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 녀석과의 동거 -13화-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13-



"방금 전에 춤을 격하게 추고도 이 정도까진 아니였는데...얼마 전부터 형 앞에만 서면 이게 이렇게 자꾸 뛰어요 형."


그 때, 

어디선가 삐-------------- 하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급하게 뛰던 심장이 갑자기 멈춰진 것 같은 기분이였다고나 할까. 마치 심정지를 알리는 심전도 기계에서 나는 삐----- 소리처럼. 

 


침묵이 잠시 흐르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내 심장 고동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내가 지금 무슨 소릴 들은거지..


혹시나 승현의 말을 잘못 들은걸까.


저 녀석이 지금 뭐라고 한거지.


분명 지금 내게 고백한건가...


너무 놀랬는지, 몸과 입이 그대로 얼어붙어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승현이가 잡고 있던 내 손을 아래로 내리더니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그대로 펼쳐주었다. 그리곤 다른 손으로 주머니 한 쪽을 뒤적거리더니 내 손바닥 위에 무언가를 내려놓고는 그대로 감싸쥐게 했다. 


"이거, 춤 추면서 학생들한테 뿌리려고 넣어둔건데 사탕 이에요 형. 가는 길에 드세요"


손을 펼쳐 보니


'입안 가득 상큼한 청포도 캔디' 가 쓰여진 청포도 캔디 하나가 손 위에 올려져 있었다. 


저 녀석이 건넨 건 그저 사탕 하나 였지만


단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달콤하면서도 스윗한 고백을 내게 건네고 있었다. 


난 아직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가슴이 너무나 떨려서 


이런 기분은 정말이지 태어나서 처음인 것만 같아서..


그대로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더니 승현이가 


"형!! 회사 늦으시겠어요~~ (내 어깨를 잡아 몸을 그대로 역 방향으로 돌려 세워주고는) 얼른 회사 가셔야죠~"


"어...어 가야지...가야지;; 이거 (사탕을 보이며) 잘 먹을께.."


"네 형!! 그럼 내일 아침에 봬요~ (손을 흔들며 다시 반대로 뛰어가는 승현)"


승현이도 내게 고백을 하곤 많이 부끄러웠을까.


빠른 걸음으로 무대 쪽으로 이동을 하는데


내가 잘 가고 있는지, 한번 씩 뒤돌아보며 뛰어가는 승현이 녀석의 입가엔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승현이 녀석 덕분에 내 입가에도 곧 옮아선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승현이를 처음 만난 날 부터 지금까지 같이 동거하면서 있었던 모든 일 들. 특별히 찜질방에서 함께 했던 일 들. 그리고 얼마 전 둘이서 멋진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이며 오마카세를 경험했던 일 들 까지.


승현이 저 녀석과의 모든 추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저번에 승현이가 내게 했었던 질문이 불현 듯 떠올랐다.


'형은 만약에 누구를 십년 넘게 좋아했는데, 갑자기 짧은 시간에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 기분이 어떠실 것 같아요?'


'오랫동안 좋아했는데도, 그리도 쉽게 바뀌는 게 마음이라면, 십년이나 넘도록 좋아했던 시간들이 마치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진 않을까 해서요'


희찬이와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그리고 작게 새겨진 하트 문구. 희찬이 군대 면회, 매년 희찬이 생일축하, 희찬이에게 모델 아르바이트 소개 그리고 비를 맞으며 그 오랜시간 희찬이를 기다렸던 일들까지...


정작 물을 땐, 자기 이야기 아니라고 시치미를 뚝 떼더니


결국 모든 게 본인의 이야기 였으면서..


바보 같은 안승현.


