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것도 사랑이라고 하신다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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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것도 사랑이라면... 3

두르륵 두르륵..

나를 태우고 있는 전철이 계속해서 소리를 낸다. 마치 오랜만에 연락이 된 첫사랑에게 이제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보채는것처럼. 나는 머리를 뒤에 기대고 그 진동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중이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사람들. 전철안이라 어쩔수 없이 조용하게 가야하지만, 그 사이를 못참고 비집고 나오는 거침없는 웃음들. 행복하고 따스한 기운들. 지금 나에게는 없는것들이었다. 그래서 어떤것들도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분명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시절이 있었단말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같이 오묘한 표정을 하고 세상살기 참 팍팍하다는 얼굴들을 볼 여유가 없었으리라. 너무 행복에 겨워서 주변을 돌볼 여유조차 없었을테니까. 

그런데, 내가 여유가 없어지자, 요즘 이상하게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좀 아니꼽다. 나는 불행한데, 왜 너희는 뭐가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데? 그때 그 불행한 사람들도 나를 보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어디서 부터 언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왜 나의 마음은 이토록 엉망일까?

괜히 어만데 불똥이다. 미안 진심..

........

애달픈 그 부르짖음은 같은시각 유부장의 마음속에서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하지만 김명석은 여전히 유부장의 물건을 탐하고 있었다. 가뿐숨을 몰아 쉬면서도 절대로 그것을 입밖으로 내어주지 않고 쉴새없이 입과 혀를 움직여서 자극을 주려고 했다. 어쩌다 터지는 비명같은 소리는 더욱더 김명석을 자극했다.

".. 아... 으..."

그 전초전의 소리는 늘 명확했다. 싼다는 신호. 김명석은 다급하게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벗어던졌다. 그러자 허공에 빳빳하게 서있던 물건이 달랑거렸다. 그 모습을 본 유부장은 단번에 자신의 물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김명석은 곧바로 그 모습을 제지하려 했지만, 유부장은 이내 가지고 있던 물을 쏟아버린 후였다.

안에 간직하고 싶었던 물을 보자, 분통이 터지면서도 게걸스럽게 유부장의 물건을 훔쳐 먹었다.

후르릅 짭짭이라는 표현이 맞을라나. 그렇게 유부장의 물과 물건을 먹으면서 쩝쩝대는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 어디 한번 주면 어때서요..
  .. 이 아까운걸... 나한테도 좀 주면 ...
.. 어디 큰일이라도 납니까? "

"... 그만해...."

유부장은 게걸스럽게 맛보고 있는 김명석의 머리통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다시 말했다.

".. 3개월이야... 약속 지켜!!"

".. 암요... 그러면... 이제 6개월 남은거죠? "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말투였는데, 유부장이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자, 김명석은 혼자 조용히 속삭였다.

  "... 우리.. 사이...이제... 6개월 밖에..
  ... 안 남았구나..."

마지막말에는 약간 흐느낌도 있어서, 처음으로 김명석이 사람답게 보이기도 했다.

유부장은 화장실로 들어가서, 온몸을 미친듯이 박박 닦아냈다. 그전의 행위들은 모두다 거짓이고 허상이고 망상이라고 여기는 사람처럼 닦아내고 또 닦아냈다.

김명석을 처음 만난건, 2년전 회사로 전출을 오면서 였다. 말끔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우리 준이보다는 훨씬 더 젊었는데, 키도 크고 인물도 훤칠하게 좋아보였다.

며칠후에 회식이 있었는데, 나는 참석하지 않을 요량이었다. 회식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올때까지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게, 안쓰러워서 몇번은 회식을 간다고 해놓고 빨리 들어가서 깜짝쇼를 몇번 해준적이 있었는데, 오늘 그렇게 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날 김명석이 유독 살갑게 굴었다. 내가 오늘은 일이 있어서 회식을 빠져야겠다고 하자, 절대 그러지 말라고, 첫 회식인데 잠깐만 술 몇잔이라도 받아달라고 어찌나 사정을 하던지.

그래서였다. 정말 몇잔만 받고 일어날 참이었다. 그런데 어찌나 곰살맞게 옆에서 아양을 떨던지. 그때 혹시 이사람 이쪽인가 싶어서 더욱더 마음이 불편했다. 임자가 있다는것을 아직 모르는가 싶어서 어찌할틈에 일러주려고 하는데도 도무지 틈을 주지 않았다. (나는 준이를 선택하면서 이미 커밍아웃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내가 젊은 남자와 산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자리가 불편해서 술을 몇잔 더 마시다 보니, 조금 더 술에 취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적이 몇번은 더 있기는 했는데, 임자가 있는 몸이 어디 그래서야 쓰나. 그래도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주는 마음은 참으로 고마운것이다.

