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의 그림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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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 않는다. 운명적인 만남도 나에게는 유치한 말이다.
그를 만난것은 그저 한 동성애 사이트에서 동시접속 한 사람들 중에서 그가 나에게 인삿말을 전하는 쪽지에 대한 답을 보낸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저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어서, 편하게 만나서 술한잔 할 수 있다는 그 조건으로, 그리고 둘이서 마주 앉아서 대화하기에 나이가 많이 차이 나지 않아서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고 아마 그도 그랬을 것이다.
수트 차림으로 만남의 장소를 찾은 나와는 달리, 20대 초반의 푸릇푸릇한 녀석들에게 잘 어울릴만한 캐주얼 옷을 그는 입고 있었다.
그저 동글동글한 얼굴, 계속 웃고 있어서 편해 보이는 마스크, 공손해 보이는 말투가 그리 모나지 않은, 길거리에서 돌을 던지면 뒷통수에 맞고 뒤돌아서서 '누구야?' 를 외칠 그런 녀석인, 그런 진부하도록 평범한 얼굴이었다.
사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던 나는 누군가와의 그런 첫 대면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그런 만남이야, 남남간이 아닌 남녀간에서도 흔한 일인 것을, 얼굴 보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어보고, 말 몇마디 나눠보고, 사귀어볼만한 넘인지 아닌지, 누군가에게 자신의 몸값을 기준으로 해서 평가받는다는 것이 신경에 거슬렸다.
그래도 그 첫만남에서 나는 오케이 되었나보다.
그가 그 다음날 전화를 했다. 샤브샤브 잘하는 곳이 있다고 오라고 했다. 외롭던 나는 그가 알려주는 주소를 보고 인터넷에서 미리 가는 길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 복잡하진 않았지만, 외진 곳에서 가로등도 드물어서 차를 가지고 약속장소 근처에 도달했을때에는 같은 곳을 몇번이나 빙빙 돌면서 헤매었다.
그는 나보다도 세살이나 어리면서도 자상했다.
고기를 살짝 익혀서 내 그릇안에 넣어주는 것 하며, 알맞게 익은 칼국수를 먼저 떠서 내 앞에 놓아주고,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웃었다. "여기 칼국수는 특별하다니까. 국물에 뭔가 색다른 것을 넣는게 틀림없어. 여러군데 많이 다녀봤는데, 여기만한 곳이 없더라구..."
타인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는 나는 그때까지도 그가 불편했다. 그가 불편하니 그 자리가 불편했고, 그 맛있다는 샤브샤브집도 불편했다. 의도적으로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이전에 겪었던 그 이전의 만남이 불쾌 그 자체였고, 결코 다시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고, 그래도 이 세상에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넘쳐날 것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몇번을 만났다.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맥주한잔을 마셨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그로 인해서 항상 전문술집은 갈 수가 없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해졌다. 최소한 술 진탕 처먹고 술주정 하는 꼴은 보지 않겠다 싶어서였다.
대화중에 '사랑을 믿지 않는다' 고 나는 말했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저 20대 초반까지의 열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저 사람들은 만나고 서로 익숙해지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의지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나의 말에 그는 화를 냈다. 상처를 받으면서도 사랑은 해야한다고 했다. 사랑이 없는 삶은 입을 주인이 없는 옷장안에 걸려있는 겉옷일 뿐이라고 했다.
그 날, 그의 집 근처에서 만난 그 날.
12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그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내 뒤를 따라다녔다.
'집에 갈 시간 되지 않았어?'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발씻고 눕고 싶었다. 티비를 틀어놓고 침대에 등을 대고 편하게 기지개도 켜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내 뒤를 따라왔다.
한참을 고민했다. 그가 원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불편하고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지만, 남에게 '싫다' 라는 말을 못하던 나는 그냥 그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회사일이 아닌 이유로 외박한다는 것은 그때까지도 내 사전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에게는 회사동료라고 둘러댔다. 한잔하고 너무 늦어서 같이 왔다고 내일 같이 출근할거라고 했다. 술을 마셨다고 하기에는 너무 말똥말똥한 그와 나였지만, 다른 핑계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작은 방에 둘이 있게되자, 어색함은 더욱 커져 버렸다.
"너가 침대에서 자. 내가 아래 바닥에서 이불깔고 잘께" 가능한한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방 바닥에 요를 깔기 시작했다.
"그냥 같이 바닥에서 자자. 둘이 자기에 딱 좋을거 같은데 뭐." 그가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좁은 방안에서 우리 둘은 너무 위험하게 가까이 있었고, 나는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손이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내 가슴으로 올라와서 채워져 있던 잠옷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그리고 그의 손 아래에서 반응하기 시작한 나의 몸을 느끼면서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보았다.
슬며시 벌어진 그의 입술에서 끈적거리는 뜨거운 입김이 새어나오고 마침내 나의 배꼽 아래 근처에서 그의 손끝이 느껴졌다. 긴장감으로 숨이 막혀와 무의식적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한손으로 나의 허리를 두르면서 그는 얼굴을 내 가슴에 묻었다. 나의 온 신경은 그의 입술이 닿고 있는 나의 가슴의 한쪽 부분으로 몰려져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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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기다리며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