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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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에 보내주신 호응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번 글은 제법 길어서 연재로 할까 하다 단편으로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한번에 올립니다.
어제 옷사러 나갔다가 오락실 노래방을 들렀는데, 팝송 중에서 안되는 곡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기기가 금영이었다고 굳이 밝히지는 않겠습니다.-_-;
Rialto의 노래를 못 부른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려서 집에 오는 내내 흥얼거리다 이렇게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노래의 내용은 여자친구의 집에서 헤어진 남자가 집으로 돌아와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집에 있겠다고 했던 애인이 전화를 받지 않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어느덧 아침이 밝아버렸다는 내용입니다만, 여기선 좀 바꿔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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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들어서는 승민은 습관처럼 내실의 전등 스위치를 켜고 신발장 위의 리모콘을 집어들었다. 한손엔 비라도 쫄딱 맞은 듯 온몸이 축축히 젖어 잔뜩 겁먹은 눈동자만 굴려대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경계의 울음소리를 뿜어대고 있다. 그다지 목청이 트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자정을 향해 달려가는 시각에 요란하게 울려대는 고양이 소리는 주민신고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 이 오피스텔의 소위 교양있는 독신자들은 작은 풀벌레 소리도 용납할 여지가 없는 냉혈인간들이다. 가끔은 이런 곳에 적을 두고 있는 승민조차도 극도의 반감으로 괴성을 지르고 싶어질 정도로 개개의 삶은 철저히 독립되어 있는 곳이다. 콤포넌트의 볼륨은 10으로 고정된 지 이미 오래다. 그로인해 굳이 방수시설까지 갖춘 스피커를 욕실에 따로 비치해야 했던 기억은 그들에 대한 반감이 물러설 수 있는 여지를 원천봉쇄시켰다.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큰 편이긴 했지만 승민의 두 손 안에 쏙 들어앉고도 여백이 있는 이 조그마한 생명체는 오피스텔 뒷골목 쓰레기더미 속에 버려져있었다. 포장도 벗지 않은 채 냉장고 안에서 몇 달을 고스란히 지냈을 먹거리들이 가득 차 있는 쓰레기 봉투가 즐비한 그 곳은 집없는 도둑고양이들의 든든한 은신처가 되어주었다. 자신들 스스로가 놀이터를 만들어 주고서도 깊은 새벽 울어대는 고양이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담배를 찾아대는 이 곳의 입주자들은 분명 화성에서 온 외계인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어찌됐든 그런 화성인들로 인해 새로운 룸레이트를 구하게 된 승민은 입주 후 처음으로 그들에 대한 눈꼽만큼의 고마움을 표했다. 오늘은 요란스러운 벨을 누르지 않았다.

신발장 옆에 자리한 20ℓ들이 쓰레기통은 아침에 비워둔 덕에 말끔한 속을 드러내고 있었고, 승민이 샤워 준비를 할 동안 새식구의 임시거처가 되기에 충분했다. 굳이 뚜껑을 닫지 않더라도 조막만한 녀석이 빠져나올 방도는 없을 것이다. 현관 조명은 밝게 조절해 켜두었다. 그것은 녀석의 도둑 근성을 하루빨리 없애기 위해서라도 매우 현명한 조치라고 생각했다.

신발을 벗는 동안 신발장 옆에 걸어둔 거울을 통해 취기 때문인지, 아직은 쌀쌀한 밤바람 때문인지 빨갛게 익어있는 콧잔등을 확인했고, 눈동자에 투영된 지원의 웃음띤 얼굴을 확인했다. 얼핏얼핏 평소엔 느낄 수 없었던 멍한 시선을 목격하기도 했지만, 지원은 오늘도 행복한 웃음을 머금은 채 손을 흔들어 보이며 버스에 올랐다.

