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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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장은 운전만 묵묵히 했다. 화가 잔뜩 난건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준이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멍해져서 아무것도 안들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창밖으로는 여실히 봄날의 따뜻한 풍경들이 드러난다. 만개한 벚꽃들이 여기저기 흩날린다.
최사장이 준이를 힐끔 바라본다. 무엇을 그리도 생각하는지 퉁퉁 튕기는 차량의 진동에 머리가 부딪히는데도 어떠한 미동도 조차 반응도 없었다.
".. 이준이..."
최사장이 몇번을 불러보지만, 준이는 여전히 촛점잃은 눈빛으로 대답이 없다. 한참을 가던 차는 갑자기 최사장이 급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갑자기 섰다.
".... 끼이이이익!!!"
놀란 준이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걸 안전벨트가 막아준다. 그리고 노릴듯이 쳐다보는 최사장의 눈빛을 마주한다. 단한번도 본적이 없는 눈빛이었다
"...미친놈 아니야? 식당에서?"
준이가 답이 없자, 다시 소리를 지른다.
".. 내가 뭐라고 했노? 꿍꿍이 속이 있다고 했지?
.. 내 말 좀 들어라... 눈빛이 이상하다고 했잖아!!!"
차마 얘기할순 없었다. 나도 부장님을 좋아하고 있다고. 아빠를 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하던 그때에, 갑자기 내 맘에 불쑥 들어와버렸다고.
"... 이준이!!!"
최사장은 지금 준이의 눈빛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준이의 마음을 읽고 있는 사람처럼. 그래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준이가 생긋 웃어보이며 말한다.
"...아빠..."
".. 아빠라고 하지마!!!"
준이의 말을 잘라먹고 다시 큰소리를 냈다.
".. 그럼 뭐라고 불러?"
말할듯한 얼굴을 하면서 최사장의 머뭇거린다. 그러다 엄근한 표정을 겨우 풀었다. 그렇다고 웃는건 아니었는데, 흡사 사연이 많은데 차마 말할수가 없는 억울한 사람처럼 보였다.
"...아무일도 없을꺼야....."
준이가 기다리다 못해, 용기를 내어서 작게 읖조린다.
"... 뭐?"
"..어떤 일이 생겨선 안되거든...
.. 아무리 서로를 원한다 할지라도..."
무슨뜻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드는 말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때 두사람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렸다.
둘은 동시에 각자의 핸드폰에 고개를 돌린다.
최사장의 핸드폰에는 [와이프], 준이의 핸드폰에는 [부장님] 이라는 글자가 화면에 보인다. 그리고 다시 서로에게 눈을 맞췄다.
".... 스으윽...."
최사장이 버튼을 누른다. 자신이 앉아있는 창문을 내리기 위해서다. 기다렸다는듯 따뜻한 바람이 머릿칼을 날리며 차안으로 기가막히게 들어온다.
그때 갑자기 최사장이 아직도 가열차게 소리를 내는 핸드폰을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놀란 준이는 입이 터억 벌어졌다.
"... 핸드폰.. 내놔..."
최사장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바로 준이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집어서, 애달픈 유부장의 마음까지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미련없이 창문을 닫았다. 끝까지 밀고 들어오던 봄바람에 실린 수많은 사연들도 함께 닫혔다.
그러자, 고요하게 두사람만 남았다.
".... 가자...."
".... 어딜? "
".... 어디든...."
최사장의 말은 짧고도 간결했다. 단호했고 분명했다.
................
유부장은 일어나서 이빨을 닦는 중이다. 자신이 무슨일을 벌였는지 곰곰히 돌이켜보고 있는중이다. 마주한 거울에서 자신을 발견하는데, 순간 단전에서부터 그 무엇이 솟아오르더니, 결국 눈물을 뱉어낸다. 코끝이 찡 저려온다. 입안을 헹구는데도 멈출줄을 모르고 계속 흘러내린다. 고개가 떨궈지고 어깨까지 흔들린다.
한참을 쏟아낸후,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본다. 흰머리가 수북하다. 잔주름들은 이리저리 떼를 지어서 마구마구 자리를 잡고 있다. 많으면 30년이나 살까. 꼭 그런 보장이 있는것도 아니다. 가슴이 이렇게나 뜨거운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가버렸을까.
서글픔은 늘 한쪽 구석이 간직했던것이라 익숙한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 왜 이렇게 꼭 처음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두손으로 얼굴을 괜히 펴본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나이는 거짓말을 안하는편이다. 그러다가 어제 사놓은 염색약을 꺼냈다. 언제 해봤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유부장은 열심히 염색을 했다. 구석구석 흰머리가 안보이도록.
