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 마지막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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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장은 얼굴을 찡그렸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준이와 통와중인것도 잊은채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이나 지나서 입을 열었다. 


 ".. 이 인간이 진짜..."


 ".. 여보세요?"


 ".. 여보세요?"


 준이가 답이 없자, 언성이 조금 커졌다. 


 ".. 네.."


 ".. 너 지금 그 인간하고 같이 있는거야?"


 ".. 아니... 그게 아니라..."


 그때 유부장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구석에 앉아있던 준이가 유부장과 눈을 마주쳤다. 서서히 걸어오면서 미소를 지어주는데, 준이는 심장이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때마침 유부장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때마침 반짝거리기도 했다. 


 ".. 이준이!!! 같이 있는거냐고!!"


 ".. 아니야.. 그런거.. "


 하지만 최사장은 준이가 수상해서 더 캐묻는다. 언성이 꽤나 높아질수록, 유부장은 그윽한 표정으로 준이를 향해서 다가오는 중이었다. 


 ".. 좀 이따.. 전화 할게.."


 ".. 야! 너!.... "


 최사장의 목소리가 끊긴다. 준이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유부장에게 눈을 고정시켰다. 반짝이는 눈은 저런 눈을 말하는것일까. 두 사람의 눈빛이 꼭 그랬다. 


 " 봤어?"


 준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랜만의 눈빛을 맞춰서였을까. 아니면 아까 한번도 눈길조차 주지 않던 유부장에게 서운해서였을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 니 이름 말해서.. 효진이가 엄청 뭐라고 하더라.."


 그때가 또 떠오르는지, 멋쩍이는 표정을 짓는데, 준이가 일어나더니 갑자기 유부장을 안는다. 그 바람에 유부장의 안경이 삐뚫어지기도 했다. 


 ".. 다시는.. 나 모른척 하지마요..."


 준이의 말이 무엇이었는지, 유부장이 바로 알아듣는다. 오랜만에 준이를 만나는날에 유부장은 쉽사리 준이에게 고개를 맞추지 못했다. 혹시나 눈을 마주치면 당장에 손을 잡고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들까봐서였다. 


 준이는 주위사람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부장을 더 꼬옥 끌어안는다. 그는 대답대신에 준이의 등을 토닥거려준다. 


 "...서운해서 죽는줄 알았어요..

  .. 나는 보고싶었는데... 나만 그런거 같아서.. 

  ...가슴이.. 얼마나 저렸는데..."


 ".. 알았어... 다시는 안그럴께..."


 토닥거려주는 그의 손이 닿을때마다, 모든 시름이 다시 사라진다. 부장님은 어떤 묘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어떻게 어떤식으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리속은 하얗기만하다. 할수만 있다면 이 남자와 정말 죽을때까지 같이 있고 싶은데. 


쿵광쿵광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릴때쯤, 유부장이 준이가 걱정되서 말한다. 


 ".. 사람들 온다..."


  준이는 유부장을 놔주고 싶지가 않는듯, 마지막까지 세게 온힘을 다해서 껴안고는, 아슬아슬하게 사람들이 문을열고 도착할쯤 품에서 빠져 나오려는데, 유부장이 준이를 껴안은 채로 더 구석쪽으로 끌고간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은곳으로. 


 "... 이준이..."


 유부장이 준이를 품에서 조금 떼어 놓고는 아련하게 불렀다. 준이는 마음은 그럴수록 처절해져만 갔다. 차마 그의 눈빛을 계속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유부장의 품으로 다시 피신을 했다. 


 그리고 서서히 준이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눈물은 어느새 흘러내리고 있었다. 


 ".. 미안해요.. 부장님.."


 유부장은 준이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조금 떼어 놓으려했는데도, 준이는 그럴생각이 없어보였다. 


 ".. 다 버리고 오셨데... 나 때문에..."


 그 말을 듣는순간, 유부장은 무슨 말을 하는것인지 바로 직감했다. 얼굴빛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고개가 자동으로 푹 박혔다. 


 ".. 나.. 어떻게... 해요..."


 무슨말을 해야할까. 잡아야 되는것인가. 그래야 하지 않아야 되는것인가. 유부장은 대신에 준이를 꼬옥 안아준다. 


 ".. 가야지.. 그럼.. 안가고 왜 여기있어?.."


 ".. 그럼.. 부장님은... "


 ".. 괜찮아.. 마음쓰지마.. 말했잖아.. 

