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훈아명훈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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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달콤해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어떻든 간에 상관없다.
난 존재하고 명훈이 옆에 누워있다.
그러면 괜찮은 거 아닌가.

명훈은 눈 한 번 뜨지 않고 그대로
정신이 나가 있었지만 그의 왼쪽 팔로
나를 휘감고 있다.
나는 그의 옆에 고스란히 누워 있다.
처음에는 뿌리쳐 보려 했지만 더 단단히
나를 움켜쥐는 손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럴 거면 나를 덮쳐주든지... 에휴)

아마도 명훈이도 꿈속에서 달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훈이가 그 동안 나의 꿈속에서 많은 충족을 주었던 것처럼
나도 그의 충족을 채워줄 필요도 있었다.

내 몸은 경직됨이 풀리고 서서히 녹아 내렸다.
그의 어깨에 내 머리가 닿고
그의 가슴의 내 볼이 닿고
그의 팔에 내 손이 닿고
그의 허리에 내 배가 닿고
그의 다리에 내 무릎이 닿았다.

긴장은 풀리고 온몸이 노곤해졌다.
(온몸은 풀렸지만 특정 부분은 말 못함)

**********
다음 날이 되었을 때 먼저 일어난 건 명훈이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조식은 공짜로 주는데
명훈이가 방까지 가져왔다.
"아니 다른 일행들은 없었어?"
"아무도 없던데..."
"벌써 가버린 거야?"

며칠도 아니었지만 같이 지내던 일행들이
하루 먼저 가버리니깐 안타깝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다.
오늘은 우리끼리만 보내야 하는 것 같다.

어제의 기억들은 전혀 기억도 나지 않는지
명훈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뭐가
달라진 점도 없었다. 그게 나한테도 나았다.

"밥 먹고 뭐하냐?"
내가 입에 오므라이스를 먹으면서 물었다.
"수영하자."
"바다 가게?"
"귀찮아. 앞에 수영장에서 해."
"그래. 빨리 먹자."

풍덩~
물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고 시원한 그 느낌으로 좋았다.
명훈이도 풍덩 물속으로 들어왔다.
둘만 있어도 이래저래 재미있었다. 그리고 재미없는 이 느낌이
재밌었다. 언제 이런 시간이 주어질까. 또 서울에 가면
하루 두 세 탕의 알바로 정신을 못 차릴 텐데...
명훈이 갑자기 뒤에서 머리를 눌렀다.
급습에 난 물 한 모금을 다 마셔버렸다.
나도 반격을 해보지만 피지컬의 차이가 많이 난다.
아니!
미대생 주제에 왜이렇게 체대생 같은 것인지...
명훈이 헤드락을 걸고 나를 넘어 뜨리려고 할 때...
그의 신체 부위가 나의 엉덩이에 닿는 그 느낌을 알게 되었다.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뭔가 느낌이 그랬다.
완전히 딱딱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평소의 그것과는 다른
약간의 경직된 그 물건의 느낌... 남자라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아는 그 느낌 말이다.
순간 명훈의 얼굴을 봤고 명훈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다른 데로
돌렸다. 그리고는 저만치 멀어지는 것이다.

녀석이 아무렇지 않게 행동을 했다면 의심도 없었을 텐데
저렇게 대놓고 뻘쭘해 하는 모습을 보니깐
내 낌새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같이 몸을 부대끼다보면 감각이 쏠려서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닐까.
나도 모르는 척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에도 얘가 나를 만지면서 느껴버렸다는 생각이 드니깐
내 아래도 갑자기 지진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햇볕은 쨍쨍 찌고 우리는
선텐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오일을 들어서 녀석의 허벅지에 약간 뿌리고는
손으로 문질문질 해줬다.
녀석은 갑자기 '하하하 간지러워' 하며 내 손을
빼버렸다. 명훈이는 여기 저기 간지럼을 잘 탄다.

그래. 아까 그것도 온 몸이 성감대인 녀석의 주특기이겠거니...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참 논 줄 알았지만 시간은 2시 좀 넘었다.

저녁도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술을 마셨다.
바닷가라도 갔다면 가고 오는 데에 시간이라도 걸렸을 텐데
정말 우리 둘이 할 게 별로 없었다.


어제와 같이 술잔이 앞에 따라져 있다.
"어제 어디까지 했더라..."
진실게임의 시작이다.
"아! 민지 이야기 생각난다. 너 안 좋아했다고 거짓말 했지."
"뭐?? 뭐가 거짓말이야. 우린 X랄친구야."
헛 갑자기 민지 생각이 나서 전화기를 들고 걸었다.

"친구 잘 지내냐?"
-술 마셨냐?
"아니 마시기 전이야."
-명훈이랑 있냐?
"오늘 다른 일행들 모두 가고 우리만 있어서 심심해또"
-술 취했구만. 혀짧은 소리 내는 것 보니깐.
"명훈이 바꿔줄까?"
-미쳤냐. 난 옛 애인과는 다시 엮이기 싫으다.
"명훈이 아직 너 잊지 않고 있어."

베개 하나가 내 머리 위로 날라왔다.
명훈은 침대 위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다가
베개를 나에게 명중 시켰나 보다.

"명훈이가 베개 던져또"
-야. 그만 자라. 명훈이랑 끌어안고 잘 자.



명훈이 제자리로 왔다.
"야 은우. 너 먼저 마셔."
"왜 아직 안 했는데 마시냐?"
"니 전화하느라고 흐름 끊겼잖아."
"아...알았어."

빈속에 한 잔... 그것도 낮에 마시니깐
속이 더 타들어가는 것 같다.

"그럼 마셨으니깐 내가 질문한다."
..........

"질문: 어제 다 기억나지?"

"뭐가? 뭐가 기억나?"

"다 기억 나잖아."

"뭐가 기억 나냐고?"

"어제 진실게임 했던 내용 다 기억 나잖아?"

"아 몰라!"
하면서 명훈이는 앞에 있는 잔을 마셔버렸다.

"너 기억 나니깐 마신 거지!"
"야. 마셨어. 질문 더 이상 없는 거야."

명훈은 오징어 다리 하나를 입에 물고 허겁허겁 물어 뜯었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기도 했다.

"이젠 내가 질문한다."
비장한 눈빛을 보내면서
명훈의 얼굴이 나에게로 가까이 온다.

"너.... 너 나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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