욕조에 물을 틀고 외투를 벗어 거는 동안 녀석이 금속성 울음을 한 번 냈을 뿐, 실내엔 여전히 욕조에 물받히는 소리와 Louis Eliot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영상적인 사운드만이 흐르고 있다. 승민은 책상 위의 휴대폰으로 슬쩍 내던진 눈길을 거두며 셔츠와 바지를 벗어 빨래바구니에 담았다. 지원의 전화만 오면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이 편안한 밤을 맞을 것이다. 단지 평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축축히 젖은 털을 하고서 아직도 날카로운 경계의 신음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는 도둑고양이 뿐이다.

승민은 잡동사니들이 보기 좋게 잘 정리되어진 세탁실 문을 열고 선반 위에 자리한 빨간색 플라스틱 대야를 집어 들었다. 청소를 자주하여 집안의 모든 곳이 나름대로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몇일 새 대야에는 뽀얀 먼지가 앉아있었다. 반쯤 열리는 스캐치북만한 창을 제외하고는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처음 이 곳으로 올 때부터 꺼림칙했던 공간. 세탁실 문을 열 때 마다 환풍기를 설치해야겠다고 되새기곤 했지만 이 곳의 환풍기 건에 대한 것은 메모하는 것조차 게을리했으므로 매번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반면 맞은 편의 욕실은 자신의 공간을 이 곳으로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곳이다. 성인 남자의 몸을 쉬이 누일 수 있을 정도의 큼직한 욕조와 깔끔한 샤워시설, 무엇보다 빙 둘러싼 외벽이 유리로 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외부인이 침입하지 않는 이상 딱히 샤워커튼을 사용할 일은 없었고, 화장실은 따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욕실에서 바로 통할 수 있는 구조였기에 샤워 중에도 곤란할 일은 없었다. 또한 이 곳으로 거처를 옮긴 후, 샤워커튼을 사용해야 할 상황은 없었다. 이 정도의 욕실이라면 누구라도 세탁실의 환기 시설은 슬쩍 눈감아 줄 수도 있는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승민도 그런 '누구' 중의 하나였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Summer's over"를 흥얼거리며 세탁실을 나오려는 순간 맞은 편의 욕실에서 물넘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세탁실 문을 닫고 평소보다 큰 보폭으로 수증기로 뿌옇게 흐려져 내부 상황을 분간할 수 없는 욕실로 향했다. 승민은 다음 번 세탁실 문을 열 때에도 또 한번 인상을 잔뜩 구길 것이다.

넘치고 있는 욕조 속의 물은 적당히 잘 데워져 있다. 승민은 욕조에 누워 쇠추라도 단 듯 무거워진 눈꺼풀을 내리고서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는 순간을 상상하며 엷은 미소와 함께 수도 꼭지를 잠궜다. 욕조 속의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대야의 먼지를 대충 씻어내고는 두어 바가지의 물을 붓고 바디샴바드를 풀었다. 비록 대야를 깨끗하게 씻어내지는 않았지만 쓰레기더미 속을 전전하던 도둑고양이에게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욕조보다 호화로운 욕조가 되어 줄 것이다. 그 후 녀석은 앞으로 주인과 함께 주인의 욕조 속에서 목욕을 하는 영광을 평생 누리게 될 것이라고 승민은 생각하였다.

