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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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큭, 후우. 수진이보다 너가 훨씬 쫄깃한데, 진짜."


부지런히 허리를 움직이며 '녀석'이 나직하게 속삭이자, 정우는 그저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정확하게 어디를 어느 정도의 힘으로 찔러줘야 정우가 자지러진다는 걸 알고 있던 놈은 늘 그렇듯 사정에 가까워지자, 스퍼트를 더욱 올렸다. 놈의 굵직한 허벅지와 잔뜩 성난 엉덩이가 빠르게 왕복운동을 반복하며 정우의 그곳을 박아대고 있었다.


"꼭꼭 물어주는 게 보지보다 훨씬 조이네. 하..."


저급한 단어를 쏟아내면서도 정우의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겨주는 '녀석'의 손길에 정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곤 속으로 되뇌었다. 다정한 쓰레기 새끼. 그리고 그를 거부할 수 없는 자신 역시도 최악이라는 생각을 하는 정우였다. 


"헉... 헉.... 그냥 안에 싼다?"


"윽, 윽, 크윽, 어..."


"하... 씨,발. 못 참겠어."


'녀석'은 박음질 속도를 더 높이며, 상체를 뒤로 젖히고 자신의 졷뿌리를 정우의 애널로 들이밀며 더욱 밀착시켰다. 그러자 땀으로 범벅이 된 녀석의 복근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비좁은 자취방은 벌거벗은 두 남자의 땀냄새와 열기로 가득했고, 잠시 후 정우의 뱃속은 '녀석'의 물건이 뱉어낸 정액이 눅진하게 가득할 예정이었다.


"헉, 헉... 정우야, 내가... 임신시켜줄게."


허리를 미친듯이 흔들어대던 '녀석'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정우에게 말했다. 헐떡이던 정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을 끌어안았다. 단단한 근육으로 둘러싸인 놈의 등은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다.





-




"...리님. 윤 대리님."


"....아, 네?"


"폰이요. 부서질 것 같아요."


멍하니 있던 정우는 그제서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이 준호 주임이 한 손으로 커피믹스 스틱을 흔들면서 한 손으로는 정우의 폰을 가리키고 있었다. 손이 새하얘질 정도로 폰을 꽉 쥐고 있는 정우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던 탓이다.     


"아... 데이터가 잘... 안 터져서요."


사무실 와이파이 잘만 터지고 있는데, 뭔 소리야.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한 변명이었다. 정우는 대충 얼버무리며 머쓱하게 웃었다. 입에 종이컵을 문 준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양 손에 종이컵을 들고 탕비실을 나갔다. 


"하."


다시 탕비실에 혼자 남은 정우는 꺼진 폰을 두드려 화면을 켰다. 그리고 미리보기로 방금 전에 받았던 문자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민석: 잘 지내?


이윽고 진동이 울렸고, 새로운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 화면에 나타났다.


민석: 나 결혼해. 너가 꼭 와줬으면 좋겠다.


"개같은 새끼."


정우는 중얼거리며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 녀석'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


"올 한해도 고생 많았어요. 많이들 드시고."


"부장님이 제일 고생 많으셨죠. 하하."


다행히 하루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 정우에게 잡생각이 들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연기가 자욱한 삼겹살 집에서의 회식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 상태로는 차라리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섞여있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판단에 정우는 부지런히 소통하는 척을 하고 있었다.


"정우씨는 결혼 생각은 아직?"


"네, 뭐. 아직 서른도 안됐는데요."


"연애 생각도 없고? 여친 있다 그랬었나?"


"아뇨."


넉살 좋은 윗 년차 선임 최호석 대리는 하필 정우의 아픈 곳을 악의 없이 건드렸다.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면서 최 대리가 여자 없이 살 수가 없는데 요즘 MZ세대들은 개인주의다, 정이 없어서 아쉽다, 같은 말들을 늘어놓자 정우는 하하, 그러게요 하며 영혼 없는 대꾸를 이어갈 뿐이었다.


"준호씨는..."


정우의 맞은 편에 맞은 준호는 그런 대화를 듣고 있는 둥 마는 둥 우걱우걱 삽겹살을 입에 밀어 넣고 있었다. 상당히 거구의 키와 몸을 소유한 그였기에 정우의 테이블은 벌써 빠르게 고기가 줄고 있었다. 호석이 묻자 입안 가득 고기를 씹고 있던 준호는 무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씹을 때마다 그의 팔근육만큼 발달한 저작근이 튀어나오는 모습이 체격과는 상반되게 어딘가 묘하게 애 같은 느낌이었다.