  .. 항상.. 여기 있겠다고..

  .. 언제든 오면 돼.. 넌.."


  준이가 무슨 맘을 먹었는지, 그제서야 유부장의 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울먹거리면서 눈을 마주친다. 


 ".. 이제 나 없어도, 술 많이 마시지 말아요..

  ... 편의점앞에서도 쓰러지지 말고요..."


 ".. 그럼.. 너 기다리고 있으려면..

  ..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지.."


 그때 누군가 유부장을 급하게 찾는 소리가 들렸다. 유부장은 먼저 나갈테니, 좀이따 나오라고 당부를했다. 


 그 시각 최사장은 계속 준이에게 전화를 하는 중이었지만, 도통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음속의 근심이 깊어져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영우가 사회를 보고, 피로연이 시작이 되었다. 준이는 최사장의 전화를 애써 무시하는중이었다.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기다릴걸 알면서도, 조금만 더 부장님을 눈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 천천히 온몸 구석구석 하나고 빠짐없이 부장님을 마음속에 각인하고 있었다. 


 피로연이 어느정도 무르 익으자, 현이와 효진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내일 떠날 신혼여행을 위해서 미리 빠져나갔다. 효진은 마지막에 아빠의 눈을 맞추며 화이팅을 잊지 않았다.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유부장의 마음이 어떤지는 짐작도 못할것이다. 


 열심히 유부장을 눈에 담고 있는데, 모른척 하지말라며 떼를 썼던 말에 화답해주듯, 시시때때로 유부장은 준이를 바라봐주었다. 중간중간 윙크도 날려주었다. 그리고 모두들 어느정도 술에 취했을때, 준이 앞에 유부장이 소주와 잔을 들고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주한 부장님은 아름다웠다. 이것이 바로 중년의 미학, 정석이 아닌가 싶었다. 흰머리는 거짓말처럼 풍성하다. 눈가의 주름들과 입가에 주름들은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건,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속삭이는것 같았다. 누가 뭐라해도 내생에 통틀어서, 최고의 남자였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아마도 이런 사람은 만나지 못할것이라는건 확실했다. 그래서였을까. 준이는 순간 유부장의 입술을 훔치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더한 생각도 들었는지 모르겠다. 


 ".. 안가고 뭐해?"


 속으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유부장이 진심을 힘들게 숨겨본다. 


 ".. 부장님이 너무 멋져서..."


 ".. 가야 되잖아.. 그래도..."


 힘겹게, 아주 힘겹게 유부장이 말을 이었다. 그러자 준이도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유부장은 소주한잔을 입에 털어놓고는 힘겹게 미소를 지어본다. 


 ".. 이거..."


 유부장은 명품 쇼핑팩을 내민다. 준이는 생각도 못했던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부장님에게 있는지 짐작도 못했던 터였다. 


 ".. 들었어.. 병원에서 너한테 하는소리...

   다음에 만나러 올때... 꼭 신고오라고 하는소리..."


 ".. 이걸 어떻게..."


 ".. 진작에 돌려줬어야 했는데... 

  .. 내가 좀 옹졸했었나봐..."


 쇼핑백을 받는 준이의 손이 부끄러워진다. 어떻게 하란말인가. 억지로 웃어보이는게 분명해서 마음속이 타들어갔다. 


 ".. 절대로 옹졸하지 않으세요..

  .. 바다같으세요.. 부장님 마음.. 

  .. 그래서 덕분에 잘 쉬었다 갑니다.."


 ".. 마음쓰지말고.. 얼른가.. 이제... 기다리겠다.. "


 준이가 고달픈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겨우 숨겨놓고 있던 눈물방울들이 또 떨어질것 같아서. 준이가 겨우 돌아서는데 유부장이 얼굴을 일그린채로 불러세웠다. 


 ".. 이준이.."


 그 말에 준이가 가던 걸음을 멈춘다. 유부장은 준이를 자꾸 혼란에 빠트리는것 같아서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하나만큼은 알고 싶었다. 


 ".. 그 사람이야? 나야? 마음속에선?"


 그러자, 준이가 몸안에서 유부장이 준 반지를 꺼내 보인다. 


 ".. 항상 추억할께요..."


 준이는 그러고 택시를 잡기 위해서 뛰었다. 지금의 결정이 맞는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잠시후에는 혼자서 통곡을 하기도 했다. 택시기사도 운전을 하면서 쳐다볼 정도였다. 


