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눈물에 젖은 50대 후반의 신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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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런 가을, 초저녁부터 내린 비는 내 회색빛 우산마저 검게 물들이고 옷깃을 세우게 했다.
술 한잔의 생각보다는 집에서 기다릴,나하나 믿고 살아온 내 식구들이 있기에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굳게 닫힌 은행의 셧더문 계단 아래 50후반의 중후한 신사분이 쪼그리고 앉아 계셨다.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그 분은 무슨 사심이 있는듯이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비를 많이 맞았는지 옷은 젖어 있었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그분이 내 스타일이고 말 한번 건네고 싶은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건넸다.

"댁이 어디십니까? 어르신, 지하철까지 제가 우산을 받쳐 드리지요"
그 분은 나를 경계를 하시다가 잠시 후 내 인상을 보시곤 지하철까지만 우산을 같이 쓰시자고 하신다.
"무슨 안 좋은 일이 계신지요 어르신"
"아닙니다. 그냥 비가 와서... ..."
그 분의 눈가는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한다.

지하철역 앞에서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어르신 무슨일이 계신지도 모르지만 말못할 고민이 계신 것 같군요
제가 술한잔 받아 드리면 안될까요?"
그 분이 내 얼굴을 다시 한번 보시고는
"그럽시다. 그런데 내가 말놔도 됩니까? 인상을 보니 나쁜사람 같지는 않고 또 내 막내 동생 나이 쯤 되는것 같아서... ..."
"네 그러세요. 어르신도 인상이 참 좋아 보이시네요!"
처음보는 낯선 이방인의 자그마한 친절에 그분은 자그마한 미소로 응답해 주셨다.

밤 늦게까지 비와 오고 날씨가 추워서 인지 술집들은 굳게 문닫혀 있었고 멀리서 시장통의 좌판에서 불빛들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전등 아래로 그분의 얼굴을 가만히 보니 탈렌트 '정욱'과 외모가 흡사하다.

"아 벌써 내마음은 두근거리는데 그는 어떤 분이 신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해서
'저는 이런 사람인데요 내가 당신을 좋아합니다.'라고 선뜻 말할 수도 없고 마음만 조이고 있는데
"이름이 뭔가" 그분이 먼저 말을 열었다.
"네 정 시원 입니다. 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분이 깜짝 놀라며
"그래? 혹시 가명아닌가?"
"아닙니다."
그리고는 내 지갑에서 신분증을 보여드렸다.
그분이 내 신분증 을 자세히 살피고는 이내 눈물을 보이시며
"이것도 인연인가보군."
"네? 무슨말씀이신지"
'혹시 이분도 이반이 아닐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품고 있는데
"내 아들 이름도 시원이고 나도 고등학교에 근무하네" 라고 대답하시며 소주 한잔을 입에 대셨다.

그분은 고교 교감 선생님이시며 부인과는 사별을 했다는 것이다.
아들하나 딸하나가 있는데 딸은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중에 미국인과 결혼해 거기에서 눌러 앉아 있고. 불행이도 아들은 결혼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지금 서울대학 병원에서 사경을 헤메고 있는데 가망이 없다는것이었다.
누구한테도 약한모습을 보이기 싫어하시는 분이시기에 홀로 거리를 헤메시다가 나를 만나신것이었다.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넬수가 없었다. 내가 흑심을 품고 그분께 다가간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정선생네 학교에 00교감선생님 잘계시나? 나하고 교감연수를 같이 받았는데, 아마 날 물어보면은 잘알걸쎄."

화제를 다른데 돌리며 학교 인맥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었다.
소주를 2병정도 마셨을까 갑자기 그분 핸드폰에 벨이 울렸다.

"네 000입니다"
그러시고는 갑자기 눈에 눈물이 비오듯이 쏟아지고 계시는것이였다.
아들이 죽었다고 중환자실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괜히 내 눈가에도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위로해드리지?
무슨말을 해 드려야지? 할말이 없었다. 아니 아무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분은 어떻게 하실줄 몰라 당황하고 계셨다. 그러시고는
"정선생 오늘 고마우이 내 다음에 만나서 우리소주한잔 다시 하게나 나 지금 병원에 가봐야 겠네"
그 분 눈가에는 눈물이 범벅이 되었다.

"지금 병원에 가시면 누가 계십니까?"
그분은 얼굴을 떨구시고
"아니 아무도 없네 나혼자 하기에 힘들것 같구먼"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교감선생님"
한참을 망설이시다가
"집에 가야지 가족이 기다리는데, 난 지금 가족이 없지만"
"아닙니다. 혼자 계시기에는 힘드실거예요. 지금 제정신이 아니시구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저와 같이 가셔야 교감선생님이 걱정을 더십니다. 우리집에는 제가 전화하면 됩니다. 걱정마세요"
흑심도 사라지고 내 상사인양 정말로 도와드리고 싶었다.
아니 내자신이 그런 용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대견하기도 했다.

"고맙네 병원가기가 두렵고 무섭기 하네. 정선생이 도와준다니.... ..."
내손목을 꼭잡으셨다.

"교감선생님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으세요.
빨리 병원에 가셔야죠?"
택시를 타고 서울대학병원으로 갔다. 우산도 버린채로. 비는 더욱 더 세차게 퍼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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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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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이야기 기대돼네요 점 슬픈내용같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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