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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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무! 그는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흔들리기 보다는 훨씬 이전 부터
나와 같은 성 정체성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단지 서로가 그러한 감정과 정체성을 일으키거나 드러낼 만한
계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여겨졌다.
나름대로 그러한 생각에 미치자
문득 몇해전에 이상무가 다니던 회사동료의 초상집에
문상을 다녀오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이상무의 회사에 있는 승합차로 7~8명이 전북 김제로
문상을 가서 늦은 식사와 술을 대접 받고서
우리 일행은 승합차에 올라 타니까
모두들 피로와 밀린 잠에 못이겨 잠이 들고 말았다.
승합차의 좌석 하나에 두사람씩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았고
나와 이상무가 맨 뒷좌석엘 앉아서 졸고 있는데
이상무가 잠에 취해서 나에게 머리를 기대기에
옆으로 자리를 벌려 주고서 한참을 졸다 보니까
이상무는 내 허벅지와 가랑이 사이에 고개를 묻다시피하고서
잠에 취해 있었다.
간간이 내쉬는 그의 따스한 숨결이 전해져 올라오는 기분이
묘한 자극을 받으면서 싫지 않기에 이미 달아나 버린 잠을
자는척하면서 인천엘 도착하도록 그러고 앉아있던 기억이 난다.
두번에 걸친 내 행동에 거부감이나 저항이 없었던것으로 보아서
분명 이상무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아울러 이쪽 세상에서 그토록 찾기가 어려운 이상형의 사람을
바로 곁에서, 그것도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형제처럼 지내는 사람과 감정을 공유한다는것을 당시에 나로서는
어리석게도 크나큰 행운이라도 얻은듯, 마치 근친상간이라도
하는듯한 짜릿한 쾌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갈등과 번뇌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줄은 모르고서...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주말 오후에
이상무가 퇴근을 하면서 전화를 했다.
"오늘 시간이 어때?"
"별일은 없어요, 그리고 형이 보자는데 열일을 제쳐 두고라도
시간을 만들어야지..."
촐랑 거리는 내목소리와는 반대로 그는 덤덤하게
"그럼 자네 차 가지고서 남동공단 입구 소방서로 나와!" 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서 나는 엉덩이가 들먹거려서 하늘로 솟구치기라도 할
기분에 이상무가 약속 장소에 도착 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멀었건만
차를 운전하며 오늘은 분위기 넘치는 어느 장소에서 얼마나 그를
안을 수 있을까? 하는 공상을 하고 있었다.
갖은 공상을 하며 혼자서 차안에서 싱글거리고 있는데
이상무의 차가 조금 떨어져 있는 세차장과 카센터에 주차를 하고서
종업원과 애기를 나누고 있는데 차의 뒷부분이 무언가에 부딛친듯이
일그러져 있었다.
이윽고 이상무가 다가와서 운전석 문을 열면서
자기가 운전을 할테니 날더러 옆자리로 앉으라더니
아무 말없이 차를 신갈 방향 고속도로 로 향하는데
오토매틱 체인지 레버에 얹어 놓은 오른손에 서너겹의 붕대가 감겨있고
누런색의 병원 소독약이 붕대 밖에까지 배어 나와 있었다.
굳이 묻지 않더라도 며칠전 송도에서
화물차에 주먹질을 하던 상처이란걸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 마음으로 그토록 미련한 주먹질을 하였느냐? 고
묻고 싶은 생각이 목까지 차올랐으나 워낙 담담한 그의 표정에 눌려서
그저 입봉하고서 곁눈질하며 눈치만 볼 수 밖에...
차가 원주를 지나서 아직은 확장 공사중인 도로를 지나면서
이상무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입력된 버튼을 누르는지
길게 한번 누르고나니 연결음이 들렸다.
"응 아빠다! 엄마 바꿔라!" 이어서
"어! 나야 나 지금 우부장하고 전에 근무하던 * *회사 직원들하고
속초에 있는 초상집엘 가고 있어!"
"내일이 발인 이라는데 조금전에서야 연락이 왔지 뭐야!"
"내일 아침에 출상까지 보고 내려올테니 그런줄 알아!"
저쪽 전화기에서는 부인이 무슨 난감한 사정이 있는듯
한참을 이야기 하는것 같더니
이상무가 다음주로 약속을 미루자며 전화를 끊고서
나와는 얼굴을 마주치지도 않고 앞만 바라보면서
"먼저 보니까 <넷킹콜> 테잎이 있던데...."
" 이나 같은거말야..."
나역시 아무 말없이 테잎을 찾아서 밀어넣으니
가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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