염색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온 유부장은 핸드폰을 본다. 수북히 쌓인 준이에게 한 전화의 흔적을 손으로 내려본다.
며칠이 지난건지 가늠도 되질 않는다. 땅으로 사라져버린건지, 하늘로 꺼져버린건지, 연락을 할 방도도 없고,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시간이 간다. 준이가 없는 시간. 유부장은 그게 너무 싫고 안타깝다. 그럴수록 한가지는 확실해져간다. 준이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다.
언제 전염되어, 이렇게 까지 번졌을까.
........
한편,
최사장은 차를 한참을 몰았다. 늦은 낮부터 새벽까지 몰았으니, 장작 9시간이다. 휴게소도 들리지 않았다. 준이도 어떤 물음도 하지 않은채로 잠자코 있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최사장은 한참전에 도착했지만 준이를 깨우지 않고, 오래도록 잠이든 준이를 바라보았다. 모든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린 것 같이 주위도 조용했다. 다만 들리는건 파도소리뿐이었다.
그 소리에 깼던 것 인지, 준이가 몸을 서서히 움직이자 최사장이 급하게시선을 거둔다.
".. 일어나..."
".. 어디야? "
"...내리자..."
준이가 차문을 열자, 바닷가 냄새가 온 심장을 훑고는 가슴 한복판에 박힌다. 최사장은 벌써부터 발걸음을 옮겨서 '민박' 이라고 쓰여있는 오래된 집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다시 나오는 최사장이 손짓을 하자, 준이가 따라 들어간다.
준이와 최사장이 머물 숙소는 바닷가가 잘 보이는 끝방이었다. 방문을 여는 끼이익 소리가 제법 시끄러웠지만 정겨웠다.
침대도 없는 자그맣고 귀여운 방이다. 정면에 난 큰 창에는 낮에는 바닷가가 훤히 보이지만, 지금은 찰랑찰랑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리는 방이었다.
"... 먼저.. 씻어..."
최사장이 뒷 머리를 괜히 매만지면서 얘기한다.
"... 네..."
준이가 씻으면서 두손으로 가슴을 몇번이고 정신이 들때까지 두드린다. 모르겠다. 왜 떨리는지. 자꾸만 이상한 상상이 된다. 금단의 열매 같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겨우 진정을 하고 한참을 씻는데, 이번에는 유부장의 마지막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쪽의 상황도 여의치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더 최악일수도.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정신을 차려본다.
개운하게 몸을 씻고, 방으로 들어온 준이는 아무도 없는걸 알아채고는 최사장을 찾아 나선다. 현관 대문쪽으로 걸어가는데 멀리서 최사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무 늦은시간에...죄송해요.."
"...늙어가... 잠도 마이 없데이... 괜찮다... "
".... 자주 못와서 죄송해요..."
"... 무신... 미국서 사는디....
..니가.. 잘 살면... 그만이다..."
한껏 흐뭇한 표정으로 할매가 최사장을 바라본다.
".. 아이고 우리 최사장은 늙지도 않는다..봐라.. 봐..."
"... 많이 늙었어요.. 저도.. 이제..."
"... 결혼한다고 각시 데리고 온게 엊그저께 같은데..."
"... 그게... 20년전이네요..."
최사장은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지는지 손등으로 눈물을 살짝 훔치며 코를 들어마신다. 그리고 환하게 웃어보인다.
"..와... 힘드나?"
그러나 할매 눈에는 어떤 것이 보였는지 대뜸 그렇게 물었다.
"... 쉬운게 없네요..."
"... 아이고...참말로... 누가 들으면 욕한데이...
미국가서 성공해서 결혼도 잘하고..
이쁜 자식들있고.. 뭐가 또 그래 욕심이 많노?
탈난데이... 너무 많이 가질라카믄...
항상... 댓가가 따르는기라..."
"... 네...."
최사장은 또 다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ㅣ
".. 얼른 씻고 밥무라..."
할매는 최사장의 전화에 미리 밥을 준비해 놓았다. 신선한 회와 찌개와 각종 해초류 나물들, 그것들은 최사장에대한 애정이었다. 저렇게 잘 커준것만으로. 피도 안섞였지만, 한국에 방문할때마다 늘 찾아와서 돈을 쥐어주고 가곤 했다.
두사람이 밥을 먹는동안에도, 할매는 옆에서 말없이 있었다. 대신에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사람 같았다.
최사장은 회를 몇점찍어서 초장을 묻혀서 준이의 밥위에 얹는다. 준이는 곁눈질로 할매를 보다가, 최사장과 눈이 마주친다. 최사장이 턱을 치켜든다. 괜찮다는듯. 안심하라는듯. 준이가 조심히 입에 넣자, 최사장의 잔잔하고 온화한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각종 해초류 나물들의 이름을 설명해준다. 준이는 열심히도 고개를 끄덕였다.