 ".. 부장님......"


 속으로 애써 삼켜보는 나의 사랑. 제일 처절할때 나의 손을 잡아준 사람. 비가 오는날에는 어김없이 우산을 받치고 서있었던 사람. 갈대같이 흔들리는 나를 알아준 유일한 사람. 나의 선택이 극악무도하다고 해도, 할말이 없게 만드는 사람은 부장님이었다. 준이는 목이 걸려있는 목걸이를 만지작 거린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 그와의 추억들을 꺼내본다. 꺼내면 꺼낼수록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러다 갑자기 주위를 돌아보던 준이는 그제서야 알아챘다. 그 명품 쇼핑백을 또 다시 놔두고 왔다는것을. 그러는데 최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 어디고? 이준이 너 진짜!"


 다짜고짜 최사장이 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놀랬을것이다. 준이 하나만 보고 온 사람에게 연락이 끊겼던 그 시간은 아마 지옥같았을것이다. 


  "... 가..고..있어.. 지금..."


 준이는 최대한 울먹거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기어코 삐져나오려고 기를쓰는 서글픔들은 어쩔수가 없었다. 


 "..왜 연락을 안받아?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줄 아나?"


 걱정이 되었을것이다. 다 버리고 왔는데.. 연락은 안되고, 답답했을것이다. 준이도 그 마음을 절대 모를리가 없었다. 화를 낼법해도 모자랄판이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정체불명의 애잔한 감정들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 미..안......"


 준이가 울먹인다. 최사장의 가슴 한켠이 무너져 내린다. 왜 그러냐고 무슨일이냐고 당장에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 어디야? 지금?"


  연락이 안되서 초조하던 최사장은 준이 부모님 집 근처에서 배회하면서 준이를 기다리고있었다. 준이는 최사장의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중간 지점쯤에서 만나기로 했다. 최사장은 계속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들이 너무 앞서 있어서, 일단 전화를 끊고, 속도를 높혔다. 


 생각보다 통행하는 차량은 적었다. 다행이었다. 만나기로한 중간 지점에 도착했지만, 준이는 아직이었다. 최사장이 떨리는 마음으로 준이에게 전화를 건다. 몇번 신호음이 가고, 준이가 전화를 받자, 최사장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 여보세요?"


 목소리도 어느덧 많이 차분해진 상태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 아직도 도착 안했냐?"


 ".. 다와가..."


 하지만 언뜻언뜻 묻어있는 애잔함이 마음에 걸려서 최사장이 실없는 소리를 해본다. 늘 그랬던것처럼.


 ".. 야.. 이준이 진짜.. 마성의 남자다.. 

  .. 아니.. 천하의 나를 이렇게 기다리게 만드나?"


".. 미안해요..."


"... 내가 여자도 이렇게 기다려 본적이 없어.."


 대답이 없는 준이, 최사장은 조금 초조해져서, 속마음을 슬쩍 꺼내본다. 


 ".. 니는 나 안보고 싶었나?

  .. 어떻게 연락이 한번도 없노?"


 역시나 준이는 슬프게 들리는 숨만 쉴뿐, 아무 대답이 없어서 다시 물으려는데, 그때 준이가 입을 열었다. 


 ".. 보고 싶었지.. 아빠는.. 가정이 있잖아.. 

  .. 나는.. 그날.. 너무 충분했고.. 

  .. 그냥.. 그래서.. 그랬어.. "


 최사장이 미소를 짓는다. 아마도 보고싶었다는 준이의 말을 들은 직후부터 그랬건것 같다. 


 "... 빨리 좀 와라.. 보고싶어 죽겠다..."


 하지만 준이는 말이 없었다. 조금 답답해진 최사장이 다시 입을 떼려는데, 희미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 다.. 왔..어..."


 때마침 준이가 택시에서 내렸다. 최사장도 준이를 발견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준이가 미친듯이 뛰어왔다. 얼마나 운건지 멀리서 봐도 눈이 퉁퉁부어있었다. 


 준이가 최사장 품에 한번에 안긴다. 그리고 얼굴을 쳐박고 계속 울어댄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마음이 괜찮아 질때까지 절대로 놔줄생각이 없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안겨있어야했다. 


 ".. 왜..에...?"


 최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물어보고 말았다. 


 "... 왜... 왜.. 왜 그러셨어...."


