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섬 ㅡ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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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섬 ㅡ 2
2.구멍 ㅡ 과거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봉인되었던 기억이 .......
기억은 휘몰아 치 듯 다가 와
앙상한 나무 가지에 걸린 햇살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결혼 할 날을 코 앞에 둔 어느 날.
난 호기심 반 열망 반으로 이곳을 찿아 들어 왔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아름들이 나무들이
푸르름으로
짙은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던
여름날이었다.
숲은
내가 어떤 행위를 하든
은밀함을 부여해 줄 것 같았다.
그 숲, 그 푸르름으로 만들어진 짙은 그늘이..
햇살의 밝음에서 나를 안전하게 구원해 줄 것 같았다.
어둠에 숨어드는 박쥐마냥
나에 대한 모든것이 그늘 속에 숨겨지길 바랬다.
오직 어둠 속에서 빛나는 건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 빛 만이어야 했다.
그래서 숲이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안해서
섬처럼 고립된 곳을 선별해야 했다.
도시 안에서
와서 신나게 놀기엔 넓이가 너무 작고
고성방가로 떠들기엔 경찰이 금방 출동 할 것 같은 곳.
짙은 숲으로 가려지는 곳이 많아
언제든 비밀이 난무 할 것 같은 으슥한 곳.
그래서 가기가 꺼려지는 곳.
접근하기는 좋은데 접촉하기는 꺼려지는 곳'
그런 곳이기에 ...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 꾸역 정상까지 올라오는 당신들이
왜 오는지 미루어 짐작이 되는 곳.
그런 곳이기에 나도 왔다.
숲이자 섬인 곳, 이기에....
결혼을 앞두고
이대로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긴 한데. ...
왠지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리는 나.
마치 퍼즐의 마지막 하나를 찾지 못해
명화를 완성하지 못한 화가 같았다.
알듯 말듯 한 그 무언가를
풀어내지 못한 답답함에
난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빨간 맆스틱, 뿌연 담배 연기,
이성을 잠재우며 유혹하는 여자들.
박수치며 욕망을 부축이는 남자들.
얼굴이 모호한 그 사람들 속에서
난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모르는 부초.
그래서 난.
맞지않은 커다란 옷을 입고
모두에게 방황을 연기하는 삐에로.
여자에게 너무 웃어서 .
남자에게도 계속 웃어서.
웃는게 웃는게 아닌 삐에로.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웃는 얼굴 선, 그대로
우는 얼굴이
그때의 나였다.
난 내 그림의 마지막 퍼즐을 찾으러
결혼을 코앞에 둔 그날
이곳을 찿아 왔었다.
그것을 찾아야만,
결혼식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신부를 맞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심으로 약속의 맹세를 하려면
나를 명확하게 알아야했다.
나에게 어떤것이 구멍이며 함정인지...
'알아야'
피해가지.
그때도 이 숲에 올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았고
쭈볏거리며 운동기구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마치 처음 오는 사람은 그래야만 된다는 듯,
세상의 시선에서 나만 투명인간이 된 듯,
여기에 온것이 아무렇지도 않은듯,
'난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몰라요'
'난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를
목구멍 깊숙히 되뇌이며
고개를 숙이면
이곳의 분위기를 인정하는 것 같아,
목이 긴 짐승쳐럼 턱을 '턱 턱' 치켜세우고,
혼자 고고한 듯' 고독 고독' 을 뿜어댔다.
알잖아.초심자의 딜네마.
'바른 생활' 이라는
커다란 문구를 새겨 넣은
연두색 조끼를 입은 노인분들이
커다란 포대와 집게를 들고
무리지어 부산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난 계단을 올라가려다 멈칫거렸다.
본능적으로 그들이 내려온 다음
올라가리라 마음 먹었다.
시간이 흐른뒤 그들이 소란스럽게 떠들며 내려왔다.
난 얼른 계단을 등지고 있는 운동기구에 올라타서 운동을 하는 시늉을 했다.
그들에게 온전한 내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들 몇몇은 운동기구 주변을 쓸었고
몇몇은 청소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운동기구 위에 올라가
두다리를 허공에서 십일자로 교차하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가만히 내 옆에 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헉'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네?''
''바닥에 담배 꽁초 주우려고요.''
''아 ㅡ 네.죄송합니다.''
''호호호 뭘요. 내가 담배꽁초 보고도 안주우면
하루 종일 끼끔해서리 미안하우.''
''아닙니다.저야 감사하죠.''
''내가 화장실도 아주 깨끗하게 물청소 해놨어.
우리 손주도 여기 왔다가 사용할수 있으니까 말이여.
할메가 청소했다고 해놓고 지저분하면 뭔 쪽이유.''
