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 녀석과의 동거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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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의 손에 있는 내 휴대폰 잠금화면에는 본가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견을 품에 안은 채, 환하게 웃으며 찍은 내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내가 볼 땐 정말 아무렇지 않았었는데 저렇게 남의 손에 들려있는 휴대폰에서 잠금화면에 띄워진 내 자신을 보고 있자니 


왜 그동안 희찬이 녀석이 제발 그 배경화면 좀 다른 걸로 바꾸라고, 볼 때 마다 욕에 욕을 퍼 부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려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나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는데 


“(휴대폰을 받으며) 감...감사합니다. 그리고 아까, 괜히 그 쪽에게 목소리 높여서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볼 일이 끝났다는 표정과 함께 내게 가벼운 목례를 한 다음, 키오스크 앞에 늘어선 사람들 뒤에 차례로 줄을 서는데



“저기...”


이번엔 반대로 내가 그의 어깨를 툭 하고 건드렸다. 


“(몸을 뒤로 돌려선) 네?”


“다른건 아니고, 조금이라도 사례를 해 드리고 싶어서요..”


“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방금 전, 화장실에 막 두고 나가신 거 바로 전해드렸을 뿐인데요. 괜찮으니까 신경 안쓰셔도 돼요.”



그렇게 그가 다시 키오스크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데



“(잠시 머뭇거리다) 그럼; 햄버거라도 사게 해주세요.”


“네? (당황하며) 정말 괜찮은데;;”


자꾸 괜찮다고 하는 그를 키오스크 행렬에서 살짝 끌어내며


“메뉴만 말씀 해주세요. 사실 제가 아까 전 부터 정신이 좀 없었는데, 휴대폰 찾아주신거 진짜 고마워서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어서 그래요.”


“저 그럼 그냥 따뜻한 커피 하나만 마실게요”


“아...자꾸 왜 그러십니까. 아까 분명히 햄버거 포장하실꺼라고 그랬잖아요. (잠시 고민을 하다) 아! 그럼 제가 선택지를 드릴께요. 빅맥 이랑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이 둘 중에 하나 골라보세요”


괜히 멋쩍어하다 그가 가볍게 입 밖으로 


“베토디요”


라고 내 뱉었다. 


사실 희재와의 일 때문에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딱히 저녁도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가 ‘베토디’ 라는 말을 꺼내는데, 그 때부터 왜 그렇게 햄버거가 먹고 싶어지던지..


갑자기 하루 내내 굶은 사람처럼 허기가 져 왔다. 


그렇게 키오스크 앞에 서서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세트 2개를 먼저 입력하곤 휴대폰 문자를 열어 희찬이 녀석이 써놓은걸 입력하는데


빅맥세트 1개, 상하이치킨스낵랩 1개, 치즈스틱 1개, 애플파이 1개.


“하....윤희찬, 이 돼지새끼 진짜”


키오스크에 띄워져 있는 메뉴를 하나하나 누르면서 자연스레 희찬이 욕이 나오는데 그가 내가 돼지새끼라고 하는걸 들었는지 흠칫 하고 날 한 번 보고는, 괜히 몸을 돌려 본인의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아...방금 한 말; 그 쪽한테 한 소리 아니에요..(괜히 눈치를 보며) 집에 같이 사는 친동생인데, 맥날에서 뭐 좀 사오라고 문자를 딱 보냈는데.. 메뉴를 이리도 많이 보냈네요. 형 뭐 먹을꺼냐고 물어보기는커녕 지 먹을것만 이렇게 적어놓은거 봐요.. 애가 이래요..나쁜 놈.” 


난 결제를 마치고, 카운터로 가서 베토디 세트 1개는 따로 포장해달라고 요청을 하는데


내 주문서와 영수증을 한 번 살피고는


“네. 베토디 하나 따로 포장이요. (체크를 하며) 근데 지금 주문이 밀려있고, 메뉴도 조금 많으셔서 십오분에서 이십분 정도 시간 필요하세요.”


“아 넵. 감사합니다. (하..희찬이 새키)”

 

그렇게 돌아와 한 쪽 끝에 가만히 서 있는 그에게 다가가서는


“십오분에서 이십분 정도 시간 필요하다고 하네요. 하나만 시켰으면 더 빨리 나왔을텐데 괜히 죄송해요. 잠깐 여기 앉아서 기다리시죠~”


“죄송은요, 안 쓰셔도 될 돈 쓰시는 것 같아서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합니다.”