밥을 다먹고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방으로 향하려는데, 할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정... 니 마음이 불편하면 할수 없고..."
"... 네?"
"... 니 마음이 편한기 젤 중요한기라..
.. 살아보이 그렇더라..."
할매가 등을 지고 손을 위로 흔들며 자신의 방으로 간다. 꼬부라진 허리에 뒷짐을 지면서.
방으로 들어온 준이가 이불을 깔려하자, 최사장이 극구말린다. 그리고 자신이 손수 잠자리를 본다. 준이가 눕자, 최사장이 방에 불을 끄고 눕는다. 애매하게 가까운 거리에 큼지막한 이불에 두 남자가 누워있으니 조금 어색해 보인다.
숨쉬는 소리만 들리는데, 준이가 입을 연다.
".. 주무셔?"
".. 아직.."
".. 아빠..."
나지막한 준이의 부름에, 최사장의 큰 한숨소리가 뒤섞인다.
".. 아빠라고 안하면 안되냐?"
".. 왜? 10년을 그렇게 불렀는데.... 그럼 뭐라고 불러?"
".. 그냥 이름 불러..."
"... 최영성씨... 이렇게? "
".. 어..."
"... 왜 저 할머니한테 나 소개 안시켜줘?"
".. 뭐가? ... "
모른척 하다가 다시 말은 한다.
".. 왜? 또 서운하냐?"
".. 서운한것까지는 아니고..."
".. 에잉.. 인간이.. 또 서운하구만..."
천장을 바라보던 준이가 최사장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묻는다.
"... 이제.. 우리 부자지간 하지마?"
"... 어.. 이제 그만해..."
준이는 그말을 들으며 눈을 감는다. 자는척은 아니었지만. 숨을 고르게 내쉰다. 나름 가까이 있는 최사장의 너무나 황홀해서 냄새라도 맡고 싶어서였다.
잠시뒤, 최사장도 준이쪽으로 몸을 돌아눕고는 자고있는 준이의 모습을 바라본다.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 앉아 있는
준이의 숨소리가 애달프게 들린다.몇십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최사장의 낮고 진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자냐?"
"... 아직...."
준이는 거의 잠에 빠져드는걸 붙잡고 말한다. 그 바람에 대답을 하면서 자연스레 눈을 살짝 뜨는데 금새 눈을 감는다. 어둠이 흩뿌려진 방안에서 절절한 최사장의 눈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코끝이 닿을정도의 거리였다. 그래서 몸을 급하게 바깥쪽으로 돌려놓고는, 한손으로 심장을 감췄다. 그런데 최사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애가 탔어? "
".. 어?"
준이는 감추고 있던 심장을 더욱 꽉쥐며 못들은척 물었다.
"... 나랑 같이 있으면서..
... 속이 새까메지도록 애가 탔냐고? "
준이는 눈을 질끈 감는다. 머릿속에는 그동안 처절하고 절절했던 기억들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 애는 무슨.. 내가 탈 애가 어딨어..."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때 최사장이 준이쪽으로 몸을 붙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한손으로는 준이의 허리를 감쌌다.
"... 내가 니 많이 서운하게 했다.. 그치? 미안해.. "
준이는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쏟아져 나오는 눈물은 참을길이 없고, 어깨까지 흔들린다. 그 말 한마디가 따뜻한 위로가 되어서 온몸을 덮혀주는 기분이 들었다.
".... 나라고.. 뭐... 완벽하겠냐...
.. 그래도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최사장이 준이의 머리에 팔을 내어준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 전화 할라고 했어..나도..."
급격히 흔들리는 목소리에 준이의 감정이 부글부글 끓는다.
".. 근데... 그러면..."
말을 잇지 못하는 최사장에게 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서운했던거 없어 ...애탄것도 없고..."
최사장이 두껍고 무뎌보이는 손으로 준이의 가슴을 천천히 두들긴다. 그러자 힘들게, 치열하게 버텨냈던 순간들이 녹아 없어지는것 같았다.
"... 괜찮아... 지나보면 다 아무것도 아니야.."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준이를 향해서 하는 말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렇게 슬픔은 천천히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최사장이 준이의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만 나다가, 그 소리도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자장가같은 최사장의 숨소만 가득찼다.
가정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건 너무 잔혹하다.
10년을 주위를 맴돌며, 한번 웃어주기라도 하면
그렇게 가슴이 떨 일인지 늘 반문을 했다.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가장을 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같이 있어보려는 지난날의 서툰 수작들이 어처구니가 없게 느껴진다. 그만하려 해도, 그만이 안되는 한계를 느꼈기에 도망도 쳐봤지만, 왜 그것 마저 소용이 없는지 모르겠다.
