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워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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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한 후, 그 전날의 백업 데이터의 출력 자료를 들고 업무과에 들렀다가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
자리에 돌아와 막 의자에 앉아 반쯤 마시다가 놓아두어서 이미 식어버린 커피잔을 집어 들었을 때였다.
“이 승우씨.” 그때까지 부산하게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있던 윤대리가 통화를 끝내고는 내 이름을 불렀다.
“예?” 엉거주춤 일어나서 몸을 돌리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오후에 바빠?” 그가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한 채로 물었다.
“.......”
“점심 식사하고 무슨 특별한 일 있나?” 그가 다시 물었다.
“아뇨. 특별한 스케줄은 없습니다.”
“거래처 한번 갔다와볼래?” 그가 그제서야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혼자서도 거래처 방문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근데... 무슨일로...”
“우리 회사 물품하고 프로그램도 구매하는 회사인데 그냥 잘 쓰고 있는 지 인사차 방문하는 거야. 문제점이 있으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쪽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확인해보고 오는 거지.”
"아..네...“
“어디 보내는 건데?” 윤대리의 뒤쪽의 자리에 앉아 있던 김과장이 물었다.
“네. 클리오네에 좀 보내려고.....”
“아! 이사람.....” 김과장이 큰 소리를 내면서 윤대리를 바라보았다.
“거길, 자네가 가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을 보내나.”
“이 승우씨도 이제....” 윤대리가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돌리고 김과장을 바라보았다.
“보내려면 다른데 부터 보내야지. 거기 저번에 일 제대로 못 맞추어서 컴플레인 들어온 데 아냐. 자네가 가서 다시 정식으로 사과도 하고, 아부도 좀 떨고 비위 맞춰 주고 와야지. 그걸 아직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사원한테 미루나 그래!”
김과장의 호통에 얼굴이 벌개진 윤대리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나를 한번 흘끗 보고서는 손으로 다른 일 보라는 듯한 표시를 해 보였다.
“이 승우씨.” 김과장이 외근을 나가자 슬며시 윤대리가 내 곁으로 와서 나를 불렀다.
“예.”
“그냥 앉아있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나의 어깨를 슬며시 누르고는 그가 말했다.
“과장님이 예전에 내가 한번 실수한 것을 가지고 날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그가 나를 보고는 피식 하고 웃었다.
“오늘 두시에....” 그가 허리를 굽히고 내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클리오네 기업에 업무부 담당자와 미팅이 잡혀있어.”
“아, 네....”
“그냥, 전에 작은, 아주 작은 실수를 우리가 했거든....” 그가 은근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
“과장님은 오바하시는 거고.. 그냥 이승우씨가 가서 한수진 이라고 대리인데, 여자야. 조금 깐깐하긴 하지만. 그냥 깍듯이 인사하고 그쪽에서 하는 말만 잘 적어오면 돼.”
“예....”
“이 승우씨나 나나 뭐 생긴걸로 거래처 담당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 까놓고 외모가 박보검이나 다니엘 헤니처럼 생겼어봐. 그 담당자가 애 하나 있는 서른 먹은 아줌만데, 걔네 같은 외모로 아련한 미소를 쓰윽 지으면서 들이밀면 거기다가 뭐라고 하겠어? 오히려 오줌 질질 싸면서 좋아할 걸?”
“........”
“그래도 이 승우씨는 나처럼 유부남도 아니고 총각이니까, 가서 탄탄한 허벅지 근육도 좀 잘 보이게 하고 거울 보고 귀엽게 웃는 것도 좀 연습도 하고 가서 어필좀 해봐.”
“.....”
그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도대체 그 거래업체와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언제까지 쉬운데만 다니고 내 뒤만 따라다닐래? 이제 슬슬 혼자 개척도 해봐야지. 안 그래?” 그가 슬며시 손을 들어서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허리를 세웠다.
“그러면서 스스로 배워나가는 거야.” 말을 마치고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시청역에 도착해서 막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김과장이었다.
“예. 과장님.”
“이 승우씨가 지금 클리오네 가는 거야?” 그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예....”