도전하기에는 쓰레기통이 너무 높았는지 녀석은 잔뜩 웅크리고 앉아 고개만 치켜들고 있다. 승민의 손이 다가가도 별다른 저항이 없는 것으로 보아 녀석은 많이 지쳤든지, 승민에 대한 경계를 풀기 시작했든지, 아니면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승민이 준비한 그만의 초호화 욕조로 들어간 녀석은 금새 물색깔을 검게 흐려놓았다. 두어번 샴푸로 박박 문질러대고 나서야 녀석의 몸을 감싸고 있던 털이 검은 줄무늬의 회색이 아닌 백조의 깃털처럼 새하얀 색이란 것을 알 수 있었고, 승민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1차 목욕을 끝낸 녀석의 털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목욕 중 녀석의 품행으로 보아 어느 콧대 높은 집안의 애완용으로 갖은 허세와 영욕을 부리며 지냈을 듯하다. 어쩌면 그런 어미를 둔 새애끼-젠장 단어 제한 때문에...-_-;;- 고양이로써 곧 어미의 뒤를 이어 모든 권력을 이양받을 후계자였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녀석의 크기로 보아 후자일 듯했다. 만약 그랬다면 녀석에겐 조금 안된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 여기에서의 생활만 익힌다면 예전에 살던 곳 못지않게 분명 이 곳에서도 사랑받을만한 식구가 될 것이라고 승민은 생각하였다. 그렇게 사랑을 듬뿍 받은 후엔 지원의 집으로 옮겨질런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욕실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Quarantine"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집안에 새로운 구성원이 생긴다는 것은 여러모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짐승이든 간에. 어디까지나 사람보다 나은 짐승이 존재하거니와 짐승보다 못한 사람도 존재한다. 승민은 녀석이라면 전자에 해당할 것이라 단정했다. 승민은 따뜻한 욕조 속에서 조용히 눈감고 하루를, 지원을 떠올리던 목욕 시간을 앞으로 함께 지내게 될, 자신이 없는 텅빈 집을 지키게 될 녀석과의 친분을 쌓는 것으로 대신했다. 녀석은 제법 헤엄도 칠 줄 알았고, 가끔은 승민의 목덜미를 핥을 줄도 알았다. 내일 동물병원에 데려가 건강검진을 받고 나면 때때로 염치없이 승민의 입술을 핥으려 낼름거리는 혀도 허락할 것이다. 아직은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녀석이지만.

승민은 세면 타월로 머리와 몸의 물기를 대충 훑고서 녀석의 몸에 있는 물기를 닦아낸 후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싸고 나왔다. 까만 밤하늘에 하나둘 반짝이는 별빛을 제압해버린 도시의 야경은 이제 승민에게 있어 그다지 큰 볼거리를 제공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별을 볼 수 없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커튼을 쳐두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요즘이다.
'Go to sleep, all your dreams are sweet, we'll keep the world at bay 'til you wake up in the morning.'
Eliot의 목소리는 내지를 때보다 끊어질 듯 가늘게, 여리게 이어나갈 때가 한층 호감이 간다. 앨범 전체를 곧잘 따라부르곤 하는 승민이지만 유달리 이 부분에서만큼은 눈을 감고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이 있다. 락커의 여린 호소는 이따금씩 승민의 온 신경을 집중시키게 하곤 했다. 승민은 언젠가부터 고음 일색의 질러대는 락커들에게 식상해가고 있었다.

드라이어를 꺼내어 전신거울 앞에 주저앉은 승민은 침대 밑 서랍을 뒤적이다 엷은 반바지와 긴소매 면티를 꺼내들었다. 커다란 눈동자의 새식구가 신경쓰였다기보다 오늘은 평소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을 듯했기에 체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집을 나와 이 곳에 터를 마련하면서부터 승민에게 생긴 가장 편안하고도 파격적인 습관이라면 부드러운 실크를 온몸으로 느끼며 나신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잠자리에선 모든 구속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이 꿈속을 헤메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시도한 것이 어느새 몸에 베어버린 것이다. 혼자 살기에 가능한 모든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었던 욕구의 표출이라며 시작된 그의 나신 잠자리는 어느새 혼자로써 단련된 이성을 키워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지원은 승민의 그런 무한한 자유로움이 자신을 되려 속박시키는 것 같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승민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면 비록 지원이라도 자신을 구속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이는 승민의 지원에 대한 태도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둘 사이에 누군가가 끼어들 틈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마음만은 어디까지나 서로에게 충실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승민의 휴대폰은 아직도 침묵에 휩싸여 있다.

