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간첩입니까?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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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


신우는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지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지환의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살짝쿵 매만지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못된사람...사람속을 어찌 이리도 태우고...형은...어떨지 몰라도...저는 너무...형때문에 괴로워요...형이 웃을때...저도 웃음이 나오고...기분이 좋지않을때...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지않거든요..."


조용히 속삭이던 신우는 조용히 또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지환의 이마에 살짝쿵 입맞춤을 했다.


"...다녀올게요..."


그렇게 신우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신우가 나간듯하자 지환은 슬며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나를 생각해준다면서...도대체...무엇때문에...더 숨기는 거니...아니야...말하고 싶지않으면 말하지마...나..기다릴 수 있어..."


살며시 흔들리는 자신의 초점을 이내 찾아 거울을보며 다짐하는 지환이였다. 지환은 정신좀 차릴겸 장을 보기위해 마트로 향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고요하게 생각에 잠긴 지환은 한숨을 내쉬며 걷고 있었다. 반찬거리를 사기위해 이곳저곳 물건을 구경하던 지환은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쩐지 뭔가 이상한 기분...예전부터 지승에게 스토킹을 당해봤던 터라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꺼림직한 느낌을 기억하기라도 하는지 

그 오묘하고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 지환은 쓰윽 뒤를 돌아보았지만 다들 각자 물건을 고르거나 햄을 사달라며 엄마에게 조르는 아이 노부부 

평범해 보이는 커플 등등 일상에서 마주 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다.


"...하...신우...때문에...지금 많이 예민해져서 그런가....정신차리자...정신차릴려고 나와놓고...."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반찬거리를 결정한 지환은 이내 계산을 하고 나올때였다. 아까부터 마트에서 느낀 그 소름끼치고 기분나쁜느낌이 여전히

가시지않고 나기 시작하자 지환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숨이 막혀오고 두다리가 떨리는 느낌...이번에도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다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뿐이였다.

하지만 그중 유독 어쩐지 낯이 익어 보이는 사람이 보이는 듯햇다. 지환이 뚫어져라 직시하자 곧 그 낯이 익어보이는 사람의 일행이 와서 서로 인사하더니 

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하...한지환...언제까지 그럴건데...약...그래 약을 먹자...약먹을 시간...거의 다됐잖아...집가서 약부터 먹자.."


그렇게 다짐을 한 지환은 서둘러 집에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 지환은 이내 무언가 생각하더니 작정하고 결심한듯

집이 아닌 동네 막다른 골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상황 비상...상황 비상...골목에서 감쪽같이 사라짐...목표 놓침.."


"...그 목표가...저인가보네요??"


지환은 헌옷 수거함 통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며 자신을 미행한 사람의 뒷통수를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낯이 익은 사람덕에 지환은 자신의 감이 틀리지않았다는것에 안심했다. 아직은...완전히 자신이 미친게 아닌것이 입증된 셈이니까..."


"잠깐...자세히보니...저희 만났...었나요?? 봤는데...분명.."


지환이 곰곰히 생각하자 결국 포기한듯 남자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었다.


"저희...그때 병원에서 봤습니다..."


남자는 국정원이 적힌 신분증을 지환에게 내보이자 생각이라도 난듯 양 손바닥을 치며 눈이 동그래지는 지환이였다.


"아니...그건 그렇고....아무리 국정원이시라지만...민간인을...이런식으로 사찰해도 됩니까?! 정식으로 항의 민원 넣겠습니다?!"


그러자 그 국정원은 난감하기라도 한듯 자리를 옮겨 차분히 이야기 하기 시작햇다.


"우선...상황설명부터 드리는게 예의라고 생각하니 말씀드리겠습니다...대신...저희한테...협조를 좀...해주셔야겠습니다.."


"싫습니다. 보나마나 또 신우와 관련있겠죠...신우한테 다들었습니다...거래하는 대신 신우...이제 놓아주기로 하셔놓고..이런식으로 말바꾸는게 말이됩니까?"


지환이 단호하게 거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하자  부드럽게 협조를 요청하던 국정원은 이번엔 반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뭐...어쩔 수 없죠...이번 건수 때문에...유신우씨한테 피해가 갈 수도 있는데...상관없다는 거죠?"


지환은 순간 움찔하며 자리에서 멈춰섰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자리에 차분히 앉기 시작했다.


"...그게..무슨...말이죠??"


"뭐...저희쪽에서도 협조를 해주시는 분도 아닌분한테... 상황설명할 이유가..."