그리고 그 날, 승현이가 술에 취해 들어온 날. 술에 취해 방 안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을꺼라 생각했지만 희찬이 녀석이 승현이가 만약에 게이라면 앞으로 얼굴을 못 볼 것 같다고 하는 말을, 그 작게 이야기 하는 말을 어쩌면 방 안에서 들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저렇게 갑자기 자꾸만 우리 집을 나가려고만 하고, 우리 곁을 떠나려고만하고 그렇게 급하게 정리하려고만 하는 승현일 생각하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첫 술자리에서, 소주한 잔을 마시면서 우수에 젖어있는 승현의 눈빛을 보았었다. 


춤을 추는 일을, 댄서라는 꿈을 단 하루도 놓아본 적이 없다고 입으로는 그 누구보다 당차게 말을 내 뱉고 있었지만 그 녀석의 눈빛은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도대체 무엇이 그 녀석을 그리도 힘들게 하는걸까.. 


이제는 그런 승현일 내가 보듬어주고 싶어졌다. 끌어 안아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승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어졌다. 



난 휴대폰을 꺼내들었고 호흡을 가다듬고는 떨리는 손으로 작은 휴대폰 내 문자 창을 꾹꾹 눌러가며 


[나도 승현이 네가 좋아. 그리고 지금 니가 없는데도 심장이 자꾸만 뛰어. 너 때문에. 그러니 어디 가지 말고, 형 옆에 계속 있어.]


위 내용으로 승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내곤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바로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리곤 회사로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오르는데 괜히 부끄러웠지만, 답장이 뭐라고 올까, 내 문자를 읽긴 읽었을까 또 궁금해져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선 휴대폰을 꺼내려 하는데



지------------잉


마침 그 때, 진동알림이 울렸고, 역시나 승현이 였다. 


[내일 아침에 집에서 봐요 형. 야간근무 힘내구요!]




PM 09:50, 회사 안 


야간 근무 10분전을 앞두고  


정우가 아메리카노 두 개를 손에 들고 오는데 


"따따한 커피 대령입니다아~~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근데 대리님, 밖에 대리님 아는 사람이라꼬 누가 왔슴니더."


"누구? 올 사람이 없는데;;"


"지도 처음보는 사람이라.. 변희재라 카믄 아신다 카던데예"


"뭐? (놀래서) 희재???"


희재가 회사 까진 도대체 무슨 일 인가 싶어, 밖으로 나가는데 회사 입구 쪽에 희재가 가만히 서 있었다. 



"갑자기 회사까진 무슨 일이야? 이렇게 막 찾아오면 곤란하다고.. 그리고 알다시피 이제 곧 근무 시작이야."


"(종이백을 하나 건네며) 이거나 일단 먼저 받아."


"이게 뭔데?(안을 봐도 뭔지 잘 모르겠어서)"


"도넛인데, 동료들이랑 근무하면서 같이 먹으라고."


"뭐하러 이런걸 사와...;; 너 먹어. 난 괜찮으니까"


"내꺼 사면서 너 것도 같이 산거야. 사 온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좀 받아라"


"그래;; 고맙게 잘 먹을게....(잠시 뜸을 들이다) 근데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 아닐꺼 아냐. 무슨 일인데?"


"..넌 근데 도대체 언제까지 생각을 할 건데? 기다리는 내 입장은 생각 안 해?"


"희재야..."


"어"


"그 때 찜질방 화장실에서 있었던 그 일은 말야.. 나도 이성적으로 대처 했어야 하는건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근데 말야... 우리가 헤어지기 전 까지만 해도

 

우리가 엄청 다투고, 

서로 심한 말로 상처를 주고,

서로 엄청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그땐 그래도 줄 곧 너만 생각하면 이게 뛰곤 했었거든?.. 내 가슴이.


근데 이게 말야...


언제부턴가.. 너를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이게... 이 가슴이.. 이 심장이 이제는 뛰질 않아 희재야..." 


"(당황해선) 그.. 그건 지금 우리가 헤어졌으니까.. 그런거야..내가 널 좋아하고, 우리가 다시 시작하면 그거 다시 금방 회복할 수 있는거야."


"말은 참 쉽지..? 근데 .. 정말 미안한데...내가 널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 희재야."



순간 침묵이 흘렀다. 


