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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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병실에서 (2)



지은은 처음에는 민재가 별로였다. 어쨌거나 그 사람이 운전하던 차에서 제 오빠가 사고를 당했다. 게다가 뭐가 그렇게 비밀이 많은지 처음에는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 뒤늦게 나타나더니 은근히 제 오빠한테 신경을 많이 쓴다. 


자기가 안 볼 때마다 제 오빠를 끔찍이도 챙긴다. 자기도 다친 주제에 오빠가 식사하는 것을 거들지 않나, 목은 마르지 않냐, 침대는 편하냐 등등 귀찮을 만큼 시시콜콜 챙겼다. 화장실 갈 때도 자기가 수발을 들겠단다.


게다가 아까 의사 선생님이 왔을 때는 자기 자신보다 오빠 상태에 대해서 훨씬 더 꼼꼼하게 물었다. 아마 아버지나 자기도 그렇게 하지 못할 성싶었다.


“오빠, 저 사람 꼭 오빠 애인 같다. 그지?”


“뭐?”


민재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지은이가 제 오빠 귀에 대고 속삭였다. 


“꼭 그래 보여. 하긴. 지금이라도 오빠한테 잘해야지. 자기가 운전하던 차를 탔다가 이 사고를 당했으니.”


재은은 들켰나 싶어 속이 철렁했다가 그게 아니란 걸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형 좋은 사람이야. 처음에 바로 연락하지 못했던 건 좀 사정이 있어.”


“그렇겠지. 아무튼 저 사람이라도 오빠 옆에 있으니 다행이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그래. 너 오늘 학교랑 학원이랑 많이 빠져서 어떡하냐? 고3이….”


“괜찮아. 성한이가 필기랑 과제 다 해놓는다고 했어.”


“성한이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네 남친이야, 꼬붕이야?”


당연하다는 듯한 지은이 말투에 재은이 동생과 동갑내기 성한이 불쌍해서 물었다.


“남친이 꼬붕이지 뭘. 그 맛에 남친 사귀는 건데.”


“에효.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리고 너 내일부터는 안 와도 돼. 학원수업이나 빠지지 말고 들어.”


“싫어. 그래도 올 거야. 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학원 아예 땡땡이치지는 않을 테니까.”


지은은 제 오빠가 저녁 먹는 모습까지 보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민재에게는 오빠 잘 부탁한다는 말까지 얄밉게 하고서. 

지은이 돌아가고 나자 병실 안에 잠시 적막이 흘렀다. 


“괜히 나 때문에 미안해. 내가 괜히 레이싱 간다고 해서 너까지 다치게 하고. 너를 안 데리고 갔어야 하는 건데….”


민재가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형? 내가 왔었기에 우리 둘 다 살았지, 내가 안 왔으면 형은 안전띠도 하지 않았을 거고, 그럼….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해. 같이 가길 잘했지.”


“정말 어떤 새끼인지 잡히면 가만 안 둘 거야.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새끼 분명히 고의로 받은 거야. 거기서 갑자기 시속 100이 넘는 속도가 나올 수가 없어.”


뺑소니범을 생각하자 화가 치미는 듯 민재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나는 뺑소니범 못 잡아도 상관없을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반드시 잡아야지.”


민재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재은을 쳐다봤다.


“나도 누군지 굉장히 화가 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싶어. 우리 둘 다 그래도 상당히 멀쩡한 편이잖아. 그 정도 사고면 최소한 반신불수가 되거나 사망이라는데…. 뺑소니범을 잡고 반신불수가 되느니, 차라리 못 잡아도 이렇게 큰 부상이 없는 게 낫잖아.”


재은은 진심이었다. 큰 사고가 나긴 했지만 어쨌든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둘 중 한 사람만 멀쩡하고 다른 사람이 크게 다쳤다면 그것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재은이 말을 묵묵히 듣던 민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재은이, 알고 보니 생각도 깊네. 나보다 훨씬 낫다.”


“그럼. 내가 형보다 훨씬 낫지. 그러니까 나보고 형이라고 불러봐.”


재은이 장난을 쳤다.


“뭐? 오호라, 이제 내 자리를 넘보시겠다? 너 거기서 딱 기다려. 가서 혼내줄 테니.”


“크크. 어차피 난 혼자선 움직이지도 못하는 데 뭘 기다려.”


민재와 재은이 몸에는 붕대를 칭칭 감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주거니 받거니 말장난을 했다. 


“형, 다친 것은 안 좋지만 이렇게 형이랑 둘만 있으니까 좋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그럼 우리 자나 깨나 늘 붙어있는 거야?”


재은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자나 깨나 붙어 있는다’는 말을 듣는 순간 민재는 재은을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그 웃음의 의미는?”


