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그늘에서 자라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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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을 죽이다니?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녀석의 말에 깜짝 놀라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승우를...죽인 놈이요...“
여전히 녀석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놈.. 아직 감옥에 있잖아.“
이 녀석이 교도소에 몰래 들어가서 그 놈을 죽이고 나왔을리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녀석이 사람을 죽이다니. 녀석의 입으로 직접 듣는 말이지만 믿을 수 없는 터무니 없는 말이었다.
”지한아...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그 놈....일주일 전에 가석방으로 나왔어요. 모범수였다고....“
녀석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그쪽에 일 돌아가는 것 좀 아는 사람을 알고 있어서요.“
”가석방으로 나왔다고?“ 녀석의 기가막힌 말이 믿어지지 않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감형을 받아 듣도보도 못한 겨우 삼년의 형을 선고 받았던 놈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가석방이라니...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녀석에게 바싹 다가갔다.
”그 녀석을 죽였다고?“
여전히 녀석의 말이 믿기지 않아 녀석에게 다시 물었다.
녀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 흥분으로 온몸이 떨려왔다.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말하는 게 정말이야? 진짜 네가 그 놈을 죽였다고?“
녀석이 고개를 슬며시 들고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녀석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등을 화장실의 벽에 기대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놈이 죽어 버렸다니.....
입 밖으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내가 얼마나 그 놈이 나오기만을 기다려 왔는데....”
처음에는 녀석이 그렇게 터무니 없이 짧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는 것에 정의라는 것이 사라졌다고 공정하지 않다고 괴로워했었다. 녀석에게는 삼십년, 아니 무기징역도 부족한 판결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놈이 아직 내가 힘을 쓸 수 있는 나이에 감옥에서 나와주는 것이 오히려 천만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한 살이라도 젊어서 녀석을 내 손으로, 나의 정의로 처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녀석의 눈이 공포로 가득채워져서 신음하는 것을 보고 듣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할 만큼 잔인한 방법으로 녀석을 처단 하겠다고 벼르고 벼르면서 삼년을 버텨왔었다.
그런데 그 놈이 그렇게 쉽게 가버리다니....
”그럼 나에게 먼저 알려줄 것이지...왜!“ 나도 몰래 녀석에게 고개를 돌리고 버럭 화를 냈다.
나의 그런 모든 노력이 이렇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리다니...
내 앞에 앉아 있는 녀석에 대한 원망이 순간 내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녀석의 양 어깨를 잡고 냅다 흔들었다.
”그냥 나한테만 말해주면 좋았을 것을....도대체 왜!“
양손으로 머리를 꽉 붙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쉽게 그 놈을 보내줄 일이 아니었다. 그 놈을 잡아놓고 두고두고 공포에 떨게 하고 싶었다. 지옥보다도 더 지독한 고통을 안겨주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서는 절대로 안되는 일이었다.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라 꼼짝 않고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녀석의 모자 끝을 잡아채고 힘껏 당겨 버렸다.
실밥이 뜯겨나가면서 천이 찢어지고 녀석이 화장실 바닥에 고꾸라졌다. 녀석의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 전등불 밑에 드러났다.
손을 내밀어 녀석의 턱을 잡고 위로 당겼다. 녀석이 나의 표정에서 실망과 허망함 그리고 분노를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핏물이 여기저기 튀어있는 녀석의 볼 위로 녀석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녀석은 나의 손 안에서 반항하지 않고 그대로 축 늘어져 있었다.
”아아아.....“ 입 밖으로 신음이 터져나왔다. 녀석에게서 손을 놓고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쪼그리고 앉았다.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한참을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던 녀석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놈에게서 말을 듣고 싶었어요.“
”말? 말은 무슨 말!“ 여전히 머리를 채운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으으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벌어진 입 사이로 간신히 그것을 참아내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진심으로.... 잘못했다는 말요.“ 분노에 가득찬 나의 얼굴을 대하면서도 녀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뉘우치고 있다고요. 죽을 때 까지 용서를 구하면서 죄인으로 살겠다고...“
”........“
”그러면 승우에게...“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양쪽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볼을 따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승우에게 가서 전해주려고 했어요...“
”뭐?“ 녀석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내 애를 죽인 놈의 입에서 나오는 사과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한순간 한순간... 죽은 후에도.... 지금도... 승우가.... 가슴에 원한이 맺혀서.... 눈을 못 감고 있을 것이.... 그게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 맺힌 두 눈으로 녀석이 그렇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랬어요. 아저씨.”
”........“
”가서 승우에게 이제 편안해지라고... 네 마음속에 원한과 고통은 모두 이제부터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간다고... 나에게 몽땅 내려놓으라고...그리고 이제부터 편안해지라고...“
그런 녀석의 말에 녀석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빠져나가 슬며시 녀석을 놓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녀석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 놈을 계속 따라다니다가 용인에서 그 놈을 잡았어요.“
한참 후,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적한 곳에 있는 전문 음식점에 일행하고 같이 왔다가 그 놈이 혼자 밖으로 나와 건물 뒤편에서 소변을 보더라구요. 담배를 물고 누군가하고 통화를 하면서.....“
”........“
”몽둥이로 녀석의 뒤통수를 갈겨 기절시키고 차에다가....“
”........“
”생각보다 가볍더라고요. 그 놈..“
”그래서?“ 잠시 가만히 있는 녀석에게 고개를 돌렸다.
