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프린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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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이 세상을 살다보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하루였다.
경리과 연희누나의 덕분으로 과외를 한다는 전단지를 아파트마다 돌린 후에 혹시나 하면서 기다렸지만 꼬마 녀석의 장난 전화 두세통을 제외하고는 전혀 어떤 연락이 오지 않아 거의 포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난밤, 윤선이네 집으로 과외를 하러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도중에 휴대폰의 진동이 엉덩이에서 느껴졌었다.
현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자전거를 세우고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뽑았는데 처음보는 번호였다. 십중팔구 잘못 걸려온 전화일 것이라고 생각에 실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그의 귀에 어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외선생님이시죠?” 그녀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희망이 번졌다.
아들이 고2 남학생이라면서 과외비를 물어보는 그녀에게 액수를 말하면서 혹시나 너무 비싸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몰라 그는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30만원을 제시했다. 대신에 공부를 못하는 아들, 성적 좀 올려주십사고 부탁을 해 왔다. 실력있는 선생님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여전히 낯선 도시에서 그녀가 그에 대한 그런 소문을 들었을 리 만무하지만,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그는 길 한가운데서 휴대폰을 귀에대고 크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드렸다.
토요일 오후 9시, 마침내, 첫 과외를 마치고 손에 과외비 30만원을 받아들고 아파트를 나서면서 감사의 눈물이 솟아 나와서 기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예상했던 것 보다 학생은 성적이 그렇게 나쁜 편도 아니었고 성격도 모나지 않은 듯 보였다.
열심히만 가르쳐주면 최소한 1년 이상 매달 꾸준히 30만원의 고정 수입이 생기는 것이라는 안도감에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은행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집에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도 다시 봉투에서 돈을 꺼내서 수십번을 계속 세어 보았다.
계산에 없던 돈이 손에 들어오니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현준이었다.
이 세상에서 소외되고 버려졌다는 생각속에 잠겨있을 때 손을 내밀어준 그였다. 아무 상관이 없는 그를 위해서 그 먼 대전을 찾아와 주었다. 정훈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렇게 관심을 가져 준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준비한 자전거를 받으면서도 감사의 인사는 고사하고 상처를 주는 말만 한 정훈에게 먼저 문자를 보내서 연락을 한 것도, 초라하지만 자신의 월셋방을 처음으로 찾아온 사람도 그였다.
하지만 수요일에 만난 이후로 현준은 연락이 없었다.
가끔씩 먼저 문자나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현준이 얘기한 아르바이트 자리 때문에 자신이 확인을 해보려고 그러는 것으로 오해를 할 까봐 걱정이 되었다.
“나는 괜찮은데, 그냥 잘 지내냐고 연락이나 좀 하지.”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넣을 돈이 없어서 가지고 다니지 않던 낡은 지갑에 5만원을 넣고는 나머지는 다시 봉투에 담았다.
이제 월세도 밀리지 않고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이런 행운이 한두번만 더 따라준다면 자신의 인생도 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모처럼 일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그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이라는 것이 사람을 이렇게 바꿔 놓을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새삼 이 세상에서 돈의 능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일요일마다 누워서 천장을 바라다 보면서 과거의 추억만 곱씹으면서 보냈던 그였다.
그 안에서 살면서도 가 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시흥시의 이곳저곳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생수도 한 병 샀고, 60% 할인한다는 표시가 붙은 냉장고를 열고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서 손에 들고 맛을 보았다.
이렇게 작은 행운에, 꼭 일년만에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자신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으로 시내를 누볐다. 얼마 되지 않아도 주머니에 여분의 돈이 자신에게는 넉넉한 만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달라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준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점심시간이 지나, 길가에 있는 중국집에 들어가서 자장면도 시켜 먹었다.
‘현준이 지금 같이 있다면’ 그는 생각했다.
저녁이 지나 어두워질때까지도 현준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그래도 주말에는 연락을 하겠지, 만나자고는 하지 않더라도 문자하나는 넣어 주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끝끝내 일요일 밤이 되어도 그에게서는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현준이 결국에는 마음을 바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수요일에 그의 방을 현준이 보고 간 후에 실망감에 그가 드디어 마음을 정리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 이외에 그렇게 다정했던 그가 갑자기 그렇게 이런식으로 연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정훈은 흐린 불빛 아래에서 자신의 방을 둘러보았다.