“그런 말 마셔요.”


체크남방에 맨투맨 티셔츠를 덧입고, 두꺼운 디스커버리 파카를 입은 그. 


휴대폰 찾아준 것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 지금 이렇게 마주하고는 있지만, 처음 본 사이라 많이 어색해서 그랬는지 우린 테이블에 앉아 서로 아무런 말도 없이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지-----------잉



그 때 갑자기 울리는 전화 진동.


또, 희찬이 녀석이다.


“(앞에 앉아있는 그가 조금 신경쓰여 목소리를 조금 낮춰선) 또 왜”


“언제 와. 배고파 죽겠네.”


“이렇게나 많이 시켜놓고 언제오냐고? 니가 인간이냐? 그리고 이런 건 일일이 전화하지 말고 톡으로 좀 해”


“아 그리고 포장할 때 케찹 한 개 더 달라고 하는거 잊지 말구! 근데 형, 너도 햄버거 같이 먹을거지?”


“참 빨리도 물어본다. 이 돼지새끼. (괜히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더 낮추며) 너 근데 뭘 이렇게 많이 주문해. 이거 혼자 다 먹을수나 있어?” 


“쯔양이나 히밥은 열 개도 넘게 먹는데, 남자가 햄버거 세트 1개랑 사이드 몇 개 혼자 못 먹을까봐??”


“이런.. 씨... 그 사람들이랑 너랑 비교한다는게 말이나 되냐?” 

   

“암튼 배고프니 빨리 와. 날 추우니까 식지 않게 최대한 빨리.”


그리곤 전화를 툭 끊어버리는 희찬.


“여보세요? 야. 윤희찬. 하. 이 새끼가 진짜. 지 말만 하고..”


앞에 앉아 있는 그가 한번 더 흠칫 하더니 고개를 한 번 갸우뚱 하고는 다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린다. 


“하... 동생 녀석이 말을 너무 안 들어서 큰일이네요.(멋쩍어하며)”


“(웃으며) 전 외동이라 그런지, 티격태격 할 수 있는 형제가 있으신거 엄청 부러운데요?”


“아.. 외동이시구나..”


“그래도 참 착하신 형 이시네요. 동생이 먹고 싶은거 다 포장해서 사 가시고. 근데 초면에 이런 질문 죄송하지만, 동생 분 혹시 나이가...”


“네?? 제 동생요? 그러니까. 희찬이 개가 올해.. 서른 둘이요.”


“아 서른 둘~”


“근데 제 동생 나이는 갑자기 무슨 일로..”


“좀 익숙한...(뭐라고 말을 이어가려다 도중에 멈추곤) 아 아니에요~~~~”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는데 


‘띵~~~~~~~~~~~~동~~~~~~~~~~~’


전광판에 982번 숫자가 깜빡거림과 동시에 


“982번 고객님 포장하신 거 나왔습니다”


카운터에서 982번 포장 완료되었단 소리가 들렸다. 


“엇. 저희꺼 나왔나봐요”


“손님, 여기 있는게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세트 1개 포장한 거에요~~~~~”


그렇게 알바생이 가리킨 걸 집어 바로 그에게 건넸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내게 고개를 숙이며)”


“폰 찾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해요. 동생은 제 잠금화면 사진 볼 때마다 욕만 하는데, 이 사진이 이렇게 도움이 될 때가 있네요.”


“잘 나오셨어요.”


“네? (괜히 그의 말에 놀라서)”


“사진요. 잘 나오셨다구요. 아까 맥도날드에 들어오고나서부터 그 쪽을 지금까지 봤는데, 계속 무표정으로만 계셔서..그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도 잘 웃을 수 있는 분이시구나.. 하고 감히 생각 했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렇게 그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간단히 내게 숙인 후, 먼저 몸을 돌이키는데



뭐지....


순간 그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가 내게서 점점 멀어지는데 괜히 휴대폰을 들어 버튼을 누르곤 다시 화면을 켜보았다. 


