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섬 ㅡ 3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숲 섬 ㅡ 3
3. 나도 섬. ㅡ 과거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헉헉 거렸다.
정상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벤치를 찾아가 앉았다.
시간이 지나자 숨은 편안해 졌지만
가슴은 반대로 두배로 뛰었다.
난 조심스럽게 안보는 듯
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몇몇이 올라오면
몇몇은 내러갔고
몇몇은 한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박령이도 된 듯,
빙글빙글 맴맴,
정상에서 부유하며 떠다니고 있었다.
그때 한사람이 내게 다가 왔다.
''담배 한 가치만 빌릴 수 있을까요''
나는 두근거려
들썩이는 가슴 앞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들었다.
담배 한 가치를 든 손이 떨렸다.
''불도 좀....''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 든 라이터를
서둘러 그에게 내밀자
그가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샀다.
그리고 내 엄지 손가락 위에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겹쳐 올린 뒤
라이터 헤드를 눌렀다.
''팍''
불꽃이 피어올랐다.
엄지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그 지긋한 압박감...
피가 한곳으로 몰려갔다.
뜨거운 바람이 온 몸을 휘몰아 쳤다.
''여기 처음이죠?''
담배를 맛있게 피우며
그는 계속 내 눈을 보며 웃고 있었다.
짙은 눈웃음이 인상적이었다.
난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네 , 처음 입니다''
웃으면
가늘게 호선을 그리며 내려가는 눈매.
웃을때 드러나던 유난히 하얀 치아.
눈가에 희미한 점 하나.
매끈한 피부에 유난히 빨갛던 입술.
그리고
굵은 목소리에
내 가슴은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근처 포장마차에 들어가
술과 안주를 시켰다.
테이블 아래로 스치듯 손을 잡았고
은근한 미소를 홀리듯 뿌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고 받는 눈길에선
무지개 색들이 흘러 나왔다.
빈 속에 술이라 빠르게 올라오는 술기운이
반가윘다.
''나이가 어떻케 되요,?''
''내가 형이네''
''어디에 살아요?''
''거기는 여기서 먼데... 여긴 어떻게 알았데요?''
''신문기사가 사람을 잡네.''
''폭넓게 뭐하는 사람이에요?''
''오ㅡ. 공부 열심히 했네.''
''정말 처음이에요?''
''정말 모든게 처음?''
''네 . 처음 입니다''
우리는 그러케 서로를 알아갔지만
끝내 서로 묻지 않은게 하나 있었다.
'이름이 뭐예요?'
포장 마차에서 손을 잡았고
정말 큰 규모 였지만 사람이 너무 없었던
영화 관 구석에서 키스를 했다.
때론 촉촉하고 부드럽게
때론 입술이 떨어져 나갈것 같은 흡인력으로
나를 정신 차리지 못하게 밀어 붙였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입술을 떼었다.
허전했다.
''털이 억세다.''
''네?''
그는 손을 들어 내 입술 훔치고
턱 주변의 털들을 어루 만졌다.
아침에 면도를 했지만
그 사이 자라난 수염들이 버석거렸다.
''키스를 더 하고 싶은데 너무 따갑다.ㅎㅎㅎ
내 입 주변이 빨갛게 부르 트겠어''
''죄송합니다 ''
난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내 턱을 잡아 바로 세웠다.
살색으로 가득 한 영화라 그런지
그의 두 눈에선 빨간 레이저가 흘러 나왔다.
나를 불 태우려는 듯
뜨겁게 느껴졌다.
''아 몰라 . 하고 싶어.''
엄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쓸던 그가
다시 내게로 다가왔다
난 자연스 눈을 감고
입술을 벌렸다.
다가 오는 그의 숨결에서
달달한
카랴멜 냄세가 났다.
영화를 다 보고
마지막 코스라며 들어간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몇몇 사람들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같이 어울렸고
그는 그들에게 나를 소개 시켰다.