“아...거... 윤대리보고 가라니까... 참. 말 드럽게 안듣네 사람이..거..” 그가 다시 큰 목소리로 말을 하고는 쩝쩝하고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승우씨.”
“네?”
“뭐, 미팅 시간 다 됐으니 어떻게 바꿀 수도 없고 이 승우씨가 가기는 하는데...”
“예..”
“혼자 감당 못 할거야.”
“.......”
“전에 클레임이 있어서 그거 확인하러 가는 거거든.”
“.......”
“그쪽에서 뭐라고 하면, 잘 모른다고 하고 다 나한테 미뤄. 내가 시켜서 그렇게 된 거라고 다 나한테 떠넘기고 ‘나는 그냥 자료만 받아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라고 가만 있다가 그냥 와.”
“예....”
“그래. 기 죽지 말고, 그냥 가서 한번 예전에 잘못된거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고 그 다음엔 난 모르는 일이니까 배째라고 하고 있다가 와 알았지? 내가 다 책임질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과장님.”
클리오네의 본사가 있는 건물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큰 빌딩이었다.
1층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라운지의 모던하고 웅장한 모습과 분위기에 나는 압도 되어버렸다. 말끔하고 세련된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부지런히 라운지를 가르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과 나의 모습이 대조되어 슬며시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천천히 안쪽에 있는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데스크 뒤에 서 있던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밝게 웃으면서 물었다.
“아..예. 그러니까...”
“야. 이승우!”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섰다.
“너가 여기 왠일이야?” 얼굴 가득 밝은 웃음을 지으며, 우영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넌...어떻게...” 그런 그를 보면서 반가움과 함께 예상치 못한 놀라움에 멍해져 버렸다.
“우리 회사야.” 그가 피식 웃었다.
“나, 여기 근무해.”
“아...”
“근데 너는 여기 어쩐 일이냐?‘ 그가 안내 데스크에 있던 여자에게 한번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내 팔을 잡아서 끌었다.
“아...나 여기 업무부 한수진 대리를 좀 만나러...”
“아....” 그가 다시 한번 밝게 웃어보였다.
“업무부에 일이 있구나? 나도 그 한 대리 좀 아는데...”
“그래?”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함과 반가움에 기분이 묘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세상 참 좁다. 너네 회사하고 우리가 서로 협력업체 였구나?” 그가 빙긋 웃었다.
“그러게. 세상 참 좁다.”
“커피 한잔 할래?” 우영이가 여전히 내 팔을 잡은채로 물었다.
“아, 미팅 시간 다 되어서 지금 올라가 봐야해. 언제 미팅이 끝날지도 몰라서.... 주말에 시간 되면 보자.”
“그래, 그럼...” 아쉬운 표정으로 그가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한쪽에서 그를 기다리던 일행쪽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윤대리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내 앞의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면서 한수진 대리가 말했다.
“예.. 어쩌다 보니...”
“그분 참, 미꾸라지 같네....”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내가 건넨 명함에 시선을 주었다.
“이승우씨는 아직 신입사원이시죠?” 냉랭한 투로 그녀가 물었다.
“예,....”
“그 전 회사에서도 같은 일 하셨나요?”
“아뇨. 이 회사가 첫 직장입니다.”
“그럼, 대학 졸업하고 그때까지 뭐하셨어요?”
“그냥.....” 그녀는 이제 자신의 앞에 있는 커다란 갈색 폴더를 열고 서류를 끄집어 냈다.
“얼마동안 집에서 부모님 일 도와드렸습니다.” 입사 원서를 앞에두고 인터뷰를 하는 인사부장과 입사 지원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긴장감 속에서 슬며시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했다. ‘지가 뭐길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회사일이 걸린 문제였다.
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그녀가 보고 있는 서류에 시선을 두었다.
“집은 어디예요?” 그녀가 물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갑질이지? 집이 어디인지 그건 왜 물어?’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했다. 그러자 그녀가 내려다 보던 서류에서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 예.. 군산입니다.”나의 대답을 들은 그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그건 왜.....”
“아, 아니예요.” 그녀가 겸연쩍은 듯 말을 하고는 다시 서류를 뒤적거렸다.