희재가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몸과 입이 그대로 얼어 붙어선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부로 그럴 의도는 절대로 아니였지만 날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희재에게 이제는 내가 반대로 희재 녀석에게 '널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 라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내 생각 이 정도면 다 전달 된 걸로 알고, 나 이만 들어가볼께.."


그렇게 뒤 돌아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윤상찬"


희재가 날 다시 불렀다.


"또 왜..."


"혹시 그 자식 때문이야??"


"누구"


"개, 희찬이 친구라는 놈."


"아니. 내가 너와 헤어지고,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안하고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아닌 단순히 너와 나만의 문제야."


"...혹시나 그 자식은 절대로 안돼!"


"뭐?"


"승현이란 놈. 난 그 녀석 맘에 안들어. 그리고 개, 이제 집에서 나갈 때도 충분히 되지 않았어? 도대체 그 자식은 언제까지 그 집에 붙어 있을 작정이래? 아주 빌붙어서 살겠대??? (흥분했다 잠시 마음을 진정 시키곤 ) 아무튼 그 녀석이랑 절대로 아무일 안 생길거라고. 그럴 자신 있다고, 이거 니 입으로 먼저 말한거야. 그러니 니 입으로 한 말 꼭 약속 지켜."


"....내가 왜 그런 약속을 해야되는데?"


"뭐?"


"내가 왜 그런 약속을 해야되냐고.. 그것도 너한테. 이제 너랑 나. 완전히 남 이잖아. 그러니 이제 서로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잘 살면 되는거 아냐? 제발.. 희재야. 더 이상 나 힘들게 좀 하지마."


"내가 널 뭘 그렇게 힘들게 하는데, 아무튼 난 그 자식만 아니면 돼. 그게 다야. 나간다."


그렇게 희재가 몸을 돌이켜선

회사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의 등에다가 대고 크게 소릴 쳤다. 


"내가 많이 좋아해....."


희재가 놀랬는지 제자리에 멈춰선 채 몸을 돌이켜 다시 내 쪽으로 걸어와서는 


"뭐?? 윤상찬, 너 지금 그게 무슨소리야. 많이 좋아한다니? 누구를?"


"내가 아무래도 갤 많이 좋아하는거 같아. 나도 희찬이 친구라서 스스로 계속 거리를 두려했는데... 정말이지 내 맘에는 두지 않으려 했는데..."


"윤상찬, 너 진짜 미쳤구나...희찬이 친구면, 그 누구보다 거리를 뒀어야지. 너 다른 누구도 아니고, 희찬이 형이야. 희찬인 그 자식 친구고. 너 이거 희찬이가 알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곤)"


"희찬이가 이거 아냐고!!! (목소릴 높이며)"


"아니 몰라.."


"내가 분명히 경고 했지. 개는 절대로 안된다고. 내가 희찬이 한테 다 말해버릴꺼야."


"뭐??? 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다 말해버릴꺼라고. 희찬이 한테. 너가 갤 좋아한다고 나한테 말한 사실을."


"너 미쳤어??? 제정신이야? 너 지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 그거 내 동생 한테 니 입으로 내가 게이란 사실을 말하겠다는거야. 제발 정신차려 변희재."


"상관없어."


"왜 상관이 없어..? 희찬이가 게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나 해?? 지 형이 게이인 줄도 모르면서 게이를 이해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쪽을 극도로 싫어하는 애인데. 근데 뭐? (흥분해서) 그런 희찬이 한테 가서 나와 승현이에 대해 말을 한다고?? 둘 다 게이라는 걸???"


"?? (놀란 표정으로) 그게 무슨 소리야? 둘 다 게이라니..?"


"(흠칫 하고는) 아... 아니야.."


