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군대 체험 캠프 03 - 입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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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소식

 

“부대~ 차렷!”

 

차량에서 하차한 이후

우리들은 사열대 앞에 모여...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직 입소식조차 시작되지 않았지만 우리들에게는 정산해야 할 서른 대의 빠따가 있었으니까.

 

사열대 위에 일오로 늘어선 조교님들의 가운데로

검은 모자를 쓴 교관님이 걸어나오셔서

그저 큰 목소리 하나로 우리들을 다루기 시작하셨다.

 

“전체 엎드려!”

“본 교관이 전달받은 바에 의하면! 단체 이동 팀에서 한껏 헤이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맞나?”

 

“”“맞습니다!!”“”

 

“본 장소는 놀러오는 곳이 아니다! 교육과 체벌로! 너희들의 썩어빠진 정신을 개조해줄 고맙고 신성한 장소이다!”

“그런데! 니ㅅH끼들은 아직 교육을 받을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

 

숨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내려놓지 못한 가방이 흘러내려 머리를 가격해도

아무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본 교관과 조교들은! 너희들이 훈련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 볼 것이다!”

 

그 말과 동시에 조교님들은 허리 뒤에 숨겨두었던 검은색의 진압봉을 아래로 축 늘어뜨리셨다.

도합 여섯 개의 진압봉이 동시에 늘어지는 광경은 섬뜩하리만큼 합이 맞아 마치 군무처럼도 보였다.

 

그리고... 그 중 한 조교님이 교관님께 진압봉을 건네드리는 순간.

일곱 개의 진압봉은 우리를 가리켰고

그렇게 우리는 엉덩이가 터져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앞으로 놓인 우리의 3일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약한 정신상태로!

그따위 헤이한 태도로!

3일간 몸성히 지낼 생각 하지 말라는 소리와 함께

정확히 서른 번씩 우리의 엉덩이 위로 휘둘러지는 빠따질.

 

퍽퍽대는 소리와 비명을 씹어 삼키는 소리가 정신없이 울려 퍼지고

처맞기 좋게 들려있던 엉덩이들은

하나씩 아래로 내려가 자지와 바닥을 키스하게 만들었다.

 

[퍼억]

 

“아으윽!! 하나!!”

 

중간 즈음에 엎드려 마른 침을 삼키던 나의 엉덩이 위로도

어김없이 빠따질이 시작되었다.

 

시야는 오로지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기에 내 옆으로 다가오는 전투화를 보고 긴장은 했지만서도,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나를 향한 빠따가 휘둘러지는 소리를 듣기는 요원한 노릇이라...

나는 갑작스러운 타격에 몸을 떨며 절로 새어나오는 비명을 뱉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다른 곳에서 얻어맞으며 꿋꿋하게 댓수를 헤아리는 훈련병을 본받아 ‘하나’를 외친 것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그래.. 못 할건 없다.

기껏해야 상병이라지만 그것도 여기 사내중 사내들이 모인 곳에서나 상병이지

바깥으로 나가면 이등병 그것도 완전 A급 이등병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봐라. 지금도 버티고 있지 않은가!

바닥에 쓰러지는 녀석도, 숫자조차 세지 못하고 소리만 질러대는 녀석도 있는 와중에

그래도 나는 숫자라도 세고 있지 않냐는 말이다!

 

[퍼억]

 

“아윽!! 두울!!”

 

[퍼억]

 

“세에에엑!!!”

 

벌매를 맞아야 하는 훈련병은 많고, 조교님은 적어서 그런지

조교님들의 빠따는 생각보다 버틸 만 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훈련이 끝나는 날.

식당에 모여서 그 간의 고생을 치하 하실 때.

하나같이 엉덩이가 터져나가 의자가 있음에도 아무도 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서서 음료를 받았던 그때서야 부대장님은 말씀 하셨다.

 

처음 그 서른 대는 우리들을 위한 매였노라고.

그걸 맞으며 앞으로 시작될 훈련을 버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말랑한 사회인의 엉덩이가 조금이라도 매에 적응할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러 살살 때렸다고 말씀하시며 웃으시는 그 순간까지

 

진태 형을 제외한 우리들은 그저 우리들이 잘나서 그 매를 버티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퍼어억!]

 

“끄아아아!! 서른!!!”

 

아프다 못해 타오르는 고통을 가져다주는 진압봉이 그 임무를 마치는 순간.

나는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마지막 숫자를 내뱉었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이 뱉어지고

굵은 땀방울이 연병장의 색을 짙게 물들인다.