“그걸 간파하다니 대단한걸?”


사실 재은과 함께 있고 싶어서 일부러 병실을 옮기게 했다는 자백이다. 

민재의 말에 재은이 또 피식 웃었다. 좀 불편해도 일도 안 하고 이렇게 한 달 동안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병실 로맨스인가.

침대에 누워있던 민재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침대에서 내려와서 목발을 짚었다.


“왜? 화장실 가게?”


재은이 물었지만 민재는 대답은 하지 않고 재은이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재은이 목에 한 부목 때문에 고개를 제대로 돌리지도 못하고 왜 그러나 싶어 눈만 또르르 굴려 민재를 쳐다봤다. 

민재는 목발을 짚고 재은의 침대로 와서 앉았다.


“재은아.”


“왜?”


“지금 키스하고 싶어.”


뜬금없는 소리에 재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재은도 사실 진즉부터 같은 생각이었다. 지은이가 두 눈을 멀뚱히 뜨고 하도 요리조리 살피는 바람에 아직 제대로 손도 한번 잡아보지 못했다.


“나도.”


재은이 수줍게 대답했다.

민재가 재은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모두 목을 고정하는 부목을 대고 있던 터라 고개를 숙일 수가 없었다. 재은은 아예 움직이지를 못하고 민재는 부목을 한 채 허리 전체를 구부렸다. 그 모습이 마치 머리와 몸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로봇 같았다. 


키스 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두 사람은 입술만 겨우 맞대었을 뿐, 서로 혀를 주고받는다거나 좀 더 열정적인 입맞춤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갑자기 재은이 키득키득 웃었다.


“형, 로보트 같아. 큭큭큭.”


“뭐? 그럼 로보트 무쇠 주먹맛 좀 볼래?”


민재가 주먹을 쥐고 재은의 볼을 슬쩍 건드렸다. 그러자 재은이 혀를 살짝 내밀어 강아지처럼 민재의 주먹을 핥았다. 그리고는 민재를 유혹하듯 혀로 제 입술을 훔치며 색기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재은의 말캉한 분홍색 혀가 붉은 입술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민재의 아랫도리가 금방 뻐근해졌다. 당장 목의 부목을 벗어버리고 재은의 혀를 쪽쪽 빨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붕대를 감고 있어도 이렇게 예쁜 녀석은 재은이밖에 없을 것이다. 


“책임져.”


민재가 재은의 손을 잡더니 슬쩍 제 환자복 바지 위에 갖다 댔다. 민재의 주니어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재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왜 그렇긴. 네가 자극했으니까 그렇지.”


“내가 언제?”


“이렇게.”


이번엔 민재가 눈을 그윽하게 뜬 채 재은을 내려다보며 혀로 제 입술을 슥 훔쳤다. 민재의 짙은 눈썹과 오뚝한 콧날, 그리고 간만에(!) 보는 도도한 눈빛. 파르스름한 남자다운 턱과 얇지만 선명한 입술을 보니 이번에는 재은이 안절부절못했다. 고은정이 민재 형을 무시하면서도 왜 굳이 잡으려고 하는지 알만했다.


“형, 앞으로 그 눈빛 금지야.”


재은이 침을 삼키며 새초롬하게 말했다.


“뭐?”


“앞으로는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그런 눈빛 짓지 마.”


“왜? 흥분돼?”


민재가 재은의 코 바로 앞에서 또다시 그 마약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재은이 민재의 손을 움켜잡더니 제 환자복 바지 위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들릴락 말락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서, 하고 싶어.”


재은의 말에 민재는 그 순간 쌍코피가 터지는 줄 알았다. 

이 녀석이 이제는 이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역시 같이 여행 갔다 오길 잘했다. 

재은이 속삭인 말이 얼마나 자극적인지 민재의 주니어가 자기 좀 꺼내달라고 맑은 눈물을 흘리며 아우성을 쳤다.


“너 이거 정말 책임져야 해.”


민재가 재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환자복 바지 안으로 쑥 집어넣었다. 

재은이 가만히 민재의 주니어를 움켜쥐었다. 잔뜩 발기한 녀석이 손안에 꽉 차는 느낌이다. 재은이 프리컴 때문에 미끌미끌해진 민재의 성기 끝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비볐다. 


“윽!”


강렬한 쾌감에 민재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재은의 손가락이 쉬지 않고 계속 민재를 자극했다. 잔뜩 흥분한 민재가 다시 재은에게 키스를 시도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입술만 겨우 닿았다.


“아 씨. 짜증나.”


민재가 툴툴거렸다. 키스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다니. 재은이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웃었다. 열기 때문인지 재은의 두 눈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나만 당할 순 없지.”


