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 녀석과의 동거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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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재가 어째서, 그것도 무슨일로 우리집엘 온 걸까.
무엇보다 카페에서 희재와 그렇게 마지막으로 헤어지고 나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쯤이면 발령으로 부산에 있어야 할 녀석이 왜 아직도 서울에 있는거지?
그래도 아는 사람인데, 무작정 문 닫은채로 대화할 순 없어서, 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희재를 보고는) 오랜만이네. 집까진 무슨 일..”
근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확 퍼지는 술 냄새. 술에 취한 채로 희재의 얼굴이 한 껏 상기되어 있었다.
“어우, 술 냄새. 아직 해도 안 졌는데, 뭔 술을 이렇게 마셨어??”
“윤상찬... (길게 호흡을 내 뱉으며) 나 문 앞에 이렇게 계속 세워둘 거야? 잠깐 들어가서 우리 이야기 좀 하면 안 될까?”
“어? (당황해서) 지금은 좀 그런데..”
“왜? 방금 문 열기 전에 희찬이냐 라고 한 거 보면, 지금 희찬이 집에 없는거 아냐?”
다른 것 보다 조금 있으면 승현이 녀석이 다이소에서 돌아올텐데... 그 부분이 신경쓰여선
“아니, 그러니까 (머뭇머뭇거리다) 지금은 좀 그래.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날 한번 노려보다가) 윤상찬 너.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이내 두 눈을 다시 치켜뜨며 취한채로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고는) 너 설마 희찬이 없을 때마다 집에서 번개 같은거 하냐?”
“뭐래. 그런거 할 시간 없거든. 그리고 변희재. 제발 부탁인데 목소리 좀 낮춰줄래??”
“그럼 아까 니가 말한 승현인 또 누구야?? 내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 승현이야? 라고 니가 말한거.”
“뭐!? (당황해서) 갠;; 그냥; 희찬이 친구야. 근데 내가 왜 이런 것 까지 너한테 말해야 돼?”
“뭐? 희찬이 친구? 희찬이도 없는데 왠 희찬이 친구? 너 지금 나 술 취했다고.. 대충대충 말 하는거냐?? (목소리가 다시 커지며)”
“설명하자면 기니까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자. 근데 부산에 있어야 할 놈이, 우리 집까지 대체 무슨 일이냐고. 아니다. 됐고, 너 지금 많이 취한거 같으니까 오늘은 그만 돌아가.”
“아니 그러니까 내가 많이 취한 상태에서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문전박대 하기 있냐. 너 아무리 그래도...(딸꾹) 그러면 안돼 임마.. 푸우 (깊게 한숨을 내쉬며)”
“(갑자기 그런 희재가 안쓰러워 보여선) 너, 딱 10분만이야. 들어와.”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로 가서 손부터 씻고는 제 집 인냥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는 희재.
사실 희재는 우리 집에 여러 번 온 적이 있었다.
연애 한창 초기 때는, 희찬이가 없는 틈을 타 동생 녀석 몰래 우리 집에 여러 번 부른 적도 있었고
언제는 희찬이 녀석에게 친구로 소개 시켜주면서, 그렇게 한 번 얼굴을 트고 나서는 희재가 술에 취했을 때, 술에 많이 취했다면서 의도적으로 희재를 집에 몇 번이고 데려와 내 방 안 또는 작은 방에서 재운 적이 있었다.
“술 확 깨라고 얼음물이라도 줘? 아님 콜라?”
“콜라는 됐고, 그냥 물 한 잔만 줄래!? 얼음은 빼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라 그의 앞에 내려놓는데
“자, 여기 물. 그래 어디 이야기나 들어보자. 부산에 있어야 할 놈이 지금 왜 서울에 있는거야?”
“(컵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다시 내려놓고는) 상찬아, 나 부산 발령. 연기 됐어.”
“뭐..? (놀라며) 갑자기 왜. 아예 확정된 거 아니였었어?”
“응 나도 거의 확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부산 쪽에 문제가 좀 생겨서 발령이 연기가 됐어. 짧으면 1년, 길면 3년 이라는데, 3년 이상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 그래서 그냥 맘 접고 서울에서 다시 열심히 해볼까 해서....”