 

“훈련병. 잘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큰 소리로 댓수 셀 수 있도록 합니다.”

 

그 순간 떨어진 조교님의 칭찬은

그 무엇보다 달콤하게 나를 간질였다.

불타는 듯한 엉덩이도

후들거리기 시작하는 팔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나보다 높은 분께 받는 인정에

나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오는 가벼운 칭찬 하나에

목숨을 걸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내ㅅH끼니까.

 

그 어떤 쾌락보다 강렬하게 와 닿는 빠따질.

그 속에서 오가는 때리는 이의 인정과 맞는 이의 복종은 하나의 섹스와도 같은 행위였다.

타오르는 엉덩이 속에서 시작된 간질거림은 나의 가슴까지 올라와 충만한 기쁨과 희열에 빠지게 하였고, 이윽고 다시금 아래로 내려간 그 감각은

나의 자지를 터질듯 부풀게 만들고,

엄청난 양의 투명한 물이 팬티를 뚫고 전투복마저 적시게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도 전에 받은 벌매를 겨우 정산하고 나자

우리들은 연병장의 모래에 버무려져 한층 더 강한 위장을 뽐내게 되었다.

 

30대.

사내ㅅH끼들이 고작 30대에 무슨 엄살이냐 싶겠지만

그럼에도 그 매는 우리들과 조교님들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아무런 힘도 없이 그저 시키는 데로 복종하고, 처맞아야 하는 우리들과

저 매를 들고 우리들을 마음대로 굴리고, 두들길 수 있는 조교님.

 

아무리 말로 해 주어도 못 알아 들어먹는 ㅅH끼들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제 몸으로 체득하게 만들어주면 금방 익히고는 한다.

그래서 어디를 가던 사내ㅅH끼들이 있는 곳이라면 폭력이라는 이름의 교육이 널려있던 것이다.

 

지금에야 꽤나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교육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 우리들을 지도하고 있다.

 

 

“일어나.”

 

몰골은 엉망이 되었지만, 우리들의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매를 그리워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덜 맞으려는 그 모순적인 태도에 웃음이 나오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빨을 보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아.. 그렇다.

나도 그렇다.

매가 그리워서 여기까지 왔음에도, 매가 두려워서 내 행동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중이다.

 

역시.. 나는 아직 진짜 사나이가 아닌가보다.

그러니 그에 조금이라도 근접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나는 교관님의 다음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교관님은 가슴 주머니에서 디지털 무늬가 박힌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어 우리들에게 보여주셨다.

 

 

 

“이것은 훈련병들과 3일을 함께할 훈련수첩이다.”

 

이제부터 소지품을 걷으며 이 수첩을 하나씩 나눠줄 것이다.

그 수첩에 너희들의 상점과 벌점이 적힐 거다.

 

상점이 있다면 그만큼 체벌을 면제받을 수 있지만,

벌점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체벌을 받아야 한다.

훈련간! 생활관! 그 모든 상황에서 점수는 부여될 것이며

점수 부여에 이의제기는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훈련병들이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노파심에 이야기 해두겠다.

 

초기 훈련 간 체벌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수첩을 찢은 상병이 발각된 적이 있었다.

그 상병은 본인이 스스로 지원서에 적고, 입소식에서 선서까지 했던 대로!
퇴소식 직전까지 최대치의 체벌을 받게 되었다.

 

자꾸 비명을 지르며 살려 달라 애원을 했지만

여기 본 교관은 그런 엄살을 아주 수 없이 봐왔기 때문에

그 상병에게 이상이 오지 않을 범위에서 체벌을 계속하였다.

 

교관의 세심한 케어 덕분에 이틀에 걸쳐서 2천대를 소화해낸 상병은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어 전우들의 부축을 받아 차를 얻어 타고 귀가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제법 사내다운 정신을 가지게 되어 훈련에도 종종 참여하고 언제나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를 하다가 일병으로 자발적 강등까지 하는 사내ㅅH끼가 되기는 했지만!

 

본 교관은 훈련병들이 그런 강제적인 교육 없이!

자발적으로 이등병까지 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런 불미스러운 일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수첩을 분실하거나 훼손한 놈은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니

받자마자 각자의 이름을 맨 앞에 정자로 적는다! 실시!

 

 

 

 

서른 명이나 되는 인원이었지만 조교님 또한 여섯 분이나 되었기에 줄은 금방금방 줄어들었다.

내 차례 또한 바로 다음으로 다가왔고, 나는 내 앞에 선 훈련병들이 하는 행동을 두 눈에 꼼꼼하게 담아내었다.

