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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戀人>


 '재강'은 평소 영화를 즐기지 않는다. '수혁'의 계속된 바램이 아니었다면 휴일인 오늘도 여
느 때처럼 잠을 자거나 회사 일을 뒤적이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핑계를 대는 것
이 미안했다.
 문득 '재강'은 답답함을 느꼈다. 함께 해야한다는 것의 영역과 그 책임감의 굴레. 믿음이나
사랑에 뒤따르는 당연한 대가려니 이해하면서도 지금은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막 그런 생각
을 하고 있을 때 영화 속 여자가 죽었다.
 '수혁'은 전부터 '재강'과 함께 이 영화를 보기 원했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재강'을 기
다리느라 극장상영을 놓치고, 비디오가 나온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이 영화를 보고 있다.
하지만 다 어떤가... 지금 이 순간 그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수혁'은 두 남자가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마지막장면에서 결국 조용히 울고 말았다. 스스로
의 모습에 뻘쭘해 하던 그는 곧 자리를 정리하고 이른 저녁 준비를 자처했다. 영화의 씁쓸
한 뒤끝을 외면해볼 요량이었지만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설거지를 하면서 '수혁'은 아직 소파에 앉아 담배를 물고있는 '재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원래 과묵한 그다. 내색하지는 않지만 그도 나만큼이나 영화를 생각하고 있나보다. '수혁'은
'재강'의 굳은 얼굴을 보며 나름대로 추측을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것은 아
니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중 왈츠 2번...
 '재강'의 마음은 영화 속에 잠시 흘렀던 음악으로 격해있었다. 극중 두 연인이 어색한 춤을
추던 숲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던 음악...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악... '재강'은 그 음악으로 인해
한동안 잊고 있던 아버지를 생각하고 만 것이다. 그렇게도 저주하며 잊으려 노력하던 그의
존재를 다시 기억하게 되다니. '재강'은 조용히 치를 떨었다.

 '재강'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로 과묵했지만, 외아
들인 '재강'에게 헌신적이었고 포근했다. 무역회사의 이사였던 아버지는 늘 점잖고 근엄했다.
덕분에 '재강'은 경제적으로 특별한 부족함 없이 유년기를 보냈지만, 홀아비 밑에서 자란 아
이는 주변의 남다른 시선과 모성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이미 오래 전에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것을 없애버렸다고 말씀하셨고, '재강'은 사
진으로조차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희미한 존재감마저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었다.
 어느 정도 머리가 크면서 '재강'은 아버지에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마지못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의 탄생과 맞닿아있다
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부터 그에겐 그리움과 함께 자책감이 따라다녔다.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야만 하는 어머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은 이제 처절하게 응어리졌다.
 '재강'은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 저주받은 운명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그가 고등학생이던... 그 날, 그 일
로 뒤바뀌어 버렸다.

 저녁을 마치자 '재강'은 바로 설거지를 했다. '수혁'은 '재강'의 뒤로 다가와 허리에 손을 뻗
어 감쌌다.
 "우리도 같이 죽을 수 있을까?"
 "....."
 '재강'은 '수혁'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다. 늘 그런 것처럼 '수혁'도 '재강'에게 답을 기다
리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그의 허리를 안고 있을 뿐이다. 그는 다시 조
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유치하다. 나 원래 그렇잖아. 네가 이해해라."
 '재강'은 손을 헹구고 뒤를 돌아 잠시 '수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평범하게 생긴
그의 얼굴을 보며 문득 그가 얼마나 자신에게 특별한 존재인가 생각했다.
 "함께 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서로의 마음속에 어떻게 살아있느냐가 중요하
지."
 '재강'은 '수혁'의 얼굴에 볼을 비볐다. 그리고 '수혁'의 손을 꼭 잡았다. 힘을 주어 그를 끌
어안았고, 짧은 스킨십으로 두 사람은 쉽게 흥분되었다. 그리고 다른 때보다 더욱 간절하게
서로의 몸을 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수혁'은 '재강'의 자지를 물었다. 검고 윤기 나는 자지 털에 코를 박고 숨가쁘게 빨아댔다.
살짝 오므라든 불알도 한입 크게 물어 부드럽게 혀를 돌렸다. 그렇게 한참동안을 탐닉하고
'재강'의 자지가 터질 만큼 부풀어오르자 등을 돌려 엉덩이를 들어올렸었다. 
 '재강'은 가랑이를 벌린 '수혁'을 바라보았다. 탄력 있는 힙과 벌어진 곡선 사이로 탐스럽게
돋아난 털들... 그리고 그 사이에 빨갛게 드러난 항문. 곧 침이 듬뿍 묻혀진 '수혁'의 손가락
이 스스로의 쫄깃한 근육을 자극하며 준비시켰다. 이제 더욱 커다랗게 확대된 똥구멍은 끈
적이는 윤기까지 발하고 있었다.
 '재강'은 그 탐욕에 중독 된 구멍을 바라보며 계속 자신의 좆를 자위질하고 있었다. 그 감
상의 시간이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수혁'의 똥구멍이 기다림에 지쳐 몇 번이나 애처롭
게 벌렁거렸다. '수혁'이 괴로움에 신음하는 것 보고 나서야 구걸하듯 천천히 좆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속도를 붙여 '수혁'의 중심을 갈라내기 시작했다.
 문득 '재강'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 이런 저주받은 운명일 리가 없었어.'
 '재강'은 더욱 거세게 허리를 내리 박았다. 차라리 자신의 물건이 뽑혀버리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그렇게 사나웠다.

 전화가 온 것은 이틀 후 저녁이었다. '수혁'은 예의 정중하고 또박또박한 어투로 잠시 통화
한 후 '재강'을 불러 바꿔주었다.
 "여보세요."
 "......"
 수화기 너머에선 대꾸가 없었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
 막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찰라 저쪽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강이... 정재강 맞니?"
 "예. 그런데요."
 "기억하려는지 모르겠는데... 나... '민정수'다. 기억하니?... 네 아버지 친구."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재강'은 수화기를 놓칠 뻔했다. '민정수'. 이름을 기억하느냐고?
 "어떻게 잘 지내고 있니? 참 오래간만이라..."
 이번엔 '재강'이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재강'은 아
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친구라... 아버지의 친구...

 전화를 끊고 나서도 '재강'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도 감
정도 없어 보였다.
 "무슨 일이야? 뭐 안 좋은 일이니?"
 '수혁'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재강'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대답 없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차라도 한 잔 마셔라. 내 가져올게."
 '수혁'이 막 자리에서 일어날 때, '재강'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괜찮아. 생각 없어..."
 그리고 뒤이어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대."
 '재강'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였다. 적어도 '수혁'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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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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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번지점프를 하다".
인트로가 인상적이네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혹시 왈츠 출 줄 알아요?"
두 손을 꼭 잡고 뛰어내리던 마지막 장면 또한 잊을 수 없구요.
오랜만에 그 기억을 떠올리네요.
앞으로 기대합죠.

등장인물의 이름은 처음 이후로는 따옴표를 없애도 좋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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