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랑 한달살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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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바람이 나를 안아 줄 때
“오늘도 힘차게!”
병원 구호를 직원들과 실습생 모두가 외친 후 오전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 이 병원의 아침 조회 같은 것이었다.
“혈압 체크 기록지랑..”
“월선생님 원장님 오실 시간입니다 용모 단정히 하시고 줄 맨 끝에 서서 회진 따라오시면 됩니다.”
“아.. 넵!”
현재 시간은 8시 30분 비뇨기과에서는 9시에 원장님의 진료가 시작되기 전에 수술을 하여 입원 해 계시는 환자분들의 상태는 어떤 지 에러사항은 없는지 직접 원장님이 매일 병실을 돌며 확인 하신다 하였다.
“자 다들 준비 되었는가? 그럼 가보자고”
“예 알겠습니다”
순서대로 101호실부터 808호실까지 회진을 돈 다는 것부터가 체력적으로도 절대 단순한 일은 아니었다. 101호부터 408호까지 A 병동이었고, 501호부터 808호까지 B 병동으로 구분되어 있기에 우리는 총 두 군데의 병동을 30분 내로 다 돌아아했다.
“어이~ 수술 데는 어뗘?”
“아 네 의사선생님 오셨어요. 덕분에 수술 잘 된 거 같습니다.”
“말로만 하면 뭐 알 수가 있간디~? 바지 한번 벗어 보드라고~”
참고로 비뇨기과 원장님은 서울 사람이셨는데 정말 단순히 자신의 재미를 위해 다른 지역 사투리를 정말 많이 쓰셨습니다. 북한 사투리, 제주 사투리 가리지 않으셨고 어색하고 이상한 어감도 많았는데 여하튼 종종 원장님의 바뀌는 사투리도 살릴 수 있다면 살려 보겠습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하였다. 이렇게 많은 인파와 이른 시간에 대뜸 수술한 부위가 잘 아물었는지 보겠다고 바지를 벗으라고? 심지어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은 한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성 환자분이셨다.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 했는지 멘붕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내게 조용히 광주선생님이 말을 걸어왔다.
“저희 원장님은 어떻게 보면 참된 의료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다만 그 수단이 좀 와일드하고 스트레이트 적이지만 너무 놀라지 말고 이것도 실습의 일종이다 하고 일주일동안 녹아들어 봐요 분명 얻어 가는 게 있을거야”
“아..넵!!”
“부끄러운겨? 여기 다 남정네들밖에 없는디~? 에이 내비둬~ 수술 잘 못되서 영영 그 가랑이 사이에 있는 꽈리꼬추로 여자랑 재미 못 봐도 난 몰러~”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라고 말하며 황급히 환복 하의를 튕기듯이 아래로 내리곤 붕대로 감아져있는 자신의 고추를 원장님이 보기 쉽게 허리를 들어 다리를 벌리는 환자분, 그대로 덜렁거리며 붕대로 감긴 고추와 불알이 축 처진 채로 내게 인사를 건네 왔고 나는 또 한 번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낮부터 남자 고추라니... 알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환자분도 창피한 건 여전한지 눈을 마주치지 못 하고 이리저리 굴리고만 있다.
“응~ 이쁘게 잘 됬네~ 소독 몇 번만 더 하면 이제 나가서 불장난 혀도 되겄어~”
“감사합니다 원장님!”
“감사하기전에 언능 바지올려~ 뭐 자랑이라고 대낮부터 꽈리꼬추를 모르는 남정네들한테 다 보여주고있대~”
원장님이 벗으라고 해놓고 저렇게 왜 얘기하시는 건지 성격이 좀 이상하다 했는데 환자가 웃고 있다. 나머지 원장님의 회진을 따라 온 직원들도 웃고 있다. 광주 선생님이 말씀 하신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자칫 무안할 수 있고 성희롱적인 발언들이 많았기에 예민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원장님의 농담과 제스쳐 속에는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배려가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걸 그 환자와 부하 직원들이 느꼈다고 생각하니 점점 장난만 치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비교기과 원장님의 이미지가 변해가고 있었다.
“오늘 처음이었는데 회진 하는 동안 안 지치고 집중력 있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월선생님”
“아닙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기 군대 아니에요~ 나도 실습지도 몇 년 짼데 학생들 옷 입고 오는 거만 봐도 딱 알지”
“네..?”
“월선생님 착하고 순한 사람 같다구요~ 그런 건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척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서”
“아.. 네..”
“그나저나 아까 첫 번째 회진 환자분 바지 벗을 때 엄청 열심히 구경하던데 월샘 혹시 남다른 취향이라도?”
“네?!?!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하하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뭐야 반응 너무 재밌는데? 월이샘 놀리는 맛이 쏠쏠하네. 종종 놀려 먹어야겠다”
첫날에 로봇 같던 광주선생님은 온데 간데 없고 하루 만에 이렇게 장난을 주고받을 정확히 말하면 장난을 당했지만 그래도 광주선생님이랑 가까워 진거 같아 기분은 좋았다.
“형~ 아니 그 환자분 오줌 냄새가!!”
“아니 소독을 하는데 발기를 왜 하냐고!!”