''이쪽은 내친구. 이쪽은 오늘 부터 내 애인이야''
''아닙니다. 오늘 만 애인 입니다''
난 씩씩하게 큰 소리로 이야기 했다.
''뭐야. 우리 오늘 부터 일일 아니야?''
''오늘이 일일이며 오늘이 마지막 날 입니다''
''나 너 좋은데'?''
''저도 좋습니다.''
''근데 왜?''
''저 몆일 뒤에.... 결혼합니다.
형님이 제게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순간,
시끄럽던 술집에 정적이 흘렀다.
모든 시선이 내게 쏠리고
그는 놀란 눈으로
내게 물었다
''리얼리?''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끄떡이던 난
무대로 성큼 성큼 올라가
노래방기기에 번호를 눌렀다.
그날 내가 선택한 노래는
''사랑일 뿐야''와 ''끝 사랑'' 이었다'
내 사랑의 시작과 끝을
노래로 말해주고 싶었다.
비록 하룻밤 이지만
진실이라고...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그가 무대로 나왔고 같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서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열화와 같은 박수와 환호속에서
우리는 같이..
환하게 웃으며 깊은 인사를 했고,
마주 잡은 두손을 힘껏 들어 올렸다
링위의 승리자 처럼.
무대에서 내려온 우리는
다른 테이블에서 보내온
술과 안주로 폭탄을 맞았다.
''첫날이자 마지막인 역사적인 날이라며,
그런날에 술통에 빠져 죽고 싶어?''
그가 내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뇨''
난 귀가 간지러워 고개를 움찔 거리며 속삭였다
''뭐야 . 성감대가 귀야?''
''그건 모르겠는데요? 처음이라''
''알았어 내가 다 찿아줄께.ㅎㅎㅎ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여기서 뛰어 나가라.
나도 같이 뛸 테니까. 도망가자''
''하나 둘 셋''
우리는 손잡고 뛰었고
뒤에선 날 선 야유가 끝없이 따라왔다.
''ㅜㅜㅜㅜㅜ''
###
그날밤
나는 모든게 서툴렀다.
처음으로 흘러나오는 몸짓
그리고 비음으로 세어나오는 신음소리
모든게 어색해서 눈을 감았고,
뜨거운 모든것이 눈을 떳다.
새로와서 천국이 여긴가 싶었다.
그의 혀는
촉촉하고 매끄러웠으며 부드러웠다.
그의 몸은 순혈의 야생마처럼 불끈 거리며
지칠 줄 몰랐다.
그리고
괜찮냐고 좋으나고 어떠냐고
귓속에 뜨거운 바람을
계속 불어대는 목소리
굵은 목소리...
미칠 것 같은 그의 모든것이
내 가슴으로 들어와
뜨겁고 거친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 소용돌이는
그의 호흡이 닫는 곳마다
그의 손길이 스치는 곳 마다
그리고
그의 온 몸이 부딪히는 곳마다
바람으로 풀잎으로 꽃으로...
솟구치고 스러지고 피어났다.
그는 끝없이 내게로 부딪히는 파도였다.
그리고 난 그 파도에
울렁이고 해체되고 제조립되는
섬이었다.
마치 새롭게 태어난듯이
새로운 세상을 맞이했다.
발 끝에서 부터 머리 끝 까지
정성스레 애무 하던 그가
침대로 널부러져 대자로 뻣었다.
'' 좋았어?''
''네''
'' 한번 씻고 하자. ''
화장실에 들어가
시원한 물로 온몸을 뒤집어 쓰자
정신이 들었다
문득 결혼할 사람이 생각 났다
내가 선택한 사람.
나도 그녀를 아끼고 보살피고 사랑하며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게 가능 하려면...
난 그녀에게 파도여야 했고
그녀는 내게 섬이어야 했다
그렇게 사는 걸
남들 처럼 사는걸
선택했지만.
그녀를 앞에 두고,
사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면 어떡해야 할까?
< 나도 섬이고 싶다>
# 점심 재밌게 드세요.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