반려견 둥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 그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내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약 15분 후, 집에 도착해선


“으~~~~밖에 진짜 개 추워.. 손 발 다 얼겠다. 진짜”


움츠렸던 몸을 펴며, 포장해 온 햄버거를 상 위에 올려두는데


“야! 윤희찬. 뭐해. 나와서 빨리 햄버거 먹어”



근데 방 한 쪽에서 드라이기 소리가 위~~~잉 위~~~윙 거리며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방 문을 열자 


“어 왔어? 밖에 존나 춥지? 하 뭐 입지.”


“너 뭐냐?”


“미안. 갑자기 서윤이가 보자는데 그럼 어떡해. 햄버거는 그냥 나둬. 있다 와서 야식으로 먹을테니까.”


“와...(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윤희찬, 니가 인간이냐? 어휴..저 새끼 말만 듣고, 사 온 내가 미친놈이지.”


“아 미안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여친이 밥 먹자는데 그럼 무시할까? 아님 그냥 헤어질까? 어????”


“너 헤어진다는 말 함부로 하지마라. (정색하며)”


“뭐래...갑자기 왜 정색이야.”


“됐어. 햄버거랑 사온 거 내가 혼자 다 먹을 거야.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잘 됐지 뭐.”


“형. 너 햄버거 세트 하나 먹음 끝이잖아. (웃으며)”


“아니거든!!! 오늘 따라 식욕이 폭발할 예정이거든!!??”


“어휴..그 식욕 그만 좀 폭발시키고. 성욕이나 좀 폭발 시켜봐. 이 황금 같은 주말에 집에서 뭐하냐. 애인도 없이. 그리고, 애인이 없는 사람들도 여자랑 잘만 만나고, 떡도 치고, 할 꺼 다 하고 사는데. 어휴.. 형 너는 진짜 샌님이라 큰일이다.”


“그만해라 진짜. (이를 꽉 깨물며)”


“아무래도 서윤이가 갑자기 부르는거.. 나랑 자고 싶어서 그러는거 같은데. 오늘은 내가 좀 피곤하니까 딱 두 번만 해야지.”


“어우. 지겨워.”


“아 그리고! 나 형 코트 오늘 딱 하루만 빌리자!”


“입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고 빨리 눈 앞에서 꺼져 그냥”


“사랑해 형,”


 

그렇게 희찬이 녀석이 나가고 나서, 배가 고팠는지 상 위에 올려진 햄버거를 먹는데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버거가 이렇게도 맛있었나. 


사람들은 크게 의미부여하지 않겠지만 나와 같은 햄버거 취향에 괜히 의미부여를 함과 동시에 ‘피식’ 미소가 지어지면서 아까 전에 내 핸드폰을 찾아준 그를 떠올렸다. 


그렇게 햄버거를 다 먹고 나서는 가만히 앉아 있는데 


이번엔 또 희재 녀석의 날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 말이 계속 떠올라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컴퓨터로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인 레드벨벳 노래 중 신나는 곡들로만 엄선한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시킨 뒤 대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빠 !! 빨간 맛!! 궁금해 허니~ 깨물면 점점 녹아든 스트로베리 그 맛!!! ♬’


난 노래를 흥얼거리며 무선 청소기를 붙잡고는 내 방부터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희찬이 녀석 방도 침대 밑부터 바닥까지 깨끗하게 닦아내고는 마지막 하나 남은 작은 방까지 청소하는데 어느새 노래는 여러번 바뀌어 비교적 최근에 나온 곡인 짐살라빔이 흐르고 있었다. 선 병맛 후 중독의 대표적인 곡 이랄까.  


‘짐살라빔 짐 짐살라빔 짐 짐살라빔 짐짐~ 어머 어머 어머 활짝 웃는 널 봐~ 너무 너무 너무 깜짝 놀라진 마 그게 바로 너야~ 주문을 외는 순간 누구든 행복해져♬‘


그런데 그 신나는 리듬에 파묻혀 정신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활짝 웃는 널봐’


‘그게 바로 너야’


‘주문을 외는 순간 누구든 행복해져’


전에는 잘 들리지 않던 가사가 오늘 따라 어찌나 귀에 쏙쏙 잘 들려오는지. 


꼭 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아 청소를 하다 


'그래, 활짝 웃는게 그게 바로 나야!!! 다시 행복해지자!!!'