“아 그래...? 뭐 연기가 된 것도 회사가 내린 결정이니 어쩔 수 없지 뭐..”
“할 말이 그게 다야?”
“왜..? 발령 연기된 거 축하 파티라도 할까?”
“어휴... 저 눈치 없는 놈. (앞에 놓인 컵을 들어 한번 더 물을 벌컥 마시고는) 근데 희찬이도 없는데 희찬이 친구가 너네 집에 무슨 볼 일이 있어서 오는건데? 그리고 비밀번호 눌러보라는 건 또 뭐냐고!!! 나만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거야?”
“아니, 니가 뭔데 이해를 하려고 하는데? 물 마셨으면 집에나 빨리 가.”
“아니 들어와도 희찬이랑 같이 오는게 일반적인거 아냐? 너만 있는 집에 희찬이 친구가 혼자 온다는게 납득이 안되잖아! 납득이!! (목소리가 커지며)”
“목소리 좀 제발 낮춰줄래??”
“알았어. 근데 내 상식으로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니까 그렇지.”
“(둘 뿐이지만 목소리를 최대한 작게 내며) 희찬이 친구가 같이 살던 집에서 부득이 하게 급하게 나오게 되면서 원룸 구할 때 까지만 우리 집에서 잠깐 살기로 했어. 우리 작은 방 하나 남자나.”
“뭐? 너 제정신이야??”
“아니 희찬이가 부탁하기도 하고...”
“(내말을 끊고는) 아니, 다른걸 다 떠나서 왜 하필 너네 집인데??? 그럴거면 고시원은 왜 있고, 모텔은 왜 있는건데?”
“그냥 상황 들어보니 좀 딱하기도 했고, 아니 근데 내가 왜 너한테 그런 소릴 들어야 하는건데?”
“상황을 들어!? 희찬이한테서 말만 듣고 결정을 했다고?? 니가???”
“아니..!! 어제 희찬이가 밥 먹는데 같이 데리고 나왔더라고. 그래서 술도 한잔 하고 하다가 우연히 이야기가 나온거야. 희찬이가 부탁하는데 상황이 많이 좀 딱해보여서, 그래서 허락하게 된거고..”
“뭐??? 그럼 직접 만나서 이야길 들었다는거네? 하..(어이가 없다는 듯). 이거 그럼 백프로 아니 이백프로 네 흑심이 들어간거 아니야?”
“뭐래;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 자꾸 내뱉을꺼면 집어 치우고 집에나 빨리 가. 그리고 희찬이 친구라고 내가 말 했지. 너 몰라? 희찬이 그 녀석이 혹시라도 우리 게이인거 아는 순간. 그 땐 우리 둘 다 끝이야. 끝! 너 이거 명심해. 나 허투루 하는 소리 아니야.”
“희찬이 친구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희찬이 없을 때 마다 집 안에서 계속 붙어있고 그러다보면 같이 정들고 그럴텐데 진짜 아무일 안 생길거라는 자신 있어? 그거 확신 하냐고?”
“아무 일도 없을 우리 둘 사이에, 구태여 니가 일을 만들어서 끼워 맞추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인거냐? 그리고 자신 있냐고? 어! 자신 있어. (꽤나 당당한 표정으로) 적어도 내 동생 친구 녀석이잖아. 근데 아까부터 내가 왜 자꾸 너한테 이런 소릴 들어야 하는 건데? 너 지금 내 애인 아니거든? 설마 취해서 오락가락 하는거 아니지??”
“발령도 연기된 마당에... 그럼 우리 사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거 아닌가 해서.”
희재가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지금 내가 잘못 들은거지? 너야 말로 제정신이야? 니가 방금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 물 다 마셨으면 집에나 빨리 가. 더 들을 것도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 때, 희재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내 손을 잡아 본인 쪽으로 내 몸을 확 끌어 당기는데
우리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나 가까워졌을까.
게다가 조금만 얼굴을 더 가까이 하면 코와 입술이 닿을 것 같은.. 아슬아슬한 거리.