그가 커피를 들고 방안에 들어왔을 때 방안에 가득했던 신 김치 냄새가 떠올랐다. 그는 슬며시 손을 뻗어서 냉장고문을 열었다. 빨간색 플라스틱 고추장 그릇 안에 담겨있는 검은 비닐봉지 속에 있는 신 배추김치에서 순식간에 냄새가 빠져나와 온 방안을 채웠다.
그래도 자신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쳐 왔던 것인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추하고 구질구질하고 구제할 길이 없는 밑바닥 인생으로 보일 뿐이라는 생각이 그를 덮쳤다.
입장을 바꾸어 자신이 현준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삶을 살아가는 상대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보였다.
세상의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하필 자신과 같은 구제할 방법이 없어보이는 사람을 선택하고 흙탕물에 발을 담글 이유가 있을까.
여튼 누군가를 옆에 둔다는 것은 더 행복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씁쓸한 웃음이 정훈의 굳어진 표정 위에 번졌다.
‘그래, 이것으로 됐다’ 라고 정훈은 생각했다.
그래도 짧지만 얼마동안 그 덕분에 자신이 행복했었다는 생각에 실망감과 허전함과 함께 현준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이것이 정훈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던가. 상처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현준의 등을 떠밀었던 것은 애초에 자신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은 누군가와의 관계를 시작할 그런 처지는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좀 편해진 듯 했지만 밀려오는 공허함은 어쩔수가 없었다.
방바닥에 놓여있던 핸드폰의 진동이 느껴지자 그는 순간 여전히 밀려오는 기대감으로 손을 뻗었지만 전화를 건 것은 연희누나였다.
“오늘 사장님 사정으로 호프집이 쉬어서 말이야.” 그녀의 밝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편하게 한잔 할까?”
기분이 쳐져서 모든 것이 귀찮았지만 그냥 그대로 있으면 더 우울해질 듯 했다. 그리고, 또 이참에 연희누나에게 간단하게 대접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정훈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공단입구에서 버스에서 내려서 술기운으로 휘청거리면서도 그의 온 신경은 주머니속에 있는 휴대폰으로 몰려있었다.
연희누나와 술을 마시면서도 온 신경은 테이블 위에 휴대폰에 가 있었다.
아무리 아닌 척 해도 그렇게 자꾸 휴대폰에 눈길을 주는 정훈을 연희누나가 모를 리가 없었다.
기다리는 전화가 있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부산에 있는 동생이 전화할지도 모른다는 변명을 했지만 그러면서도 혹시 연희누나가 그의 마음을 눈치챌까봐 걱정이 되었다.
골목길에 접어들면서 슬그머니 그런 소심한 자신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 정말 *신같이 왜 그래!”
그러면서도 혹시나 골목안의 어두움 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현준이 불쑥 나타나서 놀래켜 주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까지 드는 자신이 정말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아! 그는 너를 이제 마음 속에서 접었는데, 쪼다같이.......”
술을 마시면 간이 배 밖으로 빠져나와 이성을 상실하는 것을 경험했건만 오늘은 어떻게 점점 더 소심해지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정훈은 견딜수가 없었다.
“아니면 니가 전화를 해 보던가!” 한밤중 조용한 골목길에서 그는 자신에게 악다구니를 쳐 보았다.
“아, 진짜, 왕소심쟁이. 띨빡한 놈!”
대문을 들어서서 한 구석에 있는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는 벽에 세워진 자전거를 돌아보았다.
“그래! 정현준! 너 결정 잘했다. 나도 이제 너, 내 맘속에서 접는다!”
다리의 힘이 빠져나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어 정훈은 무너지듯 자전거의 옆에 무릎을 꿇으면서 주저앉았다.
(현준)
목요일 오전에 아산의 공장에 내려가서 신규 샘플 20종을 준비한 후 오후 두시가 넘어서 그는 회사에 도착했다.
각각 열 개씩을 커다란 노란 비닐봉투에 담아 양손으로 들고 현준은 항상 그렇듯이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면서 사무실을 들어섰다.
자리에 앉아서 주말이 되기 전에 끝내야 할 일들을 체크하기 시작하면서 우연히 사무실을 돌아보았을 때 그는 무엇인가 사무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경리과의 정소정씨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척 했고, 나란히 앉은 다른 두 여직원은 그를 본 후, 둘이서 고개를 숙이고 무엇인가 소근거리고 있었다. 얼마 전에 들어온 신입사원 두 명도 항상 그가 출근하면 슬그머니 다가와서 쓸데없는 잡담을 건네면서 그의 기분을 떠보기도 했는데 그와 눈이 마주치자 서류파일을 들고는 회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정소정씨.”
