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태백은 아름다웠다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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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흙같은 어두운 산길에서 12월의 차가운 겨울 바람이 흩날리고 있었다.

좁은 비탈길을 따라서 산을 오르고 있었다.

머리에 헤드 랜턴을 달고 신발에는 아이젠을 달고서

[하아... 하아...]

20여분째 오르곤 있지만, 아직도 정상은 멀었다.

시계를 살펴보니 아직 5시 10분.

일출까지는 조금 멀었다.

발목까지 싸여있는 눈을 뒤로 조금씩 밀어내며 그렇게 조심씩 천제단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처음엔, 산행을 할 생각이 없었다.

나 혼자 좋다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였던 짧은 연애 기간...

나 혼자 좋아하고 나 혼자 설레였던 걸까.

6개월의 짧은 연예가 끝나자

연애 초반 그와 같던 설악산이 생각이 났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서로 나지막히 블렀던 "everything i do do it for you"

밤새 그리고 아침까지 이어졌던 우리의 사랑.


이별의 통보를 받았는데 그렇게 억울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매일 매일 그의 블러그를 쳐다보고

매일 매일 그의 사진을 보며 나 혼자 실실 웃고 지낸 6개월


그 마지막은 왠지 모르게 담담했다.

아 조금 있으면 그의 생일인데...

소설 "향수"를 좋아하던 그에게 줄려고 샀던 양장판 향수 소설책 사이에

조그만한 편지지를 꼽아 넣고, 박스에 담았다.

박스를 집앞 우체국에서 가서 등기를 보내고, 핸드폰에 저장된 그의 전화번호와 그가 머물던 곳의 주소를 지웠다.


언젠가 그가 저 편지를 읽으면, 10분이라도 내 생각을 해줄까...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기억은 해줄까..

그냥 나는 그에게 잠시 스쳐가는 사람이였을까

나에게도 그냥 그는 잠시 스켜가는 사람이였을까.

아 저 선물이 그에게 제대로 도착은 할까....


무작정 일출이 보고 싶었다.

그날 회사에 다음날 연차를 내고 퇴근하자 마자

옷을 갈아입고 무작정 청량리역으로 갔다.

정동진 일출 기차표를 끊고 아리리버 MP3 엔 브라이언 아담스의 노래만 가득 담고

귀엔 이어폰을 꼽은채 눈을 감았다.


서울을 벗어나 등을 끄고 동해선을 따라 천천히 꾸역 꾸역 가던 기차가 어느덧 실내 등이 들어오고

웅성웅성 되는 소리에 눈을 뜨니 태백역을 다가가고 있었다.

[아직 한참 가야하네]

하고 다시 눈을 감으려는 순간

등산용 배낭에 등산 스틱을 챙개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따라 내렸다.

[어 왜 여기 있지. 어어 어디있지]

그 사람을 따라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따라가던 나는

태백역 광장에서 계속 그 뒷모습을 찾아 헤메고 있었고

그 잛은 순간에 태백역에 내렸던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택시, 버스등을 타고 전부 사라지고

나 혼자 태백역 앞에 남았다.


하늘을 보니 어두운 밤 하늘에 별 빛이 반짝이고 있다.

아무도 없는 낯선 도시의 텅빈 광장.

천천히 둘러보니 문을 연 국밥집과 편의점이 보인다.

[잘 못 봤네. 미친 이 와중에도 남자 뒷모습에 홀려서 기게 무슨]

편의점에서 생수 한통을 사서 가방에 넣고선

택시 정류장에 서 있던 택시를 잡아탔다

[기사님 지금 이시간에 일출전 천제단 오르르면 어느 코스가 좋을까요?]

[새벽에 오르려면 OO 코스가 좋아요, 하산 할때도 쭉 한 방향으로 눈꽃 축제장으로 내려오고]

[기사님 그러면 그 쪾으로 가주세요]

낯선 도시를 금방 나온 택시는 어느 덧 어두운 숲길 한가운데 나를 내려주고는 사라졌다.


가방을 열어서 아이젠, 해드 랜턴, 장갑을 챙기고는 하늘을 쳐다 봤다.

달은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많은 별빛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어둠 밖에 안보이던 산길 입구는 어느 덧 비탈길과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 잎들이 식별되기 시작했다.

[휴우우우우우....]

긴 숨을 한 번 몰아쉬고 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산길

하늘 과 바람과 별 그리고 몰아쉬는 내 숨결과 이마에 맺기 시작한 땀방울

그냥 그렇게 무작정 산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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