당신을 보면서 수없이 쏟아낸 한숨들과 지금 당신이 나에게 쏟아내고 있는 숨소리의 양이 비슷할까. 아니면 평생 당신 바지속에 있는것을 몰래 바라봤던 시간과 지금 둔부에 느껴지는것이 닿아있는 시간과 맞먹을까.
이걸로 충분하다. 충분하다 생각해본다.
이거면 충분하다. 이 정도면 이미 넘쳐 흐른다고도 생각해본다. 죽을때까지 아무리 힘든일이 있어도 지금의 이 순간을 기억하면 버틸수 있을것도 같다라고 생각해본다.
그날도 그랬다. 한국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하던 밤에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당신의 몸이 포개어 졌을때,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서로의 것이 서서히 부풀고 있을 무렵에 비록 당신이 몸을 일으켜 세웠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꼭 몸을 섞어야 완전해지는건 아니라고.
그런데 당신의 몸이 나의 등뒤에 맞닿아있는 지금, 자꾸만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이든다.
준이는 한참을 숨죽여 생각했다. 심장은 이미 터질것 같았다. 바지속에 들어있는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준이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최사장이 곤히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얼굴을 가까이 붙혔다. 코끝이 닿을만큼. 그리고 조금 벌어져있는 최사장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닿았다.
".. 쪽..."
그러자, 갑자기 최사장이 눈을 떴다. 준이는 놀래서 몸도 생각도 모두 멈춘 사람처럼 얼어 붙었다. 그런데 최사장이 손으로 얼굴를 감싸고는 준이의 입을 탐했다. 혀가 거침없이 들어가서 파고든다. 준이가 눈을 감고 최사장을 받아 들인다. 생각 같은건 없다. 황홀함만 있을뿐이다. 얼마의 찬란한 시간이 흐르자, 최사장이 간곡하게 묻는다.
"... 만져 볼래?"
그러자 준이는 어둠속에서도 터질듯한 최사장의 바지에 눈을 고정한다. 지난날 늘 훔쳐보던 탐스러운 그곳을 최사장이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준이가 아주 세밀하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준이는 어둠속에서도 터질듯한 최사장의 바지에 눈을 고정한다. 지난날 늘 훔쳐보던 탐스러운 그곳을 최사장이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준이가 아주 세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최사장이 준이의 손을 가져다 자신의 앞섬에 올려 놓는다. 이미 터질듯하다. 준이의 손이 꽉차게 들어온다. 최사장이 살짝 탄성을 지른다.
".. 허..으.."
준이는 과감해지기로 한다. 최사장의 저밑에서 숨겨놓았던 신음소리를 듣자, 온몸의 신경이 바짝 서는 기분이었다.
바지춤을 살짝 내리고 팬티속으로 손을 넣는다. 부드러운 살결의 향연이 빡빡하게 느껴진다. 준이는 최사장의 자.지를 감탄을 하면서 서서히 흔들기 시작한다. 바지에 걸려서 그렇게 큰 움직임은 아니었다.
".. 허... 음... 음.... 어.."
최사장의 신음이 터져 나온다. 최대한 아닌 척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것 같다. 느끼는대로 흥분이 되는대로 좋은대로 그냥 신음소리를 낸다. 그래서 준이는 최사장의 입술을 훔쳐버린다. 그러자 이번에는 준이의 혀를 받아내면서 입속에서 신음소리를 토해낸다.
준이는 더 크게 흔들고 싶다. 그러면 최사장의 원초적인 소리가 더 커질것 같았다. 그래서 바지를 내리려는데, 최사장이 키스를 멈추고 물었다.
".. 만져 줄게..."
목소리마저 흥분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왠일인지 준이가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러더니 최사장을 완전히 눕히고, 몸을 일으켜서 앉는다.
바지에 반쯤 가려져서 성을 내고 있는 최사장의 자.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흥분으로 가득차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는 최사장을 본다.
재빨리 최사장의 다리를 벌리고 자리를 잡는다. 무릎을 꿇고 얼굴을 그곳에 갔다 놓는다. 꼬 끝에서 귀두가 까딱인다. 향기가 벌써 부터 진동을 한다. 준이는 단숨에 반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벗겨내고는 튕겨져 나오는 최사장의 자.지를 입속에 넣는다.
꽉 차다 못해 숨쉴 구멍도 없어 보인다.
".. 하.. 어....으...."
혀로 귀두만 건드렸을 뿐인데, 최사장이 끝없이 신음소리를 내뿜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준이를 자극한다. 최사장의 자지를 입속에 넣은채로 얼굴을 흔든다. 혀는 어디든 닿는 곳이면 열심히 움직인다. 특히나 귀두 부분에서는 더 빨리 더 세게 움직인다. 그러면 최사장이 더 자지러졌기 때문이다.
