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형과의 동거, 5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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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나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다. 나이도 한 살 밖에 차이가 안 나서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동갑으로 보이겠지만, 난 한 살 많은 형을 '형'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형의 외양을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으로 인식한다. 실제로도, 난 귀엽기만 한 편인 반면에 형은 젊은 남성으로 보이니까.

'어떻게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 어릴 때는 둘 다 귀엽기만 했는데.'

젖살이 올라 동글동글한 얼굴이었던 우리 둘. 사람들은 우리를 친구로 여기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친구가 아니고 친한 형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형이 날 돌봐 주는 것이 기분 좋았으니까. 지금의 형은 어릴 때보다도 책임감이 넘치는 표정이다.

'혹시 애인이 있는 건 아니겠지?'

가질 수 없는 형이라는 것을 앎에도 나는 질투하며 욕심낸다.

'이런 내가 싫어. 내가 여자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만약 여자였다면 형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을 것이고, 형은 그런 내게 사랑을 줬을 것이다.

'왜 하필 내가 남자인 거야? 내가 싫어졌어.'

사랑 받고 싶은 마음. 어른이 될 무렵부터 그것은 내 안에 자리잡았다. 자신감 넘치던 청소년기와는 다른 무언가.

'형이 날 범해 준다면, 한 번이라도 날 안아 준다면 난 미련 없이 살 수 있을 지도 몰라.'

형과 인연이 닿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드는 생각. 난 체념하는 마음 속에 괴롭다.

'공부만 하는 인생을 살아 볼까? 형이 아니면 애인도 필요 없어.'

"무슨 생각 해?"

갑자기 치고 들어 오는 형. 난 속으로 화들짝 놀라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별로. 새 학기 생각하고 있었어."

"그치. 벌써 새 학기지. 아아~ 싫다! 준비해야 할 것만 많고!"

머리 뒤로 팔짱을 끼는 형. 귀찮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뭐.. 첫 학기부터 빡세겠어?"

"그렇겠지?"

장난스런 표정으로 웃으며 나를 보는 형.

'아, 저 표정이다!'

어릴 적부터 형만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그 표정. 언제나 나를 안심시켜 준 그 표정. 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아득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래. 형하고 이어지지 않아도 상관 없어. 형이 날 보아 주기만 하면..'

어느새 집에 다 와 간다. 평범한 주택의 3층. 나는 총총 걸음으로 먼저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연다.

찰칵

"들어 와!"

활짝 웃으며 팔을 벌리는 나.

"무슨 흉내야 그건?"

웃는 얼굴의 형.

"아무 것도 아니야."

웃음을 거두지 않고 말하는 나. 우리 둘은 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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