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군대 체험 캠프 02 - 집합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공고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지켜주신 나라를 물려받아

여전히 전쟁의 위험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 숭고한 희생과 고통은 쉽게 잊혀지고 있다.

 

따라서 본 부대는 이번 3.1절에서 이어지는 3일간의 연휴기간에

전역 이후 나약해진 몸과, 헤이해진 정신 상태를 재무장시키고자

가혹한 체력단련, 정신교육을 진행하려 한다.

 

일상을 유지해야 하는 제한 사항들을 감안하여 빠따는 오직 엉덩이와 허벅지에만 떨어질 것이지만, 그 만큼 가차 없이 휘둘러질 무수한 빠따를 견뎌내어야 훈련을 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본 훈련에 앞서 우수한 조교을 선발하기 위하여

지난 1일부터 1주일간의 인원 모집과, 1주일간의 회의를 거쳤으며

본 부대장을 포함한 8명의 인원이 여러분의 훈련을 위하여 기꺼이 봉사할 것임을 밝힌다.

 

자신의 나태해짐을 용납할 수 없는 수컷들.

주인님께 제대로 충성을 바치는 법을 뼛속 깊이 세기고 싶은 개ㅅH끼들.

엉덩이가 터져나가는 숨 막히는 고통 속에서 악기를 키우고 싶은 훈련병들 모두를 환영하는 바이다.

 

 

2019년 2월 14일

 

복종부대장 마광현

 

 

 

날짜: 2019년 03월 01일 ~ 03일

 

장소: 충청북도 충주시 주덕읍 사락리 산14

 

집합: 개별 입소자는 08시 30분까지 해당 장소로 집합.

차량 지원이 필요한 인원은 08시까지 충주역 반대편(대로 건너서가 아닌, 철길을 건너서 나오는) 비포장 공터 상에서 대기.

 

준비물: 개인 세면도구(치약, 칫솔, 비누), 하얀 수건 3개, 하얀 축구 양말 3개, 지원 위치에 맞는 팬티 3개. 개인 의약품(진단서 포함), 부피가 큰 검정 백팩. 신분증

* 흡연자의 경우 디스3갑, 비흡연자의 경우 1갑을 지참하여 올 것.

 

복장: 팬티와 양말. 전투화. 지원 위치에 맞는 모자. 지원 위치에 맞는 약장이 박힌 전투복.

 

금지 물품: 핸드폰, 지갑을 제외한 상기 항목 이외의 모든 물품.

핸드폰, 지갑은 일괄 수거 후 시건해 두었다가, 훈련 종료 이후 분출.

 

참가비: 50,000원

포함사항: 식대, 장소이용료, 상비의약품, 수료파티

 

신청방법: 하기 계좌로 입금 이후 첨부 양식에 따른 지원서 이메일 제출

농협***-***-******

이메일 ******@naver.com

파일명 지원자 이름+복종부대

 

---------------------------------------------------------------

지원서

 

나( )은 2019년 3월 1일부터 진행되는 정신무장 훈련에 참여를 희망하며

본 훈련 기간 동안 한계를 넘는 체력단련과 구타가 있음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영구적인 이상이 남는 것을 제외한 어떠한 훈련이라도 감내할 것이며

지시 불이행시 물리적인 구속을 포함한 체벌을 받을 것임을 본인의 의지로 신청 합니다.

 

2019년 2월 ( ) 일

 

신청자 ( )

 

신청 지위: 이등병 / 일병 / 상병 / 병장

 

이등병: 흰색 드로즈 착용

일 병: 갈색 드로즈 착용

상 병: 녹색 드로즈 착용

병 장: 검정 드로즈 착용

 

최대 체벌 한계

이등병: 금속 배트 / 강도 제한 없음, 시간당 300회, 일 횟수 제한 없음

일 병: 나무 배트 / 강도 제한 없음, 시간당 300회, 일 1,000회 이내로 실시

상 병: 마대 자루(1.5m) / 강도 제한 없음. 시간당 200회, 일 1,000회 이내로 실시

병 장: 마대 자루(70cm) / 양손 사용 제한, 시간당 100회, 일 1,000회 이내로 실시

 

체벌의 강도와 횟수는 그때그때 판단하되

개인별 수준을 고려하여 차등부여.

