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랑 한달살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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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안으로 굽는 삼촌이라는 팔이 생겼을 때
“사장님 여기 오뎅탕 하나랑 소고기 숙주볶음 하나 주세요~ 술은 참 이슬 하나, 콜라도 하나 주시구요”
“네~!”
나와 삼촌은 삼촌의 가게에서 멀지 않은 일본식 선술집으로 걸음을 옮겨 빠르게 주문을 했다. 지금은 다들 이자카야라고 부르는 술집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우리 월이가 올 해로 23살이라고?”
“네. 삼촌”
“언제 이렇게 커서 삼촌이랑 술을 다 하고 말이야 감회가 새로운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삼촌도 처음 보는 나와의 술자리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이 드는 게 지금의 삼촌은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그날은 유독 오가는 잔의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던 것을 보면 어색한 기운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다.
“그래 월아 당장 내일부터 실습인데 준비는 다 되었고?”
“네 삼촌 그냥 실습 가운이랑 수첩이랑 펜 그리고 실습명찰까지 다 챙겨놓고 왔어요.”
“그래 우리 이쁜 조카가 어련히 알아서 다 준비했겠지. 그건 그렇고 제주도에 있는 니 엄마는 요새 어떻게 지내냐? 매형 죽었다는 소문만 돌아 돌아 듣고 장 치를 때 옆에 못 있어줘서 삼촌이 죽을 때까지 고개를 못 들겠다. 니 엄마한테”
엄마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보면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혹은 자녀 이름 뒤에 붙여, 아이가 딸린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이라고 정의 되어 있다.
삼촌과의 술자리가 깊어질수록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어머니의 삶을 삼촌에게 들을 수 있었고 어렸을 적 어머니와 삼촌과의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감정이 없고 억세기만 한줄 알았던 나의 어머니에게도 지금의 나보다도 더 철이 없던 시절도 있었으며, 동네에서 알아주는 미인이어서 울 어머니의 관심을 받기 위해 동네 남정네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치근덕대었다는 말은 괜시리 지금의 어머니의 굳은살이 나 때문에 생긴 것만 같아 삼촌과의 잔을 부딪히기 위해 든 술잔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래 월아 뭐 고민 같은 건 없고?”
“네 뭐 고민 같은 건 없어요.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누구나 하는 고민? 그런 거 말고는 뭐 없는 거 같아요.”
“다행이다 우리 월이가 아주 잘 큰 거 같구나.”
“네? 제가요?”
“월아 삼촌 말 잘 들어라 누구나 하는 고민 같은 건 없단다. 지금은 월이 니가 보기엔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다들 알아서 사람 구실을 하는 거처럼 보이겠지만 죽을 때까지 사람의 탈을 쓰고 동물보다 못하게 살다 가는 사람도 많고 나이가 먹을 대로 먹었어도 부모님의 그림자 밑에서 영영 헤어 나오지 못 하는 사람들도 허다하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월이는 이렇게 자기 인생 포기하지 않고 서울까지 실습하러 오고 삼촌이 오늘 너무 기분이 좋다”
삼촌과의 수다가 길어질수록 우리 테이블 바닥에도 점점 술병이 쌓여갔고 쌓여가는 술병처럼 나와 삼촌의 추억도 지금부터 천천히 쌓아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의지할 수 있는 남자 어른이 나에게도 생긴 것만 같아 자꾸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월아 이제 시간도 늦었고 하니 슬슬 마무리 하고 일어나자”
“네 삼촌”
“아주 고분고분 하니 우리 월이 너무 착한데? 욘석아 그래도 사내라면 말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땐 목에 힘을 주고 소리를 내야 하는 거야. 나 여기 있다! 나 좀 봐 달라! 하고 말이야”
“네 삼촌”
우리는 그렇게 각 소주 1병을 마시고 계산을 마치고 나와 삼촌 혼자 사는 집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근데 삼촌 결혼은 왜 안하시고 계셔요?”
“흐흐 이눔아 안 하는거냐! 못 하는거지”
“삼촌같이 잘 생기신 분이 못하기는요. 눈이 너무 높으셔서 안 하시는거겠죠~”
“허허 우리 월이 능글맞게 농담도 할 줄 아네? 나는 우리 월이가 삼촌이 너네가족 버리고 도망가서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술에 취해 말을 뱉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진지하고 삼촌의 눈빛 또한 괜한 말을 꺼내어 후회하고 있는 듯 한 모습 이었다. 이럴 때 재빠르게 내가 센스 있는 리액션이나 상황의 흐름을 뒤집지 않으면 지금까지 만들어 온 짧은 삼촌과 조카의 유대가 깨져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아무 말이나 뱉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삼촌이 도망을 가다니요~ 이렇게 멋있게 자기 가게도 차리시고 성공 하셨잖아요.”
“미안하다 월아 삼촌이 정말 미안해”
“에이 진짜 왜 이러실까? 전 지금이라도 삼촌이 먼저 연락해서 저희 찾아주시고 이렇게 저 받아 주시구 오늘도 맛있는 걸 이렇게 많이 사주셔서 너무 좋은데요?? 제 배 좀 보세요! 빵빵해서 터질려 그래요”
“그래? 어디보자 우리 하나밖에 없는 조카녀석 배가 터지면 니네엄마 얼굴 볼 면이 없지”
라고 하시면서 나를 번쩍 안아드셨다.
“악! 삼촌 배부른데 이렇게 꽉 안으시면 어떡해요!!”
“흐흐흐 녀석 배가 많이 부르긴 했나보구나 아주 빵빵하다 녀석아~”
“삼촌 배도 엄청 빵빵 하거든요!!”
삼촌이 나를 공중으로 들어 안아 주는 게 끝나고 나를 다시 땅위에 내려준 후 3초간 둘 다 말이 없었다.
삼촌은 그 때 내 얼굴에서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 보여서 마치 나의 아버지가 삼촌에게 자신의 아내와 나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러 온 것만 같았다고 했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술기운이 올라 그냥 삼촌이라는 사람이 너무 멋있고 의지할 수 있는 측근이 생겼다고 생각이 들어 와락 삼촌을 안아버렸다.
“그래 월아 마음껏 안아라. 그간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지? 내가 이제 다 해주마 넌 이제 내 뒤에서 좀 쉬어라”
“아무것도 안 해줘도 되요 그냥 이렇게 얼굴 보고 저희랑 평생 이렇게 연락 하면서 살아요 삼촌”
그렇게 다 큰 성인 남자 둘이서 추운 겨울날 어두운 골목길에 가로등 아래서 5분이 넘게 부등켜 안고 조용히 눈물만 훔쳤다.
2017. 12. 08 삼촌이라는 팔이 나를 안을 때
삼촌과의 추억이 저에게는 너무 이쁘게 남아있어서 야한 장면 묘사가 적은 점 미리 사과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인 쪽지로 야한 장면이 아예 없는데 글 내리라는 분들이 계셔서 다음 화부터 조금씩 상상했던 장면이나 묘사 넣어보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댓글과 추천 해주시는분들 모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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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의 글로도 좋고 기대가 되는데
월이 홧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