취기가 오르자, 이제는 내 사랑에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서 담배에 불을 붙히는데, 어느새 김명석이 옆에 바짝 붙어서 물었다.

".. 부장님... 왜 벌써 가시려구요?"

잘됐다 싶었다. 혹시나 이쪽이면, 나는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니, 적당히 거리를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 부장님.. 제가 많이 질척거렸죠?"

".. 어..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 말투가 어딘가 서글퍼 보여서, 해야 될 말이 쏙 들어가버렸다.

".. 예.. 맞습니다... 저도 그쪽입니다.."

나는 씨익 웃어줬다. 어찌됐든 이쪽 생활을 하는 사람은 다 고충이 있기 마련 아니던가. 나는 아주 늦게 시작했지만, 내가 만약 어렸을적부터 그런것들과 씨름하며 살아왔다라고 생각하면 가끔씩 몸서리가 칠만큼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어깨를 툭하니 쳐주면서 힘내라고 무언의 위로를 보내줬는데.

"... 부장님... 제가 진짜 고민하는 일이 있어서 그럽니다. 부장님에게 상담을 좀 하고 싶은데요..
.. 저랑 오늘 술 한잔 해주시면 안될까요?"

그 간청이 어찌나 딱하던지, 중간 중간 울먹거림에 나는 준이가 생각이 나서 어쩔수 없이 그의 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 김명석씨.. 근데 저 임자 있는건 알고 있죠?"

"...예... 알죠...
..그거 모르는 사람 우리 회사에 없을겁니다.."

꼭 덧붙히고 싶은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김명석의 대답은 지금 생각에도 몹시 석연치 않았다.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그놈의 그 은연중에 히죽이던 그 찰나의 순간을 캐치 했어야 했는데..

......

꼬박 6시간이 걸려서 서울로 돌아왔다. 어젯밤의 감촉들이 더럽게 느껴져서 몇번이고 몸의 치를 떨었다. 하지만 분명 절정에 올라서 뱉었던 신은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릴때마다 눈을 꽉 감고 이빨까지 깨물었다.

입맛이 없는 준이를 위해서 무언가 좀 사가지고 가고 싶었다. 밖으로 불러내서 먹일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좀 편하게 눕고싶은 마음밖에 들지.않을정도로 너무 피곤했다.

집으로 가는길에, 오리로스 전문점이 눈에 들어왔지만 무의식중에 그냥 지나쳐버렸다. 일단 집에서 편하게 누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나보다. 그날 기억나는건, 집에 들어가자 준이가 택배상자에 테이프을 붙이고 있었다는것 말고는 딱히 기억나지 않았다. 아! 그리고 조금 당황스러워 했던 준이의 얼굴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며칠을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모르겠다. 김명석에 대한 생각은 오리무중이다. 앞으로 6개월만 만나면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 날수 있을것이다. 몇번 잠자리를 가져주면, 더 빨리 정리할수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는 그때가서는 다른 핑계를 대면서 계속 만남을 요구한다면, 그동안 참아왔던 세월이 허망하기짝이 없어질것을 생각하니, 하루빨리 준이에게 말해야 하는건 아닐까?

그때 김명석의 고향 진도에서 내려 오던날, 준이를 위해서 사가지고 가려고 했던 오리로스가게가 때마침 다시 눈에 들어왔다. 어째 점점 더 날이 갈수록 준이의 입이 짧아지는것 같았다. 내친김에 편의점에 들러서 술까지 샀다.

예전엔 정말 자주 마셨는데.
정말 즐거웠는데.
어떤 말을 모두다 편하게 할 수가 있었는데.

한손에는 오리 주물럭이든 봉지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소주 6병이든 봉지를 들고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냄새가 어찌나 향긋하던지. 슬슬 배도 고프고, 준이와 나눠먹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흐뭇해지기도 하고 옛날생각이 나서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하지만 중간 중간 소주병은 자기들끼리 계속 부딪히며 나를 자극했다. 이런 삶으로 언제까지 준이를 속여가며 살꺼냐고. 말해야 된다고 진실을 하루빨리 털어 놓아야 한다고.

현관문 앞에서서, 나는 비로서 결정을 했다. 말해야 한다. 오늘은 기필코 말해야 한다. 준이의 입맛이 짧아진 탓에는, 어쩌면 나의 외도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그것 때문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에 수십번도 넘게 사로 잡히고 있었기에, 그것도 한몫을 단단히 한 셈이었다.

현관문을 열자, 준이는 늘 그렇듯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요 몇달 그랬다. 언제부터 책을 사오는 일이 많아졌었다. 며칠전에도 그 새벽에 책 읽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해서, 그닥 이상한 풍경은 아니었다.

".. 오셨어요?"