----------------------------------------------------------

 

어느 날. 내가 자주 가는 sm 사이트에 올라온 그 공고문은

한동안 일상에 찌들어가던 내 심장을

미친 듯 요동치게 만들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하게 화면을 바라보던 나의 눈에는

더 이상 그 글자들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하얀 화면 너머... 검은 글자들은 마치 연병장에 엎어져 있는 수컷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었고,

어느새 나 또한 그들의 한 가운데에서

함께 기합을 받고, 빠따를 맞아가며 비명을 씹어 삼키고 있었다.

 

엉덩이가 터져나가던 고통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지만

그렇게 동기와, 후임과 구르고 처 맞던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취사장 뒤에서, 자재창고에서, 때로는 생활관에서.

그 어느 곳에서라도 선임의 표정이 일그러지면 대가리를 박고 처맞아야 했던 순간들.

짠내 나고, 눈물겹던 그 순간이... 때로는 왜 그렇게 사무치던지.

 

처음으로 내딛은 사회생활에 지쳐가던 나는...

그렇게 과거의 추억으로 도피하고자

천천히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현역 때라면 패기롭게 이등병을 신청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전역을 하고, 설렁설렁 예비군이나 다니는 지금의 엉덩이로는

아무리 내 마음이 원한다 하더라도

그 빠따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괜히 호기를 부렸다가 제대로 훈련을 수료하지 못하면... 함께 참여한 전우들이 나를 얼마나 비웃을까...

 

물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훈련인 만큼 그런 일로 비웃을 사람은 없겠지만

이건 내 자존심의 문제였다.

 

나름 험난했던 그 군생활을, 그리고 그 이후 한동안 무서운 돔님을 모셨던 나의 자존심.

빠따도 아구창도 씹어삼키며 나홀로 눈물짓고 조ㅈ를 세우던 한 섭의 자존심 이었다.

 

“이왕.. 하는거. 제대로 하고 온다. 그 누구도 앝보지 않게 끝까지 수료하고 온다.”

 

 

이등병 / 일병 / (상병) / 병장

 

그러기 위해.

끝까지 훈련을 버텨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절대로... 그 이상이 두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

 

1. 집합

 

 

지원신청이 통과된 이후

훈련병들을 위한 라인방과, 지시사항을 전달할 용도의 라인방 2개가 오픈되었다.

 

총 훈련병 30명.

부대장님 1분, 교관님 1분, 조교님 6분으로 이루어진 단체방.

조교님들이 있는 방에서는 말실수를 해서 시작도 전에 찍힐까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훈련병들끼리 있는 방에서는 정말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었다.

 

자신의 경험담에서부터,

지난 훈련에 참여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런 훈련이 주기적으로 열린다는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대화를 읽다보면 내 심장은 계속해서 방망이질 했고

자지 또한 뿌듯하게 솟아올라 투명한 물을 흘려댔기에

나는 이미 몇 번이고 확인한 가방을 다시 풀어 정리하며 다가올 3월 1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

.

.

 

“후우... 오늘도 힘들었다...”

 

목요일 오후 6시.

평소라면 그저 지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가거나 pc방으로 향했겠지만

오늘은 일이 끝난 그 순간부터 엄청난 활력이 내 몸을 휘어 감았다.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내내

지하철에서 발기된 내 자지를 숨기려고 구석진 곳에 뒤를 돌아 서 있어야 했을 정도였으니

내일이라는 시간에 예정된 훈련을 내가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덜커덩 거리며 어두운 터널 속을 달려가는 전철.

그 터널이 끝나는 지점에서 반짝이는 수백만의 불빛은 마치 그만큼 화려한 내일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마.. 망했다...”

 

 

 

 

집으로 돌아온 직후 언제나처럼 라인방에 올라오는 대화를 읽으며 설레는 마음을 다스렸다.