”근처 삼현 대학교 뒤편 산 입구로 끌고 갔어요. 그 쪽에 작은 주차장이 있는데 그 뒤편으로 버려진 땅이 있어요. 갈대만 자라는 곳요.“
녀석이 말하는 곳을 나도 알고 있었다. 예전에 가끔 아내와 같이 드라이브를 나올때면 그 대학교 안으로 가끔 들어가 보기도 했다. 학교 안의 한쪽에 위치한 큼지막한 호수도 볼거리 였고, 그 호수를 따라가다보면 다시 산으로 연결되는 입구가 나왔다. 사람들이 찾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그 옆에 버려진 밭이 있었다.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아 이름 모를 여러 종류의 갈대만 무수하게 자라고 있었다. 아내는 그곳을 썩 마음에 들어했다.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줄 곳이라고 그 갈대밭을 보면서 쪼그리고 앉아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었다.
”깨어난 그 놈에게 말하라고 했어요. 승우에게 죽을 죄를 졌다고... 사죄한다고...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 하라고... 그러면 보내주겠다고...“
”........“
”그런데 그 자식이 날 비웃었어요. 등 뒤로 양 팔이 묶여서 꼼짝도 못하면서도 그 놈은 실실거리는 얼굴 표정으로 빈정거렸어요. 혐오스런 게이새끼 한 마리 죽인게 무슨 큰일이냐고. 그 자식 가위로 가슴을 찌를 때 희열을 느꼈다고...“
녀석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충격에 숨이 막히는 듯 했다. 힘들게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꺼지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주먹으로 그 놈의 주둥이를 냅따 갈겼어요.“
녀석이 신음소리와 함께 이를 갈면서 온몸을 떨었다. 그리고 상처로 뒤덮인 자신의 굳게 쥔 주먹을 내려다 보았다.
” ‘혐오스러운 인간 쓰레기, 짐승만도 못한 거머리 같은 새끼 한 마리 오늘 내 손에 여기서 뒈진다’ 고 그 악마 새끼가 다시는 그 더러운 입을 놀리지 못하고 숨도 못 쉬게 면상을 주먹으로.....“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녀석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놈이 꼼짝을 못하는 데에도 분노가 사그라들지를 않아서...“
”........“
”옆에 있던 돌을 집어 들고 그 새끼의 머리를 정신없이 내려쳤어요.“
녀석의 벌어진 입에서 헉 하고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 놈의 깨진 머리에서 피가 튀는데 그게 그 죽일놈이 승우를 찌를 때 나온 피를 보는 것 같아서...“
녀석이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녀석을 슬며시 끌어당겨 내 품안에 안았다.
녀석의 눈물이, 흐느낌이, 분노가, 그리고 그때 녀석이 느꼈을 모든 감정이 내 가슴을 때리고 벌려진 내 가슴속으로 스며들어오기 시작했다.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녀석을 끌어안고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안의 분노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내 안의 고통, 내 마음속의 상처만 부둥켜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 녀석은 어떻게 지내왔던 것일까. 사랑하던 연인을 그렇게 잃고 냉정하고 무뚝뚝한 나를 대하면서 녀석은 자신의 안에 쌓여있는 분노와 고통, 그리움과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었을까.
어른이라면서도, 녀석을 위한답시고 이것저것 물질적인 것을 건네면서도 나는 녀석을 한번도 보듬어준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한겨울 얼음 속 보다도 더 차가운 삼 년이라는 세월을 녀석은 어떻게 혼자서 견뎌왔을까.
”아저씨가 오셨을 때....“
이제 다시 담담해진 목소리로 녀석이 입을 열었다.
”경찰에 막 자수하러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간신히 진정을 하고 고개를 들고 나를 보면서 녀석이 입을 열었다.”
“일을 벌이기 전부터 이미 다 각오한 일이었어요. 살려 보냈어도 그 놈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테니까요.”
“........”
“다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고 처음부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녀석이 말끝을 흐리고 손을 들어 여전히 젖어있는 눈을 문질렀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두려움이......”
녀석의 그 말에 손을 들어 녀석의 뒤통수를 슬며시 쓰다듬었다.
“감옥에 가는 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비난이 두려운 것은 아니예요. 그런 것은 상관없어요. 그런데도...뭔지 모르게....”
한 손을 들어 녀석의 등을 슬며시 다독거렸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녀석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 놈을 잡은 그 음식점이 정확히 어딘지 기억하니? 녀석이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불난지 오리 전문점이라고... 송학사 옆에...“
”그게 몇시 경이었는데?“
”아홉시 정도요...“
”니 차에 블랙박스는?“ 가능한 차분한 목소리로 녀석에게 물었다.
녀석이 고개를 저었다.