“혹시 윤대리님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서류 몇 장을 간추려서 정리를 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윤대리님이 우리 오더 받으실 때에 이것도 되고 저것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고 뻥을 그렇게 치시고.... 당장 거래만 어떻게든 성사시키려고 그러다가 나중에 감당을 못해서 우리 회사에 큰 손해를 입혔어요.”
“........”
“과장님은 저에게 검토해 보라고 하시고.... 전 그렇게 자신만만한 윤대리님만 믿고 일을 시작했다가 회사에서 저만 굉장히 곤란해졌고요.”
“......”
“그 내용 아시고 계신가요?”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예... 그게.....”
“윤대리님이 오시면 직접 좀 만나서 제가 따져 봐야겠다고 그렇게 별렀는데...” 그녀가 말을 멈추고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이 서류 드릴테니까 김과장님께 전달 좀 해주세요. 그냥 드리면 아실거예요.”
“에.” 그녀가 건네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따로 과장님께 연락을 드리겠지만 이번에 계약한 건은 취소할 거예요.”
“.........”
“그리고 이미 믿음이 깨어져서.....” 그녀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쪽 회사하고는 아마 더 이상 거래가 힘들 것 같아요.”
“저....”
무슨말이든 하고 싶었다.
아니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신입사원이었고 이 회사와의 거래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냥 ‘예,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하면서 일어나는 것을 끝나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오지 않고 힘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윤대리가 이곳으로 보낸 것은 이것 때문 이었을까?
“저.....” 거래를 그만두겠다는 상대에게 그러라고 뒷꽁무니를 빼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듯했다.
“제가 내용은 잘 모르지만......” 가능하면 사정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가 열심히 배워서 다시 믿음을 드리면 안될까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하고 웃었다.
“”이 승우씨“ 그녀가 여전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계약서에 어떤 조건으로 어떤 내용이 있는지도 모르시죠?”
“네....” 죽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슬며시 대답했다.
“이승우씨같은 신입사원이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예요.”
“............”
“제가 계약 취소 결재를 과장님께 올리기 전에 윤대리님에게 확인차 오셔서 우리 측 얘기를 들어보고 반론이 있으면 제기하시고 하실 말씀 하시라고 기회를 드리느라 미팅을 잡은 거예요.”
“...........”
“그런데 정작 본인은 코빼기도 안비치고 신입 사원을 보내고....”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튼, 지금 우리 과장님이 외출 중이시라서, 들어오시는 대로 곧 말씀드리고요. 결재 나는 대로 회사로 연락 드릴께요. 이승우씨” 그녀가 부르는 나의 이름이 마치 날카로운 송곳 끝처럼 나의 가슴을 찔렀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 빌딩의 멋드러진 라운지를 가로 질렀다.
나와 상관없는 즐거움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재잘거리면서 나의 옆을 지나쳤다.
땅 속을 달리고 있는 지하철의 문가에 서서 깜깜한 창밖을 내다보면서 미팅의 결과를 얘기 해야 할 것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이승우씨가 담당자에게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라고 말하면서 노려보는 윤대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자 혹시 그걸 윤대리가 노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사원 교육중에 인사과 직원이 한 말이 떠올랐다. 윤대리와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직장생활이 원래 어렵다고 잘 버텨보라는….
그러자 갑자기 더 가슴이 답답해지고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이럴 것이라는 결과를 이미 뻔히 알고 있는 그가, 그런 결과를 나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것은 아닐까?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가능한 자신의 책임을 떨어내어 내 어깨 위에 옮겨 놓을 작정을 하고 나를 이용한 것은 아닐까?
그럴 리가 없다고 말도 안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혼자 중얼거리면서도 한편으로 책임전가와 잔머리를 굴리는 것에만 재능을 보이는 것 같은 윤대리의 야비한 표정이 내 눈앞에 그려졌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는데, 시작부터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신입사원으로 찍혀 짤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곳이 내 마지막 희망이었다.
여기를 떠나서 내가 어느 곳에서 발을 딛고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게 힘들게 취업하게 된 나를 반기면서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신 부모님을 실망시키면서 어떻게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무실의 문 앞에서 나의 두 발이 바닥에 달라붙은 듯, 나는 문 손잡이에 손을 대지 못하고 망설였다.