일부러 알람조차 끄지 않은 서른 명이 떠들어대는 대화방에서는 쉼 없이 진동이 울려댔고

그때마다 나는 그 진동에 한손을 보태거나, 내 자지를 향해 손을 뻗어댔다.

 

[데드풀27: 힘들어서 입으로 숨 쉬다가 이빨 보였다고 싸대기만 두 대 더 얻어맞았습니다.]

[비트24: 아... 미치겠음다. 아까부터 팬티가 축축함다]

[견섭이26: 크... 내일 가면 진짜 빡세게 구르다 올것같아서 벌써부터 자지가 세워총입니닼ㅋ]

[꼬마섭26: 저도 엄청 기대중입니다!]

[고기30: 내일 고터에서 첫차 타는 분 계십니까? 늦을거 같아서 엄청 불안하지 말입니다...]

[정찰29: 그거 쉽지 않을텐데... 차 조금 밀리면 지각할지도요 ㄷㄷ]

[록이30: 저는 지금 내려가서 1박 하려 합니다.]

[고기30: 앗. 그럼 저랑 같이 가시지 말입니다!]

 

불안하다.

첫차를 타도 아슬아슬 하다니?

그러고 보니 매번 가방만 만지작댔지 기차 시간을 보지를 않았었다.

기차.. 기차.. ㄱ

 

마.. 망했다.

 

그제야 검색한 서울에서 충주로 가는 기차는

하루 1회. 그것도 오후 5시에 딱 한번 있었고,

부랴부랴 찾아본 버스 또한... 7시 50분이 되어야 터미널에 도착 예정이었다.

 

나도 차라리 지금 내려가 버릴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바로 달려 나가도 막차가 아슬아슬한 시간이니까...

 

[꼬마섭26: 내일 첫차로 출발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데드풀27: 제발! 제발 늦으시면 안됩니다. 제발.. 진짜 지각생 나오면 시작도 전에 반 죽고 시작입니다!]

[공군섭29: 데드풀님 이번에 오시는 돔님들 아시나요?]

[데드풀27: 아. 교관님 밑에서 교육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늦으시면 안됩니다. 지난번 모임 때 두 분이 지각해서 충주역에서 훈련장까지 기합받으며 뛰어갔습니다!]

[견섭이26: 뛰어서요? 엄청 멀던데??]

[데드풀27: 뛰다가, 뒤쳐지는 사람 생기면 따라올때까지 오리걸음으로 이동하고 오리걸음 하다 자빠지면 빠따 5대씩 맞고 이동했단말입니다. 꼬마섭님 제발.. 진짜 늦으시면 안됩니다..]

[꼬마섭26: 괜찮을 겁니다. 내리자마자 택시타고 달리겠습니다!]

[빡상25: 맞는건 버티겠는데, 그렇게 뛰는건 조금 자신없어서 걱정입니다.]

[승전27: 저도.. 요즘 체력은 좀 떨어져서.. 하아..]

[쫑후니26: 갑자기 무섭습니다...]

[칙촉22: 형님들. 화이팅 입니다!]

 

터미널에서 충주역까지 1.3킬로... 차로 3분이라 나오니 바로 택시를 타면 늦지 않을 것이다.

꼭... 그래야 한다.

 

.

.

.

 

“아 ㅆl발...”

 

미치겠다.

차는 예정보다 조금 빠르게 도착을 했는데

택시가 잡히지를 않는다.

 

이른 시간이기 때문일까?

이 시간에 여기서 택시를 탈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죄다 1차선 근방으로 쌩쌩 달려가기만 한다.

 

벌써 그렇게 몇대를 놓친 걸까.

차라리 뛰어갈까?

 

슬쩍 핸드폰을 보자 아직 8분 가량이 남은 상태였다.

1.3킬로.. 충분히 뛰어갈 수 있는 거리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느니... 좀 고되더라도 확실하게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마음을 굳히고 하도 지도를 봐서 익숙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간만에 신어보는 전투화인지라 벌써 발바닥이 아프지만...

내가 파악한 훈련의 분위기대로라면... 차라리 발이 부르트는 것이 나을 것이다.

 

57분...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타닥 타닥 보도블럭을 박차는 전투화소리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다.