 최사장이 그제서야 마음을 놓는다. 무슨일이 있었건간에, 어쨌든 왔으면 된거 아니겠는가. 


 ".. 울어.. 그래..."


 최사장이 준이를 더 꽉 안아준다. 어깨가 젖도록 눈물을 흘리도록 내버려둔다. 준이의 등을 오랜만에 토닥거려본다. 좋다. 마음이 따뜻하다. 이제야 살아있는거같다. 그리고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 괜찮아 져라. 우리 준이.

  애태웠던 마음. 다 사라져라. 

  괜찮아 져라. 우리 준이. )


준이의 울음이 겨우 끝이 났다. 최사장은 품에서 떨어지려는 준이를 못빠져나가게 했다. 몇번을 반복하자, 준이가 그제서야 웃는다. 


 "..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노?"


 ".. 어떻게.. 아빠 어깨 다 젖었네.."


 준이는 최사장의 어깨를 만지며 눈물들을 닦아내본다. 


 ".. 뿔나..."


 최사장이 말을 하면서 준이의 엉덩이를 살짝쳤다. 그러자 조금 더 환하게 준이가 웃어보였다. 


 최사장은 어깨가 젖었다면서 운전을 하면서도 준이를 놀려댔다. 준이는 두 다리를 대시보드에 올려 놓으며 무심한듯 대꾸를 했다. 


 "... 그만 좀 봐라..."


 ".. 아빠 또 이상한 소리 할라고 하지?"


 ".. 거.. 아빠라는 소리 좀 안하면 안되나?"


 잔뜩 안심이된 최사장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 미안 버릇돼서...."


 ".. 이름 불러! 아니면 영성이형... 

  ... 이렇게.. 부르던가..."



 ".. 아빠랑 나랑 나이차이가 얼만데...."



 ".. 또!!"


 운전을 하면서 최사장이 준이에게 눈으로 레이저를 쏜다. 


  "... 아니면.. 그냥 자기야 해도 되고..."


 ".. 미쳤어? 어떻게 아빠에서 자기야로 한번에 넘어가?"


 ".. 아니면 사장님이라고 하던가.."


 최사장도 머쓱한지, 슬쩍 발을 뒤로 뺐다. 준이가 너무 정색을 했다. 


 ".. 사장님.. 또 이상한 소리 하실려고 하시지요?"


 ".. 아이.. 참.. 너무 멀게 느껴진다.. 우리사이가..."


 준이는 한쪽 입 근육을 위로 움직이며 싫은척을 낸다.


 ".. 최영성씨! 또 이상한 소리 하실려고 그러시죠?"


 ".. 쫌 낫네... 근데.. 아직도 좀 그렇다.. 

  .. 자기야 해봐라.."


 ".. 미쳤나봐.. 진짜.. .. 최영성씨.. 

   .. 얼마전까지 유부남이셨어요.. 여자를 좋아하시는.."


 준이의 표정이 웃겼는지, 시늉이 웃겼는지, 최사장은 웃금을 겨우 참았다. 


 ".. 그만 보라고.. 내꺼..."


 하지만 결국엔 터져버렸다. 너무 웃겨서 말하면서도 웃었다. 준이는 내꺼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최사장의 앞섬을 또 보고 말았다. 


 ".. 진짜.. 이 정도면 병이야.. 

  .. 어떻게 말만 하면 다 야한 얘기냐고.. 

  .. 옛날에도 그랬어.. 맨날 여자 얘기하고.. "


 ".. 아이.. 인간아.. 너.. 나 처음 보자마자.. 

  .. 내꺼 잘있나 확인했잖아!"


 ".. 미쳤나봐.. 진짜.."


 준이는 양심에 조금 찔린다. 으례 자신의 오래된 습관이었어도 그렇지, 정말 그런 상황에서 설마 그곳을 먼저 쳐다봤는지 곰곰히 생각하는중이었다. 그래도 게이라면 어떤 이유에서건 최사장의 앞섬에는 한번쯤은 눈길을 줄수밖에 없을것이다. 


 ". 이.. 봐라.. "


 ".. 뭐?"


 ".. 또 봤잖아.. 내꺼..."


 눈치가 백단이다. 이 사람 모르게 무언가를 뒤에서 할 궁리를 해서는 안되는 타입이다. 타격감이 좋은 사람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준이는 말대꾸를 하면서도 얼굴이 점점 빨개져갔다. 


 ".. 그렇게 좋았냐?"


