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의 그림자 1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마침내는 몸을 일으키면서  중얼거린다.

"그래, 그렇게 힘들었겠지.  가만 있던건 나였는데, 일은 자기가 다 벌려놓고 ...."

어둠속에서도 아픔이 보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아픔은 어느 순간 심장을 뚫고 나와  방안을 휘젓고 다니고, 그것이 내뿜는 독한 냄새때문에 머리가 아파온다.

 

그는 떠났다.

 

지난 3개월,

3개월 동안 그와 나는 한방에서 살고 있는 남남이었다.

5시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고, 부리나케 그가 좋아하는 찌게와 튀김을 준비하고 저녁식사 준비가 다 될때 즘이면 그는 퇴근을 했다.

그렇게 나에 대한 마음이 닫혀있었는데도, 그는 충실했다.

여전히 6시반에 울리는 핸드폰의 문자신호.  

"지금 퇴근해"

 

그렇게 서로 아무말 없이 저녁을 먹고,  또 아무 말 없이 나는 티비를 그는 인터넷을 하고,  11시 넘어서 그렇게 서로 아무말 없이 누워서 잠을 자고...

 

그렇고 삭막하고 건조한 3개월이 흐른 뒤에,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을 했을 때, 나 또한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고, 결국 그렇게 될 줄 알았던 결과였다.

 

냉동실에는 그를 위해서 사다 놓은 물오징어 두마리가 얼려져 있다.

"언제 들어가?"  감정을 싣지 않고 무덤덤하게 물어본다.

"곧"  간단한 대답이 내 귀에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물오징어 있는데, 내일 매콤하게 오징어 볶음 해줄께."

"그럴 필요 없어.  내일 짐 옮기려고... 퇴근하면서"

"그래"

 

가슴이 아프다기 보다는 다시 혼자가 된다는 허전함이 더 무서웠다.

일부러 늦게 퇴근한 그 이튿날,  그는 그렇게 집 안에 없었다.

침대끝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서,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물오징어 두마리 사왔는데...  맛있게 해서 먹여주고 싶었는데.."

속에서 넘어오는 이 감정은, 연인의 감정인지, 어머니의 그것인지 모르게 혼란스러웠다.

까짓 한끼 더 먹고 가면 어디가 덧나?  그렇게 금방 떠나고 싶었어?

 

 

사실, 내가 독립하게 되면서 원룸을 얻게 되었을때, 그때까지 나와 1년을 사귀던 그가 동거를 하자고 들어올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도 못했다.

부모님이 시골로 가서 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직장이 서울인 나는 내심 반가웠다.  그를 만날때마다 눈치를 보기도 힘들었고,

토요일마다 외박을 하는 아들이 항상 노여웠던 어머님은 이사 가시기 전부터 벌써부터,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제세상이라고 돌아다닐 것을 뻔히 보신듯, '전화 자주할거야.' 라는 말씀을 입에 달고 계셨었다.

 

집이 팔리고 부모님이 공기좋은 충청도 산골 끝자락으로 이사가신 후에,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원룸을 얻었다.


독립해서 혼자사는 것의 무서움을 몰랐던 나는, 그저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나왔지만,

손가락하나만 움직여도 돈 들어갈 구멍이 찍히던 그 첫달은 정말로 막막했고, 나는 쌀 한톨도 세어가면서 먹는 처지를 실감했다.

 

그때 그가 찾아왔다.

"방... 뭐 그럭저럭 괜찮네.  좀 어둡긴 해도.." 

방을 둘러보던 그는 나를 끌고 가까운 대형마트로 향했고 그는 혼자사는 것에 익숙한 것마냥 그렇게 사야할 물건을 카트에 담았다.

"이것도 필요해?" 그가 골라 넣은 전기커피포트를 집어들면서 나는 물었다.

"그럼,  커피마실때마다 가스렌지위에 물올릴거야?"

당연한것 아니냐는 듯한 나의 표정을 그는 읽었다.

"그래, 나 지방대 나왔어.  너 가끔 나 무시하는거 나 느낀다. 알어?  하지만 그동안 혼자살아봐서 독립해서 살아가는거 빠삭해. 내가 너보다 요리도 백배는 잘하지.. 백배가 뭐야?  너 사실 암것도 할줄 모르지?"

"인터넷 뒤져보면 요리법 나와있을테고... 근데, 대학이 커피포트하고 무슨상관이야? 그리고 나 너 무시한적 없다. 내가 그런적 있어?"

"넌 없다 할테지만, 난 느꼈어.  뭐 대단한건 아니지만,  넌 똑똑하잖아."

"내가?" 

"저번에 티비나와서 토론회 하는거 보고 내가 한마디 하니까, 너 완전히 흥분해서 나는 무슨말인지 도통 이해도 못하는 말을 늘어놓으면서 나에게 그렇게 들이밀었잖아. 나 그때 사실 자격지심도 들어서 쪽팔렸지만, 너 부럽더라. 난 아는것 없어서 그런 주관도 없어."

 

 

그렇게 그는 혼자사는데 필요한 물건을 사고 계산대에서 지불을 했고 나는 그의 뒤에서 그의 넒은 등만 그저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 다음날 저녁 그는 다시 나의 원룸을 방문했다.


"이게 다 뭐야?"  그가 들고 들어오는 큰 박스 두개를 내려다 보면서 의아해하는 나를 보면서 그는 웃었다.

"너 혼자 독립하는데, 내가 가만 있을거 같았어?  우리 이제 동거한다."

"뭐?"  뜻밖의 말에 놀라는 나를 쳐다보면서 그는 슬며시 인상을 써 보였다.

"싫어?"

'아니 싫다는건 아닌데, 너 그런 말 안했잖아."

"안하고 그냥 이리 밀고 들어오면 안되는거야?"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가 웃음지었다.

"아니 뭐. 그런건 아니고, 그냥 뜻밖이라..."

 

자유로운 집안에서 편하게 생활하던 그와는 달리, 토요일마다 같이 밤을 보내느라고 엄마에게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대야만 했던 불편한 기간은 끝났다.

회사에서 오히려 더 멀어진 이유로 두번을 버스를 갈아타야하는 그에게, 내 차 열쇠를 쥐어주었다.

"난 회사 근처라 이제 차 필요없어.  보험만 누구나 타는걸로 바꾸면 돼.  보험료만 좀 얹어주면 될꺼야."

그는 웃으면서 나의 키를 받아들었다.

 

새벽녘에 나의 가슴을 더듬는 그의 손길을 느끼면서, 잠에 취한 나를 부드럽게 달아오르게 하던 그의 입술을 느끼면서, 나는 나의 진정한 반쪽을 찾은것이라고 믿었다.   


섹스마저도 나의 기분을 먼저 확인하려고 하던 그였다.


그는 그렇게 한사람에게 익숙해지는 것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지를 가르쳐 주었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winner4me" data-toggle="dropdown" title="그겨울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그겨울</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처음 쓴 글입니다.  

각각의 회차가 매우 짧고,  글의 표현이 허술하고 불친절합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소설이란 이름으로 쓴 것이라,  타인에게 내 놓기는 너무 부족하지만 글쓰기를 생각하면서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누구든 쓰면 쓸수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ㅎ

글의 재미는 기대하시지 마시고 그냥 시간죽이기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