 

허억.. 헉...

 

58분. 드디어 충주역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만 더 뛰면...

 

59분. 충주역에는 도착했지만 건너편으로 가는 길이 역에서 살짝 떨어져 있던 지라 중간부터 슬슬 뛰었던 나는 다시 죽을힘을 다해서 덜려야 했다.

 

 

 

08:00

충주역 뒤편 비포장 된 공터에는 멀리서 보아도 수십 명의 군인.. 아니 군인이었던 사람들이 집합해 있었다.

다들 저 전투복을 벗고 사회로 돌아갔을 텐데...

왜 굳이 다시금 이 자리를 제 발로 찾아온 것일까.

왜 스스로 그 가혹할 빠따를 자처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이 사내들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복종하고, 충성을 바치는 그 것이.

자신의 권리를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

누군가는 돔에게, 누군가는 나라에게. 누군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것.

그것이 진짜 사내ㅅH끼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서 몸부림치다가도,

막상 벗어나고 나면 말랑해져 가는 엉덩이가 근질거리고

검푸른 색깔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군인이었던.

그러나 이제 다시금 그 누구보다 강인한 군인으로 돌아갈 사람들의 앞으로 뛰어갔다.

무릎에 손을 짚고,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주변을 흞었다.

 

 

허억.. 허억... 아직.. 교관님은 도착하지 않으신 걸까..

하아..하아.. 다행이다...

 

“꼬마섭님 맞으시죠? 후우.. 늦으실까봐 엄청 긴장했다고요”

 

“아..아아. 그.. 데드풀님? 죄송합니다. 택시가 안 잡혀서 뛰어왔습니다.. 하아..”

 

“이젠 닉 말고 그냥 진태라고 부르세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곧 오실 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계세요.”

“자! 여러분! 이제 곧 조교님들 오실 테니까 오와 열 맞춰서 대기하겠습니다!”

 

이런 훈련을 여러 번 겪어보았다는 말처럼

진태형은 긴장과 흥분으로 웅성거리던 우리들의 이목을 한 번에 휘어잡았다.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두가 확실하게 들을 수 있는 그 목소리에

대충 모여 있던 우리들은 천천히 줄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나도 그 줄 사이로 들어가 조금씩 안정되어가는 숨을 내쉬었다.

 

 

숨을 고르며 대충 주변을 흝어보자 나와 같은 상병으로 지원한 인원들이 제법 보였다.

가장 힘들고 빡샐 이등병이 가장 적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병장이 가장 적었고, 그 다음이 일병이었다.

 

이등병들은 상병이랑 거의 비슷한 정도로 있는 것 같았다.

가장 가혹하고,

가장 험난할 3일을 보낼

가장 사내다운 그 얼굴들을 약간의 존경을 담아 하나씩 바라보았다.

 

그 험난한 자리에 자원한 이들의 얼굴은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이등병부터

갓 전역한 찐 군인처럼 보이는 녀석도 있었고,

나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투복 위로 탄탄한 가슴팍이 도드라지는 형님까지 이등병 약장을 자랑스럽게 붙이고 서 있었다.

 

아...

저 작대기 하나가 이렇게 멋져 보인 순간이 있었던가.

내 가슴팍에 붙은 세 개의 작대기가... 순간 부끄럽게 느껴졌다.

마치 저들은 팬티 하나만을 입고 경기를 하는 프로 복싱선수지만

나는 각종 보호구를 덕지덕지 차고 연습을 하는 뉴비 같은 기분...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내 가슴에 붙은 상병 약장을 떼고 이등병 약장을 붙일 용기는...

지금의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등병 사이에는

전투복이 어울리기는커녕 교복이 더 어울릴 것 같이 뽀송하게 생긴 녀석까지 자리하고 있었기에 (아마도 저 아이가 라인방 막내였던 칙촉22 일 것이다.)

 

내 사내로써의 자존감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왠지...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지금 이 계급도 용기를 내서 신청한 것인데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저렇게 많다는 것이 참... 마음이 좋지 못했다.