분명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오는길에 요즘 입맛이 없는것 같아서 오리 주물럭을 사왔다고, 사실 주말 돌아오는 길에 사오고 싶었는데, 그땐 너무 힘에 부쳐서 그랬노라고, 미안하다며, 그래도 잊지 않고 사왔으니, 꼭 자신의 마음좀 알아 달라고 응석을 부리는 애처럼 일부러 생색도 잊지 않았다. 진심이였다. 내 마음을 준이가 알아주기를 그 누구보다 바랬으니까.

가만히 앉아만 있으라고 내가 다 알아서 한다고 겨우 앉혀 놓고 불판위에 요리를 시작했다. 밀키트로 사온 해신탕도 끓였다.

그러나 준이는 애달픈 한숨 소리만 뿜어댔다. 그 소리는 작다가도 커졌고, 커졌다가도 작아졌다.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가 억지로 최대한 환해지고, 어떻게 해야하나 자꾸 눈치가 보였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건 아닌지

".. 맛있네요..."

해신탕 국물을 호로로 불어서 입에 넣더니, 그렇게 말했다. 뜨거워 하는 모습이 사뭇 귀여워서, 아! 내가 이맛에 우리 준이랑 살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에 나는 오리 주물럭을 집어서, 뜨거워 하며 입술을 앙 하고 벌리고 있는 입속에 넣었다.

준이는 애기처럼 오물오물 잘도 씹었다. 이제 좀 입맛이 돌아오려나. 요즘 너무 안먹어서 마른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는데.

".. 띠링..."

한참을 그렇게 마셨나보다. 내 휴대전화 소리의 문자 알림이 올때까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도 안났다. 준이가 잘 먹나 안먹나만 보고 있었으니까.

".. 부장님.. 문자 오셨어.."

그렇게 힐끔 쳐다본 전화에는 김명석이라는 글씨가 진하게 찍혀있었다. 그러고 나니까 내가 왜 지금 이러고 있는지가 깨달아졌다.

오물오물 잘먹는 준이를 오래 보기위해서라도, 나는 말해야했다. 지난 시간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깐, 이상하게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어쩌면 나만 가라 앉았는지도 모른다. 준이는 일관되게 중간 중간 한숨을 내쉬었으니까. 본인은 모르는것 같았다. 나는 왜 한숨을 그렇게 쉬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일단 잘 먹는 모습이 더 중요했으니까.

말은 해야겠는데 쉽게 운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온 소주 6병이 다 떨어졌고, 이제는.나도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주량을 한참 넘긴 상태였다.

".. 있잖아.. 준아..."

힘겹게 우리 준이를 불러 보았다. 그는 여전히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으로 불안해했다. 다음말이 중요한데,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하는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 술이 다 떨어졌네..
  .. 금방 나가서 사올게요..."

그 틈에 나는 입 앞까지 나왔던 그 꺼림칙하고 더럽고 억울했던 일들을 대표하는 첫 주어를 다시 입속으로 넣을수 밖에 없었다.

준이가 나가자, 거짓말처럼 김명석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 이번엔 사진이었다.

그 사진은 유부장이 나체로 누워서 김명석의 것을 범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날라든 문자.

[ 답장이 없으셔서..]

[ 그리고 이번에 3개월 제가 까드린다고 했잖아요.. 그거 일찍 말도 안하고 가셔서 무효 드릴게요.  9개월 남은걸로 하죠! 보니까 준이형과 같이 분위기 잡으시나본데, 어떻게 이 사진 준이형한테 보내 드릴까요?]

나는 손이 부글부글 끓어서, 너무 너무 감당하지 못할정도로 뜨거워서 식탁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 저 매정한 사람 아닌건 아시죠?
   지금 당장도 아닙니다. 맘껏 즐기세요.
  세컨으로 사는데. 그정도 이해못하면.. 안되죠! ]


[ 오늘 새벽 3시까지, 저의 집으로 오세요..
   저 오늘 부장님꺼 먹고 싶거든요..
  .. 안오시면... 이거 다 인터넷에 올립니다..]

그때 준이가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안방으로 몸을 숨겼다.


........

집에 돌아온 준이는 유부장이 없는것을 알고서, 오랜만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되었다. 일단은 되었다 라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오는 한숨들은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미 주량을 넘긴 상태였지만 아무리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아서 남은 안주에 더 술을 마셨다. 그래도 늘어나는건 한숨 뿐이었다. 새벽 2시 반경에 인기척이 들렸는데, 그때 나는 하도 술을 마셔도 취하지가 않아서 잠시 거실 소파에서 눈을 붙이고만 있는 중이었다.

부장님이 안방에서 나오는것을 보자마자, 나는 눈을 감았다. 왜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했다. 그리고 부장님이 집밖으로 나갈때까지 세어나오는 한숨을 어떻게든 잡아보고자 무던히도 노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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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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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 협박당하는거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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