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랑 한달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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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촌이라는 바람이 부는 계절
“엄마~ 우리한테 삼촌이 있었나?”
“전화 받으러 가더니 얘가 무슨 생뚱맞은 소리를 하고있어?”
“아니 지금 전화 건 사람이 자기가 내 삼촌이라는데?”
“뭐? 전화기 당장 이리내!”
그렇게 다급하게 전화기를 뺏어 간 어머니는 30분이 넘게 통화를 이어가셨고, 중간 중간 화도 내시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시며 통화를 마치셨다.
“엄마 누구야? 진짜 내 삼촌 맞아?”
“어.. 어..”
“아니 엄마 맞다는거야 아니라는거야?”
“어.. 맞아.. 태건이.. 태건이가 돌아왔구나..”
그렇게 넋이 나간 것 같은 어머니의 입에선 태건이라는 이름이 다섯 번 정도 나오고 나서야 나에게도 삼촌이라는 사람이 존재하며 그 사람의 이름은 태건이고, 어머니와 12살 차이가 나는 막둥이 동생이며 엄마가 막 시집을 갔을 무렵, 친구들과 시작한 사업이 망해 연락이 두절 되었다는 것까지 알 수 있었다.
“근데 갑자기 이렇게 오랜만에 전화 온 이유가 뭐래?”
“사업이 망하고 바로 어선에 올랐다는구나.”
“그래서 지금 다시 제주도로 내려오신대?”
“그런 건 아니고 안양에서 작게 닭갈비집을 운영한다나봐”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 둘의 머릿속에 뭔가가 번쩍하는 것 같은 느낌이 나면서 눈을 마주쳤다.
“엄마!”
“월아!”
부랴부랴 전화기의 수신기록을 뒤져 아까 걸려온 삼촌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는데 성공한 우리 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 달만 태건 삼촌에게 신세를 부탁해야만 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방금 통화 했잖아 누나 무슨있어?”
“아 글쎄 태건아.. 그.. 오랜만에 연락 온 너한테 부탁할 일은 아니지만은.. 그게..”
“뭔데 이렇게 뜸을 들여~ 걱정하지 말고 말해봐 듣고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면 도와줄 게 누나”
남편을 잃은 후 누군가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이 자신의 처지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생각해 왔던 어머니였기에 오랜만에 나타난 친동생이라 하여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셨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이러다가는 일이 잘못 될까 옆에서 전전긍긍 하며 어머니의 통화를 보고 있던 내가 결국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삼촌! 저 월인데요 엄마 외아들 강월이요!”
“어~ 그래 월아 근데 무슨 일이야 아까부터 너희 엄마는 말도 없고”
“딱 한 달만 삼촌이랑 살고 싶어요!”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고 결론부터 얘기를 꺼내서 거부반응이 있을 법도 한데 삼촌의 반응은 우리 모자가 생각했던 걱정이 무안 할 정도로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신경 쓰지마 누나 내가 지금까지 연락도 못 하고 조카라고는 월이 하나밖에 없는데 아무것도 못 해줘서 계속 마음에 밟혔는데 좋다! 이 기회에 우리 이쁜 조카 옆에 끼고 한 달 동안 금이야 옥이야 맛있는 것만 먹이고 좋은데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그간 못 해줬던 거 원 없이 해 줘야겠다!”
호탕하게 승낙을 해준 동생이 너무 고마웠지만 이내 하나밖에 없는 자식의 한 달 실습조차도 감당하기가 버거운 자신의 현실이 답답해 가슴이 먹먹해지는 어머니였다.
그렇게 어머니와 삼촌의 그 날의 전화를 끝으로, 이것저것 준비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삼촌이 운영하는 닭갈비 집 가게 앞에 서있었다.
“아.. 들어가면 뭐라고 말하지.. 진짜 들어가기 싫다..”
그때의 내 나이 23살로 내 인생 중 가장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함이 정점을 찍었기에 23년 만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삼촌을 만나러 가는 길이 내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가게를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찰나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감싸 쥐며
“혹시 니가 월이니?”
“아.. 네.. 혹시.. 태건삼촌..이세요?”
어떻게 날 알아차렸는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곧장 가게 안으로 날 데려갔다.
“이야 이놈 봐라 인물한번 끝장나네.”
“아니에요..”
“이모! 얘 좀 봐 얘가 우리 누나 외동아들 월이야 강월”
“하이고~ 삼촌 빼다 박았네 박았어.”
“그치? 가만 보니까 요 녀석 누굴 닮아 이렇게 인물이 좋나 했더니 날 닮아 그랬나보다 그나저나 월아 배고프지?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을 텐데 밥부터 먹자!”
제주에서 안양까지 이른 시간부터 비행기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허기가 말이 아니었다.
삼촌이 준비 해준 닭갈비 정식을 크게 한 숟갈 입에 넣는데 최근에 먹었던 식사 중 가장 식사다운 식사라는 생각이 들자 코끝이 찡해지면서 어머니도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이 맛있는 닭갈비를 한 쌈이라도 크게 만들어 당장이라도 어머니께 가져가고 싶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정말 허겁지겁 눈앞에 있는 닭갈비를 헤 치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 조카 배가 많이 고팠나보구나”
내 앞에 앉아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천천히 먹으라고 하시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신다.
그렇게 삼촌네 가게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게가 끝날 때 까지 난 단체손님이 앉는 단체방에서 선 잠을 자고 있었는데 눈을 감고 있어도 무언가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시선이 느껴지자 조심스레 실눈을 떠 그 시선을 쫒으려 했으나 실눈을 뜨자마자 난 정말로 기절 할 뻔 했다. 덩치가 엄청 큰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내 얼굴을 아주 가까이 다가와 쳐다보고 있었고 눈 매가 상당히 매서워 실눈을 뜨고 다시 감은 척 하려던 나의 계획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소리를 지르고야 만 것이다.
“으아아아아아!!”
내 비명을 듣고 직원들은 물론이고 태건이 삼촌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상황을 파악하려 하고있었다.
“하하 이 녀석아 아무리 처음보고 반가워도 말이야 사람이 자고 있는데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면서 다가오면 나라도 소리 지르고 말지~!”
“죄송합니다.. 전 그냥 제 또래를 동네에서 보는게 반가워서..”
“괘..괜찮아.. 내가 오늘 제주에서 오느라 좀 예민하게 굴었나봐”
나를 매섭게 노려보던 아이의 이름은 승찬이라는 아이었고 나이는 19살, 삼촌 가게의 주방이모 아들이었다.
나처럼 승찬이도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며 단체방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는데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 자신의 자리에 누워 선 잠을 자고있던 내가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다가왔다고 하는데 단번에 이 아이가 참 순수하고 착한 아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별로 화가 나지 않았고 그냥 단순한 첫 만남 헤프닝으로 지나쳐갔다.
나중에 기회가 된 다면 승찬이와의 썰도 풀어보겠다.
“자 월아 삼촌 이제 가게 다 끝냈으니까 술이나 한잔 하러 가자~
23년 만에 이 삼촌을 처음 만났으니 할 얘기, 물어보고 싶은 것들 잔뜩 준비해 왔겠지?“
삼촌과의 통화를 끝내고 정말 많은 것들이 궁금하고 물어보고 싶은게 산더미였는데 잘 됬다 싶었다.
“네 옷 챙겨서 나갈게요”
2017.12월 4일 삼촌이라는 바람이 내게 불어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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