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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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에서 느껴지는 형의 그것. 주변에서 말하는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았고, 내 모든 감각이 다 차단되고 오로지 촉감만이 살아남아 내게 형의 몸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던 지금, 유일하게 시간이 흐른다고 느낄 수 있는 근거는, 형과 내가 맞닿아있는 표면에서 교환되는 서로의 열 뿐이었다.
그런 정적과도 같은 상황에 균열을 낸 것은 그 표면에서 점점 커지고 단단해지는 그것. 형은 늦게나마 흠칫 놀란듯 몸을 뒤로 뺐다. 그 큰 몸을 엉거주춤한 모양새를 한 채로 화장실로 빠져나갔다.
당황한 형의 모습을 보고싶었다. 나는 볼일이 급하다는 말만 주변에 남기고 형이 있을 화장실로 향했다. 나는 형이 변기칸 안에 들어갔을까봐 조마조마했다. 형이 잔뜩 불이난 고간을 다스리기 위해 변기칸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화장실 변기칸은 막혀있었고, 형은 소변기에서 소변누는 자세로 서있었다.
나는 형의 옆칸 소변기 앞에 서서 바지춤을 내렸다. 시선을 내리깐채로 눈동자만 돌려 형의 것을 흘끔 몰래 쳐다보았다. 반쯤 발기가 풀린 것처럼 느껴졌는데도 단단하고 두꺼워 보였다.
술에 취해서일까? 오늘 아니면 형에게 더 다가갈 기회가 없을 것만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와, 형 진짜 크네요"
내가 아예 고개까지 형쪽으로 향하자 형은 당황했는지 소변줄기가 얇아졌고, 이내 다시 아까 내 몸에 닿았던 것처럼 형의 것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어? 어.. 나쁘지는 않지"
저 통통하고 단단한 것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한줄기 이성이 내 행동을 막아주었다. 다만, 혹시모를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며 말을 건냈다.
"아...막차시간이 애매하네요. 형은 언제 가세요?"
"나는 여기서 5분거리에서 자취해서 언제가든 괜찮아"
형이 옷을 가다듬으며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화장실에서 나와 일행쪽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산하는 분위기였다. 아마 막차 시간이 다 되어가 집에 가야하는 통학하는 학생들 때문인것 같았다. 사실 나도 지금 출발한다면 갈 수 있었지만, 형과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에 괜히 핸드폰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 근처에 있는 찜질방에 가려고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은근하게 형을 곁눈질 하며 형이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다.
"아... 우리집에서 한 명 정도는 재울 수 있는데, 오늘 재워줄까 경민아?"
"괜히 형 불편하게 하는 거 아닐까요?"
내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자 형이 사람좋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아냐 괜찮아. 후배를 선배가 챙기지 누가 챙기겠냐"
오늘 우리가 만나서 얘기하고 놀았던 것이 헛짓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형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형이 나를 집에 초대했다는 것이다.
선배와 나는 지하철역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다른 선배나 동기들은 막차를 타러가기 바빴는지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리와 헤어졌다.
형과 내가 같이 길을 걸었다. 아직은 마음의 거리가 있는 형과 나, 하지만 몸의 거리는 몹시 가까웠다. 형보다 키가 작은 내게 어깨를 부축하고 걷는 것은 힘들 것 같은지, 형은 손을 뻗어 내 등을 가로질러 반대편 갈비뼈 부근을 감싸안았다.
아마 형도 들었을 것이다. 내 심장 뛰는 소리를. 그리고 나도 들리는 것 같았다. 형의 바삐 뛰는 심장소리가.
우리는 평소 걸음이었다면 5분이 걸렸을 그 길을 10분이 넘게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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