 히죽대는 면상이 너무나 얄미웠다. 하지만 부정은 할수가 없었다. 


 ".. 왜? 내께.. 작지 않잖아..."


그러자 준이와 최사장과 그런날을 보낸날이 떠오른다. 두 손에도 꽉 들어왔던 기억. 


 ".. 완전 변태다 변태... "


 변태라는 소리에, 준이는 정색을 한다. 원래 변태는 변태라고 불리길 싫어하는 법이다. 하지만 변태에게도 순정은 있는법이었다. 


 "..야한 얘기좀 그만해 좀....."


 ".. 애인 사인데 어떻노?"


 악에 받쳐있던 준이가 애인 사이라는 최사장의 말에 순간 할말을 잃었다. 한번도 애인을 만들어 본적이 없는 준이로써는 낯설은 말이었다. 


 ".. 야.. 남자는 다 원래.. 밝히는거야... 

  ..여자보다 더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라고..

 .. 앞으로 걸혼생활 어떻게 할라고 그라노?"


 ".. 아.. 좀 ..나는 모르겠고... 

 .. 그냥 좀 그만 해요.. 오늘은.." 


 그렇게 말하고 준이가 두 발을 대쉬보드에서 내린다


그러자 최사장이 준이의 것을 만지는척을 한다. 놀란 준이는 그의 손을 무찌른다.


 ".. 아이고.. 내숭은.. 

 .. 니가 무슨 첫날밤의 새색시냐?"


 최사장은 진심을 반쯤 이상은 담은 말들을 쏟아낸다. 왜냐면 ...정말 해주고 싶었다. 이 온마음을 다 전해주고 싶었다.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 속겠다.. 속겠어.. 그날.. 잘만 하더만.. 

  .. 아주 프로페셔널 하시던데.. 움직이는 기술이.."


 최사장이 능청을 떨면서 준이를 잠깐 동안, 계속해서 자주 쳐다보지만, 준이는 여전히 민망한건지, 이런 상황이 믿기지 않는건지, 눈길을 주지 않았다. 


 ".. 괜찮아.. 애인사이에..섹스는 자연스러운거라고.. 

  .. 자기가 원하는걸 말할수 있어야 건강한 관계라고..

  .. 그런걸 안하니까 사람들이.. 

  .. 맨날 뒤에서 바람피고 호박씨 까는거 아니냐.."


 최사장의 일장연설이 시작된다. 


 ".. 어.. 인간아.. 부끄러워하지말고.. 

  .. 니가 말을 해줘야 내가 해줄꺼 아니가.."


 무슨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 나랑... 하고.. 싶어?"


 그래서 그냥 해본말이었는데, 답변은 뜻밖에도 놀라웠다. 


 ".. 아.. 그럼.. 하고 싶지.."


 확고한 목소리가 더 들끓게 만든다. 


 ".. 와 안믿기나?"


준이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 왜? 나도 우리애인 기분좋게 해줄라고 그런다.. 

뭐가 잘못됐나? "


 ".. 남자인데? "


 ".. 아 그럼 어떡하노? 내가 사랑하는데.."


 사랑. 그런데 갑자기 그 한마디가 뒤 흔들어 놓는다. 그것이 무엇인데 지금까지 그것을 위해서 이토록 치열하고 처절한 날을 살아왔을까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기분 좋아하는 모습..

  .. 막..막.. 흥분되서 좋아 죽을것 같은 모습..

 ... 사랑하니까, 그런 모습을 보고 싶은거라고..

 .. 해주고 싶고.. "


 ".. 인간아.. 섹스를 하면, 막 신음소리를 내잖아..

  .. 그런 소리를 둘이서만 나누잖아.. 

  .. 은밀하게.. 그게 사랑이라고.. 

  .. 아무한테나 들려주면 되겠나? 

 .. 자기 치부를 들키는것과 같은건데.."


 ".. 저..기..저.. 뭐야.. 

 ..거기가 남자의 최고의 성감대 아니가.. 

 .. 아주 예민하잖아... 그러니까.. 

 .. 그걸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면..

... 야릇한 소리가 자동으로 나온다고..

 .. 그치? 또 어떻게 보면 좀 수치스럽잖아.. "


 ".. 그러니까, 나의 치부를 들켜도 괜찮을 사람..

  .. 나의 흥분된 모습을 좋아해주는 사람..