지환은 무척이나 갈등하기 시작했다. 신우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말에 상당히 갈등을 하던 지환은 이내 다시 차분하게 대답했다.


"...뭘 하면 되죠..? 대신...협조하는 대신...신우...한테 피해 안가게끔 보장해주셔야 됩니다.."


"그건..유신우씨 하기 달렸죠..."


이내 국정원은 지환에게 상황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첩보에 의하면 남파간첩 두명이 더 내려와서 현재 국내에 잠입해 있는 상태고 신원 파악을 한결과

신우와 잘알고지내는 사이라는 것이엿다. 


"...신우랑...알고 지내는 사이요...? 혹시...중년 남성한명이랑...젊은 여성...아닌가요?"


국정원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역시..뭘 알고..계시는 군요...그래서 협조 부탁드리는겁니다...혹시 만약에라도...유신우씨가..이중간첩을 아직도 하고 있다면...그것도...저희를 속인거라면...정말 큰일이거든요.."


"제가...뭘 할 수있다고...저한테..."


"유신우씨가...그쪽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거 알고 있습니다...실제로...자신이 조국을 배반하고 자수한 이유도...그쪽이라하고... 아무튼.."


"그래서...저보고 신우의 행적을 감시라도...해라..이건가요?...거절하겠어요..."


"한지환씨...잘 생각하셔야 됩니다...혹시 압니까...유신우씨가...그쪽도 속이고 있을지.."


"뭐라구요?! 말씀이..."


지환은 순간화가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던 순간 지환의 무의식 한구석에 자리 잡고 태동을 일으키던 작은 의심의 씨앗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어쩌면...혹시...정말...생각해봐...정말 너를 속이는게 아니라면...왜...수첩에 두사람...이야기를 왜 안했겠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없다면서..아버지라니..?'


지환이 굳어서 아무런 생각을 못하자 국정원은 쐐기를 박듯 다시 말했다. 마음바뀌면 일전에 알려주었던 번호로 연락 하라는 것이였으니 말이다.

이내 가볍게 인사를 하고 일어서려는 국정원에게 지환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신우한테...직접...협조 구하시지 그러셨어요..?"


"하아...그게..저희도 진작 협조 부탁했지만...남파간첩둘의 파악한 신원을 알려주자...표정엔 변화는 없었지만...미묘한 행동변화가 일어났어요...그래서 그때 부터 저희 의심이 다시시작된거구요...왜냐하면... 아직 북에선 유신우씨가 변절한걸 모르는듯 하더군요...혹시...이모든게 그들의 작전이라면.."


"무슨...협조를..."


"...뭐겠습니까... 직접 그 두사람과 접촉해서 잡아들이거나...설득해서 신우씨처럼 이중간첩으로 만들거나 이래도 저래도 안되면...직접 사살하거나.."


사살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지환은 떨리는 손으로 탁자를 타악 치더니 말했다.


"...어...어떻게 그런 잔인한 말을?! 당신들 아무리 그래도 그러는거 아니에요!! 당신들도...알거 아니에요!! 그...그 간첩중에...신우 아버지가.."


아차싶었던 지환이 입을 급히 다물자 국정원은 흥미롭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그게 무슨 소리죠? 그니까 이번 남파 간첩중에 유신우씨의 아버지가 있다고요??"


"아무것도 아니에요..이만 가보겠습니다..."


지환은 급히 장소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실수 덕에 혹여 신우에게 피해가 가는건 아닌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빠르게 집으로 향해

문을 잠그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내 어느정도 가슴이 진정된 지환은 신우의 서랍을 열어 다시한번 그 사진을 보고 수첩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첩엔 자신이 보지못했던 다른 메모가 이내 눈에 띄이기 시작했다.

날짜와 시간 이 적힌 메모와함께 접선...이라 써진 글자가 말이다...정말로 그들을 만나기라도 한것인가...처음부터...만나기로 되있던 것이였다.

지환은 가슴이 터질것같이 두근거리고 손이 덜덜 떨렸다. 어쩌면 국정원의 말이 전부 사실 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끝까지...자신과 주변...모두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에 거짓말을 덮은 몇겹에 양파처럼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그런 거짓말...

어쩌면 자신때문에 자수해서 투항했다는 말도 모두를 속이기 위한 초석이였을지도...그리고 자신을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지승에 사건에 직접 개입한것 일 수도...사랑스러운 표정과 입술로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말들도...따뜻한 손길도...그리고 그 눈빛도 전부 거짓이였다면...