현준은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는 그녀를 불렀다.
“무슨 일 있어요? 회사 분위기가 이상한데.” 고개를 돌려 자신을 돌아보는 정소정씨에게 그가 슬며시 물어보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뒤에서 부장의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그에게서 눈을 돌려 부장을 한번 보고는 다시 자신의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어이! 오셨나, 우리 정현준대리님?”
그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현준이 머리를 돌려 부장을 돌아보았다.
부장은 책상에서 파일을 들고 일어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현준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혹시 자신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싶어 계속 부장을 주시했지만 부장은 그를 지나쳐서 회의실로 향했다.
현준이 다시 고개를 숙여 다이어리를 펼치는 순간 발을 멈춘 부장이 다시 뒤를 돌아 현준을 비웃듯이 노려보았다.
“내가 살면서 이 세상에 더러운 호모새끼들이 숨어산다는 얘기를 들어보긴 했지만, 설마 우리 사무실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네.”
그의 말에 놀란 현준이 고개를 들어 부장을 바라보았다.
“에이 더러운 호모새끼. 살충제를 뿌려서라도 싹쓸이를 해야지, 원 씨-발 더러워서 살 수가 있나!”
현준을 노려보면서 말을 마친 부장은 뒤를 돌아서 사무실 바닥에 퉷! 하고 침을 뱉고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부장의 말에 여전히 놀라서 어떤 반응도 하지 못하던 현준은 고개를 돌려 정소정씨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현준을 한번 바라보고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로 고개를 숙였다.
여전히 현준을 보면서 속닥거리던 두 여직원도 현준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고 책상위에 놓인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면서 등골이 오싹했다.
도대체 어떻게 무슨 말이 돌았는지, 순간 앞이 캄캄해지고 말문이 막혀서 현준은 아무런 말이나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자신의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정대리?”
사장실 문이 열리고 그 틈으로 얼굴을 밖으로 내밀고 김이사가 그를 불렀다.
충격으로 말문이 막힌 현준은 멍하니 고개를 돌려서 김이사를 바라보았다.
김이사는 현준에게 손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놀라움과 공포에 힘이 빠져버린 다리로 휘청거리면서 그는 사장실로 들어갔다.
씁쓸한 미소를 띠고 있는 사장님과 김이사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정대리....”
그를 부른 사장이 그 다음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검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슬며시 두세번 긁은 후에 ‘쩝쩝’ 하고 입맛을 다신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행동 좀 똑바로 하고 조심 좀 하지 이 사람아. 이상한 추문이나 생기게 하고 말야!” 말을 멈추고 사장은 현준의 얼굴을 올려다보고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고개를 돌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에이! 입에다 담기에도 더러워서 정말!”
“누가 헛소문 퍼뜨린게죠.” 옆에 앉아있던 김이사가 입을 열었다.
“당장 좀 있으면 결혼할 사람인데..” 말을 멈추고 김이사는 고개를 돌려 현준을 올려다보았다.
“정대리, 어쩌다가 무슨 일을 했길레 이런 소문이 회사까지 들어와 그래!”
이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장이 현준을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야! 너 호모가?”
“네?” 더욱 당황해진 현준은 아무생각도 할 수 없이 그를 노려보는 사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 호모냐구!” 사장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커지면서 얼굴이 험악해졌다.
“아, 사장님, 무슨 말씀을....” 이사가 사장의 얼굴을 보면서 달래듯 입을 열었다.
“누군가 잘못알고 헛소문 퍼뜨린거죠. 정대리가 어디로 봐서 그 뭐시냐, 호... 호모로 보입니까.”
말을 끝내고 이사는 얼굴을 돌려 현준을 보았다.
“정대리. 나가서 일 봐.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으로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현준은 마치 좀비처럼 멍하니 사장실을 걸어나와 자신의 책상에 털썩 주저 앉았다.
여전히 멍한 눈빛으로 딴 세계에 있는 듯 보이는 그의 눈에 정소정씨 얼굴이 들어왔다.
간신히 초점을 맞추어 그녀를 바라보는 그에게 그녀는 밖으로 나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오늘 아침 열시 반경에 부장이 외출했다가 들어오더니 갑자기 그러더라구요.”
