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훈아명훈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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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훈아....
명훈아......

아니지... 저건 명훈이가 아니라, 내 몸이다.
난 가만히 누워있는 내 손을 잡고 눈물이 뚝뚝 흘렀다.
내 몸은 여기에 누워있고 나는 명훈의 몸이 되었다.
그러면 명훈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명훈아....

전혀 근거는 없지만 모든 것이 나의 잘못과도 같았다.
그날 그 차안에서 명훈이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냥 내가 여지를 주지 않고 이야기를 질질 끌지만
앉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명훈이는 사라지고 내 육체를 그냥 내 앞에서
힘없이 쓰러져 있다.

다행히도 숨은 스스로 쉬고 잠시 정신을 잃은 것 뿐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지만
쓰러져 있는 내 모습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니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명훈이 어머니는 나를 끌어다가 밖에 앉히시고는
"생전 안 그러던 애가 충격이 컸구나.
명훈아, 네가 그러면 은우는 더 힘들 수 있어. 좀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니?"
"네...."

"오늘 퇴원인데 준비는 다 됐고.
넌 집에 들어 올 거니? 아니면 작업실로 갈 거니?
집에서 한 몇 달 쉬는 게 좋으련만...."

갑자기 명훈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보다가
결정을 했다.

"작업실로 갈게요. 너무 걱정 말아요."

난 퉁퉁 불어 버린 눈에 눈물을 닦아내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도 명훈이는 좀 더 냉정했을 것이다.
일단 내가 명훈이가 된 이상 명훈이처럼 지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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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싸고 가방 옆에 명훈의 스마트폰이 있었다.
사고 때문에 여기저기 흠집이 나고 액정이 깨져있었지만
쓸 수는 있어 보였다. 지문인식으로 열어 보니, 충전도 이미 되어 있었다.
어머니께서 해주셨나 보다.

명훈이 어머니는 정말 자상하시다.

명훈이 아버지는 명훈이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한 번도
비치시지도 않으셨다. 단 한 번 도......


명훈이의 그림에서 풍기는 음침하고 과격한 부분들이
그런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건
내가 오래된 친구라서이다.

아무튼 작업실에 가기 위해서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돌아돌아 걷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명훈이 키가 확실히 크기는 크구나.
세상이 10cm정도 높은 곳에서 보는 느낌은
안경을 새로 맞췄을 때 그 어지러움보다 더 심한 느낌이었다.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시야다.
안경이 없으면 앞에 있는 사람조차 구분이 되지 않았던 내가
안경없이 이렇게 선명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게 놀라웠다.
라식 수술도 필요 없는 획기적인 방법이 아닌가....

그리고 몸이 훨씬 가볍고 탄탄하며 날렵해졌다.
내 삶이 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가볍고 정신이 맑았다.
아니!
같은 나이의 몸인데 이렇게도 다른 느낌일 수 있단 말인가?

명훈이는 매일 이런 세상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는 좀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밖은 훅훅 찌는 더위였지만
조금씩 부는 바람의 느낌을 받았다.
난 명훈이의 살로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마치..... 명훈과 한 몸이라도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진짜 명훈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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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 딱 타자마자 여자들이 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뭐지 저 여자들은?
하는 마음이 들고 불쾌해서 다른 옆 칸으로 가려고
걸어가고 있었다.
걷다가 어떤 사람과 어깨가 부딪혔는데
키가 작은 남자였고 차려 입은 걸 보니 게이더가 좀 잡혔다.
난 조심스럽게 "죄.... 죄송합니다."라고 말해줬고
그 남자는 눈을 깔면서....(그 짧은 순간에 내 몸, 아니, 명훈이의 몸을
다 훑는 것을 보았다.) "괜찮아요.."라며 슬쩍 내 몸을 만지고
갔다. 저 목소리에 끼순이가 느낌이 철철 넘쳤다.
아이고... 내가 이런 ㄴ에게 이런 걸 당할 줄이야.....

란 생각을 하다가...

아!
난 지금 명훈이구나!
란 생각이 들었고 가까 여자들이 째려 본 게
째려 본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소오름이 쫘악 끼쳤다.

명훈은 언제나 매일 이런 일상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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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렸다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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