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랑 한달살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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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라는 꽃에게 삼촌이라는 햇살이 손 내밀 때



“한화 성심병원 이라했었나?”

“네 삼촌”

“삼촌이 태워다 줄게 잠시만 기다려~”

“아닙니다 지하철 타고 가면 금방이에요”

“어허~! 삼촌이 태워다 주겠다면 그런 줄 알어 무조건 거절하는 버릇도 서울에 올라온 참에 고쳐봐 월아 삼촌이 남이냐?”

“아니 삼촌 출근 하셔야 하는데  죄송해서..”

“나도 여유가 되고 상관 없으니까 데려다 주겠다는거지 무리해서 시간 내는 거 절대 아냐 그리고 담에는 니가 데려다 달라 해도 못 데려다 줄 때도 많을거고”

“감사합니다”



내 뒷 머리를 부드럽게 한번 쓸어 주시고는 언능 아침밥 먹으라며 차려주신 상에 날 앉히고 삼촌은 샤워를 하러 가셨다.

어머니는 일찍 나를 낳으셨기에 내가 23살일 때 삼촌은 39살에서 40살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 세워줄게 월아 이 신호만 지나면 횡단보도 타고 쭉 가면 실습병원 나올거야”

“감사합니다 삼촌”

“감사할일도 많다 이눔아 언능 갔다와서 삼촌네 가게에서 맛있는 저녁먹자”

“넵!”



그렇게 차에서 내려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진즉에 간 줄 알았던 삼촌의 차가 갑자기 횡단보도 옆으로 오시더니 창문이 내려지고 나에게 가까이 와보라고 말씀하셨다.



“월아 이거 삼촌이 잊고 갈 뻔했다.”

“이게 뭐에요?”

“실습가면 중간 중간 편의점 갈 수 있는 짜투리 시간 있을 거 아냐 그때 다른 애들 먹는 거 구경만 하지 말고 너도 먹고 싶은 거 편하게 사 먹어”

“이런 거 안 주셔도 되요”

“아냐 오늘 실습 첫 주고 삼촌이 해주고 싶어서 그래 부담 갖지 말고 언능 받아라 삼촌 팔 아프다”

“감사합니다..”



23년 동안 살면서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 찾아와서 도와주는 친척이 단 한명도 없었기에 누군가에게 용돈을 받아보는 게 너무 어색했고 기분이 좋다는 느낌보다는 죄를 지은 거 같이 가슴이 간질간질 거렸다.



“자 제주 마원 대학교 3학년 강월 학생은 이번 주 실습실은 비뇨기과니까 지하 2층으로 내려가셔서 안내 받으시면 되요”

“네”



병원 실습생들을 총괄하는 실습당담 선생님의 지시를 따라 각자 치료파트로 일사분란하게 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비뇨기과 진료실이구나..”

“학생 잠깐만~ 내가 거동이 불편해서 그러는데 나 좀 도와줄래?”

“네? 저..저요?”

“여기 학생 말고 누가 더 있어? 그러지 말고 나 좀 부축해줘 실밥이 터져버렸어”

“실밥이요?”



나중에 상황을 듣고 보니 이 아저씨는 나이가 50이 넘도록 포경수술을 안 하셨는데 점점 치구가 차오르는 양을 감당할 수 없어서 저번 주에 수술을 하셨다고 한다. 어제 저녁 아저씨의 아내 분께서 주무시다가 남편이 수술한 것을 잊어버리시고 평상시와 같이 잠결에 손으로 수술부위를 세게 쥐는 바람에 오늘 같이 이른 시간에 비뇨기과를 찾아오시다 나를 만났고 함께 진료실까지 같이 넘어오게 되었다. 



“어우 학생 아까는 너무 고마웠어요. 학생 덕분에 내 터진 순대 다시 꼬매고, 진료실까지 편하게 왔어~ 내가 원장님한테 칭찬 많이 해놨으니까 실습인가 인턴인가 뭐 그거 하는 동안은 이뻐해 줄거야.”

“아.. 네..”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저 환자분 덕에 내 실습 생활도 마냥 조용할 것만 같지는 않게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강..월”

“네 안녕 하십니까!”

“그래 그래 목소리에 아주 양기가 가득 하구나”

“네?”



비뇨기과의 원장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나의 첫 인사를 듣고 정말 저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부터 일주일 간 선생님들의 비뇨기과 간호운영 실습을 책임지고 교육할 간호사 김 광주라고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한화 성심병원은 크게 비뇨기과, 정형외과, 신경내과 총 3개의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의료진들이 모여 설립 한 병원으로 쉽게 설명 하자면 큰 테두리가 세 개 있고 그 테두리 안에 작게, 작게 의료진들이 포진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 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중 난 첫 번째주와 마지막 주에 비뇨기과 실습을 맡게 된 것이다.