약한 온기에 털을 말리고 있는 고양이가 차츰 제 모습을 찾아갈수록 승민은 언제나 예쁜 사진속 주인공으로만 등장하던 페르시안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녀석이 150만원을 호가하는 핏줄을 타고난 고양이일런지 몰라도 어디까지나 승민에겐 길잃은 도둑고양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되뇌었다. 별볼 일 없는 주인의 별볼 일 없는 거처에 사치스런 페르시안 고양이는 어울리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눈송이처럼 새하얀 털을 휘감고서 "When we're together"의 박자에 맞춘듯 정기적으로 폐를 놀리고 있는 녀석의 회색빛 반투명한 눈동자와 잠시 눈맞춤을 하고선,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진열장엔 작은 보풀 하나까지도 말끔히 건조되어 둥글게 잘 말려져 있는 하얀색 타월이 사열을 받는 해군 장교처럼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듯 질서 정연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처음 이사왔을 때 제법 눈에 뵈던 컬러풀한 수건들은 이미 걸레통에 들어갔거나 걸레로써의 역할도 마치고 수명을 다해버린 폐건전지와 함께 어느 매립장 한쪽 귀퉁이에서 썩어가고 있을 것이다. 곧 그 걸레통의 주인도 때 잘타는 흰색의 면수건들로 바뀌어질 테지만. 사열대 앞의 승민은 아직 처음의 볼륨감이 살아있는 제일 뽀송뽀송해뵈는 수건을 하나 집어들고 욕실을 나섰다.

승민은 몇달 째 앙상한 등나무 줄기만을 자랑하고 있는, 한때 그것이 제법 먹음직스러운 사탕으로 채워져있었을 것이란 짐작을 가능케 하는 TV 위의 바구니에다 방금 마친 사열을 통해 선택되어진 아직도 은은한 허브향을 풍기고 있는 타월을 최대한 평평하게 또한 푹신하고 따사롭게 깔아 새식구의 잠자리를 마련했다. 가끔씩 찾아드는 홀로 잠드는 밤의 외로움이 관우의 청룡언월도가 되어 승민의 가슴에 내리꽂힐 때, 오래전부터 그 생채기를 치료해주던 침대 머리맡의 곰을 닮은 덩치만 큰 천쪼가리의 집합체를 대신해 자신의 체온으로 감싸줄 수 있을 기회를 갖게 될런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이 길잃은 도둑고양이에겐 주인의 잠자리에서 동침할 수 있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황홀한 외도가 될 것이며, 하룻밤의 달콤한 잠자리는 커튼 새로 수줍게 내비치는 새색시같이 영롱한 샛별과 함께 주인의 따뜻한 배려로 늘상 푹신함을 유지하게 될 자신의 공간으로 옮겨지게 될 터이니, 이 고급스러워 뵈는 새식구는 조촐한 등나무 궁전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주인의 이런 생각을 알고 있는지 없는지 마약과 같이 흘러나오는 "Milk of amnesia"의 멜로디로 환각상태에 빠진 듯 눈꺼풀을 반쯤 덮고선 바닥에 늘어져 있는 조막만한 페르시안 고양이를 집어들어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놓았다. 뒤척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녀석은 새 잠자리에 꽤 흡족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메일 확인을 위해 컴퓨터의 전원만 켰을 뿐 TV 리모콘으로 손을 옮기지는 않았다. 지금 시각이면 마감 뉴스도 끝났을 것이다. 승민의 TV는 볼만한 다큐멘터리나 TV 토론을 제외하면 뉴스시간대에만 제 기능을 발휘한다. 가끔씩 좋아하는 연기자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그 사용빈도가 늘어날 때도 있지만 공중파 방송의 편성표가 말해주듯 어디까지나 그런 축복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이라는 고정관념으로 VTR이나 DVD는 들여놓지 않았다. 빡빡한 생활비와 무엇보다 만만찮은 오피스텔 사용료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런 염려를 떠나서라도 승민은 그러한 시설들이 구차하다고 생각했다. 지원에게서의 메일은 없었다. 그 사이 CD는 12트랙을 소화해내고 월요일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냉장고에서 우유와 맥주 한 캔을 꺼내고, 이제는 낡아버려 외벽의 은색 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한 스테인레스제 포트를 준비했다. 지금껏 향긋한 허브차를 마실 수 있도록 그 기능을 충실히 발휘해 준 그것이기에 쉽사리 버릴 생각을 않고 있었지만, 승민은 이제 새식구의 따뜻한 식사를 위해 새로운 포트를 준비하리라 마음먹었다. 지난 주 쇼핑길에서 점찍어 두었던 군청색의 깔끔한 포트가 그려졌다.