  .. 서로의 신음소리를 믿고 들려줘도 괜찮은 사람이랑. .. 해야된다고.. 섹스는.. 무슨 말인지 알겠나?"


 대답이 없는 준이를 최사장이 힐끔 바라본다. 


 ".. 너 봐라.. 솔직히 지금 섰지? "


 준이가 급하게 두 손으로 바지 앞섬을 가린다. 얼굴은 이미 화끈거리고 있었다. 


 ".. 이거 바지가 튀어 나온거야.."


 그때 차가 최사장 집 앞에 도착을 했다. 급 브레이크를 밟은 탓에 두사람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최사장은 그만큼 급해 보였다. 


 ".. 인간이..보자.. 어디.. 거짓말인가.."


 장난처럼 느껴지는 최사장의 손길을 준이는 얼른 다시 뿌리친다. 


 ".. 섰구만.. 뭘..."


 아마도 스치면서 강도의 단단함을 느꼈나보다. 


"..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노? "


 ".. 그게 아니라..."


 ".. 그게 아니면 뭐?"


 ".. 그러니까..."


 우물쭈물대는 통에, 최사장이 준이의 손을 자신의 것에 올려 놓는다. 떨리는 준이의 손에 묵직한 최사장의 치부가 꽉 잡힌다. 순순히 거부를 안하는 준이가 괘씸했던것인지, 야릇한 미소와 함께 최사장이 말했다. 


".. 내꺼는 막 만지면서.. 니꺼는 왜 못만지게 하노?

  .. 니꺼도 이제는 내꺼라고.."


 그 말을 하면서 최사장이 준이에게 얼굴을 가까이 붙이면서 천천히 다가온다. 순간 바뀐 분위기에 준이는 압도가 된다. 


 최사장이 입술이 준이의 입술과 맞닿을때쯤 두 사람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키스가 이어지자 준이는 힘이 풀려서 거기를 막고 있던 두 손이 벌어지자, 최사장이 천천히 그곳에 손을 갖다 댔다. 


 그때, 준이가 벌떡 분위기를 깬다. 


 ".. 저.. 저... 들어..가..자.. 

   .. 사..람..들 보면 어..떡..해?"


 준이가 차문을 열고 밖으로 황급히 나가자, 최사장은 조수석에 쏠려있던 몸을 바르게 세우면서 웃었다. 차밖을 나가자, 몸을 이리저리 흔들거리면서 발을 동동 굴리는 준이를 보고는, 그때처럼 팔짱을 끼라는 시늉을 한다. 준이가 주변을 살피더니, 최사장의 팔에 손을 집어넣었다. 


 ".. 띠리리..."


 최사장이 문을 열고 준이가 따라 들어간다. 후끈 달아 올랐던 좀전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갑자기 최사장도 조금 머뭇대는게 느껴진다. 


 ".. 먼..저.. 씻을래?"


 최사장도 처음일테니까, 남자와는.. 그래서 였을까 물어보는말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 아니면.. 같..이..."


 최사장의 말을 끝나기도 전에 준이가 몸을 돌려서 욕실로 향했다. 그러고 최사장도 안방에 있는 화장실로 걸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최사장이 침대에 걸터 앉아있다. 머리는 아직까지 촉촉히 젖어있다. 턱 벌어진 매끈한 가슴에는 털 하나도 없다. 운동을 꾸준히 해와서 나름대로는 탄탄해보인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수가 없다. 


 준이가 이제서야 욕실에서 나오나보다. 인기척 소리가 들리고 두리번 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러더니, 빼꼼히 안방에 고개를 내밀더니, 앉아있는 최사장을 발견한다. 하반신에는 수건만 두르고 있었다. 준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애써 그러지 않는척을 하는것처럼 보였다. 


 ".. 뭐하고 계셔? 거기서?"


 모르는척 묻는것인지, 최사장이 빙그레 웃는다. 


 ".. 일로와... 앉아..."


 준이가 어색해 하면서도, 걸음을 천천히 옮겨서 최사장 옆에 앉는다. 준이는 여전히 자켓만 벗고있는 정장 차림이다. 


 ".. 뭘 그래 꽁꽁 싸매놨노?"