"...많이 먹어요. 되게 맛있나 보네."


답할 생각이 없어보이는 준호의 모습에 최 대리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상사들이 있는 테이블을 향해 몸을 돌렸다. 비로소 잔소리에서 벗어난 정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기 매니아인지 준호는 고기 집게를 다루는 솜씨조차 예사롭지 않았고 정우는 신기하다는 듯이 그런 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준호가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고기를 좋아해서요."


"모를 리가. 맨날 사무실에서 닭가슴살 먹잖아요. 운동 진짜 열심히 하시나봐요."


"네, 뭐. 헬스 조금씩."


조금이라기엔 몸이 너무 크지 않나. 정우는 준호의 셔츠 소매를 걷은 굵은 팔뚝에 핏줄이 불룩거리는 걸 보며 괜히 자신의 팔을 좌식 식탁 밑으로 내렸다.


"윤 대리님, 어디 아프신 거에요? 표정이 별로 안 좋으신데."


옆자리에 앉은 인턴 가영이 정우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낮부터 낯빛이 별로 좋지 않아 걱정된다는 그녀의 말이었다. 정우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손사레를 쳤다.


"저요? 아무 일도요."


"무슨 일이 있으셨나 보네요. '아무 일'이라고 하시는 걸 보니까."


걱정 어린 말투로 가영이 말하자 정우는 마시던 물을 풉, 하고 뿜을 뻔했다. 친절하고 싹싹한 가영이었지만 가끔 이렇게 의도치 않게 팩트 폭격을 가하는 인턴이었다. 


"그냥..."


평소라면 죽어도 말 안했을 텐데. 정우는 소주 한 잔을 들이키고는 아주 간략하게 자신의 상황을 정의했다.


"좋아했었던 사람이 있는데 결혼한대요. 그래서 좀 씁쓸하네요."


"사귈 때 잘 안 되셨나봐요. 더 좋은 인연이 있겠죠."


가영은 정우가 헤어진 연인을 못 잊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전 애인이라면 양반이겠지만 정우는 민석의 불알친구를 가장한 불알 빨아주는 친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정우는 미친 듯이 민석을 갖고 싶었고 민석은 그런 정우의 마음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스무 살이 되던 날, 정우는 중학교 동창이 아니라 남자로서 민석을 좋아한다고 고백했고 민석은 그날부로 필요할 때마다 정우의 몸을 사용했다. 그게 벌써 9년 전이었다. 술에 취했을 때, 심심할 때, 여자친구와 싸웠을 때마다 민석은 정우에게 찾아와 프리컴이 줄줄 흐르는, 발기한 자지를 들이밀었다. 저항하고 싶었지만 정우는 그럴 수 없었다. 좋아하니까.


"글쎄요. 청첩장을 받긴 받았는데. 가영씨라면 갈 것 같아요?"


"에이, 절대 안 가죠. 뭔가 진 느낌이잖아요. 전 그리고 그렇게 쿨하게 못 보내줄 것 같아요."


그리고 결혼식 갔는데 신부가 저보다 훨씬 예쁘면 자존심 상할 것 같아요. 아닌가? 오히려 못생긴 거보단 그게 나은가? 조잘대던 가영은 실제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했다. 사실 상관은 없었다. 정우는 어차피 결혼식에 안 갈 마음이었으니까.


"이 주임 님이라면 가실 거에요?"


"저요?"


대뜸, 가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준호에게 물었다. 자연스레 정우의 시선도 준호에게로 향했다. 준호는 갑작스레 들어온 질문을 꽤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팔짱을 끼고(셔츠의 이두 부분이 터질 것 같았다) 인상을 찌푸렸다. 일 순간 치익, 하고 고기 굽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잠시 후 준호가 입을 뗐다.


"네. 갈 거예요."


"오. 진짜요?"


"가서 축의금 만 원 내고 뷔페 실컷 먹고 올 건데요."


너무 준호 같은 발상이라 정우는 헛웃음을 피식 뱉었다. 가영은 그게 뭐냐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준호는 장난스럽게 씨익 웃고선 다시 집게를 집어 들었다. 



-


어느새 벌써 시간은 1시를 넘기고 있었다. 도망가지 못한 정우를 비롯한 일고여덟 명이 남아 왁자지껄한 술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는 대로 술을 다 받아먹은 정우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었고 나머지도 사정은 비슷해보였다.


"잠깐 화장실 좀..."


정우는 비틀거리며 가게 밖에 위치한 공용 화장실로 향했다. 날씨가 추워 입김이 담배 연기 만큼 크게 일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쓰기에도 비좁은 화장실에 들어오자 세면대도 없이 좌변기 하나가 덜렁 놓여있었다.