미지근하게 데워진 우유를 도자기제 사발에 담았다. 기품있어 뵈는 새식구의 밥그릇이 되기엔 조금 미흡한 점이 있는 디자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친구를 데려온 것이지 상관을 데려온 것은 아니기에 승민은 잠시간의 기우에 스스로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잠에 취했는지 음악에 취했는지 페르시아 왕자는 꼼짝을 않고 새 보금자리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 "Dream another dream"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녀석은 꿈에서 깬 듯 허기진 배를 채워줄 따뜻한 우유가 담긴 사발에 눈동자를 고정시켰다. 승민은 그런 녀석에게 찡긋 눈웃음을 보이고선 새애끼-역시나..-_-;;-손가락으로 우유의 온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사발의 움직임만을 주시하던 녀석은 승민의 손이 사발을 떠나는 순간 잽싸게 달려들어 알맞게 식어있는 우유를 홀짝이며 배고픔으로 아우성치는 뱃속을 달래기 시작했다. 승민은 잠시 '쿠키라도 준비할까?' 하던 생각을 거두고서 포트에 남아있던 우유로 닳아가는 사발을 마저 채워주고선 길게 뻗은 다리를 책상다리마냥 접은 독특한 자세를 취해 그 앞에 엎드려 새식구의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흰털박이 새친구의 이름을 고민한다. 잠시 캔 뚜껑 따는 소리에 놀란 눈을 치켜뜨던 녀석은 고개를 들어 사방을 휙 둘러본 후에야 안심이 되었는지 다시금 탐욕스런 혀를 사발에 밀어넣고 낼름거리기에 몰두했다. 승민은 아직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고 "Untouchable"의 리듬에 따라 다리를 건들거리다 여전히 배채우기에 여념이 없는,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이방인의 새이름을 떠올렸다. 머리끝에서 꼬리끝까지 하얀색 털로 뒤덮고 있는 이 앙증맞은 친구의 이름은 Rialto 리드 보컬의 이름을 따라 앞으로 Eliot이라 불리워질 것이다. 녀석이 숫컷이든 암컷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지원이 좋아하는 매력적인 음색의 주인공 이름을 딴 것만으로도 앞으로 자신과 함께 생활하게 될 녀석에겐 또하나의 크나큰 영광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Hard Candy"의 매혹적인 리듬에 심취하며 여전히 우유 핥기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Eliot을 바라보는 승민의 눈꺼풀은 차츰 그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노래 불러줘요, 선배~"
진작부터 풀려버린 눈과 꼬일 데로 꼬여버린 혀를 힘겹게 놀리는 지원을 보며,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예비역들은 대책이 안서는 녀석을 앞에 두고서 녹다운 된 권투선수같이 의자에 널부러져 있었다. 복학을 하고서 처음 맞는 학기이기에 어느 때보다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승민은 아직까지 구하지 못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학교 밑 상가를 전전하다 결국 쳐진 어깨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술집으로 들어섰다. 이미 한바탕 진하게 치뤘는지 상견례를 감안하고서라도 테이블 위에 나뒹구는 술병은 얼핏 보아도 두 박스는 족히 넘을 듯했다. 분위기로 봐서 3학년 할머니들은 대부분 이미 자리를 떠났거나, 아예 참석을 안했거나, 처음에 잠깐 눈인사로 떼우고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승민이 들어서자 민석과 원형은 그나마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 승민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민석의 예기인 즉, 맞은 편에 앉은 이 꼬맹이 녀석이 술을 따르는 족족 받아마시더니 갑자기 눈이 풀려서는 한 시간째 노래를 불러달라고 보채는 중이며, 그것마저도 자신들은 제목조차 들었을까 말까한 팝송을 들먹이고 있다고 했다. 더 과관인 것은 안불러주면 당장 술마시고 죽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라는 것이다. '얼씨구나 잘 걸렸다' 하며 사발에다 소주를 꽉꽉 채워주는데도 먹고 죽을 지언정 노래는 꼭 들어야겠다며 벌컥벌컥 마셔대니, 이러다 뉴스에 날까 싶어 들이키던 사발을 뺏어드니 그때부터 노래를 부르라고 떼를 쓰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기막히고 황당한 요구인지라 옆에 앉은 새내기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은 한참 자대에서 뺑이치고 있을 '98年 4月에 나온 음반이라니 동기들 중에 알만한 녀석이 없다는 것과 혹시라도 승민이 알고 있을까 하여 계속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더라고도 했다. 승민은 그제서야 배터리가 떨어져 잠들어 있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Rialto의 "Monday morning 5ː19".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듯 색감있는 멜로디와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듯한 가사로 인해 mp3를 다운받아 몇 차례 들어보긴 했지만 전역 후의 승민에겐 노래를 외우고 다닐만큼의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욘석아~ 너 이름이 뭐냐?"
"옙!! 저는 한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1학번 윤지원입니다."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는 얼굴이었다. 반쯤 풀리긴 했지만 장난기 가득한 눈망울이 참 이쁘다고도 생각했다.
"어?? 이 선배는 처음 보는 얼굴이네? 혹시 알아요? 불러줄거죠? 헤~"
녀석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술자리에서의 모든 구속에서 자유로워졌다. 황당한 녀석이라고 결론내렸다.

