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원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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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 슌페이님의 만화 [원룸]을 제 마음대로 좀 개조한 글입니다. 일본어를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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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창밖엔 달이 밝았다. 창문 틈으로 비쳐 들어오는 한줌의 빛만으로도 별 어려움 없이 밤길을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에어컨은 분명 잘 작동되고 있었지만 술기운이 아직 완전히 깨지 않아서였을까, 진우는 새벽부터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니, 정확히는 침대쪽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가 아까부터 그의 귀를 간질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진우의 급조된 잠자리는 침대와 벽 사이의 꽤 넓직한 공간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곳에는 더운걸 못참는 그를 위해 에어컨이 바로 위에 붙어 있었다.
진우는 기분좋은 서늘함을 느끼며 굳이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뜨지 말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해보려 했다.
처음엔 스르륵거리는 천과 천이 쓸리는 소리들이었다. 그 소리는 잠깐씩 멈췄다가 다시 빨라지고, 희미하고 길게 이어지는 듯하다가 여러 겹의 천이 한꺼번에 쓸리는 소리로 돌아오곤 했다.
'누군가 잠버릇이 저렇게 안 좋은건가.'
예전에 같이 지낼 때 동욱의 잠버릇은 굉장히 얌전하고 코도 곤 적 없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승현이 뒤척이고 있는가보다, 하고 진우는 생각했다.
하지만, 찰그락거리면서 희미한 금속성의 소리가 들려오자, 진우의 정신은 삽시간에 맑아졌다.
뒤이어 들려온 지이이익하는 소리는 굳이 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동욱이 자기 전에 입고 있던 반바지의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는 소리였던 것이었다.
'이것들이 사람을 옆에 두고...'
진우는 얼굴을 크게 찌푸렸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이 두 사람의 즐거운 주말을 억지로 방해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화를 내기도 좀 뭣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눈을 억지로 꼭 감고, 진우는 다시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진우의 밤귀는 너무나도 밝았다.
이윽고, 꽤나 날것의 소리가 고요한 방안의 공기를 타고 흘러나갔다.
'그츄그츄그츄'
'젠장! 적당히들 해라!'
눈을 감으니, 진우에게는 오히려 아까 보았던 승현의 모습이 뇌리에 생생히 떠올랐다.
키는 165센티미터 정도쯤 됐을까. 예전에 동욱이 말한 이상형의 모습대로, 확실히 곰처럼 큰 그의 품에 딱 들어올만한 아담한 몸집임에는 분명했다.
수염자국 하나 없이 풋내가 날듯한 하얀 피부에, 동그란 안경이 어울릴 것 같은 그의 얼굴은 굉장히 귀여운 인상이었지만, 의외로 떡벌어진 어깨와 군살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잘록한 허리가, 벗겨보면 굉장하다는 동욱의 말을 떠오르게 했다.
'옘병, 굉장하든 말든, 내가 무슨 상관이람.'
하지만, 옆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소리가 새벽이 가져오는 특유의 은밀함과 감성에 맞물려 진우의 머릿속 상상력을 최고 해상도로 펼쳐내고 있었다.
천진한 웃음으로 강아지처럼 달려나와 맞아주던 승현의 얼굴이, 욕망에 물들 때는 어떠한 표정을 짓게 되는지 진우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 하얀 피부가 분위기에 달아오르면 어떻게 변하는지, 살짝 높은 편인 그의 목소리가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비틀려 나가게 될는지, 진우의 탐구자로서의 남성적 본능을 자극했다.
결국, 한쪽 뇌리에서 시작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윤리와 각종 마음속 금제들을 거치며 머릿속을 한바퀴 돌 때쯤에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방 안 가득히 용솟음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조금만... 아주 잠깐만 확인차 보는거야. 진짜 하고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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