그렇게 서로 얼굴을 마주한 채로 몇 초 정도 바라만 보다가..
“생각은 해 볼 수 있잖아. 생각만 해봐. 나 그럼 간다.”
그렇게 희재 녀석이 몸을 돌려 막 나가려고 하는데
‘띠 띠 띠 띠 띠. 띠리리 ♬’
현관문 도어락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고,
현관문이 열린 후, 문이 닫히자마자
“아 딱 적어간 것만 사려고 했는데, 다이소가면 꼭 더 사게 돼요. 이거 저만 그런거 아니죠 형? (웃으며 말하다) 아 깜짝아...(거실에 우두커니 서있는 희재를 보며 깜짝 놀라는 승현)”
“왔어? 아 여기는 형 친구. (희재를 가리키며) 희재라고. 잠깐 할 이야기가 있어서 집에 들렀어.”
“아 그러시구나. 안녕하세요 (다정한 목소리로) 전 희찬이 친구 안승현 이라고 합니다.”
“아 네. 전 상찬이 친구 변희재라고 합니다. (승현이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희찬이가 잘 생겨서 그런가. 희찬이 친구들은 하나 같이 다 잘생긴 것 같다. 그치 상찬아? (날 한번 쳐다보다 다시 승현일 보고는) 근데 여기서 앞으로 같이 사시나봐요.”
“아 그게;; 사정이 있었는데, 상찬이 형이 잘 봐주셔서 이렇게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아 그래요...? (날 한 번 스윽 쳐다보고는) 제가 오늘은 술이 좀 돼서.. 다음에 기회되면 또 보시죠. 아까 내가 말한 거 잘 생각해봐 윤상찬. 전 그럼 이만.”
“아 네. 조심히 안녕히 가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며 희재에게 인사하는 승현)”
승현은 고개를 한 번 갸우뚱 하더니, 별 일 없는 것처럼 봉지에서 사온 물품을 하나 둘씩 꺼내고 있었다.
몸을 살짝 휘청이며 집 밖을 나서는 희재.
마중까진 아니더라도, 집을 나와 살짝 뒤 따라 나서서는
“택시 타고 가. 너 지금 많이 취했어.”
“술 다 깼다. 그러니 신경쓰지 말고 들어가라...춥다.”
그렇게 희재가 내 눈 앞에서 휘청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는데
오늘은 또 왜 저 자식이 안쓰러워 보이는거지.
이게 도대체 무슨 마음인지, 답을 내리지 못한 채, 희재를 보내곤 다시 집에 들어오는데
승현이 날 보고는
“형, 이제 슬슬 식사 주문 하면 되겠죠?”
“어..(아까 희재의 우리 사이 다시 생각만 해보라는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선)”
“이사한 기념으로 탕수육도 하나 시킬게요. 형 짜장면이랑 짬뽕 중에서 뭐 드실꺼에요?”
“어. 그렇게 하자. (잠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네?? 형??”
“어.. 그렇게 시키면 될 것 같은데, 뭐 다른 말 했어...?”
“짜장면이랑 짬뽕 중에 뭐 드실거냐고 물어봤는데여....(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아.. 미안.. 짜장면으로 부탁해.”
“네 형. 근데 형 괜찮으세요? 이따 출근하셔야 하는데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 보이세요.”
“어, 아무일 아니야. 신경쓰지마. 형 잠깐 방에 들어가 있을께.”
“네 형”
내 방 안에 들어와 침대에 가만히 눕는데
자기야 ~ 하면서 누군가와 다정하게 통화하던 희재의 목소리.
날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희재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귓가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쁜 새끼.. 생각을 하긴 뭘 해봐. 우린 이미 끝난 사인데..”
한 2~30분 정도 침대에 누워있었나..
‘똑 똑’
내 방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 배달 왔어요. 나와서 식사 하세요”
“어. 나갈게..”
그렇게 거실로 나가는데
식탁 위에 짜장면 두 그릇, 탕수육 하나, 단무지, 양파, 춘장 그리고 서비스인건지 군만두도 하나 올려져 있었다.