한번 의심이 들기 시작하자 지환은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충격을 먹어 더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아...아...시..신우야..."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이상황을 지환은 부정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그리고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희망을 억지로 붙들어 매기 시작했다.

이내 다시한번 수첩을 정리해서 서랍속에 넣어두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아무것도 못보고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햇다.

이제는 지환역시 신우 없이 더 이상 살아 갈 수 없다고 스스로 느꼇기에 말이다. 이윽고 도어락 울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신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후...오늘도 뛰어왔더니..힘드네요..형을 1초라도 더 보고 싶어서....뛰어 왔어요..."


신우가 숨을 고르쉬며 자신을 보고 해맑게 웃어보이자 지환역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어..? 이제...화난건...없는 거죠?? 거봐요...웃으니까 이렇게 예쁜데..."


신우가 지환에게 다가서서 얼굴을 쓰다듬자 지환은 아무말없이 신우를 꼬옥 끌어안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우역시 지환을 꼬옥 끌어안아 번쩍 들어서 침대에 눕히며 끌어안고 눕기 시작한채로 속삭였다.


"그렇게...안아주시니까...정말 따뜻하고..가슴은 뛰고...정말...약을 하는 것처럼...기분도 몽롱하고...사람..신세 그만 망치세요..."


"신우야..."


"네..!"


"...나..정말 사랑하는거 맞아?"


지환의 뜬금없는 질문에 신우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은채 화답했다.


"사랑하냐구요..? 당연하죠!!..제가 형을 사랑안하면...누굴 사랑하겠어요...내 처인데..."


"...그..처라는 말도...넌...내가 아닌 여자를 처로 들이고 싶어했던거잖아..."


"...형...뭐...아시겠지만...저는 게이가 아니니까요...하지만...형을 사랑하게 된걸...어쩌겟어요...? 말햇죠...이제 형이 남자건 여자건 중요하지않다고...그냥 형이라는 사람이 좋은거라고... 오늘따라...왜그래요??"


신우는 불안한 표정으로 지환의 양볼을 부여잡고 눈을 마주하며 묻자 지환은 초점없는 눈을 한채로 신우를 쳐다보았다.


"형..그눈...알았어요..불안한거죠?? 증명해보일게요..내가 얼마나 형 사랑하는지...곧...조금만 참아요..곧..알게되요...모든게...좀만 참으면 되니까...그니까..."


"...신우야...그냥...나좀 꽉 안아주면 안돼?"


지환에 말에 신우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채 지환을 자신에 품에 넣어 꽉 끌어안기 시작했다.


"앞으로도...이렇게 나...사랑한다...놓지않을거다...말...해줄 수 있는거지..?"


"...왜그래요?! 저 슬슬 화날려고 해요...자꾸 제가 형 버리고 어디 가려는 것처럼 생각하시기라도 하는 거에요?!"


"...아니야...미안해.."


"...그런거..아닌거 알잖아요...화내서...미안해요...저도 모르게 그만..."


신우와 지환은 그렇게 어색한 저녁을 보내고 잠을 자기위해 침대에 누웠다. 서로 어색한듯 아무런 말없이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


"..저...신우야.."


"네...형.."


"...오늘은 내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대답...해줄수 있어..?"


"...뭐든요..얼마든지요..."


신우는 불안정해 보이는 지환의 손을 마주 잡고 몸을 돌려 지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만약에...너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북한에서 알게 되면...어떻게 ...되는거야..."


"...절 죽이려 들겠죠...다른 공작원을 보내서..."


"...그래...? 그...TV같은 곳 보니까... 탈북한사람 가족을 수용소에 잡아간다던데...너는..걱정이 안돼..?"


"...저 가족없어요...부모님은 돌아가시고...그나마 하나있던 여동생은 어렸을대 병을 앓아서 죽었어요.."


신우의 표정이 슬픔에 젖어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지환은 천천히 손을 뻗어 신우의 눈물이 닦아주었다.


"더...궁금한거 있어요..?"


"...미안...더 안물을께...많이...힘들구나..."


"그니까...형이 내 옆에 있어줘야 되요...이젠...못물러요...전...형이 필요해요...알죠?"


"으응..."


'...그 필요하다는 뜻이...무슨 의미로 필요한거니...역시...나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거구나...나는..그저...너의...무엇이었니...그저...아무것도 아닌...도구였니...아니...그래도 좋아...그냥 이렇게라도...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줘..계속...'