다들 각자 흩어져서 열심히 실습을 하다 점심시간에만 만날 수 있었는데 만날 때 마다 백현이와 성화는 늘 불만이 가득한 채로 점심을 먹었었다.
“아 맞다 얘들아 우리 일주일 에 한번 씩 케이스 정해서 케이스 발표해야한다는 거들었어?”
“아니 하루 종일 소변 컵 주고받기도 벅찬데 무슨 케이스? 이 환자 오줌 많이 싸고 냄새 많이 나요 뭐 이런 거 밖에 모르겠는데!!”
실습을 하는 4주 동안 총 4개의 케이스를 발표하고 제출해야만 실습이 인정되었기에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케이스로 어렵지 않고 성격이 나쁘지 않은 환자를 찾아야만 했다.
그때까지 난 알지 못했다 이십대 초중반의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남자를 만나게 될 줄은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백현 선생님은 제출 하신 과제 낙제입니다. 내일까지 수정해서 다시 제출 하시고 그럼 모두 내일 뵙겠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셋이 일제히 광주선생님께 인사를 하는 데 내적 친밀감이 형성 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서일까 광주 선생님이 내 눈을 보며 인사를 받아주셨다, 뮬론 내 착각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띠리리링~ 띠리리잉~
“삼촌?”
“응~ 월아 병원 끝났냐?”
“네 이제 실습생들이랑 같이 후문으로 나가려던 참 이었어요”
“그래 동생들이라 그랬지?”
“네 근데 삼촌 갑자기 왜 전화 하셨어요?”
“우리 월이 동생들 앞에서 어깨 좀 올라가라고 지원사격 해주려고 왔지~”
삼촌은 한 살위 형이라도 형은 형이라며 형 대접 받으려면 뭐라도 입에 넣어 주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라고 동생들 밥을 사주시러 오셨다.
“그래 너희들이 우리 월이랑 같이 실습하는 친구들이라고?”
“네 안녕하세요. 저는 오백현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성화라고 합니다.”
“그래그래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먹어 우리 월이가 너희를 하루밖에 안 봤는데 너희 칭찬을 무지하게 해대서 삼촌이 궁금해서 오늘 오지랖 좀 부려봤다”
“아니에요 저희야 공짜 밥 인데 감사하죠”
“뭐? 공짜 밥?”
“네? 아...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해요..”
“밥만 공짜라니! 술도 공짜니까 오늘 마음껏 먹어라 백현아, 성화야!”
처음에는 낯을 가리던 성화도 친구 백현이의 편안한 모습을 보고 마음을 이내 금방 열고서는 우리 넷은 아빠와 아들 셋 인거 마냥 서로의 이야기의 웃음 짓고 박수치며 감자탕 집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기에는 화요일이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각 반병씩은 마시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삼촌만 술을 못 드셔서 어째요”
“괜찮다 이눔아 우리 월이가 언제 이렇게 다 커서 실습도 다 오고 남자 후배들 챙기는 맏형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떻게 삼촌이 지원사격을 참고있냐 응?”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삼촌.. 제가 졸업하고 취직하면 삼촌한테 진짜 잘 할게요”
삼촌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날에 비해 내가 누리고 있는 호사는 말도 안 되게 크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미안한 마음이 점점 내 마음에서 세어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월아 잘 하려고 하지 마라.”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삼촌”
“삼촌은 말이다 월이 니 나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아냐? 남들보다 앞서가고 싶었고 남들보다 잘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매 순간 순간을 열심히 하고 뭐든 최선을 다하고 잘 하려고 노력을 했어 그게 잘 사는 거라 생각했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네..”
“근데 그러면 어떻게 되는 줄 아냐?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하는 채찍질 한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그렇게 끝없이 내가 나를 궁지로 몰게 되는 거야. 내 마음을 내가 짓 밟고 망가뜨려 버리면 그 상처는 아무에게서도 치유 받지 못해 내가 만든 상처니까. 결국 끝에는 사람이 못나진단다. 외모나 외형이 아닌 그 사람의 마음 자체가 못나져버려 그럼 그 때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게 되버리는거야.”
“무서워요 삼촌.. 제 마음이 못 나질까봐”
진심이었다. 내 마음이 망가지는 게 무서웠고 내 꽃밭을 내 발로 짓밟아 버리는 날이 올 까봐 두려웠다.
“걱정하지마라 월이 너에겐 삼촌이 있잖냐? 삼촌이 망가져 버렸을 때 삼촌 주변엔 아무도 없었거든? 근데 월아 넌 상황이 달라 힘들 때 절대 혼자두지 않을 거야. 삼촌이 제일 먼저 손을 내밀어 줄거야”
“삼촌...”
“넌 아무걱정 말고 앞만 보고 달리는거야 삼촌이 너의 뒤에서 월이 니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아주 센 바람이 되어주마”
그 날 저녁 집에 들어와 씻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술을 먹어서 머리가 어지러운 것도 있었지만 23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든든한 내 편이 존재한다는 그 느낌이 너무 몽글몽글해서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2017. 12월. 어린 나의 발걸음이 또래보다 유독 빨랐던 건 삼촌이라는 바람이 나의 등을 밀어주어서 일거야.
다들 추천과 댓글 감사합니다~! 글쓰는데 큰 힘이 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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