라고 나에게 주문을 걸어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누가 내 주문을 들어주기라도 한 걸까. 그게 아니면 희재에 대한 마음이 많이 무뎌져 버린 걸까.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은 정말이지 괜찮아 졌고, 내 옆에 붙어다니던 희재의 그림자가 나에게서 그저 사라졌을 뿐, 늘 그렇듯 똑같은 일상생활들이 내 삶에 반복 되고 있었다.


  


[1개월 후]



토요일.


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 최집사님네 아들 결혼식에 참석 차, 서울에 올라왔다가 잠시 우리 집에 들렀다. 


그리고 요즘 농사에 재미가 들리셨는지 밭에서 바로 수확한거라며 옥수수, 고구마 등을 가득 들고 오셨다. 


“아니 무겁게 이런 건 뭐하러 들고 왔어”


“너랑 희찬이 다 고구마 좋아하잖아. 삶아서 같이 먹어.”


쇼파에 앉아 리모컨을 돌려가며 티비만 보고 있는 아빠. 


그리고 엄마는 냉장고 문을 계속 열었다 닫았다 하며 냉장고 안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티비만 보고 있던 아빠 입에서 갑자기 


“오늘 결혼한 최 집사님네 아들도 너보다 두 살이나 어린 34살이라더라. 넌 나이가 서른 여섯인데 대체 언제 장가를 가려고 그러냐.”


“에이 아빠. 갑자기 또 무슨 장가 소리야. 희찬이부터 보내자. 희찬이 여자친구 내가 몇 번 봤는데 애가 싹싹한게 괜찮더라고.”


“말 돌리지 말고. 누가 희찬이 이야기 했어? 너 이야기 했지. 만나는 여잔 있냐.”


“여자요..? (당황했는지, 존댓말이 나와서는) 그게...그러니까..”


“휴..(한숨을 쉬고는) 됐다. 여보, 여보가 보기에 그 우리 교회, 찬양단 앞에 서서 매주 노래하는 청년 있잖아. 그 강원대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 한다는.. 그 청년 이름이 뭐였더라?”


“아영이 청년?”


“그래 아영씨. 그 아영씨 남자친구 없다 그러지 않았어?”


“근데 아영씨 아직 스물 여덟이라 우리 상찬이랑은 8살 차이 나는데 좀 많이 어리지 않아요? 여보?”


“여덟살 차이가 뭐 어때서. 딱 좋은데 뭐.”



나는 관심도 없는데, 엄마 아빠 둘이서 도대체 왜 저러나 싶어서 



“아니 아빠. 그리고 엄마!! 그 아영씨란 분 의사는 묻지도 않고 두 분이서 도대체 왜 그러세요. 내가 나이가 많다고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왜 니가 어디가 어때서. (엄마가 날 보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어휴..;; 그래. 그건 그렇고 희찬이 애는 언제 오는거냐. 지금 여자친구 만나고 있대?”


“아니, 오늘 고등학교 친구 만난다고 그랬는데.. (시계를 확인하곤) 시간도 됐는데 그냥 우리가 슬슬 지금 나가야 될 것 같은데. 어차피 밖에서 삼겹살 먹기로 했잖아. 우리가 미리 밖으로 나가지 뭐. 희찬이 한테 연락해놓을게.”


밖에서 바로 보기로 하고는, 희찬이에게 한번 더 전화를 걸었다. 


“야 너 그래서 지금 어디야. 약속 끝났어?”


“아니, 지금 친구랑 같이 있는데”


“뭐? 빨리 끝내고 이쪽으로 와 임마. 지금 엄마 아빠랑 같이 나가고 있어. 빨리 헤어지고, 20분 후에 거기 말했던 대로. 오키?”


“아.. 알았어.”



[삼겹살 집]


고기집 안으로 들어와 엄마 아빠와 셋 이서 마주 앉아 있는데


“아 진짜 괜찮다니까!!!!!!! 들어오래도!!!!!!”


가게 문 바깥 쪽에서 희찬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옆에 친구인지, 누군가와 계속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하, 진짜 윤희찬 저 새끼가 진짜..”


