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나무꾼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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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주무셨어요?" 

평범한 어조로 묻는 나.

"음.. 오랜만에 이상한 꿈을 꾼 걸 빼면요."

나는 뜨끔하면서도 모른 채 한다.

"꿈이요?"

"네, 몽정한 것 같은데 드로즈는 전혀 안 젖었더라구요."

내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들킨 걸까?'

"그럴 수도 있죠. 저도 그런 적 있어요."

"그래요?"

그가 음식을 식탁으로 가져 온다. 우리 둘은 말없이 식사한다.

"오늘 가까운 도시로 데려다 드릴게요."

"네, 고맙습니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은 것 같다.

"가끔 놀러 와도 돼요?"

"네, 번호 드릴게요."

스마트폰을 건네는 나. 그는 내 스마트폰으로 자신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내게 다시 건네준다.

"방에서 마음에 드는 조각 아무거나 가져가세요."

"네, 고맙습니다."

난 밥을 다 먹고 접시와 수저를 싱크대에 놓고 설거지한다. 그는 아직 밥을 먹고 있다. 난 설거지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물건들을 챙기고 나온다. 설거지하는 그가 보인다.

"다 챙겼어요."

"그래요? 나무 조각도 챙겼어요?"

"아! 맞다. 그것도 하나 챙길게요."

나무 조각이 꽤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작은 것으로 하나를 골라 나온다.

"이걸로 할게요!"

"넵,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도 준비하고 나올게요."

검은 와이셔츠에 반팔 티셔츠, 그리고 어제부터 입고 있는 청바지.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가자 녹색 태양빛이 우리를 감싼다.

'우와.. 숲 같은 느낌.'

"꽤 괜찮죠?"

그가 '차'를 향해 걸어 간다.

"차가 있으셨네요?"

"네, 가끔은 도시에 가야 할 때가 있어서요. 타세요."

"고맙습니다~"

우리는 차를 타고 이동한다. 한참 말이 없는 그. 듬직한 표정의 그.

'이런 남자를 또 만날 날이 있을까?'

약간 침울해지는 나. 울퉁불퉁한 길을 한참 달리자 도로가 나온다. 가까운 시내까지 3km 정도다.

"..언제든지 와요. 그리고 어제보다 편하게 지내도 돼요."

"넵."

뭔가 중의적인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겠는 나. 아무튼, 다음에 또 올 생각이다.

한참 달리자 도시가 나온다. 가까운 역에 나를 내려주고 그와 나는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진다.

'다음에도 몰래 해버려야지.'

자신을 비열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편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으로 친구들에게 연락한다. 벌써 서울로 올라갔단다. 미친 놈들.

'친구를 두고 서울로 가..?'

나도 대충 표를 끊고 역에서 한참을 기다린다.

'졸업하면 뭐하고 살까..'

어제와 같은 일은 아마 내 인생에 두 번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또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를 거라며 기대해버린다. 상상으로는 이미 그에게 수도 없이 범해지고 있다. 앉은 채 가방을 무릎에 올려 놓고, 발기한 남성을 가려버리고 게임하는 척 하는 나. 기차가 오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탑승한다.

'겨울이 오면 그를 한 번 다시 찾아 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서울로 가는 기차에 탑승한다. 자리에 앉고 바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진정해야지..'

그러다가 잠이 든 모양이다. 깨어 보니 서울이다.

"우웅.."

기지개를 펴고 스마트폰을 본다. 카톡 하나가 와 있다.

[여름 끝나기 전에 한 번 봐요. 볼 거는 많이 없지만, 여러 군데 구경 시켜 줄게요.]

나는 바로 답장한다.

[네 ㅎㅎ 남는 게 시간인걸요. 집에 들어가서 일정 보고 바로 날 잡아 볼게요!]

나는 카톡을 보내며 은연중에 기대한다. 이번에는 그가 날 범하기를. 욕정으로 번들거리는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걷는다.


장작을 패며 생각한다.

'요즘 애들 대담하네.'

기지개를 한 번 켜고 계속 장작을 팬다.

'너무 잘 해 줘서, 깨어 있다는 것을 들킬 뻔 했어. 밥을 같이 먹을 때 반응이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문자를 보내자마자 문자가 온다.

'..어떻게 해야 편하게 진행되려나? 다음에 오면 잘 해 봐야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산에 들어오면서는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끊었는데.. 신선하다.

'중학교 때 생각이 나네. 그 녀석들은 지금 뭐 하고 지내려나?'

장작을 마저 패고 조각을 시작하며 생각한다.

'날 좋아해주는 것 같으니 나도 잘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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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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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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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네요.
미남 나무꾼 그리고 손님
잘 되었으면....잘 되야죠?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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