덕분에 오늘 처음 보게된 넉다운된 몇명의 녀석들을 하숙집, 자취방, 기숙사까지 근처 학과 학우들의 침실을 모조리 접수하여 하나씩 누인 후, 차편이 끊긴 동기 녀석들과 그 때까지도 뉘일 자리를 구하지 못한 새내기 녀석들을 모조리 끌고 승민의 자취방에 신발을 벗은 것이다.
비좁은 방이라도 술기운에 얼키설키 섞여 잘 수도 있을 터였지만, 무자비한 새내기들은 급기야 승민의 방을 오물구덩이로 탈바꿈시켰고, 응당 승민의 집을 찾은 힘좋은 신참 예비역들은 밤을 세워가며 비누거품 속에서 이불을 밟아대야 했다. 승민은 상견례에 늦게 참석한 죄값으로 오물이 범벅된 녀석들의 얼굴을 닦아줘야 했고, 머리칼을 닦아줘야 했고, 방바닥을 세제를 묻혀가며 닦아내야 했다. 어차피 다음날 새로 말끔히 닦아내야겠지만 지금 이 상태론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리고, 열심히 밟아대는 동기들 대열에 동참하기 전에 이미 집안 가득 퍼져버려 방향제를 뿌려도 가시지 않는 시큼한 냄새로부터 다리품 파는 이들의 코를 해방시켜주기 위해 담배를 찾아 10분이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 24시 슈퍼로 뛰어야 했다. 3月이라고는 하지만, 밤공기는 한겨울 칼바람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선명한, 어쩌면 승민의 기억속에서 절대 지워질 수 없는, 처량한 듯 흘깃대는 아르바이트생의 곁눈질을 10초 동안이나 받은 후에야 담배 세 갑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반바지 차림이라 얼어버린 하체를 녹일 여유도 없이 팬티 바람으로 동기들이 땀흘리고 있는 냄새나는 전장에 몸을 던져야 했다.
지원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야심한 시각, 불길한 예감을 주는 고양이 울음소리다. 승민은 가만히 눈을 떴다. 안개를 뿌려놓은 듯 흐릿한 속에서 차츰 Eliot의 모습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머리맡은 끈적한 흰색 액체가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고, 녀석의 보금자리에 모셔져 있던 사발이 뒤집혀져 있었다. 스피커에선 "Underdogs"의 강한 일렉 기타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승민은 키친 타월과 내일이면 쓰레기 봉투 속으로 들어가게 될 너덜해진 하늘색 걸레를 가져와 Eliot가 저질러 놓은 사고 현장을 수습해 나가기 시작했다. 젖어버린 바구니 속의 수건을 새 것으로 갈아주고 사발을 고정시킬 만한 방법을 궁리하며 냉장고에서 또 하나의 우유를 꺼내 포트에 붓고 불꽃을 약하게 조절했다. 벽걸이 시계가 네 시를 알렸고, 승민은 공구 박스에서 굵은 철사를 20㎝가량 잘라 두 줄을 준비했다. 잘 데워진 우유를 사발에 부어 두고선 장식장의 서랍을 뒤적이다 지난 주말 어머니께서 두고 가신 뜨개질 소쿠리를 찾아냈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 몇 해째 집나와 혼자 사는 다 큰 아들의 목도리를 손수 준비하고 계셨던 어머니, 길이를 맞춰볼 겸 살림살이도 살필 겸 아들의 집에 들렀다 그만 소쿠리를 놓고 가신 것이었다. 어머니는 이번 주말에도 승민의 집으로 걸음을 하실 것이다.
승민은 제법 두꺼운 흰색 울 실을 철사에 하나씩 감기 시작했다. 두 겹을 꼼꼼히 감고 나서 Eliot의 새 보금자리에 고정시켰다. 촘촘한 바구니 틈새로 철사를 고정시키는 것이 생각만큼 간단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그런데로 흡족할 만큼 튼튼했다. 앞으로 Eliot가 바구니 안에서 요동을 치거나, 혹은 덩치가 더 커지지 않는 한 사발을 엎지르는 무례를 범하지는 않을 듯했다.