 

빛을 뿜어내는 것 같은 약장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뛰어오느라 살짝 먼지가 앉은 전투화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잠시 혼자서 자학을 하고 있던 사이

시간이 되었는지 굴다리 밑으로 스타렉스 2대가 달려왔다.

 

모두의 눈에 긴장과 기대가 어리고

이윽고 그 차들이 우리의 앞에 멈춰선 순간.

 

뛰어내리듯 앞문을 열고 내린 빨간모자들은

번개처럼 달려와 우리들의 가슴팍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어억!”

“컥...”

 

무방비로 걷어차인 최초의 4명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고,

갑작스러운 구타에 당황하면서도 그걸 피한다는 선택을 할 수 없었던 나머지들 또한

자신의 가슴을 강타할 것이 뻔한 전투화들을 그냥 바라만 보며

자신들이 바닥에 엎어질 차례를 기다려야만 했다.

 

[퍼억] “아윽...”

[퍼억] “컥... 쿨럭..”

[퍼억] “우욱.. 일병.. 김재강!”

 

내가 그 전투화에 얻어맞는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고통에 대한 것이 아닌

그 전투화가 너무나도 멋지다는 어이없는 생각이었다.

 

얼마나 손질이 잘 되어 있는지

그 앞코에서 내 전투복의 디지털 무늬를 읽어낼 수 있었을 정도였다.

 

적당한 수준으로 광을 낸 것이 아닌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몇 시간이고 문질러야 가능한 그 자태를 보자. 내가 저 전투화에 얻어맞는다는 것이 황송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 빛나는 전투화에는 오늘의 훈련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신 조교님들의 노력과 땀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자그마한 것 하나에서도 허투로 보이지 않기 위해

우리보다 먼저 도착하여 준비하고, 또 준비하셨을 것이

전투화 하나에서 조차 절절하게 와 닿았다.

 

[퍼억]

“커억...”

 

그리고 마침내.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 찰나를 지나

그 전투화가 내 가슴을 내질렀을 때.

나는 바닥에 쓰러져 가쁜 신음을 흘리는 도중에도

점점 힘이 들어가는 자지를 느낄 수 있었다.

 

 

 

반짝거리는 전투화가 한 명의 가슴을 가격하면

어김없이 그 사람은 날카로운 파쇄석이 깔린 바닥위로 엎어져 꿈틀거렸다.

그렇게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을 때까지.

조교님들은 우리들의 가슴을, 배를, 허벅지를 끊임없이 걷어 차셨다.

 

 

억 소리가 난무하는 와중에도

각자의 몸속 어딘가에 새겨진 훈련병의 감각이 깨어나는지

아까 그 어린 이등병을 포함해 대부분의 이등병과 몇몇 선임급들은 바닥에 쓰러진 몸을 일으켜 차려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어난 훈련병들에게는 아까보다 더한 강도의 발길질이 따라왔지만

한번 깨어나기 시작한 사내의 감각은 계속해서 그들의 몸을 일으키고, 또 일으켰다.

 

걷어차여 뒤로 넘어지고 일어난다.

수차례 반복되는 그 과정이 어느 정도 지나가고 나자.

조교님들은 꼿꼿하게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놈들은 그냥 내버려 둔 채로

바닥에 엎어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ㅅH끼들에게 집중적으로 전투화를 선사해 주셨다.

 

[퍼억] [퍼억]

“꺼어억...” “아으악!!!”

걷어차이고, 얻어맞고, 짓밟힌다.

 

바닥에 깔린 뾰족한 돌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훈련병들에게 고통을 선사해주었으니

그 체벌이 끝난 이후에는 벌써부터 전투복이 찢어진 훈련병까지 나올 정도로

시작부터 가혹한 지옥 훈련이 막을 열었다.

 

 

“훈련병들. 집합 자세가 매우 불량합니다. 대충 줄만 맞춰있고! 옆 사람과 떠들고!”

 

고작 인솔을 하러 나왔을 뿐이라 빠따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실수라고 혀를 차던 조교님은

우리들로 인해 모든 훈련병이 30대의 빠따를 맞은 후에 입소식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빨간 모자 아래에 숨겨진 눈빛은

분노일까, 아니면 제대로 하지 못하는 훈련병들을 가르칠 자신들에게 보내는 연민일까.