“뭘 이렇게 많이 시켰어 승현아;”
“에이 이게 뭘 많아요. (군만두를 가리키며) 아 군만두는 리뷰 서비스에요!! (웃으며)”
“잘 먹을께.”
“저도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어서 드세요 형”
그렇게 서로 짜장면을 먹는데 그 때 맥도날드에서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몇 분간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먹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형! 천천히 많이 드세요!!”
승현이가 먼저 말 문을 열었다.
“그래. 너도 많이 먹어”
“그리고, 감사해요. 사실 정말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신세지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도 당연히 있지만.. 그래도 덕분에 맘을 좀 놓이게 됐..어요.”
“니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오히려 다행이다. 뭣보다 우리 희찬이 좀 니가 잘 챙겨줘. 개가.. 나이만 먹었지.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부탁 좀 할게.”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형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고개를 숙였다 드는데 승현이 입술 옆에 짜장 소스가 한 가득 묻어 있었다.
그런 모습에 괜스레 웃음이 나와선
‘피식’
“? 왜 웃으세요 형”
“그냥...”
“아.. 저도 같이 웃어요 형!!!”
난 각티슈에서 휴지 두 개를 뽑아내선
“고개 들고 가만히 있어봐”
“네? 고개 들고요? (고개를 가만히 드는)”
그렇게 가만히 고갤 들고 있는 승현의 얼굴 앞에 손을 가져가 쥐고 있던 휴지로 그의 입술에 묻은 짜장 소스를 닦아 주었다.
“니가 애냐?? 뭘 그렇게 묻히고 먹냐?”
“(순간 당황했는지) 원래 짜장면은 입에 가득 묻히고 먹는거 아니에요?”
“그래, 맛있게 먹으면 그게 최고다 그치?”
“네!! 오랜만에 중국음식 먹어서 그런가 너무 맛있어요. 아니다 ! 형이랑 같이 먹어서 그런가?(웃으며)”
꽤나 능글맞게; 저런 말도 할 줄 아는 녀석이구나 싶어서
“오바 금지!! 아 그리고 화장실은 거실에 하나 있고, 내 방 안쪽에 작은 화장실 하나 더 있거든. 혹시 거실에 누가 쓰고 있는데 정 급하거나 쓸 일 있으면 내 방 안쪽에 있는 화장실 쓰면 돼”
“아 넵.”
“빨래할 거 있으면 저기 세탁기 앞에 바구니 두 개 있으니까. 흰 빨래, 색깔 있는거 각각 나눠서 담으면 되고..청소는 순번을 정해서 다시 알려줄게.”
“형! 짜장면이랑 탕수육 다 식겠어요! 일단 다 드시고 천천히 이야기 해요~ (웃으며)”
“그래..”
그렇게 식사를 다 하고, 어느새 시간은 8시를 넘어서 야간근무 출근 준비를 슬슬 하고 있었다.
난 한 회사의 전기설비 관리 담당 일을 하고 있었고, 작년까지만 해도 주간에 근무를 했었는데, 갑자기 올해 야간으로 조 편성이 바뀌면서 밤10시-아침7시 (휴게시간 : 3시-4시) 까지 근무를 하게되었다.
그런데 출근을 하고나서도, 아까 희재 그 녀석의 말이 자꾸만 신경쓰여서 도무지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대리님, 이제 3시라 휴게시간 입니더.”
“아 그래?”
야간 근무조에 같이 편성된 정우가 곧 휴게시간임을 알려주었다.
“네. 좀 쉬실랍니꺼. 아님 컵라면 하나 때릴랍니꺼. 전 칼칼한게 막 땡겨가, 불닭볶음면 하나 먹을라꼬예”
“아 말만 들었는데도 침 고인다. 근데.. 저녁에도 면 먹어서.. 오늘은 패스할께! 맛나게 먹어라. (길게 한숨을 내쉬며)”
“윤대리님, 몬 일 있으십니꺼. 와 한숨을 그리 쉽니꺼. 게다가 오늘따라 안색도 쫌 안 좋아보입니더. 만구 제 생각이긴 하지만예.”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나 휴게실 들어가서 좀 쉴게”
휴게실 안에 들어와 마룻바닥에 잠시 몸을 눕히는데 자꾸만 희재의 그 말이 내 귓가와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우리 사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거 아닌가 해서.'