"뭐가 아니야.. 둘 다 게이라면, (잠시 생각을 하다) 뭐야. 승현이라는 애, 그 자식 진짜 게이였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는)"


"진짜 게이였다라.... (생각하다 뭔가 번뜩인 듯) 그럼 오히려 더 잘 됐네. 희찬이한테 승현이 그 자식에 대해서만 게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편해지겠어. 너랑 난 아웃팅 당할 일도 없고 말야. 그리고 그 자식은 당장 집에서 나가게 되겠지."


희재의 달라진 눈빛과 태도가 너무나 어색하기만 하다.


"변희재. 너 진짜 왜 그래. 너 왜 그렇게 나빠졌어. 너 이런 놈 아니였잖아."


"니가 날 그렇게 만들었어. 난 이제 내 맘대로 할꺼야. 나 말리지마."


"(한숨을 쉬곤) 나한테 도대체 바라는게 뭐야 너? 내......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건데..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거냐고!?? 어!?? (조급한 목소리로)"


"뭐? 그건 나보다 니가 답을 먼저 찾아야하지 않을까. 시간 3일 줄께. 아니다. 이틀 줄게. 그럼 나 먼저 간다."


그렇게 희재가 몸을 돌이켜 회사 문 쪽으로 빠르게 걸어가는데   


"야...변희재... 변희재!!!! (목소리를 높여)"


희재를 몇 번이고 크게 더 불렀지만, 내 말을 무시한 채, 그대로 회사 밖을 나가버리고 있었다. 


이제 어쩌지...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까지 된 거지.


멍 하니 서 있다가 시간이 어느새 10시 10분이 넘어서는 걸 보고선, 한 손에 희재가 준 종이가방을 그대로 쥔 채 사무실을 다시 들어오는데 


정우가 멍 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날 봤는지 


"대리님!? 대리님!?? 무슨 안 좋은 일 이라도 있습니꺼? 안색이 와 그랍니꺼?"


"어?? 아무것도 아니야;; (종이가방을 책상에 올려두곤)"


"근데 이건 뭡니꺼. (종이가방을 보고는)"


"몰라.......(한 쪽으로 밀어두고는)"


정우가 종이가방을 보더니 


"우와!!! 이거 달달하이~~ 맛 좋은 도나츠 아잉교!!!!  안 그래도 이 쓴 커피만 마시기 입이 좀 심심해 질라 카는 참이였는데. 이거 저 묵어도 됩니꺼 대리님"


그렇게 정우가 종이가방 안에 든 도넛 하나를 꺼내 만지고 있는데


"미친 새끼...... (종이가방을 확 집어선 아래있는 쓰레기통에 그대로 쳐 박고는)"


내가 욕을 내뱉으며 종이가방을 집어 쓰레기통에 던지자 정우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직원들도 모두 놀란 눈치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어색한 공기탓에 빠르게 정신을 차리곤 


"저..정우야; 너한테 한 소리 아닌거 알 지. 미안한데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께..."


바람을 쐬고, 그렇게 밤새도록 생각을 하고 또 해봐도 어쩌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지


무엇보다 희재 저 녀석이 도대체 왜 저렇게 갑자기 답도 없이 막무가내로 나오는건지 눈 앞에 닥친 이 현실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야간근무를 하며 근심걱정에 밤을 꼬박 지새우고는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이 깊어진 건지 아침 8시가 다 돼서야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형 너 안와서 대충 어제 남은 피자 돌려서 우유랑 같이 먹었어.. (양치를 하며)"


희찬이는 늘 그렇듯 가장 분주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근이나 잘 해라. 나 피곤해서 먼저 들어간다"


"안씅도 어제 공연 뒷풀이 회식 때문에 술 마니 먹고 들어왔던데. 왜 오늘은 안씅 안 챙기냐"


"자고 일어나면 어차피 술 다 깰 텐데 뭘.. 그리고 형 오늘 정말 많이 피곤하거든...!?..더 할 이야기 없지..?"


"무슨 혼자만 힘든 줄 아나봐. 에바야. 으휴. 들어가 쉬어라 그래. 난 출근한다!"