“여기서 뭐하세요?‘
그런 나의 등 뒤에서 총무과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등이 떠밀리듯 나는 사무실 안으로 바위와 같은 나의 발을 옮겼다.
여전히 윤대리는 전화기를 붙잡고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을 한 채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었다.
김과장은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간신히 앉아서 노트북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기지개를 켜는 부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손가락 끝으로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보물과 같았던 컴퓨터의 키보드와 모니터를 슬며시 만져보았다.
사무실의 문이 열리더니 김과장이 들어왔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꾸벅 하고 인사를 했다.
“수고했어.” 그가 나의 어깨를 다독거리더니 자신의 자리 쪽으로 발을 옮겼다.
이제는 그에게 다가가서 미팅의 보고를 올려야 했다.
“저.....” 과장의 책상 앞으로 가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통화가 끝났는 지 나의 등뒤에서 윤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고개를 돌려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난 그쪽에서 계약 취소다 뭐다 하고 장난 아닐 줄 알았는데, 열심히 해 보자고 연락이 오다니...” 그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상품관리과 과장 덕이지.....” 김과장이 입을 열었다.
“그쪽 담당 과장이 5층 상품관리과 과장 고등학교 동창이거든.... 그래서 한번 봐주는 것 같애.”
“...........”
“왜 거래처 가서 거기 담당 과장님한테 인사 못드렸어?”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게 서있는 나를 보면서 윤대리가 물었다.
“박주형이라고.. 겉으로 보기에는 핸썸하고 젠틀해 보이는데 성격은 졸라 깐깐하거든...”
“다음번에는 제대로 좀 해봐라. 윤대리. 또 이 난리 치게 하지 말고!”
“예, 걱정 마세요. 제가 뭐 일부러 그랬나요? 현장에서 느려터진걸 제가 어떻게 합니까?”
그들의 대화가 멍한 나의 귀에 들어와서 흩어지고 있었다.
자리에 돌아와 막 의자에 앉아 반쯤 마시다가 놓아두어서 이미 식어버린 커피잔을 집어 들었을 때였다.
“이 승우씨.” 그때까지 부산하게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있던 윤대리가 통화를 끝내고는 내 이름을 불렀다.
“예?” 엉거주춤 일어나서 몸을 돌리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오후에 바빠?” 그가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한 채로 물었다.
“.......”
“점심 식사하고 무슨 특별한 일 있나?” 그가 다시 물었다.
“아뇨. 특별한 스케줄은 없습니다.”
“거래처 한번 갔다와볼래?” 그가 그제서야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혼자서도 거래처 방문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근데... 무슨일로...”
“우리 회사 물품하고 프로그램도 구매하는 회사인데 그냥 잘 쓰고 있는 지 인사차 방문하는 거야. 문제점이 있으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쪽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확인해보고 오는 거지.”
"아..네...“
“어디 보내는 건데?” 윤대리의 뒤쪽의 자리에 앉아 있던 김과장이 물었다.
“네. 클리오네에 좀 보내려고.....”
“아! 이사람.....” 김과장이 큰 소리를 내면서 윤대리를 바라보았다.
“거길, 자네가 가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을 보내나.”
“이 승우씨도 이제....” 윤대리가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돌리고 김과장을 바라보았다.
“보내려면 다른데 부터 보내야지. 거기 저번에 일 제대로 못 맞추어서 컴플레인 들어온 데 아냐. 자네가 가서 다시 정식으로 사과도 하고, 아부도 좀 떨고 비위 맞춰 주고 와야지. 그걸 아직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사원한테 미루나 그래!”
김과장의 호통에 얼굴이 벌개진 윤대리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나를 한번 흘끗 보고서는 손으로 다른 일 보라는 듯한 표시를 해 보였다.
“이 승우씨.” 김과장이 외근을 나가자 슬며시 윤대리가 내 곁으로 와서 나를 불렀다.
“예.”
“그냥 앉아있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나의 어깨를 슬며시 누르고는 그가 말했다.
