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기숙사 / 분노, 수치, 그리고 욕정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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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역겨운 인간이다. 저 놈은. 생긴 건 멀쩡한데, 야한 동영상을 틀고 팔을 핥으며 딸딸이를 치고 있다. 저런 놈과 같은 기숙사를 써야 하는 내가 불쌍하다. 녀석은 처음부터 저랬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실실 웃으면서 호감을 사는데, 방에 들어 오면 내겐 눈길도 주지 않고 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방에서는 녀석 때문에 도저히 집중이 안 돼서 난 도서관에 쳐박힌 신세가 된 지 오래다.

'쓰레기 새끼. 성적 떨어지면 네 탓이야.'

기숙사 사감님께는 다른 말로 돌려 가며 여러 번 변경을 요청드렸지만, 이유가 불충분하다고 거절당했다. 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머리 끝까지 분노로 가득 차곤 한다. 기숙사 사감님 말씀으로는 별 이상이 없으면 계속 같이 살게 된단다.

'무슨 규칙이 이 따위야!'

난 공부를 마치고 기숙사로 들어간다. 심지어 통금까지 있어서 12시까지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마치 붙잡힌 노예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살고 있다. 들어가니 녀석은 게임을 하고 있다.

쾅!

문을 세게 닫아도 녀석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경멸스러움을 느낀다. 나는 불을 끄고 바로 침대에 눕는다.

"화면 밝기 좀 낮춰."

최대한 침착하게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녀석은 밝기를 줄인다. 어느새 녀석이 '정상적'이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을 포기했다, 나는. 녀석이 멀쩡해지기를 기대하느니 내가 전교 수석이 되는 것을 기대할 것이다.

'빨리 자야 해. 내일은 1교시부터 수업이 있단 말야.'

키보드의 타닥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에 들기는 어렵지만, 눈을 감고 억지로 고요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키보드 소리가 사라진다.

'쓰레기 새끼, 또 시작하려고..'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려 온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살갗을 탁탁 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경멸과 분노에 휩싸여 잠을 잘 수가 없다. 최대한 감추려고 하는 것 같지만,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는 소리가 이 좁은 방에서 안 들릴 수가 없다. 난 고개를 돌려 한쪽 귀를 베개에 파묻고 손으로 다른 쪽 귀를 막는다. 도저히 잠들 수가 없다. 정말 화가 나고 수치스럽다. 한 마디도 못 하는 나에게 자괴감을 느낀다. 귀를 철저히 막았음에도 들리는 소리들.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 새꺄, 그만 해!"

난 몸을 일으켜 녀석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녀석의 의자를 잡고 흔든다.

"뭐 하는 거야!"

녀석이 말한다. 난 씩씩대면서 말을 잇는다.

"그게 그렇게 좋아? 룸메는 신경도 안 쓰일 만큼 기분 좋아?!"

"네가 자는 줄 알았지."

"아냐! 한 번도 자 본 적 없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소리지르며 녀석의 의자를 계속 흔든다.

"자는 줄 알았다고? 그럼 평소에는 왜 그러는 건데!!"

"네가 없을 때 한 거잖아."

뻔뻔한 표정. 난 혐오스러움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뭐? 없을 때 해? 내가 들어오고도 계속 했잖아!!"

가끔 방 문을 열 때, 녀석은 자위 중인 때가 많았다.

"야, 같은 남자끼리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뻔뻔하게 소리치며 내 손을 막는 녀석.

"같은 남자? 난 네가 더러워서 여기 와선 딸딸이 한 번 못 쳤어! 내 딸딸이도 그렇게 흉한 것만 같아서!!"

우리 둘은 어느새 서로의 옷깃을 잡고 밀고 당긴다. 몸싸움. 나는 녀석보다 약하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녀석이 나를 쓰러뜨리며 화난 목소리로 말한다.

"경멸스러운 새끼!!"

내가 악을 쓴다. 녀석은 나를 짓누른 채 한참 있다가 몸을 일으킨다.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 쉰다.

헉.. 헉..

"내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마. 네 할 일이나 해."

녀석이 말하며 다시 의자에 앉는다. 다시 딸딸이를 시작한다. 난 조금도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녀석에게 다가간다.

"이게 그렇게 좋아?"

녀석의 노트북을 들고 바닥에 팽개친다. 망가지진 않았는지 야동이 계속 틀어져 있다.

"뭐 하는 거야!"

소리지르는 녀석.

"이 개새꺄!!"

우리 둘은 다시 싸운다. 한참 손짓, 발짓이 오가다가 난 다시 녀석에게 짓눌린다.

"..너. 그냥 조용히 지내. 내가 뭘 하든."

잔인한 어조로 지껄이는 미친 새끼. 난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 보며 말 없이 짓눌려 있다.

"......"

"한심한 새끼. 뭣하면 너도 딸딸이 쳐. 나 신경 쓰지 말고."

"..그렇게 말하면 내가 못 할 것 같아!!"

짓눌린 채 몸을 버둥거리며 말한다.

"하! 그럼 하든지!!"

녀석은 내가 포기할 때까지 짓누를 생각인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반응을 살피고 있다. 난 포기한 채 눈을 감고 녀석을 무시하려 노력한다. 3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녀석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 가서 눕는다. 나도 침대에 가서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일어난 나.

'젠장, 수업을 2개나 결석하고..'

대충 씻고 방을 나선다. 학식을 먹고 수업에 들어가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것 같다. 녀석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난 문을 나선다.

'기숙사에서 나갈 거야. 반드시 나갈 거야. 나갈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갈 거야.'

난 걸으면서 속으로 되뇌인다. 분노로 점철된 나는 도저히 좋은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몇몇 아이들이 나를 두려워하며 피한다.

'개xx들,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난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뒤섞인 채 학식을 먹고 교실로 들어 간다. 아무도 나의 상태를 눈치 채지 못하도록 맨 뒤에 가서 앉는다. 수업이 끝나고 언제나 그렇듯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기숙사에 가자 녀석이 보인다. 일상을 영위하는 평범한 얼굴이다.

'저 쓰레기 같은 개xx가!'

난 경멸하면서도 밥을 담아 먹는다. 녀석을 한시라도 덜 보기 위해서 녀석보다 빨리 먹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공부에 도저히 집중이 안 된다. 녀석에게 보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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