속마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지환은 이내 다알면서도 도저히 신우를 손에 놓을수 없었다. 언젠가 자신을 버리고 갈 그날이 온다해도 말이다.

그럴 날이 오겠지만 도저히 포기 할 수도...그러고 싶지도 않았던 지환은 알면서도 그저 신우의 거짓말을 믿었다.


"자...그럼 이제 사람 불안하게 하지말고...어서 자요..."


신우는 불안해 하는 지환이 잠이 들기전까지 자신의 품안에서 천천히 재우기 시작했다. 지환은 따스한 신우의 품에서 서서히 잠에 들어갔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되자 신우는 여느때 처럼 지환이 깨지 않게 살며시 일어나 씻고 난뒤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깨우지...아침...늘...못먹고 가는거아니야?"


"아...깨셨어요? 더 주무시지...괜찮아요! 형...곤히 자는 모습만 봐도 족해요.."


"...그래도 앞으론 깨워...얼마나...더 볼 수 있다고.."


"네...?? 무슨...?"


"아...내말은...하루중 얼마나 더 볼 수 있는데 아침에 그렇게 가면 서운하다고..."


"아...난 또 무슨말을 하는지 영문도 몰랐네요...음...알았어요...매일 아침 그럼 깨울테니...화내시면 안되는거 알죠?"


신우는 성큼성큼 지환에게 다가와 지환의 머리를 쓸어넘긴뒤 이마에 입술 도장을 찍어내었다.


"...이젠...안놀라네요..? 이젠...괜찮아요? "


"...어...언제까지..그럴 순 없고...너가 옆에서 나 많이 도와주고...빨리 잊게 해주고...그랬잖아.."


신우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다녀오겠다며 문을 나서려고 할때였다. 지환은 반사적으로 신우의 손을 덥석 잡고야 말았다.


"아..? 형..?"


"..."


"형...? 왜...그래요...?"


"아...미안...내가...왜그랬지?? 늦겟다...얼른 가봐!!"


"...그렇게 절 보내기 싫었어요?? 아...너무 기쁜데...알았어요...딴길로 안새고...바로 올게요...집..잘보구 있어요...전화 잘받으시고요.."


"응..."


그렇게 신우가 문을 열고 나가고 발걸음이 점점 희미해져갈때 였다.


"...꼭...돌아와야해...나...이젠...이제는..."


지환은 신우가 떠나자 불안한듯 손톱을 깨물며 덜덜 떨다가 이내 심하게 물기라도 했는지 살며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


지환은 급히 약과 밴드를 찾아 손가락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손가락 처치를 끝내자말자 초인종 소리가 들려 문앞으로 가는 지환이였다.


"누구세요??"


"아...죄송합네다...여기가...유신우씨 댁이 아닙네까??"


많이 들어 본듯한 북한 사투리에 여성의 목소리...그리고 신우를 찾는 듯한 말에 지환은 불길했지만 차마 문을 열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문을 살며시 열자 어색하게 웃는 듯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환의 불길한 느낌이 적중했다. 미희...신우의 수첩에 적혀있던 이름의 소유자..

그리고..신우가 처가 될 예정 이였던...그 사진속의 인물이였다.


".....어떻게..찾아 오셨죠...?"


"아...여기 유신우씨 댁 아닙네까..? 내래...유신우씨 찾아왔습네다..."


"그니까...신우 왜찾아 온거죠..?"


"기니까....음..기니까..."


미희가 몹시도 당황스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하자 또다른 북한사투리의 남성 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거 죄송합네다...사실...여기 이 사람하고 저는...북에 있을때...유신우씨 가족 되는 사람...입네다..저는 유신우씨...아바이..되는 사람이고..."


"..아...그러시군요...일단....들어오시겠어요..?"


지환은 이미 반쯤은 넋이 나간 심정으로 그들을 집안으로 들이기 시작했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하며 그들은 지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뭐...불편하신가요..?"


"아니..저기...내래..실례인건 알겠지만...혹시...신우동무하곤...무슨...사이...인지.."


"...동거인이요..그냥...동거인..."


지환이 말꼬리를 흐려가며 당당하게 애인이다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어쩌면 자신은 신우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를일이이였으니 말이다.


"아...기래요..? 아...저는..사실..."


"신우랑 결혼 할 사이죠..? 신우한테 들었어요...참...고우시네요..."


그말에 미희는 얼굴을 붉히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런 말이없었다.


