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최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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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동안 모르고 있던 비현실적인 능력이 당신에게 있다면 어떨것 같은가. 게다가 그 능력이 최면이라면?
오늘도 후덥지근하고 따분한 하루다. 언제쯤 이 여름이 지나갈지 모르겠다. 작년도 이 정도 더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조례시간 전에 복도 끝에 있는 음수대로 향했다. 줄서서 기다릴 생각에 가는 길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흘러나오는 물을 줄기차게 흡입한 나는 반으로 돌아가려했다. 내 등 뒤에 딱 붙어서 기다리고 있는 한 녀석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분명 친구녀석이 장난치는 것이라 생각한 나는 짐짓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웬걸. 내 앞엔 거대한 체구의 한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방금 지었던 표정을 싹 숨기고 빠른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창피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글은 내가 거대한 체구에 겁먹어서 얼굴 표정 굳어지며 달아났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뭐, 어느정도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내가 잃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사람, 꽤나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니까 말이다.
커다란 덩치, 큰 키, 찢어진 눈, 짙은 눈썹. 생각해보니 그사람 교복을 입고있었다. 너무 커서 체육선생님인줄 알았는데, 그 덩치로 교복을 입고 있으니 굉장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제 조례시간이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늘 똑같은 훈화를 들려주시겠지. 벌써 따분하다.
드르르르르륵
선생님이 들어왔다. 옆에 거대한 뭔가를 끌고서. 자세히 보니 아까 음수대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다. 양심은 있었는지 그 덩치로 고1, 고2는 아닌 모양이다. 선생님이 그 애를 옆에 두고 우리를 향해 말했다.
"너네 학기초에 잠깐 본 적이 있을거다. 유도부 특기생이라 잘 안나온건데, 부상으로 2주일정도 다시 우리 반으로 나올 애다. 잘 보살펴줘 애들아. 이름은 이강성. 까먹지 말고. 이상."
오, 지긋지긋한 훈화가 30초안에 끝나다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나 속으로 쾌재를 내질렀을것이다. 하지만 그런것보다 지금은 저 친구가 더 중요하다. 나는 맨 뒷자리에 짝도 없다. 오해는 하지말라. 내가 친구가 없는게 아니라 자리뽑기를 실패한 것 뿐이니까. 각설하고, 저 친구는 내 옆자리로 올 확률이 컸다. 그리고 나도 그걸 원했다.
다행히 선생님은 그 친구를 내 옆으로 보냈고,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옆을 몰래몰래 흘겨보았다. 아까보았던 모습보다 더 뚜렷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박혀온다.
선생님이 반을 떠나자, 우리반 아이들은 이쪽으로 우르르 몰려오더니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진짜 고3 맞아?"
"부상 심한거야?"
"이름이 이강성이지?"
"여친은 있냐?"
다른건 몰라도 마지막 말은 나도 듣고싶었다. 하지만 강성이는 정신없이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는 중이라 몇몇 질문들은 넘어간 것 같았다.
1교시 수학시간이 시작됐다. 교재가 없는 그를 위해 내 책을 책상 절반에서 조금 더 넘겨서 보여주었다. 이런 내 착한 마음이 강성이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음흉한 이 속내도 알아냈음 좋겠고.
창문쪽에 있는 나는 오른손잡이라 그의 왼팔과 자꾸 부딪히게 되었다. 내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접촉이라 계속 눈치보면서 슬금슬금 한 것이지만 말이다. 원래라면 연습장에 풀었을 문제를 일부러 교재에다가 직접 푸는 이 멋진 계략. 아마 절대 이 계략을 알아채지 못할것이다. 그 증거로 강성이는 왼팔을 빼지않고 가만히 내 오른팔을 받아주었다. 하루종일 기분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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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음수대에서 봤던 녀석이다. 뒤돌아 짜증부리던 표정을 짓던 녀석은 나를 보더니 곧바로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는 금새 달아났다. 행동을 보니 나를 보고 쫄아버린 것일테지. 그 행동을 보고 웃는 내가 못된 애가 된 것 같았다.
선생님을 따라 반을 들어갔을 때, 뒷자리에서 아까 봤던 익숙한 머리가 눈에 띄였다. 자리가 없기도 하거니와, 아까 한 번 봤다고 익숙해지기라도 했는지 녀석의 옆자리로 가고싶었다. 다행히 선생님도 나를 녀석의 옆으로 나를 보냈고, 반친구들의 공세를 견디며 1교시를 기다렸다.
옆에서 자꾸 곁눈질하며 오른팔로 슬쩍 내 왼팔을 건드는 녀석. 경민이라 그랬나? 경민이는 그 작은 오른팔로 수식을 적으며 내 오른팔을 건드려왔다. 다른 유도부애들이 이랬다면 바로 내다 꽂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책상서랍에 슬쩍보이는 수학노트를 안쓰고 굳이 교재에 적는다. 이런걸 귀엽다라고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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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거라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ㅋㅋㅋㅋ. 문장도 평소에 쓰던 방식이 아니라 읽기 불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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