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가 노리는 그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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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가 노리는 그」



07.



상혁의 차가 한적한 도로 위를 미끄럽게 달리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빌 에반스 트리오의 재즈가 흘러나오자 볼륨을 좀 더 높이던 그는, 이준이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어딘가 생각이 많아 보였던 조금 전을 곱씹고 있었다. 자신을 보고 사색이 된 이준은 미혜와 통화하였다고 했다. ‘거기서 그 새끼 이름이 왜 나와?!’ 그녀와 통화하던 중에 당황한 이준의 목소리가 아직 생생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재즈 선율을 방해하는 화이트노이즈처럼 거슬리던 단어, 그 새끼.


이준 삶 안에도 누군가는 한 때 살았을 것이다, 당연히. 그럼에도 당연한 ‘그 흔적’을 알게 된 것 같아 궁금증이 일면서 또한 묘하게 심사가 뒤틀린다.


‘그 새끼?’ 화장실에서 이준의 다른 남자 얘기 하는 것을 듣자마자 뇌리로 너절한 상상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었던 그였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무구한 얼굴로 나체가 된 이준이 다른 남자에 제 다리를 벌리고 처박히며 신음을 흘리고, 남자가 이준의 두 다리를 제 어깨에 걸치고 침대 끝으로 몰아가 애널에 자신의 페니스를 처박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런 상상. 자신은 아직 제대로 만지지도 못한 이준을 다른 남자는 이미 파고들었다는 사실에 성질이 났고 또 이준의 육체를 탐하고 싶다는 애욕에 사로잡힌 그였다. 시기와 욕정이 뒤섞여 상혁의 페니스 또한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그의 소유욕은 마른 들판에 붙은 화염처럼 번져갔고 자제력은 타버린 광야의 재처럼 아스러지고 있었다.



‘누구였을까. 그 새끼라는 놈.’ 운전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상혁이 보통 때와는 달리 사뭇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어쩌면 술에 취해 이준이 말했던 ‘상혁씨’도‘ 저 먹고 버릴 거예요?’ 라고 했던 말과 연관이 있는 놈인가. 그 기억에 그 놈처럼 상혁 자신도 저와 잠자리 한 후 멀어질 거라고 생각해 굳은 표정으로 내내 창밖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이지러지는 상념에 답답해진 상혁이 차창을 내리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이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였다. 그 때, 차에 내장 된 블루투스에 불이 들어왔다. 상혁이 담배 섞인 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오늘은 안 될 것 같은데. 아까….”




“씨'발새끼! 너랑 끝이야!” 외치며 미혜가 남자친구의 뺨을 때렸다. 티비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에 귀가 간지러웠다. 옷을 입기 시작하는 미혜에 볼을 문지르던 그녀의 남자친구가 그녀에게 다가가 ‘…미혜야, 그게 아니고….’ 우물거렸다.


“꺼져, 필요 없어 이 개'새끼야. 한 번은 참았다 그래.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 두 번째도 넘어갔다. 왜? 그럼에도 내가 널 소중히 아꼈으니까. 근데 세 번씩이나? 씨'발, 더러워서 더는 안 참아. 너라면 참겠냐? 나랑 섹스하면서 똑같은 년 이름을 세 번이나 불렀으면 말 다 한 거 아냐?!” 미혜가 남자친구를 밀며 일갈했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더는 할 말이 없어 우두커니 서 머리만 긁적였다.


“씨'발,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별 일이 다 생기네. 하하하… 존나… 씨'발….” 미혜가 스타킹을 대충 말아 올려 신고 가방을 집어 현관으로 걸어갔다. 힐을 하나씩 신기 시작하는데,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혜야…. 너 스타킹에… 빵꾸났어….” 자기 마음을 살피기는커녕 그깟 스타킹 운운하는 남자의 말에 미혜가 돌아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 씨'발놈이….’ 미혜의 눈을 보자 움찔한 그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편의점 가서 새로 사….’ 위하는 듯 말을 다시 우물거렸다. 가당찮은 그의 말에 미혜가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을 웃어댔다.


“네 머리에 빵꾸 나기 싫으면 닥쳐라, 엉? 한 마디만 더 하면 진짜 그렇게 해 버릴 거니까.” 문을 열고 나와 미혜가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뭐? 스타킹에 빵꾸가 났으니 가다가 하나 사 신으라구?’ 기막혀 헛웃음만 나왔다. 모텔을 빠져나와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걷던 그녀가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이상할 정도로 쾌활한 목소리로 아르바이트생에게 인사를 하며 미혜는 음료코너로 걸어가 문을 열고 술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이준은 대꾸도 없이 무표정으로 채욱을 한참 쳐다보았다. 어슴푸레한 가로등으로 명암 진 이준의 침묵에 채욱 또한 한참 그를 보다,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아 이 씨.”


