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섬 ㅡ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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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섬  ㅡ   5



5. 선택...ㅡ현제



정신을  차리니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난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세상에  형이었다니... 

내 상상속의 형은 언제나 젊었었다.

내가 나이가 들고 

머리가 하예지고 

배가 나와도

형은 언제나 처음 만났던  그때  그 모습이었다.


야윈 모습과

총기 없는 그의 흐릿한 눈빚에

난 가만히 울려오는 충격을 삼켰다.


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을것이다.

그저 지금 난 거울을 보지 못 할 뿐

변한 내 모습에서 

닮음을 찾은 그가 대단할 뿐이었다.

내게

오늘의 형은

그동안 추억속에 있던 순간들을

총 천연색 사진에서

흙백 사진으로 저장하는 순간이 되었다.

 씁쓸했다.

늙는 다는 건 ..

또 그것을 확인 한다는 것은

그렇게

씁쓸한 것이었다.


공원 정상에서 계단을 내려가자

형은 운동기구가 즐비한 곳 앞

변치에 앉아 있었다.


내가 그 옆에 가만히 앉자,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냈다.

내가 산 담배였다.


''담배 피우려우?''


''아닙니다''


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씨익 웃으며 담배를 한 가치를 입에 물었다.

난 얼른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여드렸다.


가만히 담배를 피우는 그는

벤치에 기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잘 계셨어요?''


''심심하우?''


''......''


''화장실에 가서 기다릴테니 놀러오시우.''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저....  ''


내가 부르는 말에 그가 돌아서자 

난 담배갑과  라이터를 들어 그에게 내밀었다.


''이거 가지고 가십시요''


''난 담배를 안 피우우.

그래도 가끔  담배를....,빨고 싶은 날이 있다우.

오늘 처럼.

꼭 오시우.  기다리겠수.''



그가 떠나고 멍하니 그 뒷모습을 쫒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 지금 어디야?''


아내였다.



''어디긴.. 여행하는 중이지...

이곳 저곳 기웃거리는 중입니다.

어디가는지 보고해야돼?


갑자기 짜증이났다.

이 순간에 전화라니...


''왜  그래...  기분이 안좋구나... 무슨 일 있어?''


그말에  또 정신이 들었다.

무슨일 이라니...


''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어.''


''여행하기 힘들면 빨리 돌아와. 

내가 안아줄께. 엉덩이도  토닥여주고 ...

안마도 해줄께.''


''... 그래. 고마워''


''내가 더 고맙지..

그동안  우리 가족  당신이 지켜줘서

 항상 고마웠어.

당신 덕분에 사랑이 넘지고 따뜻했잖아.. 

이제 퇴직 했으니까...

좀 쉬어.. 당신은 쉬어도 돼.

급한거 없으니까 천천히 여유를 가져.

해보고 싶은거  해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정말 원하는게 당신앞에 나타 날 꺼야''



''원하는거야  항상 있었지. 간절히.''


''정말? 그게 뭔데''


''사랑''


''미쳤어 정말.   호호호.

아직도 내가 그렇게 예뻐?

나도  당신 사랑해.''


'' .......  나도''



''그나저나.. 언니네랑 회 먹으면서 당신 생각 나더라.

회가 얼마나 쫄깃한지..맛있더라.

요즘  숭어가 제철이더라고. 

바다  낚시하는 분이  직접  잡은걸 

현장에서 사서 그런지  너무 싱싱 하더라..''


''맛있었겠다. 나도 먹고싶다.''


''언니가 당신  없는거 엄청 아쉬워 하더라''


''당신은 나 없는거 안 아쉬웠어?''


''나는  더더더 아쉬워 했지. 호호호.''


''용건 끝?''


원래 아내와 통화는 

이렇게  마무리를  안 하면 끝이 없었다.


그때  

아까 눈이 많이 마주 쳤던

듬직한 청년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한 뒤

내 앞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 갔다.




''그래 끝. 

당신.  굶고 다니는 건 아닌가 

걱정되서 전화했어. 

오늘 당신이 좋아 하는  

볶음밥 해주려고 재료 사왔어.

그러고 보니까 우리남편이 

은근히 섞는걸 좋아하네.

볶음밥에, 상추쌈에, 부대찌게에...호호호.

천천히  와도 되니까   

건강하고 안전하게 조심해서 와요 .

먹고싶으면 회도 좀 사먹고.

혼자 먹었다고 뭐라 안 할께...,

사랑해''


''나도''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 계단을 내려다 보니

청년은 공윈 입구의 벤치에 않아 있었다.

그리고 벤치 등받이에 팔을 올리고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청년의 지긋한 눈길이.. 

올려다 보는 얼굴의  각도가..

나무가지들  사이를 지나며  흩어지는

햇살의 조화로 한폭의 그림이 되 었다.

내게 정적이 찿아 왔다.

난 멍하니  그림에  빠져 한참을 그렇게 

그를 보며 서 있었다


새삼 아름다웠다.

저절로 뿜어내지는 젊음이.

그리고

올려다 보는 그의 순한 눈망울에서

지난날  간절하게 이곳을 찿았던

 내가 보였다.