“자 그럼 실습생들끼리 인사는 나중에 하고 선생님들이 처음에 병원에 출근을 하시면 해야 할 일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로 따라오세요.”


첫 실습 날이라 그런지 앞에서 설명해주시는 김 광주 선생님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고 모든 환경이 낯설고 어색했다.



“병원 2층으로 올라가셔서 실습명찰 제출하고 식사 하시면 되시구요 실습생들은 점심시간에 카페 이용 제한되어 있으니 참고 하셔서 점심시간에 밉보이는 행동 자제 하시고, 타 부서에서 비뇨기과 실습생 말 나오는 안건은 최소한이 될 수 있게 책임감 있는 모습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맛있게 식사하고 오세요”




절도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광주 선생님의 코멘트는 뭔가 로봇 같으면서도 묘하게 정감 있는 말투다. 얼굴 또한 말투와 직책과는 어울리지 않게 가수 이기광 같은 얼굴에 검정 큰 동글이 안경을 써서 얼굴이 더 작아 보이는 매력이 있다. 머리는 한쪽은 내리고 한 쪽은 올리는 리젠트 펌을 하셨는데 외모에 관심이 많고 섬세 한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2층으로 올라 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야 처음으로 나와 실습을 하러 온 학생들과 대화라는 걸 할 수 있었다.



“강월이라고 했나?”

“어.. 안녕..”

“넌 몇 살이야?”

“나?? 나 23살이야..”

“헐.. 뭐야 형이시구나! 형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희 둘은 같은 대학에서 왔고 22살이에요 ㅎㅎ"

“아.. 네.. 천천히 말 놓을게요”

“네 형 아 맞다 아까 광주샘이 몇시까지~”




혼자 신나서 조잘조잘 거리는 이 아이는 이름이 오백현이라는 아이었고 그 옆에 아이는 유성화라는 동생이었다. 평소 대학을 다닐 때에도 둘은 자주 붙어 다니는 지 힘든 실습 4주 내내 그 둘은 싱글벙글 서로에게 의지하며 병원 생활을 견뎌 내는 것을 보고 나도 대학 친구랑 같이 왔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중 유성화라는 친구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와 연락을 종종 주고받는 같은 직종을 가진 동료로 잘 지내고 있다.



“형~ 카페가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고 싶은데 광주샘이 가지 말래서 너무 슬퍼요 ㅠ ㅠ”

“야 넌 오늘 처음 봐놓고 광주샘이라니 내가 가서 다 일러야지~”

‘네~ 네~ 가서 다 이르세요~ 광주샘한테 가서 이를 용기도 없는 놈이~“

“월이형! 백현이 좀 혼내줘요! 맨날 저렇게 절 무시한다니까요!!”

“하하.. 얘들아.. 그만 싸워 우리 이렇게 큰 소리 내면 다른 부서에서 컴플레인 걸릴지도 모르잖아..”



동생들과 수다 몇 마디 나누자 금새 오후 실습시간이 다가왔다.



“자 강월 학생은 오늘부터 일주일간 수술 마치고 입원실에 계시는 분들의 혈압 측정과 아침에 오시면 원장님 회진 따라 다니시면서 환자분들 혈당체크 하고 센터로 보고 해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맨날 학교에서 책으로만 공부하고 컴퓨터로 3D 입체 해부학을 공부했지만 임상에서 내 손으로 직접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형~ 좋겠다”

“응? 뭐가?”

“형 혈압체크랑 혈당 체크 걸렸잖아”

“넌 뭐하는데?”

“저는 환자분들 소변 받아오시면 소변컵 분류랑 화장실 안내요”

“성화 넌??”

“전 더 최악이에요 형님 수술 하신 환자분들 소독이랑 붕대 감는 거 보조요”



이 때까지만 해도 난 내가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였던 시기여서 그런지 성화와 백현이의 업무가 꽤나 피곤 한 업무라고만 생각을 했다.



“다녀왔습니다~”

“어이구 우리 아들 왔어?”

“네?? 삼촌 뭐라고요?”

“왜 아들같아서 아들이라고 불렀는데 싫냐?”

“아뇨... 그런건 아닌데..”

“우리 누나아들이면 내 아들이기도 하지 짜샤~ 비싸게 굴기 있냐? 이뻐서 그런다 이뻐서~”

“아.. 네..”



병원 첫 실습은 어땠는지 같이 실습하게 된 친구들은 나쁘진 않은지 정말 아버지처럼 내 앞에 앉아서 저녁을 먹는 내내 질문을 해주고 공감 해주고 나의 하루를 격려해주는 삼촌이 너무 감사했고 내마음 속 앞 마당에 피어난 강월이라는 꽃들에게 삼촌이라는 햇살이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다.





2017. 12월 삼촌이라는 햇살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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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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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실습도 에피소드가 많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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