“…너 뭐냐?”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차분하고 건조한 어투의 이준과 냉랭한 그의 반응에 채욱이 괜히 팔을 긁었다.


“어, 안녕. 나 이채욱.” 인사하듯 손을 흔들다 이준의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가 구물구물 손을 내렸다.


“여기 그거 모르는 사람 있어?” 말하는 이준의 눈빛이 한층 매서워졌다.


“술 좀 마셨다.”


“어. 그래 보여. 잘 가라.” 


“오랜만인데 인사 정도는 좀 해주지?”


채욱의 말에 등 돌렸던 이준이 다시 채욱을 향해 몸을 틀며 픽 웃었다. 보자보자하니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냉랭한 그의 조소에 가만히 있던 채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화는 왜 안 받았냐? 여러 번 했는데.”


“받기 싫으니까.”


“거짓말도 못 하는 놈이 거짓말은. 너 데려준 놈이랑 데이트 하느라 못 본 건 아니고?” 채욱이 이준에 한 걸음 다가선다. 훅 끼치는 소주냄새가 코를 찔렀다. 술 처먹었으면 곱게 집에나 가지 여기까지 뭐 하러 찾아 와서 이런 질문만 해대는 건지 이준의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데이트하든 뭘 하든.” 이준의 대답에 그가 피식 웃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피기 시작했다. 익숙한 체리 냄새가 담배 연기와 같이 흩어진다. 녀석의 그을린 손과 두터운 팔뚝에 괜히 역정이 난다. 머리로는 아니라고 수백 번 얘기하는데, 녀석의 크고 강인한 육체에 두 달 전 그 날 밤처럼 미혹되는 자신의 심장에 칼이라도 꽂고 싶어지는 그였다.


“피곤하냐?”


“알면 좀 비켜줄래. 집 들어가고 싶거든.”


“우리 해야 할 말 있지 않어?” 담배연기를 다시 뱉으며 채욱이 턱을 문질렀다. 두 달 사이에 녀석의 피부가 더 탄 것 같았다. 밤이라 착각하는 건가. 턱을 문지르는 완력에 팔뚝 근육이 파형처럼 움지럭거렸다. 이준은 애써 고개를 돌렸다.


“글쎄다. 우리가 해야 할 얘기 같은 게 있나?”


“야, 한이준.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성격 진짜.’ 계속 차갑게 반응하는 그에 채욱의 표정도 점점 굳어져갔다. 녀석의 반응을 예상 못 한 바는 아니었다만 이렇게 엇나가게 굴기만 하니 그 또한 점점 말이 곱게 나가지 않게 된다. 


“네가 원한 게 이런 거 아녔어?”


“뭐?! 너는 새끼야, 그러는 너는…?!” 채욱이 언성을 높이자 조용했던 골목길에 어느 집인지 몰라도 창문이 드르륵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채욱이 말을 멈췄다. 


“…일단 들어가.” 창백해진 이준이 앞장 서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채욱의 눈이 애꿎게 뒤돌아 걷는 이준의 둔부로 향한다. 그 날의 따뜻하고 말캉거리던 이준의 샅이 눈에 아른거렸다. 역정과 욕정은 모음 하나 차이로 뜻이 천양지차였지만 채욱은 그 두 상념을 동시에 느꼈다. 답답하고 뜻대로 제어가 안 되는 마음에 신경질이 나 담배를 바닥에 패대기치듯 던지고 발로 남은 불씨를 비벼 끄자마자 그가 이준의 뒤를 쫓았다.




집에 들어서니 높은 습도가 몸을 눅눅히 에워쌌다. 여름에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듯하다. 상혁이 슬리퍼를 신고 저벅저벅 걸어가 제습기를 작동 시켰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와 소파에 털썩 앉은 그가 휴대폰을 열었다. 이준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흐음.’ 티비를 켜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은 채 상혁은 냉장고에서 주스 한 캔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누웠다. 크게 뜬 여름밤 달의 푸른 빛 아래서 그는 어느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다.


“그 때 하필… 하.” 