 

혹여나 실수를 하진 않을까, 책잡힐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기껏해야 본인이 맞는지 신분증을 확인하고, 지퍼백 속에 소지품을 넣는 간단한 절차였기에 그 긴장감은 날숨과 함께 흩어져 버렸다.

 

“다음!”

 

“옙!! 여기 있습니다!”

 

한 조교님 앞에 자리가 나자마자 그 앞으로 달려갔다.

나를 힐끗 바라보신 조교님은 자연스럽게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내미셨고,

내 앞의 인원들을 보며 준비한 대로 그 손 위에 내 신분증을 공손하게 올려두었다.

 

“본인 맞나?”

 

“예! 그렇습니다!”

 

“지원 계급 상병 확실하고?”

 

“예!! 그렇습니다!”

 

그 잠깐의 순간. 사진과 내 얼굴을 대조하기 위해 천천히 나를 바라보시는 그 눈빛은

마치 나를 발가벗기고 검사하는 것 마냥 부끄럽고 짜릿하게 만들었다.

 

“확인됐다. 신분증이 위로 가게 넣어서 교관님께 제출하도록.”

 

받아든 지퍼백에 핸드폰과 지갑을 넣고 맨 위에 신분증을 올렸다. 지퍼백을 닫으며 내려다 본 민증에는... 너무나도 굳은 표정의 내가 자리하고 있었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교님께 인사를 드렸다.

솔직히 조교님이 마주 인사를 해주는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조교님께서는 친절하게도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시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셨다.

 

후우우.. 정말 군시절 갓 전입 온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에도 작은 뿌듯함이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뭐 합니까?”

 

“아..그..그게...”

 

지퍼백을 들고 걸어가던 나의 발걸음을 잡은 것은...

그 뽀송해 보이던 이등병 이었다.

 

조교님의 앞에 서서 핸드폰과 지갑을 꼭 쥐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왜 저러는 걸까?

 

저 어려운 자리에까지 자원한 사람에게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 대체 무엇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가만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나뿐만 아니라 조교님들 모두 그쪽을 바라보고 계셨기 때문에

혹여나 질책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할 필요조차 없었다.

 

“안 들립니까? 신분증 제출합니다!”

 

“아..아안가져왔습니다!”

 

마냥 어려 보여도 여태까지 두려워하는 모습 따위 보이지 않던 이등병인데.

방금 그 매타작까지 이겨낸 이등병인데.

고작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일 하나로 저렇게 떨 필요는 무엇이란 말일까.

기껏해야 몇 대 더 맞고 끝날 정도의 일인 것 같은데...

 

“그럼 본인 확인을 할 다른 수단 있습니까? 평소 사진을 올린 페이스북, 전역사진 등등 뭐든지 좋습니다.”

 

본인 확인은 반쯤 형식적인 절차였는지 조교님은 어떤 수단으로든 본인을 증명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 쉬운 일조차... 저 이등병은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슬쩍 눈을 돌려보자 다른 조교님들의 표정이 찡그려지는 것이 보였다.

아... 아무래도 저 아이 덕분에 우리 모두 또 털리게 될 모양인가 보다.

 

그 분위기를 직감했는지 훈련병들 사이에서도 작은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떤 멍청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저러는 것은 병장일 것이다.

얼마나 개념이 없으면 조교님들이 표정을 찡그리시는데 한숨을 쉰단 말인가.

 

나도... 이렇게 꾹 참고 있는데... 말이다.

 

 

정말이지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떨리는 목소리와 짙은 당황이 서려있는 이등병의 얼굴은...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으니 말이다.

 

 

“후우... 김세현. 22세. 이등병 지원. 맞습니까?”

 

“예? 아..아아! 예 맞습니다!”

 

“......야.”

 

“예? ㅇ..왜 그러십니까..?”

 

“군대는?”

 

“다녀왔습니다! 제대 했습니다!”

 

“육군?”

 

“예! 그렇습니다!”

 

 

훈련을 기다리며 부풀어 올랐던 기대가 급격하게 사그라졌다.

저 아이에 대한 존경심이 순간 찌그러들었다.

어쩌면 저 아이가.. 이번 훈련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나도 모르게 저 아이를 노려보며 주먹을 쥐고 있었다.

 

제발.. 제발 아니기를 바란다.

내가 너에게 보냈던 존경이, 감탄이 헛된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러나...

그 아이는.. 아니 그 녀석은 나의, 우리의 기대를 깨버리고, 이어지는 조교님의 말에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복무신조.”

 

“......”

