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랑 한달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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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고 있는 내가 서울에 올라 갈 일이라고는 몇 없는 친구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나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 정도였었는데 의료계열 전문대 특성상 병원에서 정해진 기간만큼 실습을 하고 과제를 제출해야지만 졸업을 할 수 있기에 이번 방학에도 실습을 가겠거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2학년 내내 제주도 병원에서만 실습을 해왔었던 터라 당연히 3학년 1학기 실습 또한 제주도에서 할 줄 알았던 나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실습을 가게 되었다.
“강월! 너 어쩌려구 서울 실습을 지원한거야!!”
“아니 엄마 제비뽑기로 걸린 거라 어쩔 수가 없었어 ㅠㅠ”
“한 달이나 지내야한다며? 니가 빨래를 해 본적이 있니, 요리를 해 본적이 있니? 그런 건 둘 째 치고 우리 집 형편에 서울에서 한 달 동안 지낼 곳 마련하는 게 쉬운 줄 알아??”
예상한 시나리오지만 엄마의 반응이 더 좋지 못 하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가정주부로 지내오던 어머니가 한 순간에 가장이 되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으로 나와 생선을 팔며 나를 키우셨다.
“내가 알바 해서 알바비로 고시원부터 알아볼게 엄마”
“당장 다음 달부터 실습이 시작인데 언제 알바해서 돈을 벌 거야! 다른 친구들한테 좀 바꿔달라고 부탁이라도 해봐 어서”
“이미 다 해봤지 ㅠ ㅠ 매정한 자식들 아무도 안 바꿔준대”
대학 동기들 모두 서울로 가는 실습을 꺼려했고, 아무도 바꿔주지 않으려 해서 소심한 나는 무리하게 나의 가정환경까지 얘기해가며 바꿔 달라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결국 어머니가 시장 사람들에게 급하게 돈을 구해보려 했으나, 내가 실습을 가야 할 시기와 시장 바로 앞 길 건너에 대형 수산마트가 생기는 시기가 겹쳐 가격이 더 저렴한 마트로 가버리는 손님들 덕에 시장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다들 좋지 못 할 때여서 어머니는 돈을 구하지 못하셨다.
“엄마 나 그냥 이번 학기만 쉴까? 다음학기 준비하는 동안 알바라도 뛰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엄마...”
갑작스러운 엄마에 호통에 당황한 나는 고개를 들어 엄마의 눈을 쳐다보는 순간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강하기만 했던 엄마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울고 있었다.
“내가 너 알바 하는 거 가지고 뭐라 그러니? 내가 돈 걱정하면서 학교 다니지 말라 그랬지! 넌 공부만 하라고 그랬잖아! 사람은 다 각자의 때가 있는 거야. 월아 넌 지금 너희 또래들과 똑같이 어쩌면 더 앞선 자리에서 성장하고 나아가야할 때야. 엄마는 때를 놓쳐서 이젠 나아가지 못해 그치만 넌 아냐 넌 내가 더 멀리 더 빨리 앞으로 걸어 갈 수있게 할거야. 돈은 어떻게 해서든 엄마가 구해 올 거니까 실습 갈 준비나 열심히 해!”
눈물을 급하게 닦고선 집을 나와 시장으로 향하시는 어머니의 어깨가 그날따라 참 슬퍼보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아가야 하나 고민에 빠져있던 어머니와 나에겐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여보세요”
“월이니?”
“네 맞는데 누구세요?”
“녀석 대학 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삼촌 목소리까지 까먹을 정도로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거 아니냐?”
2017. 12. 01일 삼촌과 나의 인연의 끈이 나타난 날
제가 많이 힘들 때 여러모로 힘이 되어준 고마운 삼촌을 위해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 한편 적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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