정말 피곤했던지 그 잠깐 사이에 벌써 숨을 쌔근쌔근 쉬며 잠들어 있었다.

내가 준 면티와 반바지를 입고서.

 

나는 조용조용 거실 테이블 위의 맥주 캔을 정리했다.

배 부분에 이불을 살짝 덮어주었으나 더운지 금방 이불을 차 냈다.

 

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서 캔에 남은 맥주를 마저 홀짝거렸다.

 

이렇게 밑에서 보니 녀석의 얼굴이 정말 훤칠하다.

눈썹도 시원시원하고 콧날은 우뚝하고 입술은 또 왜 이렇게 탐스러운지.

그 순간, 만지고 싶어서 혼났다.


원래 계획은 술을 잔뜩 먹인 다음 좀 더 진도를 나가는 것이었는데 그 계획은 아무래도 접어야 하나 보다.

 

그래도 이렇게 물끄러미 현재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다.

나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거실 불을 끄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잤을까. 자다가 목이 말라 깼다.

술을 마시면 꼭 중간에 이렇게 한 번은 깬다.

 

나는 주방으로 가려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주방 불만 켠 뒤 물을 마시며 현재가 잘 자고 있나 궁금해서 고개를 돌리다가 그만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말았다.


현재가 어느 틈엔가 면티와 바지를 벗고 내가 준 트렁크 팬티만 입은 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트렁크 한가운데가 터질 듯이 팽팽하게 텐트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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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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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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