"사실...저희도...탈북신세입네다...신우랑 같이 탈북하다가...걸려서 보위부에 끌려갔다가...겨우 탈북해서...저희...이야기는 안했습네까..?"


지환이 전혀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도 그럴것이 애초부터 이들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네..뭐..."


그렇게 어색한 대화가 오갈때쯤이였다. 남성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민망해서 고개를 돌려 피하자 지환은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 주자 눈치를 보던 둘은 그저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신우가 퇴근할 시간이 되어갔다. 이윽고 도어락이 눌리며 신우가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형!! 허..헉...숨막혀...후... 형 보고 싶어서 빨리 뛰어왔...."


신우에 눈에 지환과 미희 그리고 다른 북한 남성이 눈에 들어오자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신우동무..."


"..."


"뭐해...신우야...너 가족...찾아 오셨잖아...멀리서 오셔서...배도 많이 고프시고...힘드셨을텐데...내가 자리 피해줄게...그러니까...이야기들 나눠..."


지환이 터벅터벅 힘없이 문밖을 나섰다.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당황 스러웠던  신우는 아차 싶어 다급하게 뛰쳐나와 멀어져가는 지환을 붙잡았다.


"형!!..아니..그니까..이건..저...저..."


"...가족...있었네...왜...거짓말...했어??"


"아니....저기...형..그니까...일단 내말을..."


"...놔...줄래...??"


"일단 내말부터 좀 들어봐요... 그니까.."


"듣고 싶지않아...어디까지가...진심이고...어디까지가...거짓말이야? 늘 진심이던 나만 ...바보가 됬구나...등신천치는 나였구나..."


지환이 신우의 손을 쳐내고 다시 갈길을 가자 신우는 다시 지환을 붙들었다.


"...알았어요...제가 무슨말을 하던...변명...같으시겠죠..듣고 싶지 않으실거에요...그러니...말안할게요...근데...이대로 어딜가려고요..?"


"...당분간은 아직 집...안나갔으니...내 집에 가있을게...가족들 하고 시간 잘보내고..."


"...가지마요.."


"무슨 소리하는거야...가족들끼리 있어야 편한거잖아...나 진짜 괜찮으니까..놔줘 어서 가봐..."


다시한번 지환이 신우의 손을 강하게 때어내자 신우는 아무런 말을 할 수없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지환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 볼뿐이였다.

신우는 무척이나 화가난 표정으로 집안에 들어 서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설명하라우!!...분명...만나기로 한 날짜...시간 정했는데..."


"신우야...니 아바이 말 들으라우...첩보에 의하면 남파간첩중 배신자가 있지비...그래서 차질이 생길까봐..서둘러 왔지비..."


신우는 그말을 듣자 침을 한번 꿀꺽 삼킨뒤 애써 태연한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오랜입네다...그간..잘 지내셨습네까..."


"...네...미희 동무도 잘 지내셨습니까?"


"와...남조선 사람 다 되셨습네다...말투가.."


"..."


미희가 신우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얼굴을 붉힌채로 내외를 하자 옆에 신우의 아버지는 말햇다.


"...에미나이는 에미나이인가...사내 앞에서 얼굴이나 붉히고...안그래도..내래...이번 작전 끝나고 북에 다시 올라가면...너희둘...혼례 준비해놨지비.."


"아버지...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양아들...하고 자기 친구딸하고 결혼이라뇨...그땐 사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서 오해하게해서 죄송합니다. "


"...내 미희 아바이하고 약속...했지비...꼭 잘 키워서 보란듯이 좋은 임자한테 보내겠다고 말이지비..."


"..아버지...미희동무...미안합니다...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자 미희의 표정은 금방 울것처럼 울상이 되어 고개를 돌린채 눈물을 닦아 내었다.


"간나새끼...내...너를 어찌 키웠는데 이러기네?..."


"...그럴려구..저 주워다 키우셨어요? 아주 지긋지긋합니다...북조선에 있을때 어렸을때 부터 지금까지 전부..."


신우가 깊은 회한을 느끼며 감정을 쏟아내자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보는 둘이였다.


"...그나저나...작전은 어떻게 되가고 있나요... 두분...수상쩍은 행동은 하지 않으셨겟죠?? 특히...지환형한테 뭔 말을 했다던지..."


"그건 걱정하지말라우... 내래 아바이고 미희는 처 될 사람이라 했더니 놀란 표정을 하더니 이내 납득 간것인지 순응했지비.."


순간 신우의 표정은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문을 박차고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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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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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환 팔자도 만만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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