승민이 알맞게 식은 사발을 울타리 한 쪽에 놓아두고 Eliot를 제자리에 넣어주자 녀석은 갑자기 생겨난 바리케이트에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으나 곧 편안한 자세를 연마했다는 듯 유유히 우유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우유를 엎어버린 녀석은 승민이 잠든 사이 한참을 보채다 제 풀에 지쳤는지 이제는 꼼짝도 않은 채 혀만 낼름거리며 사발을 비워갔다. 몇번 째 반복되고 있는지 스피커에선 다시 "Broken barbie doll"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승민은 소리없이 애만 태우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승민이 꿰고 있는 지원의 강의시간표에 의하면 내일 아침 9시엔 언어학개론 수업이 있다. 밤을 새고 가거나, 수업을 빠질 생각이 아니라면 지원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있어야 했다. 어쩌면 학기 초라 학기 중에도 휴강을 자주 하는 방현준 교수는 이미 휴강 공고를 냈을런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밤 지원은 승민에게 그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었다. 휴강이라면 조금 더 늦게까지 함께 있었을 것이다.

"욘석아~ 지금 지원이 뭘하고 있을까? 왜 갑자기 안하던 행동을 해서 걱정을 시키는 걸까?"
Eliot는 승민의 물음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우유 핥기에 집중하고 있다. 녀석은 이제 세상의 어느 고양이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난 듯했다. 잿빛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흔적은 눈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넌 너무 귀족의 핏줄을 타고 났나보다."

이윽고 벽시계는 다섯번을 울렸다. 승민은 내일 아침 지원에게 들려줄 음악선물을 준비하려 휴대폰을 집었다. 화창한 봄 월요일 아침이라면 Bee Gees의 "How deep is your love"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았다. 언젠가 지원과 둘만이 함께 했던 노래방에서 들려줬던 노래. 지원은 꿈꾸듯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번호를 누르려는 찰라, 전화벨이 울렸다. 지원의 번호였다. 많이 늦어졌지만 지금에라도 전화를 받았기에 안심이 된 승민은 지원을 놀래킬 생각을 했다. 정색한 목소리로 '왜 이렇게 늦었어? 이젠 전화하는 것 귀찮아졌니? 내가 얼마나 걱정할 거란 거 생각도 안해봤어? 지금 어디야?' 하며 벌떼같이 쏘아댄다면 녀석은 분명 놀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녀석을 풀어줄 달콤한 한마디는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었다.