상혁이 어느덧 힘이 잔뜩 들어간 자신의 페니스를 쥐고 천천히 쓸어내리며 미술관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상상하던 것 보다 훨씬 더 절륜한 애널이었다. 바랜 부분 없이 발갛게 물든 게 이준의 봉긋한 둔부와 잘 어울렸다. 핥을 때 마다 몸을 떨며 자신의 것이 어서 들어와 주길 바라기라도 하듯 발름거리던 그의 것을 떠올리자,


“…하아, 흐으으….” 결국 참지 못한 상혁이 발기한 페니스를 움켜쥐고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늘어졌던 음낭이 단단히 여물어지고 금세 그의 페니스 끝에서 쿠퍼액이 흘러나온다. 상혁이 멈추지 않고 이준을 상기한다. 칸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 채 자신에 손짓에 발정 난 이준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신음소리와 흘러나온 투명한 액에 젖은 이준의 페니스가 자신의 손에 마찰 돼 찔걱거리는 소리가 뒤섞여 상혁의 귀를 나른히 녹인다. 


야한 것 하나 모르게 생겨서는 애무를 받아들이며 색욕에 차올라 자신의 엉덩이를 보고 꼴렸냐고 도발적으로 물어오던 이준을 떠올리며 상혁이 더욱 거세게 페니스를 훑는다. 쿠퍼액과 섞여 포피가 귀두를 건드릴 때 마다 느껴지는 쩌릿한 감각에 몰두하던 그가 점차 허리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으로는 어느새 화장실 칸 안에서 하다 말은 행위를 넘어서, 허리를 숙이고 둔부만 치켜든 채 엎드린 이준에 사정없이 피스톤질을 하는 상혁 자신이 그려져 있다. 그의 페니스가 이준의 애널 깊숙이 찌를 때 마다 이준의 입에서 비음 섞인 신음이 터져나왔다.


“윽… 하, 한이준… 쌀 것 같아… 흐으, 으으윽!”


이윽고 절정에 치달아 이준을 입 밖으로 소리 내며 수음하던 끝에 상혁이 페니스 끝에서 폭발적으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정액이 튀어 올라 턱끝과 가슴께로 사정없이 흩뿌려지자 상혁의 입에서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후우우.” 사정을 끝내고 나서도 상혁은 느껴지는 오르가즘에 몸을 몇 번이나 꿈틀거렸다. 숨을 몰아쉬던 그가 곧 몰려드는 나른한 기분에 젖어 두 눈을 감았다. 욕정은 사정 후에 숫제 사그라지기 마련인데도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이준의 구멍에서 자신이 사정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오고 벌게진 목으로 입을 벌린 채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이준을 상상한다. 윗니로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한이준 때문에 자신이 돌아버리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고.




“집에 온 거야, 만 거야.” 택시 안에서 미혜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혼잣말을 했다.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자 미혜가 거칠게 종료 버튼을 눌러댔다. 함께 거닐며 행복감을 느꼈던 낮과 달리 혼자가 되어 빠져나온 네온사인 가득한 거리가 그녀의 등 뒤로 서서히 멀어지다 결국 소실점이 되어버린다.


나는 그에게 무엇이었을까. 사랑은 했던 걸까. 아니면 해소를 위해 곁에 둘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처음 딴 년 이름 불렀을 때 고추를 잡아 뜯었어야 했는데. 개'새끼….’ 서글픈 단상에 빠졌다가도 이내 속으로 욕을 퍼부으면서,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이 시큰거려 미혜가 연신 눈을 깜빡였다. 더는 이런 일로 눈망울을 적시고 싶지 않았다.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준이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뒤따르던 채욱이 그가 화장실로 향한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뒤돌아 거실로 향했다. 두 달 만이었지만 익숙한 녀석의 집. 이준이 손을 씻고 나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채욱의 얼굴이 이준의 울긋불긋한 목덜미를 보자마자 어두운 낯으로 변했다. 채욱은 이준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 그 차, 걔는 누군데?” 이준이 대답하지 않고 태연한 표정으로 부엌으로 가더니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부었다. 이를 보던 채욱이 더욱 인상을 구겼다.


“태석이 차는 아닌 것 같던데.”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컵을 식탁에 탁 내려놓으며 이준이 조용히 대답했다.


“남자 생긴 거 맞아?”


“대답해야 할 의무 있어?”


“왜?”


“말 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준이 대답하며 컵에 남은 물을 다시 마셨다.


“남친 맞나 보네.” 채욱이 떨떠름하게 말하자 이준이 채욱을 쏘아보았다. ‘맞다고 해버릴까, 그냥.’ 생각하던 찰나 상혁이 그더러 이준씨는 거짓말엔 소질 없다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부정하고 싶지만 맞는 말이었다. 상혁뿐인가, 이채욱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떠보려고 하지 마, 이채욱.” 이준이 혀로 볼을 굴리며 대답하자 할 말이 없어진 그가 부러 헛기침을 해대며 일어서 부엌으로 걸어왔다.