 

“복무신조!! 이 새꺄!!”

 

“모..모르겠..습...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당연히 튀어나와야 할 말이 나오지 않고

잘못했다는 말이 흘러나온 순간...

조교님은 얼굴을 감싸 쥐며.. 결국 욕까지 해버리셨다.

 

 

“미치겠네.. 여기 군필들 오는 곳인 건 말 안 해도 알았을 텐데?”

 

“죄송..합니다...”

 

“왜 그랬냐.”

 

“너무 오고 싶었습니다!”

 

“여기 장난삼아 오는 곳 아니야. 빡세게 구르고 처 맞는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 저도 체고여서 선배님들께 많이 단련되어 있습니다!”

 

“뭐? 체고?”

 

“ㅊ.. 허으.. 체고 나왔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부대장님! 이거 어떻게 합니까?”

 

 

황망한 표정을 지으시던 조교님들과 교관님은 우리에게서 살짝 떨어져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 신경이 우리에게 쓰이지 않는 틈을 타서 뒤를 돌아보자

대부분의 훈련병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저 녀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의 반응이 어떤 듯인지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긴 해도...

저 녀석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선.. 정말이지 큰 결심을 해야 했었을 텐데,

저 녀석도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여기까지 몰래 온 것일 텐데.

조금은 저 아이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자신의 잘못으로 자신이 기대했던 일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자신과 함께 훈련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형들이 보내는 힐난의 눈빛이.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까...

 

 

그러던 사이 부대장님 이하는 회의를 마치고 우리 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셨다.

 

“훈병.”

 

“ㅇ..예!”

 

“지금도 참여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없나?”

 

“예!! 그렇습니다!!”

 

“현 시간부로 김세현 훈련병의 신상정보를 묻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한 훈련병 스스로에게도 발설을 금지한다. 위반 시 가장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알겠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인식한 순간.

녀석의 하얗게 질렸던 그 뽀송한 얼굴에는

보기 좋은 붉은 빛이 확 돌기 시작했다.

 

더 없이 반짝이는 어리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조교님들을, 우리들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저 녀석을... 어찌하면 좋을까...

혹여나.. 나중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닌지 진태 형이 입을 열었다.

 

“조교님!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허락한다.”

 

“저 훈련병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해당 사항은 본 교관이 직접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김세현 훈련병은 현 시간부로 행정반으로 이동해서 교관 통제 기다릴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방금 전까지 불안이 차오르던 진태 형의 표정이 한 순간에 풀어진다.

절대적인 신뢰로 묶여있는지

교관님이라면 아무런 문제없이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듯하다.

 

저렇게까지 믿음을 줄 수 있는 돔이라니...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세현 훈련병이 교관님을 따라 행정반에 간 사이

조교님들 또한 소지품을 행정반에 시건하러 가셨기에

 

갑작스럽게 훈련병끼리만 남게 되자 우리들은 잠시의 평화를 즐기고 있었다.

유일하게 얼굴을 익힌 데..아니 진태 형은 벌써부터 우리들의 중심이 되어 많은 질문을 받고, 조언을 뿌리고 계셔서 다가가기도 힘들었던 지라

나는 그냥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병ㅈ.. 죄송합니다.. 일병 이동규. 부르셨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다. 여기 모인 사람들 중 본인의 관등성명을 대는데 병장000 이 나오지 않는 사람은 아까 세현이 한명 뿐일 것이다.

언제부터 설정한 계급을 써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차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했고.. 여러 번 사용해서 미리 입에 붙여두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병장이라고 관등성명을 댈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 빠르십니다. 그래도 아직 시작 안했으니.. 그냥 편하게 통성명 하면 어떨까요?”

 

“아하하.. 네. 이번에 일병으로 참가하게 된 이동규 라고 해요. 라인에서는 승전이 라는 아이디를 썼었어요.”

 

“앗! 그때 진태 형이랑 같이 썰 풀어주시던 분! 엄청 몰입감 있게 내용을 풀어주셔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아이디를 듣자마자 그 형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눈을 반짝였다.

솔직히 이 형이 풀어주는 썰을 읽으면서 한발 뺐었기에...

이 형이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반쯤은.. 팬.. 이라고 하면 되나..?

 

“진...태요?”

 

동규 형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셨다.

 

막 우락부락한 몸은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슬림한 쪽에 가까운 동규 형이었지만

전투복 위로도 꽤나 탄탄한 팔뚝이 떠올라 있었다.

그런 주제에 그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며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은

꽤나 귀엽게 보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응? 왜 그래요?”