“뭐라고?” 넋나간 모습으로 현준이 그녀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소문 다 퍼져 있는데 우리 사무실만 몰랐던 거라고 그러면서......" 그녀가 말을 잇기전에 잠시 주저했다. "정대리님이.. 그.. 게..... 게이.. 라고요.”
“누가 그랬대요?” 현준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그건 말 안했어요. 그런데 정대리님과 결혼할 여자분과 가까운 사람한테 들은 것이라서 정확한 거라고 그러면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리창문을 통해서 사무실 안쪽의 회의실에서 나오는 부장이 보였다. 현준의 책상에 가까워오자 그의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씨-팔, 더러운 개 호모새끼 어디갔어? 드러운 놈. 아 씨-팔, 그것도 모르고 회식할 때 옆에서 밥도 같이 먹고 같은 국그릇에 숟가락도 넣었으니!!”
말을 멈추고 부장은 현준의 책상위에 침을 뱉었다.
“에이, 더러운 새끼! 아 씨-발 *같은 것 땜에 열 받아서 못 살겠네. 아 씨-발, 나 몰래 날 보면서 입맛 다셨을꺼아냐! 우웩! 구역질 나는 새끼!”
멍하게 서 있던 그가 부장이 늘어놓는 말을 듣자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아 자신도 모르게 사무실 문을 박차고 뛰어들어갔다.
“야! 이 씨-바새끼야!”
사무실이 떠나갈 듯한 그의 목소리에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갑작스런 모습에 부장도 놀래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이 개-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현준이 부장에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잡았다.
“씨-팔, 부장이라는 놈이 일도 쥐뿔도 못하면서 남이 하는 일 다 지가 한 것처럼 사기나 처먹고 사는 주제에 어디서 *같이.... 뒈-지고 싶으니까!”
현준의 첫 반응에 한 순간 놀랬던 사무실 직원들 중에서 이제 신입사원과 관리부 남자직원이 뛰어와서 현준의 팔을 붙잡아서 그 둘을 떼어냈다.
“개, 씨-팔, 너 오늘 나한테 뒈-진다 새끼!” 여전히 눈에 분노와 살기가 번뜩이는 현준이 몸부림을 치면서 부장을 노려보았다.
이제 조금씩 두려움이 배어나오는 얼굴로 주위에서 다른 직원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한두걸음 뒷걸음 친 부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씨-팔 놈 지-랄하네. 드러운 호모새끼가!”
“야! 이거 놔! 이 씨-팔! 그래 이 개-새꺄. 너 오늘 호모한테 죽어봐라 개-새끼!”
“정현준!”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지금 뭐하는거야! 어디서 지금 대리가 부장한테!” 사장의 말에 한순간 사무실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김이사가 사장 뒤에서 나타나 현준의 앞으로 걸어왔다.
“정대리, 너 왜 그래!” 그가 현준을 바라보았다.
“빨리 부장한테 사과해!” 그가 현준의 어깨를 툭 쳤다. “빨리 사과해! 사과하고 나하고 같이 밖에 나가서 얘기 좀 하자!”
현준은 김이사를 한번 바라본 후에 시선을 부장에게 돌렸다.
“야!” 현준이 부장을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만아, 여직원들 엉덩이나 쳐다보면서 침 흘리지 말고 회사 말아먹지 말고 일해 씹-쌔야! 너 같은 새끼하고 내가 더러워서 같이 일 못한다 씨-팔아!
옆에 있던 책상을 구둣발로 냅다 걷어차고 자신을 붙잡고 있는 직원들의 손을 팔로 쳐서 뿌리치고는 그는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정신 없이 걸었다.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걸었는지 모르는 사이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소래포구가 앞에 나왔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울리던 휴대폰은 이제 좀 조용해진 듯 싶었다.
난간에 기대어서 찝찌름하고 끈끈하면서 불쾌한 바닷 바람을 맞으면서 그는 물이 다 나가버려서 헐벗은 채 남아있는 잿빛 갯벌을 내려다 보았다.
답답하고 시원했다. 속이 꽉 막혀있으면서도 살 것 같았다. 불안하면서도 편안했고 두려우면서도 개운했다.
다시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넣어 꺼내서 번호를 확인 했다.
“여보세요.”
“너 어디냐?” 조용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단안의 그의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근무하는, 정훈을 소개 시켜주기로 한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 진수 였다.
“소래.”
“너 지금 거기서 뭐해?” 진수는 픽 웃으면서 실없다는 투로 물었다.