“과장님이 예전에 내가 한번 실수한 것을 가지고 날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그가 나를 보고는 피식 하고 웃었다.
“오늘 두시에....” 그가 허리를 굽히고 내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클리오네 기업에 업무부 담당자와 미팅이 잡혀있어.”
“아, 네....”
“그냥, 전에 작은, 아주 작은 실수를 우리가 했거든....” 그가 은근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
“과장님은 오바하시는 거고.. 그냥 이승우씨가 가서 한수진 이라고 대리인데, 여자야. 조금 깐깐하긴 하지만. 그냥 깍듯이 인사하고 그쪽에서 하는 말만 잘 적어오면 돼.”
“예....”
“이 승우씨나 나나 뭐 생긴걸로 거래처 담당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 까놓고 외모가 박보검이나 다니엘 헤니처럼 생겼어봐. 그 담당자가 애 하나 있는 서른 먹은 아줌만데, 걔네 같은 외모로 아련한 미소를 쓰윽 지으면서 들이밀면 거기다가 뭐라고 하겠어? 오히려 오줌 질질 싸면서 좋아할 걸?”
“........”
“그래도 이 승우씨는 나처럼 유부남도 아니고 총각이니까, 가서 탄탄한 허벅지 근육도 좀 잘 보이게 하고 거울 보고 귀엽게 웃는 것도 좀 연습도 하고 가서 어필좀 해봐.”
“.....”
그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도대체 그 거래업체와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언제까지 쉬운데만 다니고 내 뒤만 따라다닐래? 이제 슬슬 혼자 개척도 해봐야지. 안 그래?” 그가 슬며시 손을 들어서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허리를 세웠다.
“그러면서 스스로 배워나가는 거야.” 말을 마치고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시청역에 도착해서 막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김과장이었다.
“예. 과장님.”
“이 승우씨가 지금 클리오네 가는 거야?” 그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예....”
“아...거... 윤대리보고 가라니까... 참. 말 드럽게 안듣네 사람이..거..” 그가 다시 큰 목소리로 말을 하고는 쩝쩝하고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승우씨.”
“네?”
“뭐, 미팅 시간 다 됐으니 어떻게 바꿀 수도 없고 이 승우씨가 가기는 하는데...”
“예..”
“혼자 감당 못 할거야.”
“.......”
“전에 클레임이 있어서 그거 확인하러 가는 거거든.”
“.......”
“그쪽에서 뭐라고 하면, 잘 모른다고 하고 다 나한테 미뤄. 내가 시켜서 그렇게 된 거라고 다 나한테 떠넘기고 ‘나는 그냥 자료만 받아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라고 가만 있다가 그냥 와.”
“예....”
“그래. 기 죽지 말고, 그냥 가서 한번 예전에 잘못된거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고 그 다음엔 난 모르는 일이니까 배째라고 하고 있다가 와 알았지? 내가 다 책임질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과장님.”
클리오네의 본사가 있는 건물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큰 빌딩이었다.
1층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라운지의 모던하고 웅장한 모습과 분위기에 나는 압도 되어버렸다. 말끔하고 세련된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부지런히 라운지를 가르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과 나의 모습이 대조되어 슬며시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천천히 안쪽에 있는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데스크 뒤에 서 있던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밝게 웃으면서 물었다.
“아..예. 그러니까...”
“야. 이승우!”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섰다.
“너가 여기 왠일이야?” 얼굴 가득 밝은 웃음을 지으며, 우영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넌...어떻게...” 그런 그를 보면서 반가움과 함께 예상치 못한 놀라움에 멍해져 버렸다.
“우리 회사야.” 그가 피식 웃었다.
“나, 여기 근무해.”
“아...”
“근데 너는 여기 어쩐 일이냐?‘ 그가 안내 데스크에 있던 여자에게 한번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내 팔을 잡아서 끌었다.
“아...나 여기 업무부 한수진 대리를 좀 만나러...”
“아....” 그가 다시 한번 밝게 웃어보였다.
“업무부에 일이 있구나? 나도 그 한 대리 좀 아는데...”
