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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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음날에도 같은 시간에 해변으로 나가 선생님을 지켜보았다. 그 다음날에도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말을 걸 기회도 인사를 나눌 기회도 선생님과 나 사이엔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선생님의 태도는 상당히 비사교적이었다. 똑같은 시간에 초연히 나타나서는 또다시 그렇게 사라졌다. 주위가 아무리 시끌벅적해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처음에 같이 온 서양인은 그 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선생님은 항상 혼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늘 하던 대로 재빨리 바다에서 나와 같은 장소에 벗어 놓은 옷을 입으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유카타에 모래가 잔뜩 묻어 있었다. 선생님은 모래를 털어 내려고 뒤로 돌아 유카타를 두세 번 털었다. 그러자 옷 밑에 놓여 있던 안경이 탁자 틈새로 떨어졌다. 선생님은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살짝 그려진 유카타 위에 오비(일본 전통 옷을 입을 때 허리에 두르는 띠)를 맨 다음에야 안경이 없어진 것을 알아챘는지 갑자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의자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안경을 주운 다음 선생님에게 건넸다. 선생님은 고맙다며 안경을 받았다.
다음 날, 나는 선생님을 따라 바닷속에 들어갔다. 그리고 선생님과 같은 방향으로 헤엄쳤다. 200미터 정도 바다로 나가자 선생님은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을 건넸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넓고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사람은 두 사람 뿐이었다. 강렬한 태양 빛이 눈에 보이는 모든 물과 산을 비추었다. 선생님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하늘을 향한 채 물결에 몸을 맡겼다. 나도 선생님을 따라 했다. 파란 하늘이 태양 빛으로 반짝거렸다. 나는 "기분이 좋네요."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잠시 후 바닷속에서 일어나듯 자세를 바꾼 선생님은 "그만 돌아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체력이 강한 편인 나는 물속에서 좀 더 놀고 싶었지만 "네, 그러시죠."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다시 헤엄쳐서 해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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