“넌 어떻게 물도 너만 마시고.” 채욱이 식탁에 앉으며 말하자 이준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남친까진 아닌가 그럼. 썸?”


“그딴 거 묻자고 여기 온 거야?” 이준이 다시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건 아니고.” 채욱이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이준이 더는 대답 없이 싱크대로 컵을 가져가 물을 부셨다. 채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이준아.” 평소에는 성 떼고 부르지도 않더니, 이럴 때엔 잘도 ‘이준아, 이준아.’ 상냥하게 부른다 생각하는 이준이었다. 마음 한 켠이 쿵- 내려앉는 기분을 애써 무시하고,


“됐어. 더 할 말 없으면 좀 가주라.” 말하자 그 말에 채욱이 인상을 찌푸렸다.


“할 말이 왜 없어, 우리 사이에. 얘기하려고 네 집까지 일부러 왔는데.”


“해보든지. 근데 도대체 무슨 얘기? 두 달 동안 너 잠수 탄 얘기? 왜 잠수 탔는지 둘 중 모르는 사람 있어?!” 결국 이준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대답 없는 채욱에 이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일 있고 두 달 넘도록 아무 말도 없다 얼마 전에야 겨우 ‘뭐해.’ 문자 달랑 한 통 하더니. 답장 좀 안 했다고 그 며칠을 못 참고 여기 와서 우리 ‘사이’ 운운하냐? 우리 사이가 대체 뭔데? 너 진짜 씨'발 할 말이 그것 밖에 없어?!” 결국 이준이 고함을 질렀다. 그 이유를 알면서도 그의 화가 채욱의 성미 또한 긁어버렸다. 열 받은 채욱이 의자를 젖히며 거칠게 일어섰다.


“씨'발, 그래! 두 달 넘도록 잠수 탄 것도 맞고 며칠 전에야 겨우 너한테 문자 하나 찌끄린 것도 맞다. 근데 네 새끼도 할 말 없긴 마찬가지 아니냐, 한이준? 넌 뭔데 연락 한 통을 나한테 안 하는데? 네가 뭐 그렇게 잘났어?” 채욱의 일갈에 할 말이 없어진 이준이 숨만 몰아쉬었다. 


부정 할 수 없었다. 바보같이 그에게 연락할 용기도 못 내면서 그가 저에게 먼저 연락 하지 않을까 요행처럼 연락 기다린 것도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었다. 허나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자신에게 분명히 있다, 이준은 그리 느꼈다. 입 밖으로 죽어도 하기 싫었던 말이었지만 더는 미룰 수가 없다 그는 생각했다. 결심을 하고 입을 떼려던 그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뭐야 한이준! 너 집에 있었으면서 왜 내 전화 안 받어, 이눔시끼! 너 뭐하냐? 야한 거 보냐? 비상 도어락 카드 나한테 있는 거 까먹었지? 우헤헤.” 들어오자마자 제 할 말을 쏟아내며 미혜가 힐을 벗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부스럭대는 소리까지 있는 걸로 봐서 또 먹을 거든 술이든 한바구니 꾸려 온 것이 분명했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미혜를 전혀 예상 못했던 이준과 채욱이 당황한 눈빛으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로를 빤히 바라만 보기 시작했다. 


“씨'발 나 헤어졌어! 오늘은 내가 찼어 하하! 나 잘 했지? 어디 있냐 한이준?! 한 잔 할 거지? 너 내일 잘난 불어 수업인지 뭔지도 없다고….” 쉬지도 않고 신나게 떠들며 부엌으로 걸어오던 미혜가 말을 뚝 끊으며 멈춰 섰다. 


”…없다고 했잖…아?!“ 이준과 그와 대치중인 남자, 벌게진 얼굴로 당황스러워 하는 둘의 표정에 미혜가 이게 뭔 상황인가 싶은 얼굴이다. 실눈이 된 미혜가 먼저 이준을 쳐다보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는 얼굴이 되었다. 무언으로 눈썹을 치켜들며 ‘뭐?’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이준의 당황한 표정을 빤히 보던 그녀가 이번에는 눈을 돌려 채욱을 바라보았다. 그도 갑자기 들이닥친 미혜에 사뭇 당황했는지 사색이 된 채 서있다. 그런 채욱을 가만히 보던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왠지 모르게 웃음기를 띈 말투였다.




“개'새끼 하나가 여기에도 있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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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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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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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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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하나 놓칠세라 꼼꼼히 읽어내려갑니다^^ 너무 잘 보고있습니다 작가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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