”차는 주차장에 세웠었니?“
다시 녀석이 고개를 저었다.
”음식점 뒤쪽 공터에요.“
”알았다.“
녀석에게 그렇게 말하고 녀석을 똑바로 일으켜 앉혔다.
녀석의 가슴으로 손을 뻗어 천천히 녀석이 입은 후드 티의 지퍼를 내렸다.
”우선 옷부터 갈아입자.“
조용히 그렇게 말하고 녀석의 양팔에서 후드 티를 벗겨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화장실 전등빛에 희미하게 밝혀져 있는 방안을 한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발을 옮겨 한쪽 벽에 걸려있는 패딩을 집어 들었다.
녀석에게 패딩을 입히면서 다시 조용하게 내가 입을 열었다.
”너는 경찰서에 갈 필요가 없다.“
나의 말에 녀석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녀석의 시선을 무시하고 나는 외투를 벗어 방 안쪽으로 던져 놓았다. 그리고 화장실 바닥에 놓여있던 녀석의 후드 티를 집어 들고 소매 안쪽으로 팔을 집어넣었다.
”아저씨.“
그런 나를 보고 깜짝 놀라 녀석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왜 그 옷을.....“
”지한아.“ 두 손을 들어 녀석의 양쪽 어깨를 꽉 잡았다.
”아저씨 말 잘 들어.“
”........“
”넌 어제 용인에 간 적이 없다. 넌 어젯밤에 집에 있었던 거야.“
나의 말에 녀석의 눈이 똥그래져서 나를 바라보았다.
”어제 그 곳에 가서 그 놈을 죽인 것은 너가 아니고 나였다.“
”........“
”경찰서에 가서 자수해야 할 사람은 나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순간 이해하지 못한 녀석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손을 어깨 뒤로 올려 한쪽이 찢어져 버린 후드 티의 모자를 당겨서 머리에 뒤집어 썼다.
그런 나를 보면서 녀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녀석이 나의 팔을 꽉 붙잡았다.
”안돼요. 아저씨.“
”지한아.“ 녀석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녀석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난 삼 년 동안... 나는 그 놈을 수 백번 수 천번을 죽였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나는 그 놈을 가장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만 찾아내려고 했어. 그 놈을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죽이려고 내가 아직까지 살아온거다. 네가 죽이지 않았다면 그 놈은 어짜피 내 손에 죽는 거였어. 더 잔인하고 더 고통스럽게.....“
내 손을 잡고 있는 녀석의 손을 잡아당겨 떼어냈다. 그리고 녀석에게서 몸을 돌려 문을 향해 발을 옮겼다.
”그래도 안돼요. 아저씨.“
녀석이 재빨리 내 앞으로 튀어나와 문을 가로막았다.
그런 녀석의 어깨를 잡고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한아..... 제발... 부탁 좀 하자.“
”.........“
”이게 너에게 하는 아저씨의 마지막 부탁이다.“
”아저씨.“
나를 보면서 녀석이 고개를 저었다.
녀석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두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승우 아빠로서 우리 죽은 승우를 위해 내가 마지막으로 너에게 부탁하는거야.”
녀석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녀석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녀석에게서 몸을 돌려 비릿한 피 냄새와 한기가 도는 녀석의 방을 걸어나왔다.
차의 시동을 걸고 운전석에 오르기 전, 붉은 피로 물들어 버린 녀석의 후드 티를 내려다보았다.
잔인하게 승우를 살해한 그 놈의 피일 것이다.
처음 이 옷을 입어 보고 있을 때 나를 보면서 빙글빙글 웃고 있던 승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승우야.” 그런 녀석에게 나지막히 속삭였다.
“아빠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
음식점 주변에 설치된 씨씨티비가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다.
거기에 찍힌 그 놈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강타한 사람은 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볍게 녀석을 뒤쪽 공터로 옮기는 사람도 나였다. 나의 차는 검은색, 지한이의 차는 짙은 청색이다. 하지만 씨씨티비는 그 정도의 차이쯤이야 눈감아 줄 것이다. 특히 차량이 자신에게서 멀찌감치 주차되어 있을 경우에는 말이다.
살인을 저지른 자가 스스로 경찰에 찾아가 자수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그리고 왜 죽였는지 자세한 내용을 모두 다 털어놓는다.
앞 뒤 정확하게 들어맞는 진술에 확보한 씨씨티비의 영상도 범인은 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그것으로 결론이 난 살인사건이다. 살인한 도구를 이리저리 찾아 지문과 디엔에이를 의뢰하는 등 더 구체적인 수사는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모든 수고를 살해 동기 1순위인 나의 자백이 덜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켜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왜? 무슨 일이야?” 잠결에 피곤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한참만에 녀석은 전화를 받았다.
“영훈아. 이렇게 늦게 정말 미안하다.”
“이번엔 뭔데? 또 다른 스토커냐?”
잠결에서도 녀석은 유머를 잃지 않았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이건 또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야. 취했으면 곱게 들어가서 잠이나 쳐 자라.”
“아냐. 네 도움이 필요해. 진짜 사람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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