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처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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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처럼 아무도 모르게 찾아왔다....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놓듯 내마음도 뒤덮어 놓았다....
해가 뜨면 소리없이 사라지듯이 그렇게 내게서 떠났다....
아이들이 눈을 그리워하듯 내마음도 그를 그리워한다....
# 또 다른 시작
"재영아 오랜만이다"
학교를 오랜만에 찾은 나를 알아보는 선배의 목소리가 뒷쪽에서 들렸다.
학교는 겨울방학이라 한산했다. 선배들은 취업자리 걱정으로 몇몇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게 힘든듯 삼삼오오 담배를 입에 물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형..오랜만. 공부안하고 어딜 갔다와?"
술자리에서 몇번 얼굴을 익힌 선배라는 형의 얼굴을 웃음으로 답하며 선배가 내 옆까지오기를 기달렸다.
"말마라...공부가 되냐...걍 실습이나 쫓아나갈껄 그랬다"
"다 피와살이 되는거야. 열심히해"
"그런가.....헤헤...근데 방학인데 왠일이냐?"
1학년이라 아직까지 걱정이(?) 없는 내게 선배가 부러운듯 물어보았다.
"응..저기 휴학할라고"
"왜 군대가냐?"
"응. 비젼도 없고..걍 후딱갔다올라고"
나의 이런 상황이 부러운듯 선배가 말했다.
"우....나도 군대나 다시 갔으면.. 짧게 갔다와서 그런지 갔다온것 같지도 않다..하하"
"짧은건 군대아닌가... 뭐 좋다고. 나야 뭐 지금 당장 이렇다 할게 없으니 가지만 말야"
솔직히 군대를 가야하겠다는 생각은 구체적으로 하지않았다. 다만 불경기다 학생운동이다 이런것들에서 벗어났음 싶어 결정을 한일이다.
"자식 그래도 거기가 편해 재워주고 입혀주고 운동시켜주고 고생은 좀 하지만... 가기전에 볼 수 있음 연락하고.. 못보더라도 잘갔다오고. 영장은 나왔어?"
"아니 아직 나온건 아니고 저번달에 신청했거든..아마 다음달쯤에 나오겠지"
짧은 안부 몇마디를 추가로 선배와 헤어져 학생과로 갔다.
"컴퓨터공학과 신재영...흠... 휴학사유가 입영입니까?"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처리되었습니다. 잘갔다 오세요"
과사무실을 들려 마무리를 하고 교문을 나왔다.
비장한 결심을 한것치고는 너무 금방 끝나버려 마음한구석이 섭섭했다.
'흠...그래도 이제 군대가는 기분이 좀 나긴하는군'
집으로 돌아가 한잠자자고 생각하던것이 길에서 갑자기 생각을 바꿨다. 아직 정리를 못한게 하나 남았다.
'휴...끝낼것인가...아님 기다리라고 해버려..고것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면 복잡해지는데..쩝..'
# 신입생
신입생오리엔테이션.
일년간 재수생활을 해서인지 남다르게 대학생활에 큰 꿈을 품고 있던 나는 누구처럼 공부만 하지않고 이것저것(?) 다 두루 경험해보리라 결심했다.
신입생오리엔테이션을 간곳은 강원도 강릉이였다.
버스로 5시간 정도 거리를 달려 우리가 내린곳은 숲속에 한가하게 자리잡은 수련장이었다.
일단출발은 무작위로 하고 도착하여 조를 편성하였다. 각자 조대로 방배치를 받았다. 난 내이름외에 10명정도있는 조의 방을 확인하고 방번호를 확인하고있었다.
"저기 3조시져?"
"네?.....아..네"
겉보기에도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것을 알수 있게 생긴 여학생이 내게 말을 걸었다.
"반가워......요. 헤헤"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영 헷갈리는 말투로 그여학생은 내 앞으로 오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네....반갑습니다"
조금은 쭈빗거리는 자세로 엉거주춤 그녀의 오른손에 내오른손을 잡았다.
아직은 겨울이라는 날씨에도 손이 무척이나 따뜻했다.