그렇게 집을 나서는 희찬일 뒤로하고 방에 들어오는데 


어제 내게 달려와 내 손을 본인 가슴위에 얹고는 


'방금 전에 춤을 격하게 추고도 이 정도까진 아니였는데...얼마 전부터 형 앞에만 서면 이게 이렇게 자꾸 뛰어요 형.'


이라고 말하던 승현이 얼굴이..자꾸 아른 거려서...


그렇게 고백하던 승현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자꾸만 내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그리곤 휴대폰을 꺼내들어 


[나도 승현이 네가 좋아. 그리고 지금 니가 없는데도 심장이 자꾸만 뛰어. 너 때문에. 그러니 어디 가지 말고, 형 옆에 계속 있어.]


라고 보낸 내 문자를 계속 읽고 또 읽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더니 


이내 한쪽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내 방문에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형 들어왔어요?"


승현이였다. 


"어.. 들어왔어"


"저 잠깐 들어가도 돼요 형?"


난 빠르게 눈물을 닦아 내고는 


"잠깐만.. 형이 지금 옷 갈아 입느라...내가 바로 나갈게"


"아 넵"


편한 옷으로 빠르게 갈아입고는 방 문을 나서는데


승현이가 어제 엄청나게 과음을 했는지 샤워를 했을텐데도 몸에서 꽤나 진한 알코올 향이 퍼지고 있었다. 



"어제 술 진짜 많이 마셨나보네. (일부로 얼굴을 안 마주치고는 주방 쪽으로 가면서)"


"마지막에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소주 3병 넘게 마신 것 같아요..사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머리가 좀 아파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곤) 기억이 안 날 정도까지 마시면 어떡해.. 형이 말 했지. 너 이제 20대 아니라고, 30대면 술도 적당히 끊고, 조절해서 마셔야지 임마. 너 그러다 몸 상하면...."


컵에 물을 따르면서 승현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승현이가 내가 말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뒤에서 날 확 끌어 안았다. 



"승현아;; 왜 그래;;; 그렇게 갑자기 뒤에서 안으면...."


너무 갑자기 뒤에서 날 껴안는 바람에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내가 어디까지 말했는지 순간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 목 뒤로 전해지는 그 녀석의 숨결,


은은하게 퍼지는 알코올 향.


승현이의 체취.



"저한테 술 냄새 많이 나죠. 형. 이렇게 잠깐만.."



그리곤 승현이가 두 손에 힘을 주고 날 더 꼬옥 껴안는데


승현이의 두 손이 내 배꼽 앞에서 깍지를 끼고 있었고 

그 녀석의 가슴은 내 등에 

그 녀석의 물건은 내 엉덩이 부분에 

완전히 맞닿아 세게 껴안을 때마다 내 몸을 조금씩 짓누르고 있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꼭 내가 고민하고 있던 모든 것들을 전부 다 쏟아낸 후, 마치 날 위로라도 해 주듯 뒤에서 날 꼬옥 안아주는 승현이 때문에 순간 예고도 없이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안돼...'


'감상에 젖어선 안돼...'


'참아야 돼..'


'지금은 절대로 눈물을 흘려선 안돼..'



그렇게 승현이에게 꼬옥 안긴 채로 서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형 안아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잘 참았다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잘 참아내고 있었는데.. 



언제인가부터 날 안아주고 싶었다며 말하는 


승현이의 따뜻한 목소리에


더 이상 참질 못하고 눈물을 흘려버렸다.



그리곤 그 눈물이

내 볼을 타고 내려와 턱에 고이더니


'뚝'


'뚝'


내 배꼽 앞에 깍지를 낀 승현이의 손 위에 


한 방울씩 '뚝' '뚝' 빗방울 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ckdhfkd12" data-toggle="dropdown" title="키긱킥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키긱킥</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샹이님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샹이님 글로 하루를 마감하니 기분이좋네요

근데 희재나쁜놈때문에

상찬이랑 승현이랑 이제 떨어지는건 아니겠죠?ㅜㅜ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