“넌 형이 돼서, 동생한테 새끼가 뭐야. 윤상찬. (엄마가 날 보고는)”


“여기 계세요. 희찬이. 데리고 올게요”


그렇게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데 친구랑 계속 실랑이를 하고 있는 희찬.


“야. 윤희찬. 너 왜 안 들어오는데. 엄마 아빠 기다리시잖아.”


“아니.. 여기 내 친한 친구인데, 같이 먹으면 안될까??? 좀 사정이 있어서.. 응?”


친구녀석이 몸을 돌리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게와 반대방향으로 자꾸 몸을 움직이는거 보니 친구도 썩 내켜하지 않는 것 같은데 희찬이 저 녀석이 당체 왜 저러나 싶었다. 


“후.. 저 새끼가 진짜. 잠깐 기다려봐”


난 가게로 다시 들어와 부모님께


“희찬이가, 친구를 데려왔는데 밥 같이 먹어도 되냐는데 엄마 아빠 안 불편하시겠어요?”


“우리가 불편할게 뭐가 있니. 들어오라구해~ 희찬이 친구면 아들이나 마찬가지지 뭐”


“네에.....”


난 문을 열고는 희찬이 녀석에게


“야. 엄마가 같이 데리고 들어오래... (계속 몸을 돌린채로 희찬이 녀석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그의 등에 대고는) 저희 진짜 괜찮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들어와서 같이 먹어요”


그러더니 희찬이 녀석 표정이 밝아져선


“들었지? 우리 가족 이런거 하나도 안 불편해 한다니까. 그리고 뭐 어때. 그냥 우리 집에 와서 밥 한 번 먹는다 생각하면 되지. 부모님한테 오랜만에 인사도 할 겸. 너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우리 엄마 한 번 본 적 있지? 오랜만에 인사도 드리고 임마.”


왠지 저 실랑이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난 먼저 들어간다”


난 가게로 다시 들어와선


벨을 누르고 


“일단 여기 삼겹살 5인분 주시구요. 술은 처음처럼 하나.....(괜히 엄마 아빠 눈치를 보다가) 그러니까 술은 안 드실꺼고... 밥 다섯공기도 바로 같이 주세요.”


“윤상찬, 너 엄마가 술 줄이라고 했지."


“아니 삼겹살에 어떻게 소주 한 잔을...안 시킬 수... 아...아니에요.. 저 이모!! 여기 콜라랑 사이다도 하나씩 주세요~~~~~~~~”



상 위에 온갖 밑반찬들과 쌈장, 양파절임, 쌈채소 등이 차려지는데 그 때 희찬이 녀석이 친구 손을 붙잡곤


“인사해. 여기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형. 엄마 내 고등학교 때 같은반 친구 승현이. 학교 때 엄마랑 승현이 내 기억에 한 번 인사한 적 있는데 십년도 더 지난 일이라, 아마 서로 기억 안 날테니, 뭐 초면이라 생각하고 인사 해.”


“안녕하세요. 희찬이 고등학교 친구 안승현 이라고 합니다. 가족 모임에 이렇게 갑자기 끼게 돼서 죄송합니다.”


난 엄마와 아빠가 앉은 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희찬이와 친구녀석은 내 왼쪽 옆에 우두커니 선 채로 우리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머 반가워요. 듬직하니 얼굴도 잘생기셨네. 오늘 특별한 가족모임 아니고 그냥 밥 한번 먹으려고 모인거니, 불편해 하지 말고 앉아서 같이 들어요. (엄마가 편하게 대하며)”


“(헛기침을 하는 아빠) 이렇게 모이니, 꼭 아들 셋을 둔 것 같구만. 허허. 편하게 앉아서 들어요.”


“형. 너는 내 친구한테 인사 안하냐?”


“(엄마가 희찬일 보곤) 이것아. 형 한테 너가 뭐야 너가”


“냅둬. 희찬이 저러는거 어디 한 두 번이여야 말이지.”


난 고개를 옆으로 돌려선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희찬이 형 이에요...”



그렇게 고개를 돌려 친구 얼굴을 보고 내가 희찬이 형임을 알리는 인사를 하는데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때부터, 희찬이한테 형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어라? 저 얼굴..분명히 어디서 본 것 같은데...어디서 봤더라'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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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slaveboy" data-toggle="dropdown" title="Slavez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Slavez</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베토디 소년이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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