'생각은 해 볼 수 있잖아. 생각만 해봐'
야간근무를 마친 후, 아침 7시 40분을 조금 넘긴 시간에 집에 들어오는데 희찬이가 출근 준비를 하느라 거실과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왔냐? (날 보곤) 아 근데 안씅 저 새키 좀 말려봐. 아침 여섯시부터 일어나서는 왜 저러는거야 진짜..(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왜?”
그렇게 거실 안, 주방쪽으로 점점 걸어가는데 무슨 요리라도 하는건지 도마 위 ‘탁’ ‘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된장찌개 끓어오르는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엇, 형 오셨어요!!! (도마 위 가지런히 놓인 대파를 총총 썰다가 날 보고는)”
식탁 위에 놓인 계란말이와 콩나물 무침, 동그랑땡.
“아니 (식탁 위 차려진 아침을 보고는) 이게 다 뭐야; 승현아.”
“아 저 오늘 오후에 수업 있다보니, 오전에는 한가해서요 (웃으며) 형 이 시간에 들어온다고 하셔서 희찬이랑 셋이서 다같이 아침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그냥 간단한 거에요~~”
“아 그래;; 우린 고맙긴 한데 근데 승현아. 이럼 니가 너무 피곤하잖아. 그러니 오늘까지만 딱 하고, 내일부턴 이러지마. 우리도 부담스럽고, 그리고 아침은 형이 차리면 돼.”
“아...네. (살짝 풀이 죽어선)”
국 그릇에 된장찌개를 퍼 담고는 식탁에 다같이 둘러 앉아 밥을 먹는데. 언제 또 장을 봤는지 된장찌개에 두부, 애호박, 양파, 버섯 등 들어갈 재료는 대부분 들어가 있었다.
(된장찌개부터 한 숟가락 뜨는 희찬)
"어....때??? 괜찮아..? (희찬에게 맛이 어떻냐고 물어보는 승현)"
"(한 숟가락 더 뜨고는) 와.. 너 뭐냐? 안씅 이거 왜 맛있는건데???”
“유튜브에 나와 있는 레시피 대로 한거야..”
“(희찬의 말에 나도 한 숟가락 떠 먹어 보고는) 엇!!? 승현아! 이거 진짜 맛있는데?? (웃으며) 그래도 아까 말 한대로 내일부터는 이러지 않아도 돼. 형 말 알아들었지?”
"넵.."
"이 콩나물 무침도 아삭한게 맛있네? 진짜 에바야. (웃으며) 안씅 니 장가가도 되겠다 이제. (승현이의 목에 팔을 휙 감는 희찬)”
“아~~ 아퍼!!!! (소리를 내며) 밥이나 먹어 쪼옴!! (희찬의 팔을 억지로 푸려는 승현)”
"(팔을 안 놔주며) 희찬이 형! 해봐~ 그럼 풀어주께. (웃으며)"
"뭐래, 내가 여기서 형이라고 부를 사람은 상찬이 형 밖에 없거든!??"
"와.... 상찬이 형이래. (목을 풀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우리 형 이름 풀네임 진짜 오랜만에 들어봤다 (웃으며) 진짜 개 어색하네."
"응. 안 어색하거든."
"응. 개 어색하거든"
"뭐래, 밥 이나 먹어 쫌!! (웃으며)"
희찬이와 승현이 녀석이 웃으면서 아침부터 티격태격 하고 있는데
친동생 녀석이랑 단 둘이 살 때는 서로 쉬는 날도 다르고, 근무 시간도 거의 겹치지 않다 보니
둘이 산다고 해도 대부분 자고 있거나 아니면 혼자 있거나 둘 중에 하나였고 설령 같이 집에 있는다고 해도, 다른 형제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 두 형제는 그리 많은 대화를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게 한 없이 고요하기만 했던 집이었는데
이렇게 시끌벅적한 집이..
여기가 정말 우리 집이 맞나 싶어서 앞에 있는 승현이와 희찬이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이내 흐뭇한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점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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