민재가 환자복 위로 불끈 치솟은 재은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민재가 재은의 물건을 환자복 바지째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읏!”


이번에는 재은이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민재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하지만 민재 팔이 왕복운동을 하자 팔에 꽂힌 주삿바늘과 링거 연결관이 같이 흔들리면서 금방이라도 빠질 것만 같았다. 재은이 얼른 민재의 손을 붙잡았다.


“형, 주삿바늘 빠지겠다. 오늘은 그냥 좀 참자, 우리.”


“아 씨.”


“좀 참으라니까.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이걸 지금 어떻게 참으라는 거야. 너도 이렇게 흥분했잖아.”


민재가 피스톤 운동을 멈추고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재은의 중심부를 꽉 움켜쥐었다. 재은도 그새 프리컴이 나와서 바지 앞섶이 약간 젖어 있었다.


“주삿바늘 빠졌다가 뭐라도 잘못되면 어떡해. 그리고 여기서 밤꽃 냄새를 피웠다가는 간호사들한테 들킬 것만 같아.”


재은이 냉정한 판단력으로 민재 손을 제 다리 사이에서 치웠다.


“애국가나 불러. 1절부터 4절까지.”


“1절밖에 몰라.”


“그럼 1절만 열 번 불러.”


민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손을 뗐다. 그 표정이 마치 사탕을 뺏긴 아이 같다.


“으이구, 내가 못 살아.”


재은이 생글생글 웃으며 민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동생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하긴 늘 남동생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


“까분다.”


민재가 제 얼굴을 만지는 재은의 손을 잡아 쪽 소리 나게 뽀뽀를 했다. 


“우리 퇴원하면 실컷 하자. 둘 다 떡실신할 만큼.”


“너 그 말 꼭 지켜야 한다?”


재은의 말에 민재가 눈빛을 초롱초롱 빛냈다. 선물 약속을 받아내는 악동처럼.


“형이나 미리 몸보신 잘 해둬. 내가 형 양기 싹 다 빨아 갈 테니까.”


재은이 짓궂은 표정으로 손을 뻗더니 민재의 물건이 죽었나 슬쩍 확인했다.


****


야간 근무를 마친 아버지가 아침에 잠깐 보러 오셨다. 아버지가 오시자 민재 형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흡사 여자 친구 아버지를 처음 보는 풋내기 대학생 같은 표정이다.


“안녕하십니까? 하민재라고 합니다. 아버님.”


민재 형이 벌떡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얼마나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지 군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아, 그래? 자네, 우리 재은이와는 어떤 사이인가?”


“예 아버님. 재은이와 저는 친, 친…”


지은이에게 재은이 친구라고 거짓말을 했으니 일관성 있게 아버지께도 친구라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차마 그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민재가 말을 못 잇자 재은이 얼른 받았다.


“아는 형이에요. 이번에 같이 여행 갔었던.”


“아 그래? 자네도 그만하길 천만다행이군.”


민재는 재은이 다친 것 때문에 불호령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아버지께서 자신마저 염려해주시는 게 아닌가. 그 자상한 말에 민재가 감동한 눈빛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괜히 재은이를 제 차에 태워서….”


“아닐세. 뺑소니 사고야 사고를 낸 사람 잘못이지 자네가 무슨 잘못이겠는가. 안 그래도 자네가 병실도 이렇게 좋은 곳으로 옮겨주고, 치료비도 보험금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주어서 난 오히려 고맙다네.”


“아, 아닙니다. 아버님.”


고맙다는 말에 민재가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얼굴까지 빨개졌다. 

이 형, 설마 부끄러운 건가?


“아, 아버님. 이것 좀 드셔보십시오. 저희 집에서 가져온 홍삼 원액을 진하게 우린 음료수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달라서 이것 드시면 힘이 좀 나실 겁니다.”


민재 형이 병실 냉장고에서 홍삼 음료수를 꺼내서 링거를 꽂은 손으로 뚜껑까지 따서 아버지께 드렸다. 그러자 오히려 아버지가 당황하셨다.


“아이고, 나는 괜찮네. 환자들이 먹을 걸 내가 뺏어 먹어서야 쓰겠나? 자네와 재은이나 많이 먹게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냉장고에 잔뜩 쌓여 있습니다. 아 참, 가실 때 이거 한 박스 가져가세요.”


민재가 아버지께 얼마나 싹싹하게 구는지 보고 있던 재은은 자꾸만 웃음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민재가 아버지 몰래 재은에게 살짝 윙크를 날렸다. 

나 점수 따고 있는 거 맞지? 하는 눈빛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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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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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로맨스
행복~~~~쭉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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