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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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거세하는 방법.
''조금 더 짧게 깍아주십시요''
''어? 그러면 깍두기 되는데?''
''안 어울리.....겠습니까?''
''안 어울리긴... 누구 손인데...''
''ㅎㅎ 그럼 .. 아울리게 최대한 짧게.''
미용실 아줌마의 손이 다시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입구에 걸린 그림요...''
''무지개 그림?''
''네. 그림을 볼 때 마다 마음이 편안해져요.
조금은 슬퍼지기도 하는데...
그 속에서 차분해지는 제 자신이 느껴집니다.''
''어머. 손님이 그림 볼 줄 아는구나.''
''볼 줄은 모르는데... 저 그림은 정말 끌리네요..
혹시 파실 생각 있으시면 저한테 파십시요?''
''호호호... 안돼요.. 우리 아들이 그린건데
무려 작품 no.1 이에요.. 그리고 그걸 엄마한테 선물했다죠.호호호''
''오..! 좋으시겠요.''
미용사 아줌마가 큰 브러쉬로 부드럽게 얼굴과 머리를 털었댔다.
''어때요? 맘에들어요,''
''네.맘에 듭니다.''
두 달 뒤에 승진 시험이 있었다.
시험에 통과 하려면 지금부터
결의를 다짐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말 많고 탈 많은 직장 내에서
조용히 매끄럽게 살아가려면 시험에 떨어지면 안됐다.
'' 남 대리 만 믿는다. 이번에 승진 티오 예년보다 작은거 알지? 떨어지면 ''끽'' 알지?
기훈의 어깨를 두들기던 이 부장이 자기 목을 긋는 시늉으로 두 눈을 까 뒤집었다.
''예' 최선을 다하겟습니다.''
''그래 그래. 믿는다.''
사람이든 일이든....
사소 한 것에 더 많이 실망하고
작은 것들이 쌓여 믿음이 깨지니까.
무조건 한번에 붙어야 했다.
기훈은 서점에 들려 공부해야 할 책을 몇 권 사고
헬스장에 들렸다.
마지막으로 몸을 단련하고 싶었다.
그리고 시험 준비로 못 나오는 기간동안 헬스 계약 기간 을 연장시켜 놔야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 놓았다.
헬스 가방을 어깨에 메고 엘레베이터에 올라 탔다.
올라가는 버튼을 망설임 없이 '꾸욱' 눌렀다.
그때.
한 청년이 엘레베이터에 뛰어들며
고개를 꾸벅 숙여 기훈에게 인사를 했다.
반사적으로 그의 고개도 청년을 향해 숙여졌다.
헬스장에서 자주 마주치던 얼굴이었는데
인사는 처음이었다.
가슴이 두근 거렸다.
탈의실에 같이 들어가 옷을 갈아 입는 동안에도
기훈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시선도 마음도 온통 그에게 가 있었다.
'왠 일이냐?'
두근거리는 가슴이 생경해서 어이가 없었다.
이런 순간은 항상 욕망을 강하게
끊어내야 하는 순간에 다가왔다.
마치 폭포수처럼 들이붙는 무게로
묵직하게 운명처럼 마주친다.
'선택해. 승진이야? 욕망이야?'
런링머신에서 유리창에 비춰지는
듬직한 청년의 모습을 훔쳐보며
기훈은 꿈결처럼 걷고 있었다.
기훈은 런닝머신을 멈추고
레그 익스텐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몇 미터 앞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그를 보며
그 밑에 깔린 메트가 부러웠다.
기운은 가만히 두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깊숙히 들여 마신 호흡을 조용히 내보냈다.
그런 다음
기훈은 두눈을 감고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 보았다.
누구나 사랑의 씨앗은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요한것은 싹을 튀울 마중물 일 뿐 .
오늘 기훈에게 마중물은 인사였다.
더불어 의식하지 않았지만 잘생긴 얼굴과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도
영향을 끼쳤겠지.
욕망은
작은 씨앗을 튀울 물 한 방울이면 충분했다.
너무 쉽게 버튼이 눌러지고
너무 빨리 부피를 늘려 버려서
매번 질식 할 것 같았다.
벅찼다.
난 내 욕망에 숨이 막힌다.
예전에 어떤 에로영화에서
커다란 드릴로 콘크리트를 뚫는 장면을
성행위 장면과 번갈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파고든다는 느낌에 함몰되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경지.
깊숙히 끝까지 뚫어야만
빠져 나올 수 있다는 명제가 조건이 되어
헐떡이는 흔들림속에서도
'죽어도 좋다는' 해답을 얻어버렸다.