“그냥. 바람 좀 쐴까 해서.”
“야! 다 뒤집어 놓고 그렇게 거기 가서 있으니 좋냐?”
“뭐야, 너 벌써 얘기 들었어? 정말 소문 빠르네.” 현준이 몸을 돌려 난간에 등을 받치고는 고개를 숙였다.
“손바닥 만한 공단안에서 그럼, 순식간이지...” 잠시 말을 멈추고 진수는 한숨을 내 쉬었다.
“좀 보자.”
“........”
“내가 그리 갈까?”
“아니.”
“그럼 택시타고 우리 집 앞으로 와. 나 지금 퇴근한다.”
“나에 대해서 다 들었겠네?” 진수의 잔에 소주를 채우면서 현준이 물었다.
“어,” 자신의 잔을 내려놓은 후, 병을 건네 받고 현준의 잔을 채우면서 진수가 입을 열었다.
“이제, 너 어떻게 할건데? 소문 다 나서 이 근처에서는 너 이제 일자리도 못 구한다.”
“설마 굶어죽겠냐?” 현준이 픽 웃었다.
"소문은 뭐라고 났냐?"
"알려고 하지마, 알 필요도 없고. 너 사람들 남의 말 하는거 좋아한다는 거 알잖아. 없는 말도 지어내서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거 말야."
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 현준을 보았다. "그냥 나머지 구역질나는 더러운 얘기는 다 잊어버리고 너가 그렇더라는 것만 귀에 담았다."
현준을 보면서 진수가 한숨을 쉬었다.
“놀랬겠네?” 진수를 보면서 현준이 입을 열었다.
“그럼,” 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놀랬지.” 말을 끝내고 자신의 술잔을 들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너, 선애씨하고 만날 때, 사실 뭔가 아니다 싶었었어.”
진수의 말에 현준이 고개를 들어 빤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야 워낙 성격이 다정다감하니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모르지만, 아무리 좋은 사이라고해도, 선애씨 보는 니 눈빛에서 그 뭔가가 빠져있었거든.” 진수가 젓가락 하나를 들고 허공에 대고 슬며시 휘저으면서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잘못 보면 너가 일부러 부잣집 딸 관심도 없으면서 계산적인 생각으로 꾄 것으로 볼수도 있겠더라고... 니 성격 내가 아니까 그럴리 없겠다 했지만 말야.”
“그 말 듣고 괜찮았어?” 현준이 조용히 그를 보면서 물었다.
“뭐?” 현준의 말에 진수가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가 게이라는말?”
자신이 입을 열고도 말을 끝내고는 진수는 자신의 주위를 한번 돌아보았다.
“사실, 모르겠다 임마.” 현준이 따르는 술을 받으면서 그가 말을 이었다. “근데, 다른 생각보다 그 말 들으니까, 너가 참 안됐다 싶더라.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갈까 싶기도 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는?” 갑자기 조금 불편해져서 현준이 말을 돌렸다.
“다음 달 말에 한번 데리고 와봐 그때 신입사원 두 명 정도 채용 계획인데 그때 한번 보자. 어떤지....”
말을 멈추고 현준을 한번 바라보고는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그 애 정말 똑똑하고 애들도 잘 가르치는거지? 우리 이모, 자기 아들 놈 땜에 산다고 맨날 그러는데 정말 실력있고 잘 가르쳐줘야 하는데... 유능한 과외 선생이라고 소개 시켜주고 제대로 못하면 중간에서 내가 입장이 그래서 말이지...”
“걱정마,” 현준이 그의 말을 끊었다. “성실하고 능력있어. 그냥 믿으시라고 해.”
한시가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서 자신의 아파트의 현관을 들어가기 전, 현준은 그 앞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모두 괜찮을 것 같았던 기분이 술이 오르고 한밤중에 되니 생각이 많아져서 앞으로의 삶이 두려워졌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끌고 갈 것인지, 엮이고 꼬이는 그의 인생 속에서 자신이 희생자가 될 것인지 몰라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일어나려고 두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선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미안해.”
“.......”
“지연이가 아직도 자기 회사의 부장하고 연락하고 지내는 지 정말 몰랐어. 그냥 친구니까 파혼한 얘기하면서 어쩌다가 자기 말이 나와서.....”
그녀의 아픈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그의 귀속으로 들어와서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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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것이라봅니다.
바르게 사는 현준님!
잘 극복해 가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