 최사장의 떨리는 물음에, 준이는 대답 대신에 아주 미약하게 떨고 있는 최사장의 발가락부터, 불쑥 튀어 나와있는 그곳과 드디어 그의 얼굴을 밑에서부터 천천히 올려다 보았다. 그는 슬픈것인지, 기쁜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불쑥 최사장이 일어나자, 몸에 둘러져있던 하얀색 수건이 순식간에 벗겨졌다. 최사장의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고, 알몸으로 걸어가더니 불을 끈다. 부지부식간에 최사장의 나체의 뒷모습이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아직까지 수동적이고, 경직 되어있는 준이를 침대에 가진런히 눕힌다. 그리고 최사장의 알몸이 그위에 얹혀진다. 매우 단단해져있는 두 사람의 것이 드디어 맞닿는 순간이었다. 


 ".. 어..으..."


 거칠고 야한 소리가 흩어져 나온다. 최사장은 어둠속에서 꼿꼿이 준이의 눈을 들어보고 있다. 코끝은 맞닿아 있었다. 


 어색했을까. 아니면 부끄러운걸까. 아니면 믿기지 않는것일까. 준이가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 왜..에?"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준이를 안심시키려 했던걸까.


 "..아이.. 처녀도 아니고.. 이렇게 긴장하면 어떡하노? 

  .. 내가 막 강제로 하는거같잖아..

  .. 괜찮아... 릴렉스하라고.."


 최사장이 준이가 귀여운듯 물었다. 준이는 정말로 긴장되 보였다. 하지만 어쩐지 속내를 알수가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사장이 자연스레 입을 맞춘다. 준이의 입속으로 모든 감정들을 쏟아낸다. 허리도 서서히 움직인다. 그간 쌓아놨던 욕구들을 천천히 내뱉는다. 


 두손으로 준이의 얼굴을 감싼다. 숨은 쉬지 않는다. 모든 감각들을 다 끌어 모으는중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달콤하지 않다. 


 최사장이 준이의 목덜미에 참아왔던 숨을 뱉어 놓으면서, 입을 맞추고 혀로 간질거린다. 


 ".. 허..으..."


 준이가 야릇한 숨소리를 내놓는다. 자신도 모르게 낸 신음소리가 민망해서 눈을 뜨는데, 최사장이 눈을 마주치며 검지 손가락으로 준이의 코를 터치한다. 그리고 고맙다는듯 웃는다. 


 이번에는 최사장이 준이를 한껏 짓누르고 있던 몸을 옆으로 옮긴다. 그리고 준이의 왼쪽 몸에 나체의 상태로 찰싹 붙혀 놓고는 준이것을 꽉 붙잡는다. 그 바람에 준이가 더 강력한 소리를 내뿜는다. 


 ".. 으...어....허..."


 한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받치고는, 준이를 바라보면서 셔츠의 단추를 푸는데, 준이의 몸은 이미 흥분이 되어있는지, 조그마한 손길에도 몸이 뒤틀리고 야릇한 소리를 쌓는다. 그러자 최사장이 준이의 입술을 훔치면서 준이의 것을 천천히 어루만지더니 자크를 푼다. 


 ".. 드르륵..."


 준이의 하체가 심하게 떨린다. 최사장은 아랑곳 하지않고, 그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 아..으..."


 그리고 물이 조금 묻어있는 팬티속에서 준이의 것을 빼내려는데, 준이가 참지 못하고 몸을 뒤로 빼면서 옆으로 누웠다. 그 바람에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준이의 것은 아직 팬티에 갇혀있었다. 


 ".. 인간이.."


 최사장은 더이상 봐줄 기세는 없어보였다. 몸을 더 붙히고 준이의 것을 잡으려는데, 그때 준이의 목걸이가 셔츠로 달랑거리면서 최사장의 몸에 차갑게 닿았다. 그 바람에 최사장의 시선이 그 반지에 닿았다. 


 그러자 매서웠던 기세는 금새 사그라지고, 최사장이 그대로 붙박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도 알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자, 잔뜩 몸이 경직되어서 얼굴까지 찌푸리고 있던 준이가 눈을 떴다. 그러자 최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말했다. 


 "...배고프다.."


 최사장이 그렇게 묻고는, 속옷을 입는다. 대충 옷을 걸챠 입고는 부엌으로 가서 북엇국을 끓인다. 준이는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움직이지도 않고, 숨만 겨우 내쉴뿐이다. 


 북엇국 냄새가 방안에 퍼지기 시작한다. 따뜻한 기운이다. 준이도 그제서야 배가 고파져서 몸을 일으켰다.




....


글이 길어서 잘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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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알콩달콩 준이가 행복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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