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아저씨 -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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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아저씨에 이어지는 바로 위층 아저씨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어쩜 저 아저씨는 저리도 말이 없을까?
인사를 해도 고개만 꾸벅, 말을 걸어도 싱거운 미소만 줄 뿐 도무지 말을 않는다.
혹시 벙어리인가?
그건 아닌 것 같고..저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우리집(다세대 주택 아시죠?) 위층에 사는 아저씨는 너무나 말이 없으시다.
혼자 외로이 사시는 분인데 연세는 아마 50정도 되신 것 같다.
옆집의 그 뻔뻔스러운 대물 아저씨와는 격이 틀리신 분이긴 한데..너무 말이 없으시니 답답하다.
내가 이토록 저 아저씨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뭐긴..외모지!
외모! 체격!
무슨 말이 필요 있으랴!
응큼한 남색의 열정은 지칠 줄 모르는 나도 참 한심하다.
어쨌든 그 분을 한번 묘사해보겠다.
일단 눈빛이 곱다.
얇게 쌍꺼풀 진 눈을 바라볼 때면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늙으셔서 피부는 좀 늘어지셨지만 그로 인해 그 분의 인상은 너무나 따뜻하고 푸근해 보였다.
적당한 크기의 오뚝한 코, 부드러워 보이는 연 자주색 입술..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묘한 제스처나 표정.
178정도의 다소 커 보이는 키..약간의 나이살이 찌셨지만 결코 살쪄 보이지 않는 후덕한 체격.
사람이 너무나 착해 보이고 순진해 보이면 억지라도 다가가서 교활한 어떤짓(?)을 하고 싶은건 왜일까?
그 사람을 갖고 놀며 조금씩 희롱하며 나중엔 강제라도 욕을 보이고 싶단 그런 못 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난 참으로 못 됐다.
왜 이런 생각이 들지?
그 아저씨는 세상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을 듯 한 천사 같은 분 이신데..
그런 그 분을 보며 이런 사악한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 내가 그 사람에게 그럴거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람이 그러면 못 쓰지..그럼, 그럼..
하지만!!!
난 오늘 어쨌든 저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
그럼..난 궁금한 건 못 참는다!
설마 내가 이 지구본 만한 수박덩어리를 잡수어 보시라고 내미는데 '고맙다'
'잘 먹겠다' 말 한마디 안 할 일 없다.
난 낑낑대며 그 수박 덩어리를 들고 그 분의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문이 열렸다.
그 분의 인자한 얼굴이 살짝 보여 그냥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헤헤..싸길래 하나 더 샀어요. 드셔보세요."

고맙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그의 입이 조금 열리더니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는 것 같다.
난 숨을 죽이며 그 분의 입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허허.."

딱 두 마디!
허허..끝이다.
고맙다는 눈빛과 잘 먹겠다는 눈빛을 주시더니 두 마디 웃음으로 끝내버렸다.
이런..작전실패!!
하지만, 여기서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저기..부탁할 것이 잇는데요..제가 망치가 없어서 좀 빌리려고 하는데..."

망치?!!
웬 망치?
난 왜 이리도 머리가 잘 굴러가지?
각본에도 없는 말을 꺼내어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고 말겠다는 이 의지..
하지만 역시나 다를까 그분은 아무말없이 집안으로 들어가시더니 꽤난 무겁고
커다란 망치를 네게 내미는 것 아닌가?
휴우..진짜 강적이다.
입에 무슨 풀칠이라도 하셨나?
에라 모르겠다!!
난 망치를 받는 척 하다가 일부러 떨어뜨려 내 발등위에 세게 떨어지게 했다.

"으악~!!!"

하나도 안 아팠다.
하지만 난 발을 부여잡고 뼈라도 부르진 듯 꾀병을 부렸다.
사람이 이러는 데 설마 말을 안 하겠어?
...
...
안 했다!!
말?..안 했다!!! 정말 기동 찰 노릇이었다.
말 대신에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부축하더니 자신의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시는 게 아닌가?
나를 거실 소파에 앉게 하더니 약상자를 부리나케 들고 나오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내 양말을 벗기고 내 발을 조심스레 주무르며 내 표정을 살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계셨다.

"괜찮아요..별거 아녜요."

난 너무 미안하고 사람을 놀리는 것 같아 그만 일어나려고 하는데..그가 날 저지했다.
물론, 말 안하고 행동으로...
그러더니 부엌으로 가서 유리잔에 음료를 부어서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착한 아저씨..
너무나 착한 아저씨..옆집 뻔뻔이 아저씨와는 비교도 안 되는구나!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내가 준 수박을 썰어 오셨다.
난 수박을 몇 입 물다가 일나며 말했다.

"아저씨..저 괜찮아요. 이제 그만 갈게요."

가다니?! 어딜 가?!!?
아직 성공도 못했는데..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못 되고 교활한 수작일 뿐이다.
난 일어나는 척 하면서 옆에 놓여진 선풍기에 강하게 쓰러졌다. 일부러..

"꽝!!!"

너무 세게 넘어졌나? 진짜로 너무나 아팠다.
덕분에 선풍기가 부서졌고 아저씬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아저씨..선풍기를 부수다니.."

난 일부러 말꼬리를 흐리며 정신을 잃은 듯이 연기를 하며 그 자리에 큰 대자로 누워버렸다.
아저씬 놀라 허둥대시더니 수건에 물을 묻혀서 내 이마에 대고 나서 어디론가 부리나케 나가셨다.
아마 약국에 갔을거다.
약 사러..충분히 그럴 분이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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