“그래?”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함과 반가움에 기분이 묘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세상 참 좁다. 너네 회사하고 우리가 서로 협력업체 였구나?” 그가 빙긋 웃었다.
“그러게. 세상 참 좁다.”
“커피 한잔 할래?” 우영이가 여전히 내 팔을 잡은채로 물었다.
“아, 미팅 시간 다 되어서 지금 올라가 봐야해. 언제 미팅이 끝날지도 몰라서.... 주말에 시간 되면 보자.”
“그래, 그럼...” 아쉬운 표정으로 그가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한쪽에서 그를 기다리던 일행쪽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윤대리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내 앞의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면서 한수진 대리가 말했다.
“예.. 어쩌다 보니...”
“그분 참, 미꾸라지 같네....”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내가 건넨 명함에 시선을 주었다.
“이승우씨는 아직 신입사원이시죠?” 냉랭한 투로 그녀가 물었다.
“예,....”
“그 전 회사에서도 같은 일 하셨나요?”
“아뇨. 이 회사가 첫 직장입니다.”
“그럼, 대학 졸업하고 그때까지 뭐하셨어요?”
“그냥.....” 그녀는 이제 자신의 앞에 있는 커다란 갈색 폴더를 열고 서류를 끄집어 냈다.
“얼마동안 집에서 부모님 일 도와드렸습니다.” 입사 원서를 앞에두고 인터뷰를 하는 인사부장과 입사 지원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긴장감 속에서 슬며시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했다. ‘지가 뭐길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회사일이 걸린 문제였다.
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그녀가 보고 있는 서류에 시선을 두었다.
“집은 어디예요?” 그녀가 물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갑질이지? 집이 어디인지 그건 왜 물어?’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했다. 그러자 그녀가 내려다 보던 서류에서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 예.. 군산입니다.”나의 대답을 들은 그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그건 왜.....”
“아, 아니예요.” 그녀가 겸연쩍은 듯 말을 하고는 다시 서류를 뒤적거렸다.
“혹시 윤대리님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서류 몇 장을 간추려서 정리를 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윤대리님이 우리 오더 받으실 때에 이것도 되고 저것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고 뻥을 그렇게 치시고.... 당장 거래만 어떻게든 성사시키려고 그러다가 나중에 감당을 못해서 우리 회사에 큰 손해를 입혔어요.”
“........”
“과장님은 저에게 검토해 보라고 하시고.... 전 그렇게 자신만만한 윤대리님만 믿고 일을 시작했다가 회사에서 저만 굉장히 곤란해졌고요.”
“......”
“그 내용 아시고 계신가요?”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예... 그게.....”
“윤대리님이 오시면 직접 좀 만나서 제가 따져 봐야겠다고 그렇게 별렀는데...” 그녀가 말을 멈추고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이 서류 드릴테니까 김과장님께 전달 좀 해주세요. 그냥 드리면 아실거예요.”
“에.” 그녀가 건네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따로 과장님께 연락을 드리겠지만 이번에 계약한 건은 취소할 거예요.”
“.........”
“그리고 이미 믿음이 깨어져서.....” 그녀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쪽 회사하고는 아마 더 이상 거래가 힘들 것 같아요.”
“저....”
무슨말이든 하고 싶었다.
아니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신입사원이었고 이 회사와의 거래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냥 ‘예,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하면서 일어나는 것을 끝나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오지 않고 힘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윤대리가 이곳으로 보낸 것은 이것 때문 이었을까?
“저.....” 거래를 그만두겠다는 상대에게 그러라고 뒷꽁무니를 빼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듯했다.
“제가 내용은 잘 모르지만......” 가능하면 사정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가 열심히 배워서 다시 믿음을 드리면 안될까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하고 웃었다.
“”이 승우씨“ 그녀가 여전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계약서에 어떤 조건으로 어떤 내용이 있는지도 모르시죠?”
“네....” 죽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슬며시 대답했다.
“이승우씨같은 신입사원이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예요.”
“............”
“제가 계약 취소 결재를 과장님께 올리기 전에 윤대리님에게 확인차 오셔서 우리 측 얘기를 들어보고 반론이 있으면 제기하시고 하실 말씀 하시라고 기회를 드리느라 미팅을 잡은 거예요.”