"지원이야? 너 이 녀석……"
"여보세요? 한승민씨 휴대폰이죠?"
삼십대 중반쯤으로 여겨지는 톤이 굵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 네, 그런데요. 제가 한승민입니다만…"
"이 휴대폰 주인의 신분을 알 수 있을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시는 분이시죠?"
"저, 저, 아는 선배입니다만, 누구신지…
아니, 지원이의 휴대폰을 왜…"
"휴대폰의 주인의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윤지원… 그런데 댁은 누구시죠? 왜 지원이 폰으로 전화를 하셨는지요? 지원이는 지금 어딨습니까?"
남자는 목소리를 가다듬 듯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 윤지원씨로군요. 윤지원씨께서 타고 가시던 버스가 고가도로를 지나던 중 추락하여…"
순간 승민은 휴대폰을 놓쳐버렸다. 사고라니, 교통사고라니. 분명히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새벽 다섯 시가 넘은 지금 사고라니. 승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며 바닥에 떨어진 송화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믿기지 않았지만 승민은 지금 남자가 말하는 사람이 지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한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다. 그는 분명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피곤해서 전화를 못한 채 일찍 잠이 들었을 뿐, 그는 지금 자신의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을 것이다.
"여보세요. 전화를 잘못 하신 것 같은데, 우리 지원이가, 그럴 리가요. 분명히 집에 가는 버스를 타고…"
"네, 일산 방향으로 향하던 xxxx번 버스가 추돌사고가 나 전복되었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상태가 워낙 위독해서…
달리 신분을 알 길이 없어 지금에서야 최근발신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는 중이었습니다.
혹시 보호자와 연락이 가능할런지요.
이름을 알게 되었으니 경찰쪽에서 신분 조회는 하고 있습니다만, 한시라도 빨리 유족들에게 소식을 전해야…"

이후 승민은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지원의 집전화번호를 일러준 것도 같고, 병원의 위치를 들은 것도 같았다. 승민은 Eliot에게로 달려가 그의 품에 가만히 안아들었다.
"거짓말일거야? 그치, Eliot?
아니,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거야.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걸거야.
곧 날이 밝을테니 이 지옥같은 꿈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야, 그치?"


승민의 손목을 잡아끌다시피 하여 들어간 학교 앞 레코드점에서 지원은 Rialto 앨범을 골라서는 예쁘게 포장해 달라고 했다. 승민이 지갑을 꺼내는 사이 미리 준비해둔 듯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지불한 지원은 곧장 승민을 이끌고 레코드점을 빠져나왔다. 오후 5시를 향해가는 학교 앞 거리엔 식당을 찾아, 술집을 찾아, PC방을 찾아 삼삼오오 짝을 지은 무리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레코드점 앞 계단을 내려선 지원은 승민에게 CD를 건네며 이미 둘 사이에선 어색해져버린 존대를 섞어가며 말했다.
"나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꼭 이렇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새벽 다섯시가 넘도록 애인 걱정에 잠 설치고 있는 못난 사람 되지 말라고.
앞으로 꼭꼭 내가 먼저 전화할께요.
대신 이 앨범은 하루에 한번씩은 꼭 듣기다?
약속할 수 있지?"

Eliot의 눈동자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 날의 지원을 발견했을 때, Eliot의 심장은 멈추어 있었고 "Monday morning 5ː19"이 승민의 귓전을 때리고 있었다.

Well, heaven knows what then is this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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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씨에 의하면 사람의 일생이 종국엔 죽음으로 맺어진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비극성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제 글들이 꽤 비극적입니다만, 앞으론 희극적인 글도 써보고 싶습니다. 하하.

어쨋거나 다들 좋은 하루 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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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novel?sca=&amp;sfl=wr_name,1&amp;stx=다호" data-toggle="dropdown" title="다호 이름으로 검색" class="sv_guest"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다호</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올려놓고 보니 손볼 곳이 많이 있더군요.
수정본을 계속 바꾸기보단, 그냥 제 홈에 올려뒀으니,
최종본은 홈에서 확인하십쇼. 꾸벅.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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