"... 아.. 아...."
한참을 준이가 입으로 해준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는 억지가 조금 섞인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지금 이순간을 후회하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최사장의 불알도 애무하기 시작했다. 두 손은 가슴을 만져주었다. 그러자 최사장이 본능속으로 다시 빠져 들었다.
".. 어! 으.. 어!.. 으.. 응..."
몸을 비틀기까지 했다. 그러자 준이는 천천히 빤다. 진정이라도 하라는듯이. 입속에는 프리컴과 액들로 가득했다. 그 부드러운 느낌이 최사장의 뇌리에 지극을 주는 모양이다. 사람이라면 평소에 내질 않는 소리까지 낸다.
준이는 입속을 꽉 모은다. 꽉 조여주기 위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최사장이 다리에 심지어 발가락까지 힘을 준다. 그러면서 준이의 머리를 두 손으로 꽉 잡는다.
".. 어.. 응...."
순간 준이는 빠른 속도로 촤사장의 자.지를 빤다. 거침없이 숙여지는 고개가, 최사장의 목을 뒤로 젖혀지게 만든다.
".. 어.. 허.. 응.. 윽..."
그리고 마지막일것만 같은 강렬한 태초의 신음소리가 터진다. 그럴수록 준이의 입안에서는 뻘개진 자.지가 물을 뿜을 준비를 한다. 그러자 두 손으로 최사장은 준이의 입속에 끝까지 집어 넣는다.
".. 어.. 흐...."
준이의 입속에서는 최사장의 뜨거운 정.액들이 마구 뿜어져 나온다. 허리를 꺽으면서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른다. 준이의 혀가 귀두에 닿았기 때문이다.
".. 어..으..."
마저 뿜어내면서 최사장의 허리가 미친듯이 준이의 입속에서 움직인다. 준이도 이번에는 신음소리를 낸다.
".. 어허.."
그러자 남아있던 최사장의 정.액들이 모조리 다 준이의 입속으로 쏟아진다. 준이는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입속에 머금는다. 끝까지 다 뱉어낼때까지.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 사람의 힘겨워 하며 흥분되서 내는 신음 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리고 마지막에 터져버린 신음소리는 이상하게도 고마웠다. 대견했고 엉덩이를 토닥여 주고 싶었다.
".. 헉.. 헉.. 헉.. 헉.."
그제서야 터져나오는 참았던 숨을 최사장은 열심히 쉬었다. 준이는 간간히 끝까지 혀로 최사장의 자.지를 자극한다. 그러자 또 다시 최사장이 허리를 움직이며 어쩔수 없다는 듯이 신음소리를 냈다.
".. 어.. 어.. 어.. 어..."
그렇게 최사장의 자.지가 조금씩 움크러질때쯤, 준이가 그제서야 그것을 보내준다. 그리고 땀에 젖어있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최사장을 바라본다.
그렇게 몇분이나 됐을까. 최사장의 숨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숨은 곧 잠으로 이어진다. 어느새 코를 고는 최사장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그의 자.지를 가슴에 담고는 화장실로 향한다.
입에 가득 머금은 최사장의 정.액들의 냄새가 코에 진동을 한다. 잠시 머뭇거리다 준이는 눈을 감고 삼킨다.
".. 꾸.. 욱..."
입안에 남아있은 최사장의 정.액을 물로 행구면서, 거울을 본다. 거기엔 한이 많이 있던 조금 늙어버린 남자가 있었다. 그토록 원하는것을 얻었음에도 왜 계속 애잔하고 공허한지 그 정체 불명의 허전함은 어쩔수 것이냐며 물어보는 남자도 있었다.
준이가 머리를 흔들고 두손으로 뺨을 친다.
".. 괜찮아.. 지나가면 다 아무것도 아니야..."
..................
최사장이 일어 났을때는 준이는 옆에 없었다. 마음이 급해져서 집 밖을 나가서, 바닷가 주위를 미친듯이 뛰어 다녔다. 무슨 일이 난건 아닌지 걱정이 드는 순간, 바닷가에서 작업복을 입은채로, 할매와 준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 아빠!!"
손까지 흔들면서 반갑게 맞아줬다. 최사장은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준이의 손에는 잔뜩 고동이나 거북손이나, 조개류를 들고 있다. 그 옆에 할매가 웃으며 말한다.
".. 아들이라메.. 양아들..."
최사장이 멋쩍은 표정으로 한손으로 머리를 만지면서, 애매하게 웃어 보인다. 준이는 마음 먹었다. 더 이상 최사장이 선을 넘지않게 도와주기로. 그래서 친근하게 할매에게 양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를 하며 다가간 것이었다.