"나이가?...아니 초면에..헤헤.. 이름이 아.... 신. 재. 영."
왼쪽가슴에 초등학교이후 처음 달아보는 커다란 -중고등학교때의 작은 플라스틱 명찰과는 다른- 비닐 명찰을 확인한 그녀가 내이름을 확인하곤 자기 명찰을 가리키면서 계속말했다.
"전 박혜미예요. 다시한번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거 거꾸로 된거 아닌가? 자꾸만 그녀에게 선수를 뺏기는거 같은 느낌은 들었지만 그걸 역전할 수 있는 기회는 불행하게도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네...반갑습니다'
"흐흐....반갑습니다....인사만 하네요..헤헤"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만 않았다.
그녀와의 짧은(?) 인사를 나누는 동안 배정받은 방을 찾았다. 이미 우리둘을 제외한 여러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음 진행단계까지 시간이 남은 관계로 모두들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모두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멀뚱멀뚱 눈을 굴리고 있었다.
"저기요...다들...서먹서먹한데 자기소개부터 좀 하는게 어떨까요? 제이름은 보시다시피 박.혜.미. 입니다. 운좋게 한번에 대학에 들어왔구요....흠 이제 저의 인생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보상받지 못하던 날들을 이제 다 보상받으려구요...헤헤. 그리고 다들 1학년 초년병들인데 말.......놓을까? 만나서 반가워"
혼자 책을 읽던 사람.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던사람. 멍하니 있던 사람. 모두들 그녀의 이런 당돌한(?) 행동에 처음 어색하던 분위기는 약간의 훈훈한 온기가 돌았다.
"재영아 담엔 니가 소개해"
그녀는 '말놓을까?'라는 그녀의 말에 모두 부정의 말이 없자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의 무슨생각이 있는지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만으로 나와 그녀-혜미-를 쳐다보는 시선은 왠지 곱지않았다.
"네...음 그럼 소개 할...께요"
그녀가 말놓자는데 정면으로 도전의 말을 꺼낸 나를 흘겨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난 말을 계속이어갔다.
"제이름은 신재영입니다. 재수를 해서 이번에 들어왔구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말을 놓기엔 좀 이른감이 있네요. 이상입니다"
처음 그녀의 입에서 내이름이 불렸을때 보다 많이 고와진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자리에 다시 앉으려는데 옆에서 따뜸한 시선이 날라왔다.
"치... 다같이 1학년이면 친구지 뭐"
그녀의 혼잣말-거의 주위사람은 다들으라고 한말-에 왠지 미안함이 느껴졌다.
"저는요..."
"안녕하세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자기소개하는 시간으로 되었고 모두들 시계방향으로 누가 시키지않아도 자기 차례가 되면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하였다.
"네. 우선 만나서 반갑습니다"
키는 한 170cm정도 되보이는 한명이 일어서면서 소개를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나의 시선을 끌었다. 아니 나만 그런게 아닌듯 모두의 시선은 이제와는 다르게 그에게 집중되었다.
묘하게 사람을 끄는 힘이 있는 사람같았다. 그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쭉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제 이름이 박상철이라고 합니다. 이번엔 삼수째해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들 약간의 수긍의 눈빛..'어쩐지'하는 눈빛으로 그의 다음말을 기달렸다. 아직까진 우리조에서 재수생은 나를 포함해서 3명정도고 나머지는 다 바로 대학을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고 재수생은 약간 동급으로 취급하던 그들도 삼수생이란 소리엔 약간 기가 죽는듯했다.
"저는 학교도 하나의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아까..음 ..아..혜미씨가 한 말에 어느정도는 인정은 하지만 질서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말을하며 그녀의 명찰을 확인하려고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해서 각자 개인적으론 말을 놓던 어쩌던 상관하지 않겠지만 저에게는 조심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말이 마치고 자리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을때 옆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완전히 아저씨구만..흥.."
정말 화가난건지 아니면 그냥 누가 자기 맘을 알아주기라도 바라듯이 그녀의 표정은 소개하는 내내 토라져있었다.
다음편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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