굳게 다물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올 말이 너무나도 두렵다.

 

 

“4열 종대 헤쳐모여!”

 

 

시작부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당하는 구타를 당했음에도

우리들은 아직 사회의 단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사열 종대라고 하셨음에도 다섯 명이 서 있는 줄도 있고...

조교님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 질 때까지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 아니 훈련병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대가로...

 

“이 ㅅH끼들아! 뭐야 니들! 미필이야? 공익이야? 줄 서는 것 하나 똑바로 못해!”

 

“다시 헤쳐!! 빨리빨리 안뛰나! 모여! 헤쳐!”

 

헤쳐와 모여를 반복하며

아직 서늘한 3월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몸이 후끈하게 달아오를 때쯤에서야

우리들은 4열종대로 모여 교관님의 처분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좋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할 ㅅH끼들은 그대로 충주역으로 뛰어간다. 이 시간 이후엔 훈련이 종료될 때까지! 빠져나갈 구멍 따위 없다!”

 

조교님은 마지막 기회를 주신다는 듯이

그 말을 끝내고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며 우리들을 노려보셨다.

 

아무 말도 없었고,

움직이는 이 또한 없었다.

 

이곳에 자발적으로 오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설령 있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제 발로 걸어온 이상

이제 와서 꼬리를 말고 도망간다면 그건 더 이상 남자도 아니었다.

 

그 누구 하나 가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뒤통수 뒤에서 들려오는 전우의 숨소리와

눈앞에서 오르내리는 긴장으로 떨리는 어깨는.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있었다.

 

도망가 보아라.

마음껏 비웃어 주겠다.

고작 이런 고통이 두려워서

저렇게 강인하고 사내다운 조교님들께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다면.

그런 나약한 ㅅH끼라면

내 숨통이 막힐 때까지 비웃어 주겠다.

 

혹여나 몸의 작은 흔들림마저

도망치고 싶은 겁쟁이의 망설임으로 보이진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우리들은 그 어느 때보다 흔들림 없는 자세로

조교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 있는 21명 모두! 기회가 있었음에도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고통과 시련에 정면으로 달려들기로 결정했다! 맞나!”

 

“”“맞습니다!!”“”

 

“각오한 사내ㅅH끼들만 남은걸 확인했으니 바로 출발한다. 탑승!”

 

.

.

.

 

총원 21 열외 무.

각 차량에 나누어 탑승후 이리저리 흔들리는 산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이미 용도가 다 되어 폐기된 군부대.

 

어떻게 이곳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곳에서 훈련을 진행한다면.. 정말 그 시절의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훈련에 처음 참여하는 대부분의 훈련병들은

기대와 두려움이 반쯤 뒤섞인 복잡한 심정으로

녹이 잔뜩 슬어있는 부대의 철문을 바라보았다.

 

끼이이익...

 

일부러 기름칠을 하지 않은 것처럼

녹슨 철문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좌우로 벌어졌다.

마치 커다란 괴물의 아가ㄹl 속으로 들어가는 감각.

 

모래를 밟는 타이어의 소리와, 엔진의 진동 속에서도 확실하게 들리는

그 철문이 다시금 굳게 닫히는 소리.

 

철커덩.

끼이익.. 타앙.

 

일부로 그 광경을 보여주는 것인지

차량은 위병소를 지나자마자 방향을 틀어 그대로 멈춰 섰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위병소의 철문은

완전히 닫히고, 걸쇠를 건 뒤. 자물쇠로 엄중히 봉인되기 시작했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너도 나도.

그 누구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심지어 그 강인해 보였던 진태 형마저

크게 목울대를 움직였다.

 

이제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 누구도 이제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커다란 자물쇠가 걸린 문이 속삭였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slsqlqn" data-toggle="dropdown" title="님대지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님대지</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h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너무 재미있습니다 ㅎㅎ
쫑님 소설은 다 제스타일 인거같습니다 ㅎㅎ
병사들의 노리개도 빨리나왔으면 좋겠네요 ㅎㅎ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