".. 할머니.. 이거 맛있어요?"
준이가 양동이에 든 거북손을 거리키며 물었다.
".. 함 .. 무보자.."
할매가 걸어가자, 준이가 뒤따른다. 최사장은 우두커니 둘의 모습을 바라봤다. 한참을 경직이 되어 있던 최사장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진다. 심지어 가벼운 웃음을 몇번이나 뱉으며 둘을 쫓았다.
그런데, 할매를 쫓아 걸어가던 준이가 갑자기 통나무가 넘어가듯, 모든걸 놓고서 쓰러졌다.
"... 준아!!!!!!"
최사장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외마디 같은 최사장의 부르짖음은 큰 메아리처럼 바닷가 마을에 울렸다.
.....................
"...띠...띠..."
병원 기계음 소리가 들린다. 준이가 깨어난다. 병원이다. 최사장은 준이의 손을 붙잡고 옆에서 자고있다. 감싸안고 있는 최사장의 묵직한 손의 온기가 얼마나 간절한지 느껴진다.
몇번의 부스럭대는 인기척에 최사장도 깨어난다.
"... 일어났어?"
"... 어떻게 됐어?"
준이가 힘없이 물었다.
"... 어... 쓰러졌었어..."
어리둥절한 준이의 얼굴에 곧바로 그늘이 진다.
"... 나.. 죽는데?"
"... 무슨 그런 소리를 하노? ..
.. 몸이 무리해서 그렇데...
..깨어나면 검사 받았던 병원에 가라네..."
".. 어디야? 여기?"
"....근처 병원이야... 이제 퇴원하자..."
.........
최사장과 준이는 그 즉시 준이가 검사를 받았던 병원으로 향했다. 준이는 조금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밤새 깨어나지 않는 준이때문에 최사장은 마음을 조렸었다. 이대로 보낸다면 모든게 자기탓인것 같아서 더욱더 그랬다.
"... 컨디션 괜찮아?"
"... 그냥... 조금 피곤하네..."
"....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 나도 내가 아픈지 몰랐어...
.. 너무 황송한 대접을 받으니까..."
".. 아이고.. 또 입은 살아있네.."
좌불안석의 최사장은 억지로 농담을 던져본다. 준이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결과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어떤것도 재단하고 싶지가 않다.
고속도로를 타고 차는 달린다. 바깥풍경은 늘 그랬던것처럼 고요하고 아름답다. 최사장과 숨쉬는 공기가 준이는 다시 감사하다.
"... 최영성씨...."
"... 왜?"
"...나 미안해..."
"... 아이고 왜 그러십니까.. 또..."
"...그냥... 사모님...한테도 죄스러...."
최사장이 얼른 말을 자르고 들어간다.
".... 니 몸이 중요하지.. 지금?"
"... 정말 충분하다 못해 넘쳤어...."
준이는 갑자기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최사장은 어젯밤만 생각하면 어색한지 알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 지금까지 살면서..
.. 서운하고 힘들고 분했던 날들이
.. 다 싹 사라져버렸어.. 거짓말처럼..."
"... 무슨... "
"... 진짜야...... 그러니까.. 이제 잘 안해줘도 돼..."
"... 잘해주고 잘 안해주고가 어딨노?"
최사장이 목청을 높였다. 회한이 많이 남은 사람처럼.
"... 나한테 잘 안해줘도 ..이제 나 안서운하다고.."
준이는 그렇게 말하고 답이 없는 최사장을 향해 말한다.
"... 이쁘다.. 최영성씨..."
"... 아이고.. 눈이 삐었는가 보다.."
준이는 일부러 더 툭툭 장난을 쳐본다.
"... 30대라고 해도 믿겠어.... 뽀얀 피부봐...
... 얼굴은 또 얼마나 잘생겼어..."
무슨뜻인지 알아차리기라도 하듯, 최사장이 준이의 농담을 받아준다.
"... 아이고.. 다 늙은 아저씨한테...
... 못하는 소리가 없다.."
"... 매력이 넘쳐.. 우리 아빠...
.. 이러니 여자들이 가만히 안 놔두지..
...패션센스 좋지... 매너 좋지..... 잘생겼지..."
준이는 최사장이 한 소리를 기억해내고 농담을 했다.
"... 아이고... 그냥 장난으로 하는 소리지..
... 그걸 또.. 그대로 믿는 사람이 어디있노.."
".. 남자도 반하겠어..."
"... 잉... 인간이... 진짜... "
이미 벌어진 일을 모른척 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 아무렇지 않게 준이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 두번다시 그럴일은 없을테니까.