가슴이  뛰었다.

그런 내가  왠지 싫지 않았다.


문득 화장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장실에서 나를 기다린다는 그...



오늘 그와의  만남은 놀랄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일들을 추억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하지만 가슴까지 뛰지는 않았다.

지금 이순간

그에 대한 감정은

연민이었다.


난 그를 만나고 돌아서서 정말 까맣게 잊었다.

사는게 바빠서..

사는데 공짜가 없어서 ...

아득바득 살아내는게 힘들어서 잊었다.

어쩌다 이쪽이 생각날 때마다

저절로 그가 생각 났지만

그래서 그리웠지만 

다시 만나는 걸  기대하는 

그런 그리움은 아니었다.


세월이 흐른뒤

 기억은 

왜곡되고  퇴색되고  제조립되었다.

내 편한데로 변해 갔다.

그래서 기억속에 그는 점점 모든게 완벽해져 갔다

얼굴도 몸도 매너도... 

어느새 그는 점점 멋있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마치 게임처럼.

그래서 추억은 아름다웠다.



그를 그리워하며 떠올린 

그날의 풍경도

어쩌면 나만의 기억일수도 있었다.

그는 지난 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를 담당하는

한 장의 사진 이었다.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난 이미 그를 찾아 이 숲을 헤멨을 터였다.



그를  이겨내고 극복하며 

긴 세월을 보내고 난 지금

그가 내 앞에 나타난건 너무 반가왔지만

난 이미 그때..

그 비닷가에서 그를 떠나 보냈다.

그런데 그렇게 쿨하게 나를 돌려 세웠던 그는

아직도 나를 붙잡고 있었다.

아직도 나를.



어떡해야할까..

어떤 선택이  해야할까.

먼 하늘을 보았다.


아내가 먼 곳에서 볶음밥을 차려놓고

두팔을 벌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다 보니 가파른 계단 끝에서  

청년이 아직도 나를 훔쳐보고 있었다.

그도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고개를 돌려 다시 화장실 쪽을 바라보았다.

내게  처음이었던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똑 같았다.

그때 결혼하기 전의 망설임과.

무언이든 한가지를 선태해야만  

앞으로 나아갈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가슴이 뛰는 쪽에서 

반대로 달려간  나의 선택.

이쪽을 선택하든 저쪽을 선택하든 

너무 장단점이 극명해서...

용기가 없던 난 도피하듯...

안전 하게 

'남들 처럼'을 

선택했다.

그때의 선택은 내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나이를 이만큼 먹고도...

지금 난,.. 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때와 똑같은 사실로

그때와 똑같은 무게로

누군가를 또 선택해야 한다는  

그  사실이 ..

그  고뇌가.. 

너무 슬펐다.

내 인생 모두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떨려왔다.

내게 선택은 그런거 였다.



한점 티끌없이 나를 믿는 아내...

내게 첫걸음이었던 그..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것 같은 청년... 

누구를 선택해야할까.

가슴이 뛰는데로...?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로...?

믿음이 굳건한데로...?

어디로 가야할까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가 조각조각 깨지는

감정의 편린들이 

나늘 둘러싸기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 

남들과 어울려 살 때부터 보였던.     

그들과 전혀 달랐던 경계의 선이,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사는 날까지  사라지지 않는

이 참혹한 현실이..

내겐 너무 잔혹했다.

내게 너무 냉정했다.

너무 무거웠다.

내 마음은 이미 오열하고 있었다.



무얼해도 따라다니는 형벌처럼

 나를 내리 눌리는 

억압에 대한 분노가

세상에 대한  환멸이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를 쥐면 전부를 버려야하는

 어처구니없는 선택의 순간에도

끝없이 망설이며 헤메이는 내가  

슬픔이 되어

지금 이순간 터지고 있었다.




신이 있다면......



신을 믿는다면서  아픈 부모를 돌보지 않는  이중성.

신이 죄를 사해 준다고 웃으며 죄를 짓는 도덕성.

그리고 

신 앞에선 모두  평등하다면서 대놓고 차별하는  잔인성.


그들에게도  신이 있다면 

정말 그들이 믿는 당신이  신이라면.

우린...

당신의 심장에 머무르리라.


당신이 만든 세상에서

당신을 믿는다면서

저렇게 사는 사람들 속에서


외로이... 손가락질 당하며

평생을


사랑으로 고뇌했으니..

사랑으로 아파했으니..

사랑으로 울었으니..


사랑과 용서를 노래한 신이여.


우린 그들보다

더 

깊이....

당신의 심장에  머무르리라.




난 그렇게 올라오는 

원초적인 감정과 

스러지는 나 사이에서 

방황했다.


어디로  가야할까.


누구에게 갈까?


선택의 시간이었다.




난 첫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글 쓰기 ...힘들어요.  뭐 하고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랍니다.

응 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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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google_8052082f" data-toggle="dropdown" title="jjjeb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jjjeb</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또다시 방황하며
고뇌하는 우리들의 아픈현상 ㅜㅜ
작가님의 가르침을...
응원합니다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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