 

“아.. 아니에요 형. 그리고 진태 형 아이디는 데드풀이었어요. 아까 보니까 형이랑 같은 일병이던데..”

 

“아 그 나랑 동갑이신 분! 어디 계셔? 나도 인사 좀 시켜주라.”

솔직히 나는 주인님께 갑작스럽게 끌려온 거라 아는 사람이 없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투덜거리는 동규 형에게 나는 가만히 손가락을 들어

가장 핫한 그 곳을 가리켜 주었다.

 

“아... 저 분이구나. 지금 말 걸어보기는 글렀네. 하아...”

 

 

“그래도 같은 일병이니까 금방 말 걸 기회 있겠죠. 방금도 상병이랑 친해졌잖아요 풉..”

 

“상ㅂ.. 아 맞다! 너 상병이지! 그.. 아으.. 말투 헷갈린다.. 그냥 반말로 해주면 안 되십니까..?”

 

“풉키.. 더 헷갈리라고 존댓말 할 건데요? 이제 형 훈련 시작했는데 나한테 반말 쓰다가 개 털린다~”

 

“아 야아! 안 돼애!!”

 

 

잠깐 동규 형을 놀려먹으며 투닥대고 있으니

막사 쪽에서 조교님들이 종이박스를 들고 나오시기 시작하셨다.

 

우리들은 언제 떠들고 있었냐는 듯이 한 순간에 입을 다물었고

긴장한 눈빛으로 조교님들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담배를 수거하겠다. 흡연자는 본 조교 쪽으로, 비흡연자는 오른쪽에 있는 조교에게 가서 담배 제출 한다!”

 

아...차...

망했다...

담배...

 

비흡연자다 보니.. 오는 길에 사면 되겠지 했던 담배를 깜빡했다.

아침에 전철역으로 가며 구입을 했어야 하는데...

 

하나 둘씩 앞으로 나가 담배를 제출하는 동안

나는 뒤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망이질 하는 심장과 바짝 말라오는 목구멍을 느껴야 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동규 형.. 저 담배 깜빡했습니다..”

 

“어? 어쩌지.. 그 나 3갑 있는데 그냥 비흡연자라 하고 1갑씩 낼래?”

 

솔깃은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괜히 동규 형만 힘들어 지는 것 아닐까?

훈련도 힘든데.. 담배라도 있어야 할 테니 말이다.

 

초면부터.. 너무 큰 신세를 지는 것도 아니지 싶어서

나는 그 호의 앞에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 실수인걸요.. 그리고 형도 담배 피우면서 하셔야죠.”

 

괜히 이러고 있다가는 마음이 흔들릴까 싶어

‘어 아니 난 진짜 괜찮ㅇ’ 라고 말하는 형을 뒤로 하고 당당하게 조교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죄송합니다! 담배를 잊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조교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며 입을 열으셨다.

 

“훈련병. 공고에 쓰여 있는 내용 읽지 않았습니까?”

 

“아닙니다! 읽었습니다!”

 

“그럼 왜 사오지 않았습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비흡연자다 보니..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후.. 비흡연자도 구입해 오라고 한 것은 부족할 때 전우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고, 교육을 진행하느라 고생하시는 교관님 및 조교들에게 감사의 의미 또한 담아서 사오라고 한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달게 벌 받겠습니다!”

 

이 또한 내 책임인 것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대다가

마지막 기회를 앞에 두고서는 잊어버린 내 책임인 것이다.

 

이렇게 빠졌으니... 그에 합당한 교육을 내 엉덩이로 감내해야 하는 것은.. 당안한 일이다...

 

 

“수첩 제출합니다.”

 

방금 전 받았던 수첩을 가슴팍에서 꺼내어 건네 드리자

조교님은 그 곳에 무언가를 적으시고는 바로 나에게 되돌려 주셨다.

 

“훈련병은 입소식 전에 벌점 정산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동규 형에게 돌아가서

나 방금 쫌 멋있지 않았냐고 장난스럽게 말하자

동규 형은 한숨을 포옥 쉬고는 내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여 주셨다.

 

 

 

동규 형이 담배를 제출하러 간 사이

아무도 모르게 펼쳐본 수첩에는

벌점 50 이라는 단어가 당당하게 적혀있었기에

나는 금방 돌아올 동규 형 앞에서 울상이 된 표정을 보이지 않기 위해 꽤나 노력해야만 했다.

 

 

시작도 전에 30대..

그리고 벌써 또 50대..

 

과연 내가 오늘은 고사하고, 점심때까지 버틸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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