꼭 마음이 있다고 해도 차마 입밖으로 꺼낼 수없는 사랑도 있는것이다. 그걸 준이는 처음으로 느꼈다. 그래서였다. 최사장이 만져주려 했을때 거부했던것도. 더 한것도 하고싶은 욕망이 있었지만,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최사장이 몬 차는 한참을 달려서 준이가 검사를 받았던 병원으로 향했다.
최사장이 차를 주차하고 얼른 내려서 준이가 앉아있는 차문을 열어준다. 준이를 부축해서 최사장이 걸어가는데, 어떻게 알고 정문에 떡하니 유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하게 제자리를 빙빙돌고 있는 유부장을 최사장이 먼저 알아채고는 말한다.
"... 너.. 회사 그만둬..."
"...그럼... 나 뭐 먹고 살아..?"
"... 내가 있잖아..."
"...빌 붙어서 먹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 인간아... 말좀 들어!!"
"... 내가 한국에다 가게 차리면 ..
...너가 맡아서 하면 되잖아.. 정 그러면.."
"... 됐어... 사모님 허락은 맡으셨고?"
".. 인간아!! 내가 하면 하는거지..
.. 사모님 허락은 왜 필요하노?"
"... 말만이라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 돈 많아서 좋겠다.. 우리 아빠는..
... 아무때나 마음먹으면 다 할수있으니까.."
".. 내가 능력이 되잖아.."
널따란 야외 주차장을 걸어오는 두사람을 발견한 유부장은 부리나케 달려간다. 절뚝이는건지 최사장의 부축을 받고 오는 모습에 코끝이 벌써부터 찡하다.
"... 이준이!!!"
우렁찬 목소리가 두사람의 귓가에도 나부끼는 나무에도 크게 울린다. 한달음에 달려와서는 죽일듯이 쏘아 부치는 유부장의 레이져같은 눈빛은 가히 최사장을 몇번을 죽이고도 남을 기세였다.
"...연락도 안되고! 어디있다 온거야???"
"... 부장님.. 죄송해요.. 핸드폰을 잃어버려서요..."
유부장은 최사장을 한번 노려 보고는, 준이를 안타깝게 쳐다본다.
"... 자기야!!"
반쯤 넋이 나가있던 한 여자가 울면서 최사장에게 달려든다. 최사장 와이프다. 연락이 안되서 전전긍긍을 앓다가 미국에서 날라온 모양이었다.
와이프가 달려든탓에 부축하고 있던 준이를 유부장에게 그대로 내어준 꼴을 한다. 유부장은 기다렸다는듯이 준이를 품에 안았다.
"... 살았는지.. 죽었는지..."
"... 어떻게 알고 여기는?"
".. 바닷가 할매가 알려주시더라..."
걱정을 한숨 놓은 사모님은 그제서야 준이를 의식한다.
"... 어모.. 어떻게....괜찮아요?"
"... 네... 괜찮습니다... 저 때문에...괜히..."
준이는 고개를 숙였다. 죄스러웠다.
"... 별말씀을 다하신다..."
옆에서 듣고 있던 유부장이 준이를 부축한채로, 반쯤 목례를 하고, 자연스레 병원으로 걸어가자 최사장과 와이프가 뒤따랐다.
............
" 악성 까지는 아니지만, 수술은 바로 들어가야 할것 같습니다. 종양이 좀 전이된것 같습니다."
의사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준이는 아찔한지 눈을 질끈 감았다. 유부장은 괜히 최사장을 노려보았다.
그날 밤 유부장은 딸에게 전화를 해서 준이의 상태를 알렸다. 그리고 병원으로 준이의 부모님과 현이, 석이, 영우 까지 모두 모였다.
"... 아이고....."
준이의 어머니는 언제부터 울었던건지 눈물자국이 군데군데 붙어있다. 준이 아버지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연신 최사장과 유부장에게 고맙다 말을 한다. 유부장은 최사장을 노려보며 입을 근질거린다. 저 인간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죽겠는 표정이다.
"... 형엉...."
현이가 눈물을 그렁 그렁 맺은채로, 효진과 손을 꼭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
".. 괜찮아.... 악성은 아니라니까..."
석이와 영우도 뒤에서 묵묵히 준이를 바라보며 억지로 웃어 보인다.
모든 사람의 염원은 준이가 사는것이었다. 준이도 모를리가 없다. 굳은 의지를 가지라 사람들이 용기를 붇돋아준다.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준이의 어머니. 그 옆을 지키는 가족들과 최사장.
유부장은 아까부터 주위를 빙빙 돌면서 눈치만 보고있다. 딱 붙어있는 사람들 때문에 좀처럼 준이에게 말을 걸기 쉽지가 않다.
"... 저기..사돈어른은 ..