“...........”
“그런데 정작 본인은 코빼기도 안비치고 신입 사원을 보내고....”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튼, 지금 우리 과장님이 외출 중이시라서, 들어오시는 대로 곧 말씀드리고요. 결재 나는 대로 회사로 연락 드릴께요. 이승우씨” 그녀가 부르는 나의 이름이 마치 날카로운 송곳 끝처럼 나의 가슴을 찔렀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 빌딩의 멋드러진 라운지를 가로 질렀다.
나와 상관없는 즐거움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재잘거리면서 나의 옆을 지나쳤다.
땅 속을 달리고 있는 지하철의 문가에 서서 깜깜한 창밖을 내다보면서 미팅의 결과를 얘기 해야 할 것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이승우씨가 담당자에게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라고 말하면서 노려보는 윤대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자 혹시 그걸 윤대리가 노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사원 교육중에 인사과 직원이 한 말이 떠올랐다. 윤대리와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직장생활이 원래 어렵다고 잘 버텨보라는….
그러자 갑자기 더 가슴이 답답해지고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이럴 것이라는 결과를 이미 뻔히 알고 있는 그가, 그런 결과를 나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것은 아닐까?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가능한 자신의 책임을 떨어내어 내 어깨 위에 옮겨 놓을 작정을 하고 나를 이용한 것은 아닐까?
그럴 리가 없다고 말도 안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혼자 중얼거리면서도 한편으로 책임전가와 잔머리를 굴리는 것에만 재능을 보이는 것 같은 윤대리의 야비한 표정이 내 눈앞에 그려졌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는데, 시작부터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신입사원으로 찍혀 짤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곳이 내 마지막 희망이었다.
여기를 떠나서 내가 어느 곳에서 발을 딛고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게 힘들게 취업하게 된 나를 반기면서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신 부모님을 실망시키면서 어떻게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무실의 문 앞에서 나의 두 발이 바닥에 달라붙은 듯, 나는 문 손잡이에 손을 대지 못하고 망설였다.
“여기서 뭐하세요?‘
그런 나의 등 뒤에서 총무과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등이 떠밀리듯 나는 사무실 안으로 바위와 같은 나의 발을 옮겼다.
여전히 윤대리는 전화기를 붙잡고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을 한 채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었다.
김과장은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간신히 앉아서 노트북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기지개를 켜는 부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손가락 끝으로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보물과 같았던 컴퓨터의 키보드와 모니터를 슬며시 만져보았다.
사무실의 문이 열리더니 김과장이 들어왔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꾸벅 하고 인사를 했다.
“수고했어.” 그가 나의 어깨를 다독거리더니 자신의 자리 쪽으로 발을 옮겼다.
이제는 그에게 다가가서 미팅의 보고를 올려야 했다.
“저.....” 과장의 책상 앞으로 가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통화가 끝났는 지 나의 등뒤에서 윤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고개를 돌려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난 그쪽에서 계약 취소다 뭐다 하고 장난 아닐 줄 알았는데, 열심히 해 보자고 연락이 오다니...” 그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상품관리과 과장 덕이지.....” 김과장이 입을 열었다.
“그쪽 담당 과장이 5층 상품관리과 과장 고등학교 동창이거든.... 그래서 한번 봐주는 것 같애.”
“...........”
“왜 거래처 가서 거기 담당 과장님한테 인사 못드렸어?”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게 서있는 나를 보면서 윤대리가 물었다.
“박주형이라고.. 겉으로 보기에는 핸썸하고 젠틀해 보이는데 성격은 졸라 깐깐하거든...”
“다음번에는 제대로 좀 해봐라. 윤대리. 또 이 난리 치게 하지 말고!”
“예, 걱정 마세요. 제가 뭐 일부러 그랬나요? 현장에서 느려터진걸 제가 어떻게 합니까?”
그들의 대화가 멍한 나의 귀에 들어와서 흩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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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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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읽는 재미가 무엇보다 큰 글입니다.
읽는 재미가 무엇보다 큰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