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눈물에 젖은 50대 후반의 신사(2)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하얀 보자기가 열리는 순간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말았다.
비와 눈물이 뒤범벅 된 교감선생님은 자기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는 순간 실신을 하셨다.
"교감선생님......"
"선생님....."
목소리들이 다급해졌다. 의사와 간호원이 뛰어 왔고 이내 들것에 실려 교감선생님은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내 산소 호흡기가 교감선생님 입술과 코 위를 덮었고 나는 이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아 내가 왜 이럴까! 뭣 땜에 이곳을 왔을까!'
'아니야 이것은 내가 이분을 도와드릴수 있는, 아니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곤경에 빠져 있는 사람을 보곤 모르는 체 할수 없는 일이야'
스스로 자각을 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내가 이분에게 관심이 있어 말을 건넸고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담당의사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내가 보호자라고 말하고 싶었다.

다음날 아침 난 교감선생님 학교 상조회에 연락을 드렸다. 그리곤 나도 3일간 연가를 냈다. 그분의 지갑과 핸드폰에 적혀 있는 모든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심지어는 딸이 있는 미국까지...내가 할수 있는 모든 일을 하기로 했다. 심지어는 상집 차림까지 내가 해야만 했다.

잠시 후 미국에 있는 딸의 전화가 왔다. 애를 낳았단다. 그것도 어젯밤에, 그래서 한국에는 못나온다고 딸이 울면서 전화가 왔다. 일단은 딸을 안심시켰다. 아버님은 내스승님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까지... ...
그분에게는 여동생 둘이 있었다. 한명은 부산에, 한명은 백령도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다. 아마 오늘밤 늦게나 내일 배편으로 온다고 한다.

저녁 무렵 그분 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들과 또한 다른 학교에서 그분과 인맥이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이 문상하러 오셨다. 그중에는 나와도 인맥이 있는 여러 선생님들의 모습도 보였다.

"헤이 정선생 수고가 많네, 그런데 교감 선생님과는 친척인가"
말할 수가 없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문상객 맞이를 나혼자 묵묵히 감당을 해야 했다.

교감선생님은 아직까지도 일어나시지 못하신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한쪽의 마비 증상까지 오셨다고한다.

두분 동생께 모든일을 넘기고 감사하다는 말을 수십번도 더 들으면서 나는 내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 왔지만 그분의 아들이 화장하는 광경을 보러 가신 교감선생님을 내가 부축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그 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분은 한쪽마비 때문에 학교에는 병가를 내고 집에서 조용히 요양중이셨다. 나도 그때의 일을 가슴 한쪽 저편으로 묻어둘 쯤에 우리학교 교감선생님한테 호출이 왔다.

"그 분이 지금 자네를 보고 싶어 하네. 자네 칭찬을 많이 하시던걸?"
하시며 주소를 알려드렸다.
방과 후 과일바구니를 사들고 그분 집을 방문하였다.

"띵동 띵동"
"누구십니까?"
낮익은 목소리다 가슴이 두근 두근하였다.
"접니다 정시원입니다."
"그래"
반갑게 나를 맞아주셨다... 내손을 꼭 잡으시면서...그때의 일이 너무나고맙다고...

그러나 그분은 휠체어 위에 앉아계셨다.
아직까지는 두발로 서기에는 힘이 드시지만 많이 좋아지셨고 물리치료도 꾸준히 받으신단다. 아쉬운것은 파출부가 다음달 부터는 나오지 않는다는것이다. 그래서 집안살림이 걱정이라고 하신다.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내가 탄 것이다. 맛이 별로다. 맛보다는 내가 이분과 좀 더 가까이 있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른 파출부를 부르실려구요?"
"그래야지. 당분간만. 약 한두달만 부르면 그때는 내가 할 수 있을꺼야"
"교감 선생님, 제가 하면 안될까요? 저는 교감선생님과 그 때의 인연으로 더욱더 친해지고 싶은데요! 아버님같기도 하고.. 실은 저 아버님이 고등학교때 돌아가셔서......"
정말로 이분과 가까워질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음식은 제 처에게 부탁하면되고 제가 매일와서 청소와 맛사지를 도와드릴께요"
"정선생 자네는 참 내게있어 좋은사람 같네. 하지만 나는 자네에게 베풀 수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걸!"
"저는 교감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은것 같아요. 아버님 같고 ..그래서 비오는 날에 제가 먼저 말씀을 건넸죠?

허락을 받았다. 잘 할수 있다. 드디어 그분과 내가 가까워 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밖에 나가 큰소리를 치고싶다. 너무좋아서......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ydokkang" data-toggle="dropdown" title="aquamarine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img src="https://ivancity.com/data/member/yd/ydokkang.gi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따끈따끈한글이네요 방금 1편읽었는데
바루 8편까지 뜨네요
잘 읽겠습니다  ^^;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