..이제 들어가보셔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 이거.. 너무 염치가 없어서.."
사돈 어른이라는 말에, 최사장의 눈동자가 커진다. 순간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 아닙니다... 제 부하 직원이기도 하고..."
"... 장인어른...그렇게 하시지요..."
현이가 유부장을 부추긴다. 준이가 없는 사이에 벌써 상견례가 이어졌나보다.
".. 최사장님도... 들어가시지요...
.. 제가 연락 드리겠습니다..."
준이 아버지가 위엄을 담아서 말했다.
"... 아닙니다.. 저는 ..."
극구 거부하는 최사장과 선한 눈빛을 하고 걱정스레 바라보는 유부장이 준이는 영 불편하다. 한 사람 때문에 몇명의 시간을 뺏는게 영 마음이 편치 않다.
".. 엄마... 아버지하고...
.. 부장님이랑, 사장님이랑 다 모시고
.. 식사 하시고 와요... 이러다.. 내가 더 죽겠어..."
준이의 바램대로 결국 모두가 식사를 하러 병원 근처 식당으로 갔다. 그날 따라 허망한 별은 무수히도 찬란하게 빛이 났다.
한참을 걸어가던 유부장은 효진에게 무언가를 놓고 왔다고 말을 하고서는 그대로 준이에게로 뛰어간다. 지금이 찬스였다.
최사장은 와이프의 팔짱을 낀채로 지켜봐야만 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었다. 준이에게 갈게 뻔한 저 인간을 쫓아가야 할 만한 마땅한 이유가 생각 나지 않아서 억울했다.
병실로 돌아온 유부장은 이마에 그새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그런 유부장을 발견한 준이는 놀란 표정이다.
".. 부 ..장님.. 괜찮으세요?"
"...헉..헉..... "
가뿐 숨을 내쉬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성큼성큼 유부장이 준이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있는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손을 포갠다. 준이는 적잔히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눈치를 보지만, 유부장은 되려 어떤것도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 준아.... 좋은것만 생각해...
.. 내가 니 옆에 있을거니까...걱정말고...."
맞잡은 손에 따뜻하다 못해 애절함까지 느껴진다. 한마디 한마디가 매우 신중해 보인다.
".... 부장님.."
"....어..."
"....회사는 어떡해요.. 다 나으면 출근 할수 있어요?"
".. 너는 낫는것만 생각해.. 다른건 생각말고.."
"... 이준이는 무조건 살수있다....산다!!! 살거다!!"
유부장은 잡고있던 손을 자신의 얼굴로 갖다대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순식간이었다. 흐느끼면서도 유부장은 또박또박 힘있게 말했다.
"...내가 무슨일이 있더라도 지켜줄테니까...
...나만... 믿어... 알았지?"
순간 준이의 마음이 자꾸만 벅차오른다. 그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그의 맹렬했던 눈물이 손에 닿여서 였는지도 모른다.
유부장이 고개를 들고 안경을 벗고는 눈물을 닦아낸다. 그리고 한손으로 준이의 머리를 쓰다 듬더니, 유부장은 자연스레 준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여서, 숨결 살결 향기 모든것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준이는 작은 숨도 쉽게 내쉬기가 힘들었다.
그러고 유부장이 자리를 떠나려는데, 갑자기 할말이 남은듯 환자실 문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준이를 다시 바라봤다. 그리고 뚜벅뚜벅 준이에게로 다시 걸어온다.
"...있잖아.. 준아...내가 비록 늙었고..
..한때 결혼도 했었고..
..이혼도 했었고... 너만한 애도 있지만.."
"... 부장님...."
아직 할말이 남은 유부장에게 준이가 급하게 불러 세우며 말을 싹둑 자른다. 그의 눈빛이 너무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유부장이 무릎을 꿇으며 말한다.
".. 니가 어떻게든 살아만 준다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 다 정리하고..
... 너한테 갈게.."
유부장이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찾고 있던게 다른곳에 있다는 기억이 떠올라서 어색해하며 말한다.
"... 이건.. 다음에... 해야겠네...."
어물쩡 거리며 유부장이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선다. 방금 전 적장에 나가는 장수같던 기운은 금새 자취를 감췄다.
"... 아.. 이건 잊어.. 잊고..다음에 제대로 할께..."
그렇게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준이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지긋이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준이의 모습을 눈으로 한참을 담고서야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병실문을 여는데, 효진이가 서 있었다. 세상 우여곡절을 모두 다 겪은 사람처럼 어마어마한 표정을 지은채로. 그 모습을 본 유부장의 다리가 풀릴 정도 였다.
방금 뛰어와서 숨을 헐떡이는지, 아까와서 이미 다 듣고 있었던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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