''아 ㅡ네.''
''여기 오는 사람들이 이상해''
''네?''
''화장실을 너무 험하게 써.
휴지두 아무데나 막 버리고
벽에다 낙서를 너무 많이 해유..
뭔 할말이 그렇케 많은지 벽이 새까매요.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지만
낙서는 내가 지우기 힘들어서... 그냥 냅둬유.
벽이 지저분 해도 이해혀 ㅡ.
아네 ㅡ.
그럼 즐겁게 노시다 가유.,
''할멈. 다 끝났으면 빨리 내려갑시다.시장에 가서 막걸리 한 잔 해야지.''
''알았어유.''
할아버지 한분의 고함소리에
할머니가 대답을 한 뒤
내게 말했다.
''총각 그럼 재밌게 놀다가유.''
''네 ''
난 얼굴이 빨개진 체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그들이 떠난뒤
갑자기 고요가 찿아왔다.
부산스러움 뒤라 고요의 무게가 남달랐다.
갑자기 '쩡''하고 다가 온 정적속에서.
그 아득함 속에서 ..
나 홀로 고개를 '획' 돌렸다.
화장실 쪽으로.....
두눈은 호기심에 반짝거렸고
입술은 단호한 결심을 한것 마냥
앙 다물어져 있었다.
화장실로 달려가
엉덩이를 까고 변기에 주저 앉았다.
그제서야 그들의 세계가 보였다.
'벽으로 둘러 쌓여야 보이는 세계'
몰랐었다.
화상실 안쪽에
이렇게 또 다른 세계가 숨겨져 있는줄은.
두근 거리는 가슴,
끈적거리는 호흡,
빨개진 얼굴로
난 한참을 그곳에 앉아서 밍기적 거렸다.
벽면 가득 세겨진 음담패설.
그 사이로
육중한 방망이 그림과 쩍 벌린 입술 그림 들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이런건 처음이지?'
난 낙서를 하나하나
의미있게 해석하며
읽어 내려갔다.
잘 알지 못했던 세계의 첫꼭지를
난 아무런 필터 없이 받아 들이고 있었다.
'어지러웠다'
뜨거워진 피가 돌다 돌다 한곳으로 몰려갔다.
터질듯 딱딱하게 뭉쳐서
아픔이 느껴질 정도 였다
욕망과 목마름,
뜨거운 바람,
가쁜 호흡,
그리고 밀려오는 촉촉한 상상들.,.
난 나도 모르게
화장실 칸 막이에 뚫린
작은 구멍의 가장자리를
검지 손가락으로 살살 돌리고 있었다.
까맣게 변색된 구멍의 가장자리는
무엇으로 사용했는지 반질거리며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옆 화장실엔 아무도 없다는 건
구멍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고
귀를 귀울여 문 밖에 인기척을 확인 했다.
지금.
여기.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난 갑자기 일어섰다.
순간 ,
생각은 갑자기 텅 비어버렸고
난 또 다시 찿아온 정적속에서
그 고요 속에서.
구멍 속으로 가만히
나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칸막이 윗부분을 단단히 잡았다
벽에 온몸이 최대한 밀착 될 수 있도록
힘주어 벽을 나에게 잡아당겼다.
오른쪽 빰이 벽에 짖이겨 지고 있었고
두 눈은 꼬옥 감고 있었다.
벽 맨위에 커다랗게 쓰여진 외롭다는 낙서가
거친 입김에 선명해졌다 흐려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팔이 ' 부들부들' 떨렸다.
어둠속으로
수렁속으로
깊이 깊이 빠져드는 기분에
입에선 저절로 옅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때 멀리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난 서둘러 자세를 바로하고
무릎까지 내려갔던 바지와 팬티를 올렸다.
그사이
발자국 소리가 소변기로 가서 섰다.
벨트를 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들렸다.
시원하게 오줌을 누는 소리가 연이어 나더니
다시 벌트를 잠그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내 화장실을 몇바퀴 도는듯한
소리가 '저벅 저벅' 들려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마지막 소리가 내가 앉아 있는
화장실 앞에서 멈춰 섰다.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똑똑''
노크소리에 난 깜짝 놀랐다.
어깨가 저절로 움추러 들었다.
망설이는 마음에 틈을 두고 노크를 받았다.
''똑똑''
그러자 곧바로 노크소리가 들려 왔다.
''똑똑똑''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가만히 숨죽여 있었다.
그러자 이내 발자국이 내 옆에 화장실로 들어왔다.
그순간
난 호흡을 멈추고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그리고 한달음 숲 정상으로 튀어 올랐다.
#엄지 척! 이 어디에 있는지 찿고있습니다.
여기 배경이 되는 숲은 도시 마다 한개씩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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