"웃, 추워."


그런데 정우가 이제 막 바지를 내리고 막 소변을 보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


"아, 죄송합니다... 너무 급해서..."


거구의 남성은 들어오자마자 정우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철컹이는 금속음을 내며 벨트와 바지 버클을 빠르게 풀었고, 바지 속에서


쑤욱-


하고 우람한 물건을 꺼내어 콰콰콰 하고 오줌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바지 속에서 참았는지 남자가 자지를 꺼내자마자 더운 기운과 짙은 수컷의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워버렸다. 좁디 좁은 화장실이라 정우는 남자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술을 많이 마셨는지 남자는 근육으로 둘러싸인 몸을 휘청이며 반쯤 이미 정우에게로 기대고 있었다.


"하아... 살겠다."


벌건 얼굴을 하곤 눈을 감은 채 오줌을 싸고 있는 남자가 더운 숨을 내뱉었다. 훅 끼치는 술냄새의 주인공은 준호였다.


"준호씨, 정신 좀 차려보세요."


"아아, 윤 대리님. 죄송합니다, 너무 급해서..."


평상시에는 운동 때문에 술도 잘 안 먹는 사람인데 오늘의 준호는 거의 멍멍이 수준이었다. 주인이 바지춤도 추스리지 못해, 오줌 방울을 뚝 뚝 흘리고 있는 준호의 커다란 귀두가 어둠 속에 희미하게 정우의 눈에 들어왔다. 자연포경인지 시원하게 귀두머리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우는 술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키 크고 몸 좋은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큰 물건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대는 비록 직장 동료였지만, 서양 야동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몽둥이 수준의 굵기와 길이의 자지를 보자 정우는 심장이 쿵쾅, 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


"준호씨. 준호씨?"


"....."


거의 반수면 상태로 보이는 준호의 체중이 점점 강하게 실리는 게 느껴지자, 정우는 우선 그의 아랫도리부터 추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상태로 밖으로 나가서 후임이 문고리만한 졷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꿀꺽.


정우는 추욱 늘어진 준호의 거근을 향해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김밥 줄기보다 굵고 뜨거운 자지 기둥이 정우의 손 안에 들어왔다. 발기 상태도 아닌데 성인 남성의 손으로 다 감싸기 벅찬 굵기였다.


"윽, 차가워..."


정우의 손이 차가웠는지 허리를 일 순간 꿈틀거리며 준호가 중얼거렸다. 화들짝 놀란 정우였지만 다행히 준호는 아직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뜨겁다. 엄청.'


운동과 단백질로 단련된 건강한 20대 남성의 몸에 뿜어져 나오는 열 때문인지, 김이라도 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준호의 육봉은 불에 달군 듯 뜨겁게 느껴졌다. 손난로처럼 쥐고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찰나에 정우는 정신을 차리곤 위아래로 세차게 자지를 흔들어 준호의 자지에서 오줌을 털어냈다.


살다가 남의 오줌을 직접 털어줄 줄은. 그런데 어쩐지 정우는 손 안에서 준호의 물건이 빠르게 더 단단해지고 굵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몇 번 흔들었다고 준호의 자지가 귀두를 꺼떡이며 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헉헉거리는 준호의 숨소리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어디까지 커지는 거야, 도대체.'


"하아... 하아..."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진 준호의 페니스는 어느새 쿠퍼액까지 질질 흘리며 풀발기 상태에 이르렀다. 어느새 준호는 정우의 손을 구멍 삼아 미약하게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준호는 정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무어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헐떡였다.


"......진아."


"네? 뭐라고요, 준호씨?"


"...수진아.."



-



"신랑 신부, 행진!"


다음날. 정우는 결국 결혼식장에 있었다. 결혼식 날 민석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그를 잊어버리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식이 거의 마무리되고 어느덧 신랑 신부의 행진만이 남아있었다.


"축하해!"


"잘 살아라~"


꽃가루가 사방에서 흩날리고 신랑과 신부는 아름다웠다.  훤칠한 모습의 민석은 손을 흔들며 천천히 정우가 있는 하객석까지 다가왔고 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과 섞여 애써 태연한 척 박수를 쳤다. 


'이젠 진짜 보내줄게.'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이 정우 앞까지 왔을 때, 정우는 맞은 편 신부 측 하객석에 서 있는 익숙한 커다란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우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벌개진 눈으로 아름다운 신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남자는 준호였다. 모두가 웃으며 행복하게 두 사람을 축복하던 그 순간에 준호는 홀로 쏟아지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정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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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반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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