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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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처음 만났을 때는 여름이었다. 1학년 기말고사를 마치고 과에서 단체로 술마시러 가는 날이었다. 평소에는 못보던 선배들도 나온다길래 긴장도 평소보다 많이 되었다.


학교 앞 파전집으로 과동기와 시끄럽게 떠들며 들어갔다. 우리는 1학년 답게 미리 자리를 데워 놓으며 선배들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배들이 들어왔다. 우리는 일어서서 선배들을 맞이하였고 각 1학년들 앞에 선배들이 마주서있었다.


선배 얼굴을 바라보기 민망하여 일어서서 술집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거대한 그림자가 내가 바라보고 있는 테이블의 빛을 지워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한 190정도 될까?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큰 키를 갖은 선배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안녕하세요!"


다소 민망하게 말을 더듬으며 선배에게 인사를 되돌려주었다. 선배의 머리에 물기가 있어서 머리를 바라보니 형이 멈칫하더니 말했다.


"아 헬스 갔다가 바로 오느라 머리도 잘 못말리고 와서 그래"


그 말을 들은 나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옮겨 형의 몸을 빠르게 훑었다. 잘 만들어진 몸이 셔츠 밖으로도 보일 정도로 훌륭한 몸이었다.


내가 시선을 어디로 둬야할지 모르고 어색해 할 때, 마침 과대표가 말했다.


"자, 다들 그만 서계시고 앉아서 얘기합시다. 주문은 각 테이블 벌로 하시면 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의자 끄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통성명하는 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나도 용기를 내서 앞의 선배들에게 제일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1학년 이경민 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환호와 함께 내 옆으로 돌아가면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선배들이 인사하는 것을 집중하면서 듣고 있을때, 마침내 내 앞의 선배가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00학번 이강성입니다. 편히 말해주세요"


이강성...이강성... 속으로 되내였다. 오늘은 이 선배 옆에만 있고 싶었다.


테이블별로 주문을 시작했고, 마침내 술게임이 시작됐다. 술도 약하고 술게임도 잼병인 나는 나만 걸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게임을 했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잘 빠져나왔지만, 술에 취했는지 점점 걸리는 횟수가 많아졌다.


더 이상 먹으면 안될 것 같은 순간에 형이 내 술잔을 뺏어 들고는 나 대신 술을 원샷하며 잔을 내려놓았다. 주변에서 형을 향한 야유가 빗발쳤다.


"오글거리게 뭐하냐 ㅋㅋㅋ"

"남자끼리 대신 마셔주는게 어딨냐!"

"둘이 사귀겠어?ㅋㅋㅋ"


형은 그 야유에 굴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야 그럼 너네가 얘 죽으면 데려다 놓는거지?"


형은 유머있는 멘트와 함께 상황을 벗어났지만, 나는 미친듯이 두근거리는 이 심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차가 끝이 났다. 우리는 노래방으로 가는 사람들과 당구장으로 가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나는 형이 고르는 쪽으로 가고 싶어서 형이 대답하기를 계속 기다렸지만 형은 말을 아끼고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먼저 당구장을 간다고 말을 전했고, 그 모임으로 이동했다. 아쉽지만 강성선배를 보는 것은 여기까지 인가보다.


아마 강성선배를 만나는 것만으로는 오늘의 행운은 끝이 아니었나보다. 당구장에 도착한 나는 실력을 묻는 질문에 두 번 정도 쳤다고 말했다. 선배들은 서로 의논을 하더니 이리저리 1학년들을 나눴고, 내가 배치될 차례에 당구장 입구에서 강성선배가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선배들은 잘됐다며 형에게 얼른 뛰어오라고 하였고,  나를 선배에게 밀어넣으며 말했다.


"야, 오늘은 너가 깍두기 맡아라"


나는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이고 형의 발 끝만을 바라보았다. 형의 발 끝은 나를 향하고 있었고, 곧 내게 다가와 내 등을 끌으며 형쪽으로 당겨왔다. 나는 균형을 잃으며 형의 옆구리쪽에 부딪히고 말았다. 형은 엄살피우며 말했다.


"경민이, 선배 이렇게 때려도 되는거야? 농담이야, 울지마 ㅋㅋ, 나만 믿고 열심히 쳐봐. 쟤네 밥이니까, 형이 다 따줄게"


"감사합니다. 선배님"


"무슨 선배야. 그렇게 딱딱하게 굴면 듣는 선배 맘 아프다. 형이라 불러!"


오늘은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유난히 많은 것 같았다. 술을 먹으면 창백해지는 편이라, 술 핑계도 댈 수도 없어서 곤란했다. 


우리 테이블은 3개 팀으로 2명씩 나뉘어졌다. 형이 먼저 치고, 다음번에는 내가 치고, 형이 점수를 얻으면, 내가 점수를 잃고. 그러다 초심자의 행운인지 내가 연달아 점수를 얻으며 1등이 되었다. 형이 웃으며 나를 치켜 세워주는데, 민망함에 다시금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이런 초심자의 행운도 명을 다 했는지, 나는 계속 점수를 잃어 죄송함에 몸둘바를 몰라했다. 


"형 죄송해요."


"괜찮아. 내다 좀 도와줄까? 여기서 자세 잡아봐"


내가 채를 들고 당구대에서 자세를 잡자, 형은 내 뒤로 다가와 껴안는 자세로 내 손 위에 손을 마주잡았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형에게 들릴까봐 걱정될 정도로 미친듯이 뛰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형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형의 근육이 내 몸에 닿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형의 키와 덩치가 커서 이런자세도 되는구나 싶었다. 온갖 망상이 다 든다. 형이 뭐라고 말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혹은 욕망에 몸이 지배당해서 인지, 내 등과 엉덩이를 형의 몸쪽으로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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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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