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형과의 동거, 13화, 밥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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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형이 늦는다고 한다. 긴 문자를 읽는 나.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설명하는 글이 예쁘게 쓰여 있지만, 난 한숨을 쉰다.
'바람 피는 건 아니겠지?'
나한테도 이렇게 친절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친절할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꼬인 사람들과 섹스를 하고 돌아다니지는 않을까..
'나만 바라 봐 주면 고맙겠는데, 욕심일까?'
반쯤은 이미 체념하고 있지만, 나머지 반은 불만으로 채워진다.
'전에 마음 먹었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지..'
문자를 다시 한 번 본다. 과 사람들이랑 밥약이 있고, 동아리 면접이 있고, 뒷풀이까지 있다고 한다.
'참 열심히도 활동하네.. 난 벌써 셋 다 끊었는데.'
학내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취업 자소서에 써 넣을 구석은 생기겠지만, 다른 활동을 써도 크게 손해는 없을 테니까.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야지. 내 성격에는 그게 맞아.'
잠시 시간이 지나자 수업이 끝난다. 난 가방을 챙기고 일어서서 교실을 나간다. 다들 바쁜 것이 좋다. 나를 신경 쓰지 않으니까. 난 조용히 형의 벗은 몸을 떠올린다. 헬스로 다져진, 바위 같은 몸매. 고등학생처럼 동안이면서도 남성다운 면모가 스민 얼굴. 발기하지 않은 남성조차 이미 내 손바닥 길이만큼 길고, 완전히 발기한 남성은 그것보다 훨씬 크다.
'크고 아름답지.'
난 속으로 웃으며 좋아한다. 내 입이 작아서 형의 남성을 머금을 때 조금 힘든 부분은 있지만, 어쨌든 큰 것이 보기 좋다. 정문을 나설 때쯤, 익숙한 얼굴이 들어 온다. 형이다.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형. 난 인사를 하려고 한다. 그때, 누군가가 나타난다. 남자. 꽤 잘생긴 남자다. 형은 웃으며 그와 얘기하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난 순간 약간의 절망을 느낀다.
'섹스 프렌드를 만드려는 건 아닐까?'
형의 뒤를 밟고 싶어지는 마음. 초조하다.
'형이 나 외의 사람을 만나는 건 싫어..'
어느새 질투로 잠식된 마음. 내 발은 저절로 움직이며 형을 뒤쫓는다. 둘이 향한 곳은 평범한 식당.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둘은 너무나도 사이가 좋아 보인다.
'연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난 그 잘생긴 남자를 밟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두 번 다시는 형의 근처에 얼씬하지 못하도록.
'네가 형하고 바람이 나면, 내 평생을 걸고 널 부숴주겠어.'
다짐하는 나. 하지만 의외로 둘은 금방 헤어진다. 나는 슬쩍 사라진다. 어두운 골목에서 문자 하나를 보낸다.
[어디야?]
답장이 금방 온다.
[밥약 이제 끝났어. 왜? ㅎㅎ]
[아냐, 언제 올까 해서.]
[음.. 11시까지는 들어 갈게.]
[알았어!]
형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아니, 듣고 싶지만, 내가 바라는 목소리가 아닐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있다. 난 11시까지 기다리기로 하며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서 공부할 책을 펼치지만, 잘 들어 오지 않는다.
'11시.. 11시..'
11시에 집중하는 나. 술 취한 형의 남성을 범할 것이다. 형은 취기에 올라 더 거칠지도 모른다. 오히려 좋다. 형이 나에게 빠져들수록 난 좋으니까.
11시 15분. 아직 형이 들어 오지 않는다. 난 초조해진다.
[어디야?]
답장을 보내지만 답이 오지 않는다. 난 울 것 같은 마음이 된다.
[나 먼저 잘게.]
마음에도 없는 문자를 보내며 울먹이는 나. 눈물이 어느새 볼을 타고 흐른다.
'누군가와 섹스하고 있는 게 아닐까? 형을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어.'
나는 침대에 엎드려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소리 없이 흐느낀다.
"흑.. 흐윽.."
하긴, 누가 나 같은 걸 좋아하겠는가? 형의 섹스 토이가 되는 수준에서 관계가 정리되더라도 할 말이 없다. 형이 원할 때 언제든 나 자신을 바칠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괜찮다. 그래, 괜찮다.
'그러니 내게 돌아와, 형.'
머리로는 안다. 형이 집에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형의 마음이 떠나는 것이 두렵다. 마음이 멀어져서 서로가 그저 '일상'에 불과해지지는 않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따로 지내게 되지는 않을까? 난 괴롭다.
띠링
문자가 하나 온다. 난 천천히 스마트폰에 손을 옮긴다.
[미안, 술 게임 중이어서 못 봤어. 시계를 못 봐서 11시가 넘었는지 몰랐네. 금방 갈게!]
난 의심 속에서도 기대한다. 형의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들어 오긴 할 것이다.
'내일은 둘 다 수업이 없어. 오늘 새벽까지 형을 괴롭힐 거야.'
난 약간의 복수심을 느낀다. 침대에 엎드린 채 기다리는 동안,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찰칵,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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