그래서 멈출 수 없는 가열찬 행진들...
그 어떤 관념도 한 번 발동 된 드릴을
세울 수 는 없었다.
파시스트 행진의 발자국 소리처럼
'착착착' 소리가 이어지고, 중첩되어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욕망.
토네이도 처럼 무자비하게 끌어들여서
하늘 높이 높이 올라가
나를 흥분시키며 휩쓸리게 만드는 욕망.
끝내 마직막엔 깊은 추락 밖에 없다는걸
학습으로 알게한 욕망.
내게 욕망은 무서움이었다.
특히 이번 처럼 승진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승부처에선
작은 욕망도
온 몸이 떨릴 지경인 두려움이었다.
기훈은 속으로 되뇌었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가지런한 호흡속에서 날 뛰던 가슴이
평정심을 찿아 갔다.
먼저 흔들리는 나를 인정했고
인정했기에 들어온 것을 쉽게 보내 버리는 ...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기훈만의 주문이었다.
눈을 뜨고 앞을 바라 보았다.
여전히 똑같이 팔굽혀펴기를 하는 그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이겨냈다.'
###
샤워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그가 발가 벗고 샤워실로 들어왔다.
다시 샤워기를 틀고 물줄기를 맞으며
그를 훔쳐보았다.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탄탄했고
물건도 좋았다.
그래서 뭐 뭐 뭐 어쩔건데.
그런데...
그의 가운데 털이 짧게 정리가 되어 있는걸
발견했다.
'헐'
그래, 위대한 발견 이었다.
그걸 인식하자 마자
'그도 혹시? 이쪽?'
이라는 의문을 떠올렸다.
포기 했는데 살포시 희망이라는
고문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욕망은 이렇게 한번 피어 오르면 끝이 없었다.
화끈하게 풀어내기 전까지 사라지 않았다.
''ㅆ할''
####
차를 타고 아파트 주차장에 반듯하게 주차를 해놓았다.
집에 들어 가려면 차에서 내려야 되는데
문을 열기가 싫었다.
옅게 남은 미련이 핸드폰을 열게했다..
자주가는 만남 앱도 들여다 보고
우리 동네에서 친구 찿기까지 들여다 보니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머리 속에선 이미 수십번
사우나에서 몸을 씻고
빠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찜질방에 들려 잠을 청하는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있었다.
기훈은 고개를 내려 딱딱하게 굳어 있는
자신의 물건을 움켜 쥐고 소리쳤다.
'' 야이 ... 이 ㅆ발탱이야... 승진해야지?
엉? 자꾸 테클 걸레?.. ㅆ 발 잘라버린다아ㅡㅡㅡ''
결국 차에서 내렸다.
가까운 편의점에 들렸다
소주 한병 맥주 한병 그리고 굵기가 가장 두꺼운
담배 한 갑을 사가지고 아파트로 들어 왔다.
500 cc 맥주잔에 소주 반 맥주 반을 섞었다.
천천히 술을 홀짝이듯 들이키며 옷을 벗었다.
그리고 씨디로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쇼팽의 야상곡이었다.
술 한 잔을 다 마시고
남아 있는 술을 다시 술 잔에 따랐다.
그리고 담배갑에서 담배 한 가치를 빼
입에 물고 가스렌지 앞으로 다가갔다.
가스렌지에 불을 켜고 담배를 들이민 다음
숨을 깊이 들이 마셨다.
뜨거운 불길에
얼굴도, 담배도 달아 올랐다.
발가 벗은체로
담배를 피우며
술잔을 든 다음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 앞에 섰다.
입은 비틀리게 웃고 있었다
왼 손으로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쎄게 빨아 들인 다음,
담배를 든 오른손을 가슴에 꽃았다.
''으흑''
울음 같은 신음소리가 물 소리에 잠겨들었다.
가슴 주변엔 이미 여러개의 흉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것으로 육개월 동안의 욕망은 거세 되었다.
그 누구도 다가 올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다가 갈 수 없었다.
정말 순식간에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욕망들이 사라졌다.
살이 탄 냄세와 함께 남은 술을 단 숨에 들이 마셨다.
그때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울렸다.
''ㅆ발 . 술 먹자고 전화 온거 아냐? 좀 일찍 좀 전화하지 ㅆ발들아 ㅡㅡ
쫌만 일찍ㅡㅡㅡ아아ㅡㅡㅡㅡ악''
못 생긴 회상들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몇몇 떠올랐다.
욕망은 이렇게 끈질겼다.
기훈은 성급히 뛰어가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목소리는 중후했고 차분했다.
To. 따라하지 마세요.
당신의 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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